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회 서장(간화선 특강) 제3강 - 1부(2012. 10. 29.)

[원광대은]

부산연합회 서장(간화선 특강)

제3강 - 1부(2012. 10. 29.)

答 曾侍郎 天遊 (二)

  증 시랑에게 답하는 그 두 번째 편지, 19쪽 밑에서 세 째 줄 할 차례입니다. 저는 서장을 저는 볼 때마다 한 권의 책속에 이렇게 다양한 내용들이, 그것도 최고의 안목으로 표현하는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참 뛰어난 선지식의 말씀이다. 하는 것을 느낍니다. 글도 그렇게 오래된, 인류역사에서 볼 때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고, 지금부터 한 900년에서 1000전 이야기니까요. 송나라 때 스님이니까 그동안 인류 역사도 많이 흘렀고, 또 인류사에 있어서 축적된 지식도 상당히 많고요. 그런 상황에서 대혜스님 이라고 하는 아주 걸출한 선지식이 등장을 했고, 또 대혜스님에게서 편지를 주고받는 당시 사대부들은 그 수준이 당대에 아주 최고 지성인들이었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무슨 벼슬을 그렇게 높이 했다고 해서가 아니라, 당시벼슬이 높은 사람은 당연히 과거에 급제하고 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도 다 상당한 수준에 이른 사람이라야 벼슬을 할 수 있습니다. 대개 과거에 급제는 기본이고요. 그래서 그런 이들로서 또 부귀공명을 다 갖추고, 거기에서 또 한 생각 돌이켜서 이 생사대사에 대한 그런 관심, 불법 중에서 깨달음을 성취하고자 하는 그런 관심이 더해진 그런 지성인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해서 교화한다고 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시골에서 농사짓는 이들만 상대하면 그 절 주지스님도 농사일 비슷하게, 옛날에 강원에 다니고 학교 다닐 때는 상당하게 뭔가 공부했는데 어쩌다가 시골 주지를 하면 농사일하고 수준이 비슷해져요.

  그와 같이 이 대혜스님은 당대에 최고 지성인들하고 상대하다니까, 당신의 그 깨달음이라든지 당신의 지식이 그들을 충분히 리더 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어떤 지식적으로나 또는 깨달음이라하면 그렇게 갖춘 분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들과 주고받은 이 편지가 보통 수준의 편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서장을 보면 경학 상의 문제나 또 어록상의 문제나 불법에 대한 어떤 지견으로서는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그런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하는 것을 느낍니다.

近至江西하야 見呂居仁호니 居仁이 留心此段因緣이 甚久호대

亦深有此病이라 渠豈不是聰明이리오만은 某嘗問之曰하되

公이 怕落空하니 能知怕者는 是空耶아 是不空耶아 試道看하라

渠佇思하야 欲計較祗對어늘 當時에 便與一喝호니

至今茫然하야 討巴鼻不著이로다

此皆以求悟證之心이 在前頓放하야 自作障難이요 非干別事니라

公은 試如此做工夫하야 日久月深하면 自然築著磕著이어니와

若欲將心待悟하며 將心待休歇인댄 從脚下參하야

到彌勒下生이라도 亦不能得悟하며 亦不能得休歇하고

轉加迷悶耳이니라

  近至江西(근지강서)하야 見呂居仁(견여거인)호니, 그랬습니다.

근래에 강서라는 데에 갔었는데, 呂居仁이라는 사람을 보았다. 여거인이라는 사람이 서장에 제일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뛰어난 문인이기도 하거니와 또 그 소견이 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선불교에 대한 열정은 아주 넘쳐나는데, 자기 나름의 어떤 편협한 고집이 있어가지고 그랬을 때, 이 사람을 교화하는 그런 어떤 주변의 인연들 사이에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도 여거인하고는 관계없는데, 여거인을 만났던 이야기를 대혜스님이 하고 있습니다.

  居仁(거인)이 留心此段因緣(유심차단인연)이 甚久(심구)호대,

여거인이라는 사람이 마음을 이 인연을, 본분 사. 마음을 깨닫고자하는ㆍ도를 통하고자하는 이 인연. 이 인연에 마음을 머문 지가 매우 오래됐다.   

