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에이비 방조제를 넘나들었어도
간월도나 들려나오는 정도로 언제나 그 길은 멈춰 있었다
그나마 근래에는 간월도도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앞만 보고 달려달려 몇시쯤이면 집에 도착하겠구나 계산을 해놓구
공주휴게소에 들리면 이제는 조금 더 달리자 하며 마음을 놓았지
나이가 들면서 우리나라의 지명들이 아주 정감이 가고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샘골 왜뿔 마당터 등등
궁리항이라는 팻말을 보면서도 한번도 그곳을 들려보지 못하고
이 나이들어서야 궁리항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들이 그리도 멋스러운줄 알게 된다
닭섬을 한 바퀴 돌면서
왜 나는 이 가까운 곳을 한번 다녀가리라 마음을 못먹고 살았을까
익숙한 것에만 길들여져 낯선 사람도 낯선 곳도 서먹해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일까
생각해 보았다
궁리항에서 바라보는 저 멀리에 올망졸망 작은 섬들이 줄을 지어 있고
그 너머 섬보다 더 어두운 빛의 산들이 또 너울을 이루는듯 그렇게 이어져 있었는데
바다의 물빛도 아름답고 그 섬들과 어우러진 산들이 또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런 곳이 여기에 있었구나
그리고 어쩌면 죽을때까지 나는 이곳을 모르고 지나칠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짙은 카페는 내가 선호하는 것들이 가득했다
이곳에 오면 들꽃자수와 미술치료를 배우려고 미리 들꽃자수책을 구입해 놓았고
어서 코로나가 풀려 복지관이나 문화원등의 교육프로그램이 열리기만 기다리는데
여기 짙은 카페는 내가 좋아하는 자수 작품이나 핸드메이드 가방과 소품
특히 아름다운 등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머나먼 터키에서 등을 구입하여 올 정도로 아름다운 등에 가슴설레는 여자가
얼마나 좋았으랴
이곳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사람의 독특한 취향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지역에서 운영하는 카페임에도 차값이 조금 세다는 것 빼고는
약방의 감초처럼 가끔씩 들어가고 싶은 카페이다
다도를 하는 사람이 따라주는 조그만 잔의 차맛을 모르는 사람이라
그저 머그컵으로 한번에 따라주는 것을 좋아했는데
헤이즐럿을 빼고는 카페의 커피를 싫어하기에 카페를 들락거리는 일이 내게는 참 낯설었는데
이곳에 와서는 어째 카페를 들락거리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조금 더 내려가니 천북굴단지에는 어쩌면 그리도 많은 차들이 들어와 빼곡히 박혀있는지
굴맛이 아무리 좋은들 코로나 무서워서 근처도 못가겠다
남당리는 한가하기만 한데 모두 굴을 먹으러 왔는지 행사가 있는지 너무나 비교가 되는 풍경
또 조금 더 내려가니
아니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색갈과 모양의 배가 있었는고?
고기를 잡는 어선이나 사람을 태우는 여객선만 보아온 터에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멋을 내는 배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 많은 숫자에 또 놀랐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제는 뱃속에서 무얼 들여보내라고 신호가 오기 시작한지 한참되어
결국 기운이 딸려 우리는 굴밥을 먹으러 간월도에 들어갔다
한그릇에 육,칠천원 하든 시절에 간월도 굴밥을 먹어봤으니 이 또한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때 육,칠천원은 다른 음식가격에 비하여 높은 가격이다
된장찌게 맛도 좋구 어리굴젖도 오랜만에 식욕을 돋우고
누가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살펴볼 사이도 없이
그저 양념장에 비벼 김에 싸먹다 보니 바닥이다
배가 고프면 신경이 곤두서고 기운도 없고
그때부터는 구경이고 나발이고 그거 먹을거 밖에 생각이 안나는 법
함께 간 친구는 뱃고래가 작은지 소식을 하는데 아마도 많이 배가 고팠나보다
집 나선지 다섯 시간만에 들어왔는데
굴밥을 먹고나니 잠이 쏟다져내려 간신히 운전을 하며 돌아왔다
그때는 고저 차안의 노래방이 최고다
우리는 여고때 구경갔든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과 사운드 오브 무직의 노래며
흘러간 노래를 부르다 보니 태안읍내
우리는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을까
그 때 그 시절의 노래를 부르면 단번에 그 시절로 달려가는데 말이다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순수해지고
가요를 들으면 가슴끝이 아리해지고
클래식을 들으면 아주 깊은 곳까지 여운이 전해진다
궁리항의 짙은 카페는
아마도 잊혀지기전에 또 다시 찾아가는 단골 카페가 될것 같다
나문재 팬션처럼 손님들이 찾아오면 반드시 한번쯤 데리고 가고 싶은 바닷가이다
그 소품들이 아름다워서
그 창가로 내다 보이는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서
첫댓글 글을 읽으면서 꼭 함께 가고 싶네요 폰으로 쓰시면 멋진 사진도 올리수 있거든요
사진 올리는거 안하려구 안배우는거 모르시남유 여전히 월요일 되면 집을 나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