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용을 삭제하지 마세요!!
아래 선 아래에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
4월혁명회, 80대 노구 이끌고 “윤석열 퇴진” 외쳐
세월호 9주기 맞아 “기억의 힘이 세상을 바꾸는 힘”
‘울산 기적’ 최덕종 의원 “촛불이 횃불 돼 대선 승리”
서영교 “김건희 지인 의전비서관, 김태효 경질해야”
5월 20일 불교계 시국법회, 전국집중집회 전 열려
15일 서울 시청앞 일대에서 열린 제35차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 2023.4.15. 사진작가 이호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당한 적 없다”, “위조였다”며 사건을 덮기 급급했던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한 촛불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15일 서울 혜화역과 시청 인근에서 열린 제35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한국 포탄 내주고 한미회담 구걸한 윤석열은 퇴진하라”, “도청범죄 비호하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또 4·19혁명 63주년을 며칠 앞둔 이날 집회에서 “4·19 정신 계승하여 촛불혁명 완수하자”는 구호도 외쳤다.
이날 오후 3시 혜화역에서 집결한 시민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오후 3시 30분부터 행진을 시작해 종로를 거쳐 본 집회 장소인 숭례문~시청앞 도로에 집결했다. 전국집중집회로 열린 본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오후 6시 30분 기준)이 참석했다. 같은 시각에 1만 8000여 명의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집회를 시청했다. 행진 과정에서 종로 4가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와 마주쳤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집회 첫 발언자로는 불교 쪽의 ‘사대매국 윤석열 검사독재정권 퇴진 시국법회 준비위원회’ 박종린 집행위원장이 무대 위에 섰다. 박 위원장은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불교 시국 법회를 준비했다”면서 “다시는 윤석열 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시국법회 준비위원회는 다음 달 20일 서울 시청~숭례문 일대에서 불교 시국법회를 열 예정이다.
다음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세월호 9주기를 맞아 노란 리본을 만드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김현성 광화문 노란리본공장소 시민 봉사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 씨는 “혹시라도 9년이나 되었으니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느냐”면서 “그렇다면 우리는 또다시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정권을 계속해서 다시 만나고 우리 주변 누군가가, 또는 나 스스로가 또 다른 참사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제작한 기억 물품을 가져가셔서 가방에 달아 기억의 힘을 보여달라”면서 “행동하는 시민들의 기억의 힘은 무한 동력이 되어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촛불대행진 참가자 전원이 일어나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15일 서울 혜화역과 시청앞 일대에서 열린 제35차 촛불대항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2023.4.15 최마리 작가
지난 4·5 재보선에서 전북 전주을에 출마해 10.14%를 득표했던 안해욱 후보는 “선거 기간 전국에서 찾아와 지지해 주시고 해외 언론에서도 보도할 정도로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라면서 “학연, 지연, 혈연 하나도 없는 제가 윤석열 정권을 타도하자는 기치 하나로 윤 정권의 실체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텃밭인 울산 남구에서 기초의원으로 당선된 최덕종 울산 남구 의원은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가 두 번 찾아오고 국회의원 5명과 시의원, 구의원 등 80명이 골목마다 누비고 다녔지만,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승리는 작은 촛불이었지만 내년에 횃불이 돼 촛불 시민의 염원으로 대선까지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후 연단에 오른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도둑이 들어와 비밀 금고를 훔쳐 갔는데 착한 도둑이라고 하고 선의가 있다고 한다”면서 “다 한통속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자기들이 도둑질해 놓고 도리어 도둑질을 당한 것이라고 팔팔 뛴다”면서 “한국은 주권 침해를 당해도 싼 나라, 글로벌 호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율동 강사 오솔잎 씨의 지도에 따라 윤민석 씨가 제작한 노래 ‘격문’에 따라서 단지기를 이용한 율동을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참석해 김건희 특검, 50억 클럽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이 뻥 뚫렸는데 도청이 없었고 위조라고 한다면 바보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가 없다”라면서 “도청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 짓고 미국의 사과를 받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은 뒤 국익 관점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임하라고 경고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경질시켜야 한다”라면서 “김건희 씨의 지인을 의전비서관으로 채용했다고 하는데 역시 당장 경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시청앞 일대에서 열린 제35차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4월혁명회 관계자들이 4·19혁명 63주년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2023.4.15. 사진작가 이호
이후 성악가, 연주자, 가수 등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예술인 연대’는 홀로아리랑과 상록수를 부르며 시민들과 호홉을 맞췄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조성우 대표도 발언자로 나서 “윤석열 정권은 주권자들이 똘똘 뭉쳐 화산처럼 폭발하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의 대미는 4월혁명회 회원들이 장식했다. 이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80대의 노구를 이끌고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특히 올해 90세인 정희일 선생이 직접 4월 혁명 63주년 선언문을 낭독했다. 전용덕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은 “63년 전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시청 앞, 태평로, 경무대 앞에서 독재의 총탄에 쓰러져 간 동지들의 4월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전 의장은 “외교 무대에서는 참사를 일으키고 국내에서는 입만 벌리면 실언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4월혁명회 노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여러분과 함께 앞장서겠다”며 “죽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 36차 촛불대행진은 22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시청앞~숭례문 앞 도로에서 열린다. 다음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은 다음 달 20일에 열릴 예정이다.
