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공용버스터미널 - 백운 - 미탄 - 평창버스터미널
- 방림삼거리 - 방림 - 윤교 - 안흥 - 새말 - 동서울종합버스터미널.
정선에서 동서울로 오는 정거장들입니다.
어제 저녁 7시에 정선공용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로 오는 버스를 탔습니다.
막차입니다.
금요일인데도 좌석은 4개를 제외하고 승객으로 가득 찼습니다.
버스를 타서도 정선 병방산의 멋과 오일장의 인간미가 가시지 않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버스 창밖으로 정선을 바라봤습니다.
정선을 떠나 서울로 돌아올 때는 정선을 조금이라도 더 봐두고 싶어집니다.
버스가 시골길을 달려서 방림에 도착했을 때 창밖은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제 좌석번호는 9번이었고 운전석 건너편에, 혼자 앉는 좌석으로 앞에서 세 번째자리였어요.
정차한 버스 창밖을 내다보니 네 명의 외국청년이 큰 캐리어를 들고 차에 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버스 앞문이 열리고 기사님은 청년들이 캐리어를 실을 수 있게끔 버스 트렁크 문을 열었습니다.
청년들은 짐을 싣고 버스에 올라 차비로 현금을 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청년들은 한국어가 전혀 안됐고 영어로만 소통했습니다.
기사님이 "캐쉬 노, 카드 예스"라고 하자, 쳥년 넷은 카드가 없는 눈치였어요.
기사님 설명으로는 현금승차가 운행규정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외국청년 넷은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 실었던 캐리어를 도로 꺼냈습니다.
버스 앞문이 닫히고 막 출발하려는데, 한 청년이 버스 앞문을 공손히 노크하고는
제 휴대폰을 버스기사님께 건넸습니다.
휴대폰 화면을 보니 한국인 지인과 버스기사님을 영상통화로 연결시켰어요.
그 한국인 지인이 유창한^^ 한국말로 기사님께 간곡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 장면에서 외국인 청년이 문제해결능력과 임기응변이 참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상도 위에 권도라더니,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은 법 위에 사람인가봐요.
기사님은 운행규정상, 현금은 받을 수 없으니
일단 기사님의 카드를 꺼내서 청년 네 명의 승차비를 계산했습니다.
이 계산하는 과정이 좀 복잡해보였습니다.
그리고나자, 청년들이 제각각 오만원권을 꺼내서 바로 기사님께 차비를 드리려고 했어요.
기사님은, "일단 됐고 차비는 나중문제니까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라는 뜻을 전달했어요.
그때 외국인 청년들의 현금승차문제로 늦은 저녁 버스출발이 좀 지연되고 있었지만
승객 그 누구도 어서 출발하자는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주었습니다.
외국인 청년 네 명을 태워서 다시 버스가 출발해 양평휴게소에 섰습니다.
기사님은 "정선에서 타신 승객분들은 화장실에 가셔야할 테니 다녀오시면 출발하겠습니다"하셨어요.
10분 후에 버스는 승객을 태우고 양평을 출발해 저녁 10시가 조금 넘어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버스가 정차하고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 둘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저는 맨 나중에 내렸습니다.
기사님은 승객이 다 내릴 때까지 운전석에 서서 승객들에게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하셨어요.
버스기사님은 40대 초반정도로 보였는데 키가 훤칠한 강원도 미남형이었어요.
제 순서가 되자 "기사님, 너무 감동적이예요!"하고 박수를 쳤어요.
기사님은 강원도 방언으로 "그럼 어태하나, 저 사람들 태우긴 태워야 하는데에,
우리가 현금승차는 운행위반이거든요. 아, 참!"
"저 청년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오늘 일을 얼마나 오래 따뜻하게 기억할까요.
더구나 막차였는데요."
기사님의 그 심성이 너무 고마워서 정선오일장에서 사온 곤드레나물 한 봉지를 드렸습니다.
저는 차에서 내려 기사님 버스를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서울에서 일상을 사는 동안에 내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팍팍해질 때면
기사님의 품격 높은 인간미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강원72 아 1648!