그런데

亦深有此病(역심유차병)이라. 또한 깊이 이 병이 있었다. 그랬습니다.

이 병은 뭡니까? 앞에서(2-4) 지적한 말하자면 공에 떨어지지 않았는가? 라고 염려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보면, 마치 배가 넘어지기도 전에 먼저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그런 상황. 또는 사량계교로써 窟宅을 삼는다. 마음속에 이리저리 사량계교하고 사량 분별하고 이해로써 꿰어 맞추려고 하는 정말 초 상식적인, 또 의식을 초월한 그런 직관의 경계. 깨달음의 경계를 사량 분별로써 꿰어 맞추려고 하는 그런 병. 참선 할 때는 그것이 제일 병이거든요. 또 당시 사대부들은 지식이 출중하기 때문에 대개 그런 데에 얽매어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데에 떨어져서 그것으로써 자기들의 공부의 살림살이로 삼는 것. 여거인이라는 사람도 역시 그러한 병이 있더라. 화두 드는 사람은 그런 지식ㆍ사량 분별, 제일 병이고 그것부터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이지요.

  渠豈不是聰明(거개불시총명)이리오만은,

그 사람이 어찌 총명하지 않으리오만은,

某嘗問之曰(모상문지왈), 내가 항상 그에게 물어 말하되

公이 怕落空(파락공)하니, 공에 떨어진 것을 두려워하니, 그러니까 사량 분별이 살림살이로, 이것 잘 들어야 됩니다. 우리가 사고하고 사량 분별하는 이것 상당히, 인공위성도 만들어 내고 컴퓨터도 만들어 내고 나로 호도 만들어 내는 그런 어떤 능력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그런 능력가지고, 그런 사고의 능력가지고 道마저도 그것으로써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깨달음의 차원은 그 차원하고는 다릅니다. 아무리 나로 호를 만들고 인공위성을 하늘에 띄우고 저기 화성이라고 하는 별 나라에까지 뭐 보내고, 온갖 무슨 과학이 설사 발달했다 하더라도 우리 道. 도라고 하는 차원은 그것 하고는 다르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큰소리 칠 수 있는 겁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그런 능력 하나도 없어도 큰소리 칠 수 있는 것이 이것은 의식을 초월한 경계와 의식 속에서의 어떤 경계와 그 차이입니다. 그 차이기 때문에 이것은 영원히 큰소리 칠 수 있는 겁니다. 비록 우리는 아직 그런 의식을 초월한 그런 도의 경지에 있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아무튼 우리는 살림살이가 그것이니까요. 거기에 목숨을 걸고 산다. 라고 우리가 생각한다면 충분히 큰소리 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은 사량과 의식이 배제 되지 않으니까 혹 텅 빈 공의 도리가 아닐까? 공에 떨어진 것. 무기 공속에 떨어진 것이 아닐까? 라는 그런 염려를 하는 겁니다. 생각도 없고 사량 분별도 없고, 이것도 저것도 분별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는 그런 것이라면, 이것 틀림없이 멍청한 공의 그런 정신 상태에 떨어진 것이 아닐까? 지식이 많은 사람들은 대개 그것을 염려합니다. 그 말입니다.

怕落空 = 공에 떨어진 것을 두려워하니,

  여기 대혜스님 말입니다.

能知怕者(능지파자)는 是空耶(시공야)아? 능히 공을 두려워하는가?

是不空耶(시불공야)아? 두려워하는 줄 아는가?  ‘공에 떨어졌는가?’ 라고 두려워한다는데 그 두려운 생각을 아는 사람은 이것이 공하냐? 아니냐? 이겁니다. 당신처럼, 아무 의식이 없는 초 의식적, 의식을 초월한 그런 경계라고 하자. 깨달음의 경계다. 그런데 이 공하고는 도대체 어떻게 되느냐? 공이라고 공에 떨어졌을까 염려한다니, 공에 떨어진 것을 염려하는 그것은 과연 공하냐? 공하지 않느냐? 하는 그런 말입니다.

是空耶아? 是不空耶아?

