내 고향
남쪽나라 화순이라
남면에 검산리
구비구비 산 길 돌아서
물길 따라서 항아리같이
어머니 품 속같이 포근한
고향을 찾아 길을 나섰다.
한 참을 걸어서
아버지 손을 잡고
열차간에 오르니
먼저 와 있던 왼 남쪽나라 사람들이
왁자지껄 반긴다.
어서 오시오예.
어디 가시요?
화순까지 가라우.
옴메 화순 가능가?
나는 너릿재 너머 동면 가는디,방갑구먼.
뭐 이롷게 인사를 나누고 나면
예날 옛적 고릿적 이야기부터
입심 좋은 아저씨들이
꽃을 피우면 서로의 자리표와는 상관없이
끄리는 힘따라 이합집산
자리가 이루어진다.
서울역,용산,노량진,영등포,
안양,군포,부곡,수원,병점,오산,
송탄,서정리를 내려온 완행열차가 평택을 지나
성환,천안,조치원,소정리로 향하면서
완전히 더 표시를 내고
대전에.서대전에 내려
가락국수 한그릇을 말아먹고 떠나면
이야기들이 더 힘을 받고
소주 한ㅁ 잔으로 기분을 내면
이야기는 노래가락으로 바뀐다
5학년의 듬직한 나이를 자랑하고도
이야기에는 별로 끼이지를 못하다가
노래에는 끼였으니
레크리에이션은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개태사역의 의미를 묻는 어느 할아버지께
나라를 연 절 개태사때문에 생긴 역이라 못하고
개가 잉태한 절이라고
나름의 파자풀이를 했다가 야단 맞은 기억도
새로운 목포행 완행 열차.
지금쯤도 고향으로들 가시것제라?
잘들 댕겨옷시요들.
시님은 서울 하늘을 지키것어라.
공님도 여행까정 가신다닝께
좋으시것소. 오지것소외.
아 그 옛날에는
송정리역에 내리면
낭랑한 아가씨 목소리로
여기는 소옹저엉리이...
그 목소리도 그립고
기차안에서 그 복잡한 사람들 틈을 오가면서
장사하는 홍익아자씨들
자!갑시다 가요
맥주요 사이다 환타 콜라 있어
계란이요 대용식 빵이 있어요
심심풀이 껌이나 땅콩있어요
가요!
저 이렇게 외치고 지나가면 사람들이 좌우로 좌악
비켜주는 것이 모세가 물 가르듯 했다면
믿것능가요?
송정리에서 버스타고 화순까지 가서
다시 시내버스타고 사평까지 가서
걸어가야혀요.
어느 겨울에는 어린 동생을 데리고
배 한궤짝을 가지고 가는디
아,얼마나 무거운 지
울뻔했어요.
잘 놀고 오다가 올라가는 길에
연방죽앞 시냇가에서
물수제비 뜨기를 하면서
열다섯개 안하면 집에 안간다면서 했더니
훗날 동생이 진짜 집에 못가는 줄 알고
속으로 기도했다고 해서
연못가에 개구리와 돌장난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했어요.
어느해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바로 어제가 제사이니
오늘 돌아가신 것 아니것어요?
사람들도 마음 고생이고
당시 이장을 보던 젊은 외삼촌이 고생해서
위로한답시고
동네 콩쿠르대회 분위기를
제가 이끌었다는 것 아닙니까.
외할아버지 잘 모시려고 갔다가
동네 사람들 잘 모시고 와
뒷말들이 없었나 모르지만
안물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는 많지만
요런저런 아픔도 많지만
명절이 좋아요.
나도 힘들고 아파도
그래도 명절이 좋아요.
차 정도가 문제인가요,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