[현장] '도청 파문' 속에 열린 '주권포기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 미국의 도청 파문 속에서 촛불행동이 15일 오후 서울에서 수만 명이 참석하는 ‘주권포기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을 열었다. |
ⓒ 윤근혁 |
'자주독립'이란 글자와 함께, 안중근 의사 손바닥이 찍힌 천을 걸친 시민들이 서울 숭례문 앞 길에 모여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굴욕외교에 이어 '미국의 도청 파문' 속에 나타난 대미 굴욕외교를 함께 규탄하기 위해서다.
"주권포기 조공외교, 윤석열은 퇴진하라!"
15일 오후 5시, 촛불행동은 서울숭례문과 시청 앞을 잇는 500여 미터의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4월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을 열었다. 전체 8개 차로 중 4개 차로를 꽉 채웠다. 35번째 여는 촛불집회였다. 이날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수만 명(주최 쪽 추산 2만, 연인원 3만)의 시민들은 몸엔 흰색 천으로 만든 '자주독립' 망토를 걸치고, 손엔 "주권 침해, 미국 사죄!", "주권 포기, 윤석열 퇴진!"이란 글자가 적힌 손 팻말을 들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미국이 대통령실을 도청했는데 없던 걸로 하라고 한다. 쉬쉬하란다. 이게 국익이란다"고 대통령실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면서 "세상에 이런 국익도 다 있느냐. 집주인 맞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김 상임대표는 "윤석열은 일본에서는 독도를 도둑맞더니, 미국에 가기도 전에 도둑이 안방에 있는 비밀금고를 훔쳐 갔는데, '그건 착한 도둑이야', '선의가 있다'고 우긴다"면서 "이것이야말로 매국노에 밀정 앞잡이가 아니냐. 미국은 사죄해야 마땅한 것 아니냐. 치욕이다"라 주장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 미국의 도청 파문 속에서 촛불행동이 15일 오후 서울에서 수만 명이 참석하는 ‘주권포기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을 열었다. |
ⓒ 윤근혁 |
이 연설이 끝난 뒤 시민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주권침해 도청범죄 미국은 사죄하라!"
"주권포기 조공외교, 윤석열은 퇴진하라!"
더불어민주당의 서영교 최고위원도 연단에 올라 "대통령실이 뻥 뚫렸는데도 '도청이 아니다, 위조다'라고 말하는 이런 상황은 바보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외국 언론이 글로벌 호구라고 이야기하는데 이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촛불시민이 나서서 대한민국을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도청 문제 미국 사과 받고, 한미 정상회담을 국익의 관점에서 임하라"고 외쳤다.
4월 혁명 인사들, "친일, 종미, 매국..."
▲ 미국의 도청 파문 속에서 촛불행동이 15일 오후 서울에서 수만 명이 참석하는 ‘주권포기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을 열었다. |
ⓒ 윤근혁 |
이날 마지막 순서로 '4월 혁명(4.19혁명)'에 앞장섰던 고령의 인사 13명이 무대에 올랐다. 전용덕 사월혁명회 상임대표는 "윤석열이는 일본에 가서 창자까지 다 빼주고 왔다. 외국에 나가면 나라망신으로, 도대체 국민이 불안해서 살수가 없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시민들은 이날 집회 가운데 가장 큰 환호성을 냈다.
4월 인사들은 이날 발표한 '4월 혁명 63주년 선언문'에서 다음처럼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은 집권과 동시에 검찰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주권재민을 송두리째 침탈하고 있다. 검찰공화국이 되어 버렸다. 윤석열 정권은 역사무시 안보무시 국민무시, 친일매국 반민족 정권이다. 윤석열 친일 종미 매국 반민족정권을 몰아내자." 한편, 촛불 본 집회에 앞서 참가자 500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서울 혜화역 주변에 미리 모인 뒤 서울 숭례문 앞까지 2시간에 걸쳐 거리 행진을 벌였다.