  여기에서 제가 한 마디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근래에 남방불교, 근본불교지요? 근본불교가 상당히 공부를 많이 우리가 하게 됩니다. 확실히 근본불교 강의도 많이 읽어지고 운동도 많이 하고, 또 근본불교에서 가르치는 위빠사나 라든지 이런 것들도 사실은 상당히 휩쓸고 있습니다 사실은. 선방에서도 열 명중에 한 두 사람은 위빠사나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간화선 하는 선방에서도 그럴 정도로 상당히 세력이 확장 됐는데요. 그 이쪽 불교는 특징이 무아를 주장해요. 無我.

無我를 주장합니다. 그래서 49재 같은 것도 지낼 필요 없다.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래 남방에서 공부한 어떤 스님을 큰스님이라고 해가지고 마침 어느 절에 49재가 들어와 가지고 법문 좀 해달라고 법상에 올려놨더니, 그 자리에서 “49재 지낼 필요 없다.”  라고 49재 법문을 하면서  “49재 지낼 필요가 없다.”  라고 그런 법문을 했어요. 그래가지고 그 이야기가 제 귀에까지 들려와가지고 한참 이야기가 됐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부산 거사림에서 남방불교를 공부해온 어떤 이름 있는 교수님인데, 그 분을 초청해서 법문을 열었는데 無我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겁니다. 철두철미하게  “나”  라고 하는 것은 없는 것이 불교의 근본종지다. 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無我가 근본종지다. 이렇게 하는 겁니다. 그럼 그동안 대승불교 권에서, 말하자면  “영혼도 있다ㆍ주인공도 있다ㆍ참 사람도 있다ㆍ참 내가있다ㆍ참 생명이 있다.”  이것을 가지고 불교의 근본취지로 생각하고 살았는데, 아니, 無我만 가지고 이야기하고 아무것도 없다고 자꾸 그렇게 해서, 이것이 어떻게 된 심판이냐고 그 법문하는 녹음테이프를 저한테 들고 왔어요. 저한테 들고 와서 이렇게 했는데, 이것이 우리 그동안 공부한 것을 전부 흔들리게 됐다. 이런 건의를 거사림에서 와서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 거기에 딱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바로 이점입니다.

 “無我를 주장하는 사람은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無我를 주장하는 그 당체. 물론 손에 잡은 듯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듯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승불교에서 있다고 하고, 선불교에서 있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그런 수준으로 있다고 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런데 無我를 주장하는ㆍ내가 없다고 주장하는 그 사람은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여기처럼 是空耶아? 是不空耶아? 바로 그 점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말하자면 선불교에서나 대승불교에서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眞空妙有(진공묘유)그러잖아요. 이야기할 때 으레 眞空妙有라고 그러잖아요.

  참으로 공한 입장에서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있는 소식이잖아요.

妙有 = 기가 막히게 있다 이겁니다. 그 기가 막히게 있다는 것이 없는 듯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사실 알고 보면 이 우주를 꽉 채우고 있는 겁니다.

이것이 妙有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마저도 부정하는 것이 무아사상입니다. 참 위험천만한 겁니다. 대승불교에서나 선불교에서 보면 참 위험천만한 겁니다. 그래서 사람이 공에 떨어진 것을 두려워한다 하는 그 두려워할 줄 아는 그 사람은 이것이 텅 비어서 없는 것. 공한 것이냐? 아니면 공하지 않은 것이냐? 라고 질문한 것이, 이것이 아주 아무튼 제가 예를 든 그 일하고, 無我를 주장하는 불교에서의 이야기하고 딱 맞아 떨어지는 겁니다. 이것이 너무나도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無我ㆍ無我하는데, 내가 없다ㆍ내가 없다하는데, 내가 없다고 주장하는 그 사람은 지금 공한 것이냐?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이 말입니다. 사실은 그 한 마디면 간단해요.

