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눈치 9단 -
文霞 鄭永仁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 고 했다. 우리말에 ‘눈치코치가 없다’는 말도 있다.
나는 눈치가 빠른 편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눈치를 보면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둘째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렇다고 계모로부터 눈치꾸러기로 자랐다는 것은 아니다. 나의 둘째어머니는 석녀(石女)라서 우리 어머니가 되었다. 아버지의 재혼 조건이 아이를 못 낳는 석녀를 원했다. 우리 형제는 육남매였고 나와 동생은 어렸었다. 둘째어머니는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나와 동생을 사랑과 희생으로 키우셨다. 그렇지만 남의 어머니라는 문제가 가끔 집안의 갈등을 불러왔고 나는 눈치를 보면 성장하였다. 물론 성격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 세상은 눈치 전쟁이다. 어찌 보면 눈치는 필요악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은 눈치가 없어서 이번 국회의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중국의 눈치를 보며 국가를 유지하여 갔다. 하물며 세자를 옹립하려고 해도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외교술이라고 하지만 늘 우리는 지금까지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외교란 국가 이익을 위한 눈치 전쟁이다.
조선시대 일본의 사신으로 간 사절단이 풍신수길의 눈치를 다르게 전달하여 결국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을 유발하여 국가의 존망이 흔들렸다.
대통령은 국민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장관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스튜어데스는 여객의 눈치는 살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눈치 때문에 이즘 사달이 나고 있다. 문제는 비굴한 눈치를 보기 때문에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장관은 대통령의 눈치를 소신 없이 보기 때문에, 찍소리 못했기 때문에 결국 식물정권이 되 가고 있다. 부하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졸병은 상급자의 눈치를 보아야 편할 때가 있다. 결국 눈치 9단은 간신을 만들게 된다.
요즘 퇴임한 남자들은 아내의 눈치를 보게 된다. 젖은 낙엽족이니 황혼이혼이나 침대이혼, 수면이혼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아내의 눈치를 안 볼래야 안볼 수 없다. 하기야 눈치 없이 굴다가 밥 한 끼 얻어먹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은퇴한 남자들이 배워야 할 세 가지 법이 있다. 3·3·3법이다. 남자도 세 가지 밥을 지을 수 있어야 하고, 세 가지 국을 끓일 줄 알아야 하고, 세 가지 반찬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당연히 혼자 살려면 3·3·3법을 습득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눈치꾸러기가 되라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눈치를 볼 때는 보아야 한다. 작금의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사이에서 이 눈치 저 눈치 줄다리기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다가 실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면 여간 까칠한 주문이 쇄도할 것임은 틀림없다.
신냉전 시대에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경제적 이유로 이 눈치 저 눈치보다 어정쩡하게 명분도 사라지고 있다. 국가 나름대로의 원칙과 가치관을 세워 국제적으로 처신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처럼 엉거주춤한 눈치를 보다가는 게도 구멍도 다 잃을 수가 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일원으로 눈치를 때우려고 한다면 세계 10위 경제국, 6위 군사 강국이라 하더라도 그냥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하여간에 눈치코치 없는 것도 문제지만 눈치를 너무 보아 실기를 놓칠 수가 있다.
오늘도 나는 아내의 눈치를 본다. 혹시 어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나 하고……. 부모 눈치 보기, 아내 눈치 보기, 자식 눈치 보기? 나는 눈치꾸러기인가?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