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시대의 직업세계 변화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이제, 디지털 융합을 넘어 ‘인공지능(AI)의 대중화’로 가고 있는 듯하다. 2022년 말,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ChatGPT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전문가의 영역에서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업무 생산성과 창의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체득(體得)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진로상담 분야를 예로 들어 보면,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학생 맞춤형 직업·학과정보를 개발하고, 진로·진학 상담을 위한 정보를 탐색할 수 있으며, 진로탐색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또 진로·진학탐색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자용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중 텍스트 변형(헤드라인 작성, 문체 수정 등)이나 이미지 생성 등의 기능을 활용하여 행정업무의 능률을 올릴 수도 있다.
컴퓨터의 발전은 기초역량(core skills) 중 ‘약한 인지적 역량’(Weak cognitive skills, 읽기·쓰기·수학, 다중언어력 등)에 대한 대체율을 꾸준히 높여 왔지만, 최근의 인공지능 발전은 기계로 대체가 어렵다고 했던 ‘강한 인지적 역량’(Strong cognitive skills, 창의력, 분석력, 시스템적 사고력 등)까지도 디지털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것 같다1). 세계경제포럼(WEF)이 2023년에 발표한 「Future of Jobs Report 2023」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은 기계(인공지능, 로봇 등)에 의해 수행되는 비즈니스 관련 작업(tasks)의 비중이 2022년에 34%에서 5년 후인 2027년에 42%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딥러닝 등의 기술혁신과 이에 대한 산업현장 적용 확산은 직업세계를 변화시킨다2).
① 일자리 구조가 변화한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2008~2022년 사이에 전문가 직종의 취업자 비중은 18.5%에서 20.8%로 2.3%p 증가한 데 비해, 동기간 판매직 취업자 비중은 12.5%에서 9.3%로(–3.1%p), 기능직 취업자 비중은 9.8%에서 8.3%로(–1.5%p),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는 11.1%에서 10.7%로(–0.4%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지니어 등 전문가 직종의 취업자 비중은 증가한 데 비해, 자동화, 로봇화 등의 기술(technology)로 대체가 비교적 용이한 판매직, 기능직,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직의 취업자 비중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향후, 인공지능의 발전은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 일자리와 일부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s) 일자리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3」(WEF, 2023)에 따르면, ‘신기술 및 첨단기술의 채택 증가’, ‘디지털 접근성의 확대’ 등을 주요 요인으로 하여, 향후 5년간 8,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6,9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결과적으로 1,400만 개(조사 대상 데이터셋에 포함된 6억 7,300만 개의 일자리 중 2%)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대상 전체 종업원 중 22.6%인 1억 5,200만 명이 향후, 일자리 변화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② 공정혁신 등으로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기술(skill set)·지식 및 장비가 달라짐에 따라 수행 직무(tasks)도 변화한다. 이에 따라 기존 근로자들은 숙련강화(Upskilling) 및 재숙련화(Reskilling)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산현장에 스마트팩토리와 협동로봇이 도입되면 직접 제조생산에 참여했던 근로자들은 오퍼레이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일부 근로자들은 탈숙련화(Deskilling) 과정을 겪게 될 것이고, 근로자 간의 숙련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다.
③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역량(core skills)이 바뀐다. 손재주, 기억, 읽기·쓰기 등의 역량은 중요도가 줄어드는 대신에 분석적 사고, 적극적 학습, 복합문제 해결력 등은 중요도가 커진다(WEF, 2018). 기업이 첨단기술을 채택하면 정보 및 데이터 처리와 같은 작업이 점차 자동화되고, 노동시장을 재구성하며, 작업에 필요한 역량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WEF, 2023).
④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플랫폼 근로자가 증가하고, 업종과 직무 성격에 따라서는 원격근무가 일반화될 수 있다. 그 밖에 교육훈련과 자격 검정에도 VR·AR,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등 변화가 더욱 커질 것이다.