試道看(시도간)하라.  “시험해서 한 번 일러보라.” 그랬더니

渠佇思(거저사)하야, 그 사람이 생각을 멈춰가지고 곰곰이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欲計較祗對(욕계교지대)어늘, 계교해서 공연히 대하고자 하거늘, 이래저래 또 궁리하는 겁니다. 그 나름대로 궁리해가지고 대답하려고 하는데

當時(당시)에 便與一喝(변여일할)호니, “할”하고 그냥 한 마디, 보니까 머릿속에서 막~~ 머리를 굴려가면서 별별 지식을 다 짜내가지고 대답하려고 막 하고 있는데, 대혜스님께서 사정없이 할을 한 번 했다 이겁니다.

할호니 至今茫然(지금망연)하야, 지금에 이르도록, 이때 지금이라 할 때, 이 至자 안 쓰지요? 다만 只(지)자 쓰지요. 지금에 이르도록 茫然하다.

아직까지도 망연해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심판이냐 이겁니다.

  討巴鼻不着(토파비불착)이로다. 巴鼻 = 근본입니다. 근거.

근본을 찾을 례야 찾지 못하겠다. 이것이 없으면서 있는 것이고, 있으면서 없는 그 자리니까요. 사실은 이것이 다 틀린 소리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런 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 되는 겁니다.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는 그 자리. 그것이 우리의 주인공이고 참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찌 의식 사량으로 근거를 잡을려니까 잡을 수가 있나요? 討巴鼻不着이라.

근거를 잡을 례야 잡을 수가 없다. 이거라고 딱 내놓을 수가 없는 그런 입장이기도한 것입니다.

  此蓋以求悟證之心(차개이구오증지심)이

在前頓放(재전돈방)하야, 이것은 대개 悟證之心이, 깨달아 증득하고자하는 그 마음. 깨달아 증득하고자하는 그 마음이 在前頓放하야, 앞에 딱 놓여 있다 이 말입니다 = 在前頓放. 특히  “깨달음ㆍ깨달음”  하니까 깨닫고자 하는 그 마음을 놓아야 비로소 깨달음에 이를 텐데, 이것이 참, 어떻게 보면 지극히 모순이지요. 왜냐? 아니, 깨달으려고 공부하는데 깨닫고자하는 마음을 놓아야 된다고 하니, 세상사에는 그 말이 안 통하거든요. 그런데 이 물건 증에 의한 그 말이라야 통하는 겁니다. 깨닫고자하면서도, 깨닫고자하는 마음을 없애야 깨달음이 가까이 온다. 세상에는 그런 말없습니다.

  돈을 벌려고 하는데  “돈을 놓아라.”  이것이 말이 됩니까?

악착같이 돈을 붙들어야 됩니다.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저~~ 기 높은 벼랑에 올라가서 두 손을 가지에 붙들고 매달려있으라. 그 다음에 한 손 놓아라ㆍ한 손 놓아라. 마저 한 손 놓아라.”  이렇게 가르쳤거든요. 그런데 세속 사람은 마저 한 손 놓을 줄 모르는 겁니다. 하나만 놓아도 이것이 내 재산이 반이 나가는데. 마저 놓으면 다 나가는 겁니다.

돈을 붙들기를 그렇게 붙들지 않습니까? 벼랑에서 대나무 가지에 매달려있듯이 그렇게 붙들고 있는 겁니다. 얼마나 힘들게 붙들어야 되겠습니까? 그것이 세속논리입니다. 그런데 우리불교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놓아야 됩니다. 두 손 다 놓아버려 깨달음이 왔다.

이것이 悟證之心이 在前頓放. 깨닫고자하는 마음이 앞에 탁 놓여 져있다. 그 말입니다. 해서

  自作障難(자작장난)이요, 스스로 장난을 짓는 것이요,

非干別事(비간별사)니라. 걸리지 않는다. 걸리되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간섭되는 것이 아니다. 딴 문제가 아니다 이 말입니다. 딴 문제가 아니다.