"도둑질 당하고 '선의'라니"…도청 덮은 대통령실 규탄
[ 시민언론민들레 | 박승철 기자 psc2023@mindlenews.com ] 2023.04.16 00:07
'안중근 의사 손바닥' 수만 명, "이게 국익? 집주인 맞나"
[ 오마이뉴스 | 윤근혁 기자 ] 2023. 4. 15. 20:30
[윤석열 자해 외교] 중국과 '갈라서기'…소외되는 건 한국
[ 시민언론민들레 |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 2023.04.16 16:59
중국, 최대 무역 흑자국서 최대 적자국으로 급변
'반중' 행보, 한반도 평화에 치명적…위기 증폭
정상회담 후 5개월간 외교장관 통화만 '두 차례'
나토서 탈중국 선언…"중국 통한 수출호황 끝나"
외국 정상·장관들 앞다퉈 베이징행…'한국 소외'
미일 일변도 벗어나 중국과 소통 재개 서둘러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산둥성 칭다오 2022 0809 [외교부 누리집]
2022년 8월 24일 저녁. 서울과 베이징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식이었다. 중국 측 기념식이 진행된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안(芳菲苑)은 30년 전 수교식이 이뤄진 역사적 장소여서 눈길을 끌었다.
그 자리에 두 나라 정상은 없었다. 축하 서한을 보냈을 뿐이다. 주빈은 한국의 박진 외교부 장관과 중국의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었다. 수교 30년이란 역사의 무게를 느끼기엔 격이 떨어졌다. 기념식은 빛이 바랬고 왠지 파경을 예감한 의례적인 '진주혼식'(혼인 30주년 기념 의식)이라는 인상을 줬다.
보름 전인 8월 9일 두 장관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만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국 외교장관의 첫 중국 방문이었다. '가치 외교'를 대외정책 기조로 내건 윤 정부의 '탈(脫) 중국' 움직임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의 여진과 겹치면서 한중관계의 앞날이 자못 불투명한 때였다. 두 장관은 논어에 담긴 공자의 말을 인용해 일종의 선문답을 주고받았다. 왕 부장은 위정 편의 '삼십이립'(三十而立)을 얘기했고, 박 장관은 자로 편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언급했다.
한중관계가 서른이 된 만큼 한미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자주적 길을 가야 한다는 게 왕 부장의 뜻이었다면, 박 장관은 중국과 잘 지내겠지만 한국의 입장은 중국과 다르다고 못을 박았다고 하겠다. 서로 존중하면서 잘 해보자고 했지만 빠르게 퍼지는 냉기류를 숨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로부터 7개월 남짓 지났다. 2023년 4월 현재 한중관계는 파국 직전이다. 일단 외교 당국 간 왕래와 소통이 거의 끊긴 상태다. 작년 11월 15일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기간에 윤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어렵게 만나 상호존중과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더욱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 가자고 입을 모았으나 그뿐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개막한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참석차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박수를 받으며 걸어 들어오고 있다.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인대 연례회의는 13일까지 9일 동안 열린다. 2023.03.05 신화 연합뉴스
한중 정상회담 후 5개월간 외교장관 통화만 '두 차례'
외교부 누리집을 보면, 윤 정부의 대중국 외교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프놈펜 회동에도 불구, 두 정상은 그 후로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외교부 장관 레벨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12월 12일 박 장관이 왕 부장과 화상통화를 했고, 올해 1월 9일 축하 인사차 친강 신임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이 전부였다. 당장은 예정된 일정도 없다. 한중 외교는 전면 중단 상태나 다름없다.
중국과는 '파경'이라면 미국, 일본과는 '밀월'이다. 작년 11월 프놈펜 한·일,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 대통령의 대미, 대일 밀착 행보는 더 탄력이 붙었다. 일제 전범기업의 불법적 강제동원(징용)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하는 행보를 '인정'받아 지난달 16일 마침내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마주 앉는 '꿈'을 이뤘다.
윤 대통령은 또 오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그리고 5월에는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가서 한·미·일 3국 연대 강화에 주력한다. 외교장관 차원에서 박 장관은 양자회담과 다자회의, 전화 통화를 가리지 않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미국, 일본 장관들과 소통해오고 있다.
