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GTX-A 노선에 투입될 열차가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파주 운정역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동탄신도시까지 잇는 GTX-A 노선을 달릴 차량이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번에 출고된 열차는 고속으로 달리는 만큼 소음을 줄이기 위해 출입문은 KTX에 사용되는 단문형을 썼고, 이중 장애물 감지 센서도 설치됐습니다. GTX의 표정속도(출발역부터 도착역까지 거리를 정차 시간을 포함한 전체 주행 시간으로 나눈 속도)는 시속 100km로, 일반 지하철(시속 약 30~40km)보다 3배 이상 빠르며, 새마을호(시속 약 105km)와 비슷한 수준인데요. GTX 열차가 운행을 시작하면 수도권과 서울을 30분대로 연결할 수 있어 수도권 거주자의 출퇴근도 훨씬 수월해질 전망입니다.
GTX-A는 2024년 상반기 수서~동탄 구간부터 순차 개통을 시작으로 2024년 하반기에는 운정~서울역 구간을 개통하고, 2025년 하반기에는 전 구간을 개통할 예정입니다. 다만, 삼성역의 경우 2028년에 연결될 계획입니다. GTX-A가 개통되면 동탄에서 삼성역까지 20분, 운정에서 삼성역까지는 30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GTX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GTX 요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GTX 철도 요금은 기본 요금에 별도 운임, 여기에 추가 요금이 붙어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산하 연구기관에 따르면, GTX-A 노선의 10km까지 기본요금 1250원에 별도 운임 1600원, 추가 요금 5km당 250원씩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화 킨텍스역에서 삼성역까지 GTX 요금이 4350원으로 산정되는데요. 현재 해당 구간의 지하철 요금이 185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비싼 추정 값이 나오는 셈입니다. 광역버스 요금(3100원 수준)과 비교해도 다소 비쌉니다.
물론 개통 직전까지의 누적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GTX-A 노선의 최종 요금이 정해지리라 보이지만, 지금의 계산식이라면 향후 개통 시 편도 최대 5000원에 달하는 운임이 책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GTX-A 노선을 이용하는데 왕복 기준으로는 1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GTX-A을 필두로 GTX-B·C도 착공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선 인천 송도와 남양주 마석까지 수도권을 동서로 관통하는 GTX-B 노선은 2024년 상반기 국고를 투입해 건설하는 19.9km 재정 구간(용산~상봉)부터 단계적으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인천대입구∼용산 구간(39.8km)과 상봉∼마석(22.8km)에 해당하는 GTX-B 민자 구간의 경우 수행 사업자가 40년간 민자 구간 운영권을 갖는데, 사업자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GTX-B 노선은 2024년 상반기 예정대로 착공 시 72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30년 개통 예정입니다. GTX-B 개통 후에는 인천대입구역에서 서울역까지 28분이면 도달 가능해집니다.
경기 양주시 덕정과 수원을 연결하는 GTX-C도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꼽힌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협상을 거쳐 올해 상반기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하반기 바로 착공에 돌입할 예정인데요. GTX-C 노선은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 밖에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 어디서나 30분 이내 서울 출퇴근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 아래 제시했던 GTX-D·E·F 사업도 올해 6월까지 노선별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수립하고,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정부가 GTX 개통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개통까지는 사실상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습니다. 우선 제때 공사를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이미 사업이 확정된 GTX-A·B·C 노선은 지역민 반발과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계획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해 완공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GTX-A 노선은 2018년 착공에 나섰지만 주민 반발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부근에서 1년여 간 공사가 중단됐던 바 있습니다. 그래서 완공 시점도 당초 올해에서 내년으로 연기된 것인데요. GTX-B의 경우, 재정 구간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수차례 유찰을 거듭하며 이미 시간이 늦어진 데다, 민자 구간도 최근에서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 만큼 조기 개통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은마아파트 아래를 관통하는 GTX-C 노선은 대심도에 지하 40m 이상 깊이의 선로를 뚫어 설계될 계획이었으나, 지반 침하 등을 우려하는 은마아파트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갈등이 장기화돼 2028년 완공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GTX-C 노선은 도봉 구간(창동역~도봉산역) 지하화 문제도 안고 있어 착공 목표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GTX-D·E·F는 경유 지역에 대한 개괄적인 방향만 제시된 사실상 백지에 가까운 상태여서 착공까지 최소 수년이 걸릴 전망이고, 수십조원의 비용 부담 등도 걸림돌이어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도 GTX-A 노선의 개통 일자를 최대한 당기거나 GTX-B·C 노선의 조기 착공 등을 강구하며 광역교통망의 핵심인 GTX의 신속한 추진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GTX 사업이 건설 속도만 높이고자 무리하게 추진되는 부분이 있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는데요.
그럼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30분대로 연결하는 GTX가 개통되면 수도권 외곽의 교통 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장거리 통근자들의 교통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습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GTX-A 노선의 개통과 그로 인한 효과가 향후 다른 노선의 사업 추진에도 시너지를 발휘할지,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GTX 시대가 열릴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