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섬·모래·솔방울·소나무 속삭이는 숲길
해송 10리 솔밭길……추억과 신비가 넘쳤다
날 짜 | 2023년 3월 19일(일) |
코 스 | 전남 신안 증도 해송숲길(증도모실길 3코스 경유) |
주요경로 | 증도 갯벌생태공원(주차장/화장실)→우전리 마을길→우전리 농로→우전해수욕장→해송숲길(점심)→짱뚱어해수욕장(주차장/화장실)→짱뚱어다리→신비기전시관→문준경길→태평염전→ 태평염생식물원→버지선착장 →소금박물관 |
코스특징 | 갯벌생태공원에서 출발하여 마을길과 콘크리트 농로를 걸어야 한다. 우전해수욕장 옆으로 나 있는 솔밭 숲길을 걸을 때는 보상이라도 받는 듯 푹신한 잔모레와 그늘진 소나무 숲길을 만난다. 이 코스에는 증도모실길 3코스가 포함돼 있다. 장뚱어다리를 건넌 이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태평염전을 가로질러 걷는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소금박물관에도 들를 수 있다. |
거리/ 소요시간 | 13.2km / 4시간 50분(점심·휴식시간 포함) |
주 관 | 천천히 걷는 사람들(‘천사들’) |
봄바람이 살가운 일요일 아침, 신안 증도 해송숲길 트레킹에 나선다.
광주를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 함평천지 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출발했다.
1시간 40분 정도 달려 신안 갯벌생태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대장의 리드로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한다.
준비운동을 했던 곳에서 바다 쪽으로는 엘도라도가 있다.
출발은 언제나 상큼하다. 우전리 마을길을 따라 걷는다.
흙담길에 기와를 얹어 놓은 담벼락이 익숙하다.
형형색색의 옷차림은 새봄의 한복판에 와 있음을 말해준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의 길이, 나를 맞이해줄까.
자연 속으로 가는 트레킹이 기대와 함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사람의 수명보다 몇 배를 살았을 팽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서 있다.
굴곡진 가지에서 느껴오는 세월의 두께가 겸손하게 만든다.
밭에는 대파가 파릇한 녹색으로 봄을 이끌어가고 있다.
마을길을 벗어나 농로 접어든다.
간척지인 듯 넓은 평야가 시야를 확 트이게 한다.
농기구가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요즘 농로는 대부분 콘크리트 포장이 돼 있다.
사방팔방으로 전선을 잡고 있는 전신주만 평야를 지키고 있다.
아직은 태양 볕이 따갑지 않아 걸을만하다.
더욱이 좋은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걸어가는 행복은 덤이다.
농로를 이리 돌고 저리 돌아 1시간 정도 걸었다.
갓길이 없는 2차선 국도를 따라 200여m를 걷는다.
선두와 중간지점과 후미에 임원진이 안전을 위해 배치되어 걷고 있다.
길 건너편에는 ‘솔꽁펜션’ 간판이 보인다.
실내를 모두 편백나무로 내장한 방갈로 형태의 목조 독립건물 여섯 동이 있다.
방갈로의 이름도 꽁하나방, 꽁둘방, 공셋방, 꽁넷방, 꽁다섯방, 꽁여섯방으로 붙여져 있다.
솔꽁이 뭐냐고? 어느 후기에도 고기 먹고 어쩌고만 있지 왜 솔꽁인지 설명한 글을 보지 못했다.
솔꽁은 솔방울의 사투리다. 주변이 소나무밭이라 붙여진 것으로 솔방울펜션인 셈이다.
도로변에는 금목서 나무가 가로수로 줄지어 심어져 있다.
지주목이 있는 것으로 봐서 식재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꽃이 피면 주변에 향기가 가득해 걷는 길이 상큼하고 피로도 풀어줄 것 같 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도로를 돌아서니 ‘향기의 섬’이라는 표지석이 일행을 맞는다.
