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관한 시모음 5)
현충원 묘소를 찾아 /노장로 최홍종
짐작도 꿈도 어림도 없는
그러나 핑계 있는 무덤이다
그토록 어려운 사관학교에 수석으로 합격하면
정말 대수란 말인가
어려운 가정형편에 공짜로 공부한다고
열심히 배우고 훈련받고 정정당당히
임관 잘하여 초년병 육군 소위가
비 무장 지대에 지뢰 매설 작전 나가
저녁 늦게 귀대하지 않는 부하병사를 찾아나서
그만 지뢰를 밟아 청년장교가 산화한
우리 친구의 묘소를 참배하며
이미 육십 여년이 지난
장군감 한 친구를 잃고
분하고 아픈 마음에 눈물 흘린다.
애석한 마음에 고개를 숙인다.
6월 6일 /남대희
트럼펫 소리
유월의 하늘을 당기고 있었다
녹음이 피멍같이 짙어갈 무렵
조총 소리
쉰 목청으로 허공을 가르면
기억 저편 깊이 가라앉았던 아픔이
그리움으로 왈칵 쏟아졌다
아직도 파랗게 젊은 지아비
싸늘한 돌비로 서서
깊은 시간을 붙들고 있었다
하얀 비둘기 떼가
만국기처럼 펄럭거리고,
세월만큼 낡은 유월의 파편이
조각구름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현충일 /김교태
유월 육일이 무슨 날이냐 물으니
빨간 날이라 하네!
내 나라 지키려 빨갱이 하고 싸워
빨간 날이던가!
그 와중에 푸른 목숨 붉게 떨어져
빨간 날이던가!
그리 알면 좋은데
그러거니 했는데
붉고 뜨거운 그 핏빛!
뭇 가슴속에서 희미해진다고
빨갛고 빨갛게
경고등이 우는 날이면 어쩌나!
숭고한 그 은혜
까맣게 잊고 살다가
아차 하고 낯 뜨겁게
얼굴 붉혀지는 날이면 어쩌나!
현충일 /하영순
나약해서 짓밟힌
남세스러운 날
태극기에
검은 리본을 다는 현충일
625 당시
우리 나라는 아프리카 보다 더 가난한
힘없는 나라
죽어가는 우릴
불쌍히 여겨 유엔군이 살렸다
현충일은
피로 얼룩진
부끄러움을 상기하는 날
이제는 두 주먹 불끈 쥐자
국력은 민족의 힘이다
현충일 /이원문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이웃 나라 등에 업고 우리 지금 무엇 하나
총 맞댄 우리 민족 우리 지금 무엇 하나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우리 형제 남과 북 통일의 길로 나가자
그 앙금 씻어내고 통일의 길로 나가자
유월의 손수건을 적시는 무궁화 /정민기
—현충일에
애국은 생각날 때마다 그리워진다
호국 영령의 타오르는 마음
선열들이 무궁화를 애타게 심은 이유는
유월의 손수건을 적시기 때문 아닐까
눈동자 눈물에 비춰 보이는 태극기
여름밤 은하수보다 찬란하게 펄럭거린다
헤어져도 그리움으로 사랑의 자취가 남듯
아지랑이 열망은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꽃이 지면서 멍석처럼 돌돌 말리는
무궁화를 보면 마음도 덩달아 접히면서
통꽃으로 울며 유월에 눈물을 적신다
먹이를 찾는 딱따구리의 쉼 없는 두드림처럼
나라 사랑은 쉬지 않고 망치질하고 있다
새들이 춤추듯 날갯짓해 가는 곳에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호국의 마음이 밝아온다
호국이라는 담장에 홀로 기대어
꽃술 입에 문 무궁화의 매력적인 애국정신을
마음속에 또렷이 기억하려고 바라본다
호국 영령이 전해 주신 나라 사랑은
지금도 소멸하지 않고 골고루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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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에 관한 시모음 5)
구름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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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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