파탄 상태의 한중관계를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 있다. 외교부 누리집 <대통령 정상외교> 파트에 들어가면, 16일 현재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나토 정상회의 참석,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비롯해 모두 10개의 카테고리가 있다. '중국' 카테고리는 별도로 없었다. 따로 담을 만한 내용이 없기도 하겠지만 중국이 윤 정부 외교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중국, 최대 무역 흑자국서 최대 적자국으로 추락
한중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이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에 전가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참사 수준의 수출과 대중국 무역수지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과)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중국 수출액은 1198.4억 달러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중국 수출액 1395.2억 달러의 14.1%인 197억 달러가 감소한 규모였다.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가 대중 수출액 감소의 87.3%를 점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960.7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 1132.4억 달러의 15.2%인 172억 달러가 줄었다. (시민언론 민들레 3월 13일자. <한국이 지불하는 미국의 '중국 지우기' 비용>)
2018년 최대 무역 흑자국이던 중국이 5년 만인 올해 최대 적자국이 됐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연간 기준으로 중국은 2018년 한국의 무역 흑자국 1위(556억 3600만 달러)에서 2019년 2위(289억 7400만 달러), 2020년(236억 8000만 달러)과 2021년(242억 8500만 달러)에는 각각 3위였다가 윤 정부가 출범한 2022년(12억1300만 달러)에는 22위로 추락했다. 윤 정부 2년 차인 금년에는 아예 우리나라의 최대 적자국이 됐다. 상전벽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윤 정부는 대중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침체 등의 탓으로 돌렸으나, 윤 정부의 탈 중국 노선의 여파로 수교 후 최악인 한중관계를 빼고는 전모를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해 경제 회복이 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뜻이다.
마침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실토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미한 그는 10일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과거처럼 중국이 우리 경제에 빠르게 반등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과거처럼 흑자가 굉장히 많이 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본인이 전망했던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지역회의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3.3.30. 연합뉴스
'가치 외교' 공언…결과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
문제는 윤 정부가 자초했다는 점이다. 그 시작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정부는 출범하면서 대외정책 기조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 외교'를 내걸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간다는 외교 비전도 내세웠다. 세계질서가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서방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의 신냉전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확실히 미국의 뒤에 줄을 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런 대외정책 기조는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인 작년 5월 21일 서울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방점은 미래를 결정할 첨단기술과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의 자체 공급망 구축과 제조업 부활을 이루기 위한 `경제안보동맹' 구축에 찍혀 있었다. 그 후 윤 정부는 실행 협의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4자 간 반도체공급망대화)에 가담했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 06. 29.연합뉴스
나토서 탈중국 선언…"중국 통한 수출 호황 끝나"
한 달여 후에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마드리드·6월 28∼29일)에 참석했다. 나토는 러시아에 이어 중국도 '서구의 공동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동아시아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 중국이 예민해져 있을 때 대통령을 수행하던 최상목 경제수석의 폭탄 발언이 터졌다.
그는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3국 공조를 강화하는 당시 한·미·일 정상회담과 맞물리면서 윤 정부의 '탈 중국 선언'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시장 다변화를 모색한다고 해도 '소리없이' 진행하면 되지, 대통령 경제수석이란 사람이 중국과 본격적인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오해할 만했기 때문이다. 수출과 대중 무역수지 참상을 보면 그 발언의 후유증은 컸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반도체 등 한국산 제품을 자국산이나 제3국산으로 대체하도록 떠미는 한편, 이심전심으로 한국산 불매운동으로 이어졌을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진 꼴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미국, 일본은 3년 만인 14일 워싱턴D.C에서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하고 미사일방어훈련과 대잠수함전훈련 정례화에 합의했다.이달 4일 제주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 훈련 모습[해군 제공] 2023 04 15 연합뉴스
'인·태전략 보고서' 발표…반중국 포위망 가담 공식화
그 정점은 윤 대통령의 한·아세안 정상회의(프놈펜·2022년 11월 11일) 연설이었다.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함으로써 중국 포위를 목적으로 미국·일본이 주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연설은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로 구체화하여 지난해 12월 28일 공식 발표되었다.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국익 중심의 실리외교를 펴고자 문재인 정부가 견지해온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모호함'을 벗고 '색깔'을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윤 정부가 그 시점을 전후로 해서 '탈 중국'에 그친 게 아니라, 중국을 수시로 자극하면서 '반중국'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대목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중국이 영토주권과 해양 권익 차원에서 '사활적 이해'로 여기는 대만과 남중국해 이슈에 대한 윤 정부의 개입이다. 딱히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끼어들고 있다.
윤 정부는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 이어 올해 2월 박진 장관의 CNN 인터뷰를 통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극히 중요하며'(essential) 지역 전체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적 요소"라고 밝혔다. 대만의 안보를 한반도의 안보와 '동일시'함으로써 대만 유사시 한국군의 개입 여지를 남겨놨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음은 물론이다.
대만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의 입장은 비타협적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캐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미국 회동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이 지난 8~10일 사흘간 역대급 대만 봉쇄 및 타격 훈련을 진행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항공모함을 비롯한 해·공군 전력을 총동원했을 정도다.
특히 시 주석은 11일 광둥성에 있는 남중국해 담당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해군부대를 직접 찾아 "우리나라 영토주권과 해양 권익을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라면서 실전을 위한 군사훈련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이 뒤에 있고 부추긴다고 해서 섣불리 끼어들 자리는 아니다.