증도면체육회가 있는 체육시설로 해수욕장과 솔밭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긴 농로와 딱딱한 도로를 걸어와서 발의 피로감도 풀 겸 쉬어가기로 한다.
넓은 잔디운동장에서 모여 앉아 간식시간을 갖는다.
차 안에서 나눠준 맛있는 기정떡과 음료수로 허기를 달랜다.
여러가지 색상의 완두콩이 들어있고 속에는 슈그림까지 넣은 기정떡은 정말 맛있다.
나눠주는 총무이사에게 정말 맛있다고 했더니 나중에 남았다며 하나 더 주셨다.
준비해 간 초콜릿으로는 당 보충을 했다.
열심히 할 일을 한 뒤 갖는 휴식은 언제나 꿀맛이다.
간식 시간을 갖고 약간 가벼워진 몸으로 걷기를 계속한다.
운동장을 지나 해변으로 나가면 우전해수욕장이 나온다.
바다 쪽으로 걸어가니 우전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끝이 안 보이는 백사장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모래는 아주 가는 세사로 걷기도 아주 편하다.
언덕에는 소나무가 방풍림으로 솔밭을 이루고 있다.
여기, ‘망각의 길’이라는 테마 표지판이 있다.
인간은 본성이 망각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망각은 이성 능력의 부족이나 타성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망각은 고통스런 기억을 밀어내서 정신적 질서와 안정을 찾게 해준다고 한다.
이 장치에 의해 인간은 행복감과 건강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잊어버리는 것 너무 탓할 일도 아니다.
사진도 찍었으니 여기부터는 최대한 잊고 망각하면서 걸어보면 좋을 듯하다.
저 머언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혼자 셀카를……
폼 좋고 자세 좋고 모든 것이 완벽 그 자체.
거기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 금상첨화.
카메라만 대면 굳어지는~~ㅎㅎ, 셀카 초보단계에는 어째 그럽디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여행 올 것에 대비한 조형물도 있다.
색깔은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울긋불긋 칼라풀하다.
등산복과 조화를 이루니 더욱 아름다운 경치를 연출해낸다.
간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솔꽁이 바닥에 널려 있는 소나무숲 길을 간다.
신안군은 이 길을 신안모실길 3코스로 지정했다. 길이는 4.5km나 된다.
여기에 있는 소나무는 해송으로, 잎이 2개인 곰솔이라고도 한다.
모래가 깔린 바닥은 스펀지처럼 푹신하다.
소나무가 적당히 그늘도 만들어줘 걷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다.
길은 직선이 아니고 소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선으로 안내 밧줄이 쳐져 있다.
소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생동감을 준다.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손을 흔들어보는 동행인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아주 쉽고 편안한 길, 얼마나 잊고 망각하면서 걸어가고 있을까.
어떤 생각과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걷고 있지는 않겠지.
글이 너무 길어 여기 까지만 올라 갑니다.
트레킹 후기를 이어서 보시려면, 아래 주소로 연결해 놓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jokuna21/223050800757
첫댓글 글은 기록의 의미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기 마련인데
과정과정을 사진과 함께 담아 기억을 소환시키니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부드럽고 유연한 호흡으로
과정과정을 천천히 풀어가는 것 또한 천사들의 발걸음과 닮았다. 처음 참가한 천사의 워킹!
슬로우 워킹! 발걸음은 날렵했지만 마음만은 슬로우 슬로우 했다.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들의 워킹! 이것이 천사들의 발걸음이라 느꼈다. 슬로의 마인드 소프트 워킹! 2주후 화엄사의 원찰인 연기암 길을 간다하니 마음이 설렌다. 함께 가시죠~~~ 연기암으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44분의 천사님들이 이상향 엘도라도를
걷고보니 새록새록 걸었던 길이 다시금 생각납니다
거듭 감사드리며
좋은 추억 길이 길이 간직하겠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추억 부탁 드립니다.
고운 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