|| 인공지능 시대의 신직업
신기술 및 첨단기술의 발전은 산업구조와 일자리를 바꾼다. 1차 산업혁명(18세기 중반~19세기 전반)의 증기기관과 공장기계화는 수공업 기능공의 일자리를 대체하였고, 2차 산업혁명(19세기 중반~20세기 중반)의 전기에너지와 대량생산 시스템은 제조생산직인 블루칼라의 일자리를 대체하였다. 3차 산업혁명(20세기 중후반)의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화는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에 영향을 주었다. 4차 산업혁명(21세기 초반~)으로 지능정보화와 디지털 융합이 본격화되면서부터는 의사, 회계사, 변호사, 소프트웨어개발자, 공학엔지니어 등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s) 직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기술변혁기에는 신직업 또는 신일자리가 창출되고, 일부 직업은 소멸하기도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자연어 처리(NLP)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요구에 맞추어 적절한 응답을 생성하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전문가인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였다. 반면에 컴퓨터프로그래머(코더)나 저널리스트, 그래픽디자이너 등의 업무 중 일부를 생성형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3」은 2023~2027년에 새롭게 일자리(New Jobs) 창출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직업으로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전문가, 지속가능 전문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전문가, 정보보안 전문가, 핀테크 엔지니어, 데이터분석가 및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로보틱스 엔지니어, 빅데이터 전문가, 디지털전환 전문가, 블록체인 개발자 등을 발표하였다. 반면에 창출되는 일자리보다 감소하는 일자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에 은행출납창구 사무원, 우편 사무원, 계산원 및 매표원, 데이터 입력원, 비서, 자재기록 및 재고관리원, 회계 및 경리 사무원, 가전제품설치 및 수리원, 통계·금융·보험 사무원, 방문판매원, 경비원, 텔레마케터, 조립 및 공장생산 근로자 등을 포함하였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들3)에 따르면, 신기술·신산업 분야에서 협동로봇 인스톨러(협동로봇티칭엔지니어),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친환경미래차(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정비사, 스마트융합설비 설치·보수기술자 등의 신직업이 고용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공지능윤리검수사, 데이터거래전문가(데이터중개사), 스마트안전관리사 등의 신직업들이 등장 또는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에 조립생산직, 판매직, 계산원, 물류창고직 등의 업무 중 단순반복적이며 데이화할 수 있는 직무는 자동화·로봇화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현재는 데이터 기반의 표준화되고 규칙적이며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직무(tasks)와 ‘약한 인지적 역량’(Weak cognitive skills)이 로봇과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지만, 앞으로 비정형적인 직무와 ‘강한 인지적 역량’(Strong cognitive skills)까지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이러한 역량을 주된 역량으로 하는 직업도 일자리 위기에 처할 것이다.
|| 인공지능 시대에 요구되는 미래 직업역량
「Future of Jobs Report 2023」(WEF, 2023)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은 2023~2027년 사이에 근로자의 기초역량(core skills) 중 44%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2016년의 예측치 35%에 비해 9%p가 증가한 것으로, 향후 기술발전으로 근로자에게 필요한 기초역량의 변화폭이 더 커질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더욱 발전하고 업무 활용성이 더욱 증대되면, 이에 특화된 역량의 중요도가 더욱 커질 것이다.
① 인공지능 문해력(literacy)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특성을 이해하고,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외에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과의 연계·활용 능력이 필요하다. 업무에 적합한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선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② 여전히 일반문해력이 요구되고, 논리적 사고력이 필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프롬프트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하고, 원하는 결과물이 생성될 때까지 단계적으로 찾아 들어가는 논리적 사고체계가 필요하다.
③ 비판적·분석적 사고력과 자세가 필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결과물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올바른 결과물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가 필요하다.
④ 생성형 인공지능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전문 분야에서 전문 지식(domain knowledge)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직업상담 과정에서 ChatGPT를 활용할 시, 원하는 직업정보를 탐색하고 그 생성된 결과물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여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직업정보와 진로상담에 대한 전문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결과물에 대해 사회적 편견, 비윤리성, 저작권 침해, 정보보호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⑥ 적극성과 학습 자세가 필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이 지금도 폭발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므로, 발전하는 기술(technology)을 업무와 연계하여 활용하려는 적극적·긍정적 자세가 필요하고,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급속한 디지털 전환·융합 환경 속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은 그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앞으로 직업세계도 어떻게 바뀌어 갈지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작은 파도가 아닌 파도를 만드는 큰바람을 보려고 노력하고 선제적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불확실의 시대에도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교육·훈련 관련 정책 당국도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디지털·인공지능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교육 및 직업훈련 과정에 포함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 필자 : 김동규
- 소속 :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 출처 : 교육정책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