북한은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ICBM '화성-18형'을 처음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작년 말 고체 추진 엔진의 지상 연소 실험 후 불과 넉 달 만에 시험발사에 성공한 셈이다. 2023 04 13 연합뉴스
윤 정부의 반중 행보, 한반도 평화에도 치명적
윤 정부의 탈 중국, 나아가 반중국 행보로 인해 치명적 타격을 받은 부문은 물론 경제와 민생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유지와 위기 관리 등 안보 부문에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 위기가 끝없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이 13일 첫 고체연료 사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비롯해 각종 탄도미사일을 연일 쏘아대면서 핵무력 완성을 향해 핵무기 능력 고도화를 다그치고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북한에 말이 먹히는 나라가 그나마 중국이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 포위·압박에 가담한 한국이 중국의 도움을 구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도 한·미·일이 요구해 북한 ICBM 문제를 다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두 차례 열렸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흐지부지 끝났다. 17일에도 안보리가 소집되지만 비슷한 운명을 겪을 전망이다. 중국은 현 한반도 위기의 원인은 미국에 있고,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3월에 '북진'을 상정한 역대급 규모와 기간의 한미 연합연습과 연합 상륙훈련을 벌이는가 하면, 북한이 ICBM을 발사할 때마다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등 미 전략자산을 동원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해왔다. 미 태평양공군은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4대를 본토에서 이동시켜 괌에 배치했으며, 그중 2대가 14일 한반도로 출격했다.
심지어 중국마저 이달 들어 구축함과 미사일 구축함, 미사일 호위함이 편대를 이뤄 서해에서 며칠간 고강도 실전 종합 훈련을 벌였다. 전례 없던 일이다. 미 전략자산의 서해 전개에 대한 대응 차원인 셈이다. 앞서 한미는 전략폭격기 B-52H, B-1B와 스텔스전투기 F-22, 수직이착륙기 F-35B 등을 동원해 서해 상공에서 올들어 네 차례나 연합공중훈련을 벌였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와 북한 간은 물론,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의 무력 시위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한반도는 전쟁 국면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언제 무력 충돌이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주체는 어디에도 없고 도리어 군사적 충돌을 바라는 세력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외교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미 공군이 14일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측 F-35A 전투기와 미측 B-52H 전략폭격기, F-16 전투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23.4.14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외국 정상들·장관 앞다퉈 베이징행…'한국 소외'
시진핑의 집권 3기에 들어서면서 시 주석의 잇단 외국 순방과 함께, 각국 정상들이 앞다퉈 베이징을 베이징을 찾아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보아오포럼 참석차 방중했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안와르 말레이시아 총리와 연쇄 회담을 했다. 지난 6∼7일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방문했다. 12∼15일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국빈 방문했다. 외교장관급의 행사는 세기도 어렵다.
심지어 지난 1일에는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베이징을 찾았다. 그 전날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규제를 강화해 '불편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미국에 딱 붙어 있으면서도 국익을 챙기고자 "최대 전략적 도전"(2023 일본 외교청서)인 중국을 찾아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눈치만 바라보는 윤 대통령과 현 외교·안보 보좌진들로서는 구사하기 힘든 외교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중국은 한국에 꽤 거칠어졌고 때로는 존재를 아예 외면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중국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방문했다. 2023 0412 [중국CCTV 캡처] 연합뉴스
시 주석은 12일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기지를 방문했다. 2012년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중국 내 한국계 기업을 방문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기업 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한중 간의 우의'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국의 과도한 대미, 대일 밀착으로 현재 한중관계가 전면 중단 상태에 있지만 경제협력은 이어나가자는 뜻과 함께,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에 한국이 거리를 뒀으면 하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위야 어쨌든 시 주석이 먼저 손을 내민 모양새를 취했다. 손을 맞잡을지는 윤 대통령에 달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미·일 일변도 외교의 속도를 줄이고 중국과의 소통 재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르포] "참사 기억하자" 녹슨 세월호·팽목항서 다시 노란 물결
[ 광주=뉴시스 | 이영주 김혜인 기자 leeyj2578@newsis.com, hyein0342@newsis.com ] 2023. 4. 16. 15:26
세월호 참사 9주기 전국 각지서 추모 발길 이어져
목포 신항 선체 앞 꽃송이·노란 리본 다는 추모객
맹골수도 바라보는 팽목항서도 답답함·한숨 여전
"안전 시스템 정비·진상 규명으로 슬픔 승화해야"
[목포=뉴시스]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 내 세월호 거치 장소 앞에서 한 아이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뜻이 담긴 노란 리본 스티커를 철망에 붙이고 있다. 2023.04.16.hyein0342@newsis.com
"안타까운 참사를 막기 위해서 세월호가 남긴 교훈을 잊어선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오후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시 목포 신항만엔 또다시 노란 추모 물결이 일었다.