公은 試如此做工夫(시여차주공부)하야,

그대는 시험 삼아 이와 같이 공부를 지어서

日久月深(일구월심)하면,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 질것 같으면

自然(자연)히 築着磕着(축착개착)이어니와, 흔히 축착합착이라고 읽어요. 익숙한 강원의 읽는 방법이 축착합착이라고 그렇게 배웠습니다. 이것은 상관없습니다. 築着이라고 하는 것은 섬돌. 예를 들어서, 요즘 기술자들은 축대를 옛날같이 아주 참~~ 잘 쌓더라고요. 아주 제대로 쌓는 사람들은 하루에 돌 한 개를 갖다놔도 딱~~ 선이 맞도록 그렇게 착착 제 자리에 쌓는 것. 磕着은 뭐냐? 섬돌 磕자지요. 맷돌, 맷돌이 밑에 맷돌하고 위에 맷돌하고 딱 맞잖아요. 그것이 안 맞으면 갈수가 없잖습니까? 콩이든 뭐든 팥이든 간에 갈수가 없는 겁니다. 그와 같이 착착 맞아 떨어질 것이다. 깨닫는 문제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는 것입니다.

  若欲將心待悟(약욕장심대오)하며, 만약,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약 마음을 가져서 깨닫기를 기다리지 않습니까?

將心待休歇(장심대휴헐)인댄, 마음을 가져서 休歇. 쉬기를 기다릴진댄, 이 쉰다고 하는 것도 뭡니까? 정말 한 생각 툭 터져야 그것이 쉬지, 그러기 전에는 쉴 수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화두를 들고 쪼아 부쳐야 됩니다.

화두를 들고 쪼아 부치는 것이 쉬게 되려면 그냥 쉬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툭 터져야 쉬는데 將心待休歇이라. 마음을 가져서 쉬기를 기다리면,  ‘야~ 쉬어야 되는데ㆍ쉬어야 되는데,’ 그렇게 한다면

  從脚下參(종각하참)하야,

脚下로부터 참구해서 =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참구해서,

到彌勒下生(도미륵하생)이라도, 미륵 하생할 때 이를지라도

亦不能得悟(역불득대오)이며, 또한 능히 깨달음을 얻지 못하니

亦不能得休歇(역불능득휴헐)하고, 또한 쉼을 얻지 못하고

轉加迷悶耳(전가미민이)이니라. 더욱 迷悶한. 답답함만 더할 뿐이다ㆍ답답함만 더할 뿐이다. 화두를 들고 고심해본 사람들은 이런 말들이 아주 쑥~~ 쏟아져요. 가문 밭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이 쑥쑥 잘 들어갑니다.

  제가 강원 졸업하고, 전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서장하고 선요하고 임제록하고 세 권만 딱 걸망에 넣고 딴 책은 다 나눠 줘버리고 올라가서 간혹 방선 시간에, 또 아침 먹고 또는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잠깐 씩 한 2ㆍ30분 씩 짬이 나잖아요. 그 때 이 서장을, 저~ 기 방물함 있는데 가서 서장을 얼른 꺼내가지고 이것만 한 구절 착~ 읽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좌선 시간에는 열심히 화두하고 씨름하다가 방선 시간에 잠깐 이것 한ㆍ두 구절 읽는 겁니다. 길게 읽을 필요도 없고, 모르는 글자는 그냥 넘어가고 아는 글자만 해도 충분히 되니까요. 잠깐 짬을 내가지고 한ㆍ두 구절 읽으면 참~~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정진이 훨씬 더 잘되는 겁니다.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平田和尙이 曰 神光이 不昧하야 萬古徽猷니 入此門來인댄

莫存知解라하며, 又古德이 曰 此事는 不可以有心求며

不可以無心得이며 不可以語言造며 不可以寂黙通이라하니

此是第一等入泥入水인 老婆說話어늘 往往에 參禪人이

只恁麽念過하고 殊不仔細看是甚道理오하나니

若是箇有筋骨底인댄 聊聞擧著하고 直下에 將金剛王寶劍하야

一截에 截斷此四路葛藤則生死路頭도 亦斷이며

凡聖路頭도 亦斷이며 計較思量도 亦斷이며

得失是非도 亦斷하야

當人의 脚跟下赤裸裸 淨灑灑하야 沒可把하리니 豈不快哉며

豈不暢哉아

  平田和尙이 曰(평전화상왈) 神光(신광)이 不昧(불매)하야

萬古徽猷(만고휘유)니 入此門來(입차문래)인댄 莫存知解(막존지해)

라하며, 큰절 앞에 들어가면 대개 이런 주련을 보지요.