첫댓글 팍팍한세상에
기사님의 칭찬과 차 번호까지 기억하신. 아티제님의
넉넉한마음도 넘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 서민들이 만들어 가는것 같습니다
미담이야기글 행복한 주말 잘 읽고 갑니다
지인님^^
그렇죠?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갑니다.
한적한 정선 터미널
저랑같은버스를 타고오셨네여 ㅋ
오른쪽 맨뒤에
아.
그러셨군요.
정선터미널도 정선분위기를 닮은 것 같아요.
네 저렇게 아름답고
고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살만한 세상이조.
네.^^
살만한 세상입니다.
언제까지나..
글을 써주신
아티제님도
강원여객 기사님도
따듯한 마음이 아름답슴니다
외국인 청년들은
짐칸에 트렁크 내릴때
심정이 아슬아슬 했겠슴니다
그중에 머리회전 빠른 청년에게
박수를
기사님이 젊은분이셨나봐요
곤드레 나물선물까지
아름답슴니다~^
그쵸! ㅎㅎ
그중에 머리회전이 빨랐던 청년,
단연!! 돋보였어요.
막차였거든요.
외국인 청년 넷이 잠깐 얼마나 난감했었을까요.
너무 잘 하셨습니다
이글을 쓰신 분도 참 따듯하시고 인간미가 넘치시는 분 이십니다
세상은 그래도 따듯하고 정이 넘치는 사람이 있기에 살만 한 것이겠지요
마음이 따듯해지고 감동적인 시간을 글로 올려 주셔서 잘 봤습니다
사시는 내내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강원여객 버스기사님 덕분에
오래 행복할 것 같아요.^^
@아티제 네 그런 분이 있어서 버스를 타는 분이 행복하실것 같습니다
요즘 웬만하면 급하게 출발 하려하고 짜증내고 사람정신 없게 하는 사람도 많던데요
그리 여유 있게 대쳐하고 어려울 때 끝까지 태워주려고 마음쓰시는 분을 보면서 옆에서 바라볼때 감동이셨겠지요
@산 나리 정확히 보셨습니다.
버스안에서 그 장면을 잠자코 관찰하면서
흐뭇했어요.
아 하~
곤드레나물 한 봉지 사연은
여기서 유래 되었구나요.
세상에!
그 운전기사님의 그 승객들
모두 멋진 신사 숙녀 입니다.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어 내려가며
세상에 세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렇게 감동을 주는 글은
우리만 보기 아까우니
삶의 이야기 방으로 옮겨 놓으면 좋겠어요. ^^
초록이님^^
길에게 길을 묻는다고,
여행다니며 배우고 깨우치는 점이 많습니다.
정선을 오가다보니, 그 근처에 상인 한 분과
조금 친분이 생겼어요. 어제 그분 가게에서
얼음을 동동 띄운 냉 미수가루를 마시며
사는 얘기를 나누다가,
(그분께)참 배울점이 많구나..했어요.^^
하여튼, 강원도를 여행하다보면
크게 웃을 일이 참 많습니다.
마음이 뭉클합니다
감동이네요
감시함 전하시고 사진까지
찍어 올리신 님도 넘넘 감동입니다
이래서 우리나라가 따뜻한거예요
오늘 덕분에 맘 따뜻하니 보냈네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치요.^^
여행을 다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본성이 참 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이씨도 따뜻한 분이시네요.
버스기사님 이야기에 마음이 뭉클하셨다니요.
참 멋찐 젊은기사님 이시내요.
칭찬박수 드리고 친절맨 버스기사님으로 추천하고싶습니다.
아티제님의 고운마음도 아름답습니다
좋은여행 기억속에 영원히 남을것입니다
곤드래의 썰 고맙습니다,
최고세요.
저 숙제 잘 마친 거 맞죠?
곤드레 썰을 강원방에 풀어달라고 하셔서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 아침에 적었습니다.
@아티제 7월 정모때 꼭 오세요
아름다운 마음을 소유하신 아티제님
뵙고싶내요
환영해 드리겠습니다
@가을소나타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