항만 입구에서부터 선체까지 향하는 300여m길목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추모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길이 146m, 폭 22m 커다란 세월호를 눈 앞에서 마주하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9년이 흘러 벌겋게 녹이 슨 세월호 앞엔 샛노란 프리지아 꽃송이가 놓여있었다.
철조망엔 건 지 얼마 안 된 듯한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나부꼈다.
한 중년 여성은 "젊은 청춘들이 꽃도 못 피고 안타까워서 어쩌나"라면서 탄식했다.
가족·지인 단위로 삼삼오오 모인 추모객들은 노란 옷을 입고 오거나 옷에 추모 배지를 달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한 아이는 챙겨온 노란 리본 스티커를 철조망에 조심스레 붙였다. 또다른 추모객은 노란 리본 고리를 단 뒤 손을 모으고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했다.
리본엔 '친구들아 좋은 곳으로 가서 푹 쉬어, 잊지 않을게', '기억하겠습니다. 안전 사회 건설'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한 부모는 어린 자녀에게 "네가 태어나기 전에, 어른들이 잘못해서 형·누나들이 배 안에서 하늘나라로 갔어"라고 설명했다. 자녀는 얼굴을 찡그린 채 슬그머니 아빠의 손을 잡으면서 "형·누나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라고 말했다.
[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시민이 참사 해역을 바라보고 있다. 2023.04.16. leeyj2578@newsis.com
같은 시각 참사 희생자와 가족 사이 마지막 이별 장소였던 진도군 팽목항에서도 처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방파제에서 추모객들을 가장 먼저 맞는 대형 노란 리본 조형물은 흐르는 세월동안 곳곳의 도색이 벗겨지고 녹이 슬었다.
참사 해역인 진도군 동거차도 맹골수도 방향으로 줄줄이 늘어선 노란 리본들도 끝 단이 헤지고 빛이 바랜 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다만 9년째 방파제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노란 깃발에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긴 검정 글씨가 여전히 선명했다.
추모객들은 팽목항의 부름에 화답하는 듯 저마다 노란 옷을 입고 오거나 노란 꽃을 들고 왔다.
부모의 손을 꼭 잡고 팽목항 방파제를 걷던 한 아이는 주머니에서 노란 천 조각을 꺼내더니 늘어선 노란 리본 곁으로 다가갔다.
고사리 손에 쥐어진 노란 천 조각은 여러차례 서툰 매듭 끝에 어느새 어엿한 리본이 됐다.
상복처럼 검정 옷을 차려 입은 한 추모객은 맹골수도 방향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이내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추모객이 몰아쉰 깊은 한숨 소리는 깃발이 바닷바람에 나부껴 펄럭이는 소리에 묻혔다.
[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리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3.04.16. leeyj2578@newsis.com
방파제 끝 빨간 등대 앞에는 추모객들이 두고 간 하얗고 노란 꽃들이 쌓여있었다.
이날 팽목항을 5년 만에 찾은 채모(45·여)씨는 마당에서 심어 기르던 황매화를 잘라다 등대 앞에 헌화했다.
'오는 동안 꽃이 시들면 어쩌나' 걱정했던 그는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꽃을 바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채씨는 "5년 만에 찾는 팽목항이라 미안한 마음에 꽃을 가지고 왔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약속을 저버린 것 같아 몹시 불편했다"며 "슬픔을 달래려고 찾아온 팽목항에서 슬픔을 얻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9년 동안 슬픔을 승화시킬 수 없었던 것은 미흡한 진상규명과 답답한 후속절차 때문이 아닐까"라며 "팽목항을 찾는 모두가 슬픔을 풀고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채씨의 당부처럼 시민들은 참사 9주기가 되도록 진척되지 않은 참사 원인 규명에 다시한번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민 김단홍(45·여)씨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침몰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며 "국가 참사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중배(57)씨도 "청춘들이 억울하게 죽은 지 9년이 흘렀지만 침몰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까지 제대로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여·야가 힘을 합쳐 원인규명·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가 정쟁·조롱의 대상이 되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목포신항에 세월호 추모 공간을 만든 송정미(56·여)씨는 "국가는 세월호가 국가적인 참사인 만큼 여야 대립, 차별·왜곡 대상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희생자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 지원 등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노란 리본과 종이 매달려 있다. 2023.04.16. leeyj2578@newsis.com
세월호 선체 앞에서 기억식 진행
“진실 규명·책임자 처벌” 다짐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추모객들이 묶어놓은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세월호 선체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국가의 책임을 지적하며 끝까지 진실 규명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시민단체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는 이날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을 진행했다. 이날 기억식에는 100여명의 추모객이 참석해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목포혜인여고 3학년 이윤하 양은 “당시 10살의 어린 아이였던 저는 이제 단원고 언니 오빠들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됐다”며 “더 아름답게 만개했을 4월의 봄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시는 이러한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서로를 지키자. 사랑하고 그리워하자”며 “노란 리본처럼 우리 가슴에 영원히 새겨질 아름다운 영혼들의 평안한 영면을 빈다”고 말했다. 이 양의 추모사에 추모객들은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주최 측도 선언문을 통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이들은 “사고가 난 그날, 그 시간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그날 국가는 없었다. 침몰한 것은 세월호가 아니라 국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진실 규명과 안전 사회를 위한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침몰한 것은 국가”…‘세월호 9주기’ 추모행사서 터진 눈물
[ 헤럴드경제 |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 2023. 4. 16. 14:07
찢기고 녹슨 '9살 노란 리본'…"잊지 않겠다" 팽목항의 그날
[ 중앙일보 | 진도·목포=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 2023. 4. 16. 08:00
“올해 팽목항은 조금 차분해진 분위기네요. 여전히 잊지 않기 위해 찾았습니다.”