신령스런 광명은 어둡지 아니해서 만고에 빛나고 있다.

入此門來에 莫存知解라. 이 문 안에 들어올진댄, 절 문에, 제대로 불문에 들어온다면 知解. 알음알이. 세속적인 알음알이ㆍ사량 분별. 그것 좀 두지 말라. 그것 좀 내려놓아라. 얼마나 근사한 말입니까? 이것이 평전화상의 말씀입니다. 이런 법문을 이 대혜스님은 워낙 아주 청문한 분으로써 경전도 널리 보고, 어록도 많이 보고요. 그리고 또 확철대오한 그런 입장에서 적절하게 말을 이끌어다가 이렇게 소개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어떤 경전 못지않은 그런 아주 우리에겐 참 선교육입니다. 그냥 불교를 이해하는데도 선교육이고, 간화선에는 더 말할 수없는 최고 지침서이고 그래요.

  又古德이 曰(우고덕왈), 또 어떤 고덕이 말씀했습니다.

古德 = 牛頭法融(우두법융) 선사입니다.

此事(차사)는 不可以有心求(불가이유심구)며

不可以無心得(불가이무심득)이며 不可以語言造(불가이어언조)며

不可以寂黙通(불가이적묵통)이라하니,

不可以有心求 = 마음이 있어가지고 뭔가 우리가 의식ㆍ사량ㆍ분별ㆍ계교하는 그런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이 있어서 구할 수도 없는 것이다.

不可以有心求니라. 그런 마음을 가지고 구할 수 없다. 그렇다고 無心은 되냐? 목석 같이 無心으로 얻는 것도 아니다. 무심으로 얻는 것도 아니다.

  또 不可以語言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득이해서 이 사바세계는 음성교체라. 음성의 교체다. 교화의 본체다 이 말입니다. 무슨 동작도 있고 고함도 있고 그것은 방망이도 있고 할 수가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음성, 언어가 그래도 제일 좋은 방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음성의 교체다 = 교화의 본체다 이런 말을 했는데,

그렇다고 도의 본질을  “언어다.”  이것이 음성이 다 표현할 수 있느냐?

천만에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순전히 가짜입니다.

語言로 지을 수도 없는 것이고, 寂黙通이니, 그럼 寂黙. 가만히 있으면 되느냐? 그것으로서도 통할 수가 없다. 적묵으로서도 통하지 못한다. 라고 했다.

  此是第一等入泥入水(차시제일등입니입수)인

老婆說話(노파설화)어늘, 이 이야기야말로 有心도ㆍ無心도ㆍ語言도ㆍ寂黙도 다 배제한 그 자리. 그리고는 뭔가 하나를 거기서 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야말로 = 此是. 이것이야말로, 이 가르침이야말로 제 일등 가는 친절한 말이다. 入泥入水라. 진흙에도 들어가고 물속에도 들어가는 老婆說話라. 아주 노파심절한 그런 이야기다. 그런데

往往(왕왕)에 參禪人(참선인)이 只恁麽念過(지임마념과)하고,

恁麽念過 라고 하는 말은 ‘아무렇게나 생각해버리고,’ 이 말입니다.

그냥 대충 넘겨버리고

  殊不子細看是甚道理(수불자세간시삼도리)오하나니,

자못 이것이 무슨 도리인가? 자세하게 보지를 않는다.  “자세하다.” 라고 할 때, 人변에 아들 子자 있는 글자로 쓰기도하고, 또 그냥 아들 子자 써도 자세하고요. 통용이기도 합니다. 자세하게  ‘이것이 무슨 도리인가?’

有心으로도ㆍ無心으로도ㆍ語言로도ㆍ寂黙으로도 안 된다는  ‘이것이 도대체 무슨 도리인가?’ 그것을 뛰어넘은 자리. 도대체 그것이 어디쯤인가? 이것을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는가?

  若是箇有筋骨底(약시개유근골저)인댄 ←약시개유근골전댄,

만약에 뼈 속에 힘줄이 있는, 힘줄이 있고 뼈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뜻입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聊聞擧着(료문거착)하고, 막 擧着함을 듣고,

不可以有心求ㆍ無心得ㆍ語言造ㆍ寂黙通이라고 하는 말을 막 듣자마자

直下(직하)에, 곧 바로

將金剛王寶劒(장금강왕보검)하야, 금강왕보검을 가져서,

金剛寶劍. 금강보검이 뭐겠습니까? 지혜의 칼날이지요? “금강보검”하면 언제나 지혜의 칼날입니다. 그야말로 최소한 한 소식한 그런 사량 분별을 초월한 입장에서의 어떤 지혜의 칼날. 그것을 가져서

  一截(일절)에, 한번 자름에

截斷此四路葛藤則(절단차사로갈등즉), 四路葛藤을 잘라버린즉,

四路葛藤 = 유심ㆍ무심ㆍ언어ㆍ적묵. 이것이 네 개의 길입니다. 이 네 개의 길을 딱 잘라버린다. 그것이 모두 갈등입니다. 얽히고설킨 겁니다.

갈등은 얽히고설켰다는 뜻이지요.

生死路頭(생사노두)도 亦斷(역단)이며, 생사의 길도 또한 끊어버리고,

凡聖路頭(범성노두)도 亦斷이며, 범부니ㆍ성인이니 하는 것도 다 거기서 끊어버리고, 범부가 어디 있고, 성인이 어디 있고, 생사가 어디 있습니까? 그 자리에는 다 끊어진다 이겁니다.

  計較思量(계교사량)도 亦斷이며,

  得失是非(득실시비)도 亦斷하야, 또한 끊어서

  當人(당인)의 脚跟下赤裸裸淨灑灑(각근하적나나정쇄쇄)하야,

當人의 脚跟下가, 바로 근본이, 이 말입니다. 당신의 근본마음이ㆍ근본정신이 = 脚跟下, 이것은 이 글자대로는 바로 다리 밑, 발 뿌리지요. 우리의 근본정신이 赤裸裸 = 벗은 듯이 붉고, 붉기가 벗은 듯하고

淨灑灑 = 깨끗하기가 물 뿌린 듯해서, 이 글자가 바뀌어진 교과서가 있지요. 그래 이번에 제가 책을 만들면서 이것을 바로 잡았습니다.

淨 裸裸 赤 灑灑 ←이것은 안 맞지요. 赤 裸裸 淨 灑灑해서

沒可把(몰가파)하리니, 가히 잡을 수가 없을 것이니, 무엇이라고ㆍ이것이다라고 손잡을 수 없는 그런 정도로 텅 비어버린다. 마음자리가 깨끗해져 버리고 허물을 잡을려야 잡을 수가 없는 그런 입장입니다.

豈不快哉(기불쾌재)며 豈不暢哉(기불창재)아?

유쾌하지 아니하며 상쾌하지 아니한가? 바로 그러한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우두 법융스님의 이 법문. 참~ 기가 막힌 법문이라는 뜻입니다. 가장 친절한 가르침. 도를 이해하는데 가장 친절한 가르침이다.

第一等入泥入水 老婆說話라고 했으니까요. 有心ㆍ無心ㆍ語言ㆍ寂黙. 그 무엇으로도 안 된다. 그것을 뛰어넘어서 한 마디 일러라. 이런 표현입니다. 有心도ㆍ無心도ㆍ語言도ㆍ寂黙도 이것을 배제하고 한번 표현해 보아라 이 말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잘못입니다. 말을 해도 잘못입니다.

또 마음으로 계교사량해도 안 되고, 무심결에 들어가도 안 되고요.

이 네 가지는요? 참~~ 이것이 우리가 우리 정신의 궁극적 차원. 저는 그런 표현을 가끔 씁니다. 이런 모든 것을 초월한 궁극적 차원을 이해하는데 더 없이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第一等入泥入水 老婆說話다.

대혜스님이 그렇게 표현을 하셨지요. 바로 거기에서 한 눈을 떠야 되지 않느냐? 이런 주장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