경남 진주에 사는 신희원(29)씨는 15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현 진도항)을 찾았다. 그는 올해로 네 번째 팽목항을 방문했다. 신씨는 진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광역시까지,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팽목항까지 왔다고 한다. 그는 “10주기 전에 꼭 오고 싶었다. 늘 함께 응원하는 사람 많으니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16일로 9주기를 맞는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전체 탑승자 476명)이 사망·실종됐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둔 지난 14일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추모객이 고개 숙여 기도하며 희생자 넋을 기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녹슬고 찢기고…세월의 흔적
이날 노란 리본이 그려진 빨간 등대가 지키고 있는 팽목항 방파제에는 세월호 추모를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방파제에 설치된 리본 조형물은 녹이 슬었고, 샛노랬던 리본은 색이 바래고 찢어진 상태였다. 어린 자녀와 찾은 정찬영(45)씨는 “아빠가 돼 보니 유족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됐다. 뉴스로만 보던 팽목항을 직접 찾으니 눈물이 났다”고 했다.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에도 추모 발길이 잇따랐다. 서울에서 온 박혜숙(59·여)씨는 미수습자 5명의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박씨는 “같은 ‘엄마’로서 아직도 바닷속에서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의 사진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며 “지금이라도 가족 품에 안길 수 있도록 기도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둔 지난 14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 방파제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희생자 가족들, 사고해역 찾아
세월호 유족들은 ‘선상 추모식’을 위해 16일 오전 7시쯤 해경이 준비한 경비함정을 타고 참사 해역을 찾는다. 뱃길로만 3시간을 달려 ‘세월’이라고 적힌 노란 부포가 떠 있는 침몰 지점으로 향한다. 묵념한 뒤 희생자 넋을 기리는 마음을 담은 국화를 바다에 던진다.
지난 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열린 선상추모식에서 유가족 등 세월호 관계자들이 침몰 지점에 국화를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추모 행사
이날 오전 10시 목포신항에서는 ‘참사 9주기 기억식’이 열린다. 희생자를 위로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자리다. 오후 1시에는 팽목항 일대에서 ‘팽목기억문화제’가 열린다. 문화제 행사에서는 세월호 방파제에 위치한 ‘기억의 벽’ 중앙에 설치된 석판에 희생자 304명 이름 가운데 초성을 새긴다. 이름 석 자가 아닌 초성을 새기는 것에는 ‘우리가 모두 304명일 수도 있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음+모음+자음'으로 구성되는 국어의 음절 가운데 초성은 음절 첫소리인 자음을 가리킨다.
경기도는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맞춰 이날 오후 4시 16분부터 1분간 안산시 단원구청 일대에서 추모 경보 사이렌을 울린다. 도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1주일간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에 수원 광교청사와 의정부 북부청사, 수원 팔달구 옛 도청사 등 4곳 국기게양대에 세월호 추모기를 게양하고 있다. 세월호기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둔 지난 14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 방파제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국민해양안전관 10월 개관
팽목항에서 500여m 떨어진 진도군 임회면 남동리 일원에 국민해양안전관이 오는 10월 개관한다. 안전관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해양안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다. 해양안전체험시설과 유스호스텔, 해양안전정원(추모공원), 추모 조형물 등이 들어선다.
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자리다. 오후 1시에는 팽목항 일대에서 ‘팽목기억문화제’가 열린다. 문화제 행사에서는 세월호 방파제에 위치한 ‘기억의 벽’ 중앙에 설치된 석판에 희생자 304명 이름 가운데 초성을 새긴다. 이름 석 자가 아닌 초성을 새기는 것에는 ‘우리가 모두 304명일 수도 있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음+모음+자음'으로 구성되는 국어의 음절 가운데 초성은 음절 첫소리인 자음을 가리킨다.
경기도는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맞춰 이날 오후 4시 16분부터 1분간 안산시 단원구청 일대에서 추모 경보 사이렌을 울린다. 도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1주일간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에 수원 광교청사와 의정부 북부청사, 수원 팔달구 옛 도청사 등 4곳 국기게양대에 세월호 추모기를 게양하고 있다. 세월호기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둔 지난 14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 방파제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국민해양안전관 10월 개관
팽목항에서 500여m 떨어진 진도군 임회면 남동리 일원에 국민해양안전관이 오는 10월 개관한다. 안전관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해양안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다. 해양안전체험시설과 유스호스텔, 해양안전정원(추모공원), 추모 조형물 등이 들어선다.
▷ [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 – [LIVE] MBC 중계방송 2023년 04월 15일 - YouTube ]
▷ [ [LIVE] 세월호 9주기, 국민을 지킬 국가의 책무를 되새깁니다 - YouTube ]
▷[ 2023.04.15. (생중계)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4월 전국집중촛불 |
4.19혁명 63주년! 미완의 혁명! 촛불로 완성하자! - YouTube ]
▷ [ 촛불대행진_주권침해 미국사죄! 주권포기 윤석열퇴진! 4월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
▷ [‘검사스러운’ 굴욕 외교 [아침햇발] - 한겨레 ]
▷ [ “尹정부 굴욕적 친일외교” 들불처럼 번지는 분노 - 국제신문 ]
▷ [ [환경새뜸] “윤석열에 경고한다... 기후악당 정부 멈춰!”... 414기후정의파업 현장 - YouTube ]
▷ [ 촛불대행진_주권침해 미국사죄! 주권포기 윤석열퇴진! 4월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 YouTube ]
첫댓글
세월호 참사 9주기… 與 “더 안전한 대한민국” 野 “각자도생 사회 회귀”
https://v.daum.net/v/20230416184201091
4월 16일 떠난 딸과 그 제자들... 아버지가 하나하나 외친 이름
https://v.daum.net/v/20230416164805940
[현장영상+]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단원고 희생자 유족들 참석
https://v.daum.net/v/20230416151616089
https://tv.kakao.com/v/437313986
PLAY
"악의적 도청 없다? 세계사 남을 망언"…민주, 美도청 의혹 맹공
https://v.daum.net/v/20230416172205809
TK지지율 14%P 빠진 與… ‘전대 돈봉투’ 수렁 빠진 野
https://v.daum.net/v/20230416184203092
"총선 전망? 2016년 박근혜 대통령 때보다 더 나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직격 인터뷰 [시사스페셜]
https://v.daum.net/v/20230416170113301
https://tv.kakao.com/v/437316264
PLAY
대한미국 국격이. 대단하다
사람들이. 현대사와 .세월호. 도청. 군사주권. 선거제도 .이모든것을
보고도 민주정부니 .더 안전한 대한미국을 꿈꾸는 그들의
정신세계가 경의 롭다 못한 블랙 코미디
더욱안전한 대한미국을 꿈꾸는 대한미국신민 여러분
꿈은 그만 꾸세요.
수만 명이 윤석열의 친미·친일 외교를 규탄하다
https://wspaper.org/article/29273
[전국축제자랑] 응답하라 1960·· 4··19혁명국민문화제 다양한 행사
https://v.daum.net/v/20230403102027450
강북 주민들, 남녀노소 한마음으로 ‘4·19혁명 정신’ 높이 세우다
https://v.daum.net/v/20230406144302844
쓰러지실듯 온몸으로 절규한 4월혁명 할아버지 "대가리 텅텅 빈 놈 땜에 창피스러워 살 수가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rbAz6NkEFto
PLAY
그져 글을 올렸다 하면
정치. 정치.
ㅉㅉㅉ.
국힘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그밥에 그나물인것을
그나마 좀 깨인 인물이 민주당에 한두명 있는것같은데 그 양반은 오늘 내일 하는듯...
어쩔고...
정치든 종교든 전부 쓰레기인데...
모르면 이제 그만 해도 될듯
알면 그동안 충분히 했으니 그만 해도 될듯
...
을지문덕장군의 시가 생각납니다.
그시가
<...이제 만족함을 알면 돌아감이 어떨까?.>
...
선거철만 민주주의 외치는 개잡늠들도 많지요.
불교 신도들도 못 참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