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04년) 6월13일 호남국제마라통에서 첫풀을 3시간 38분에 완주하면서 서브~3주자가 되보자는 꿈을 가슴에 품었다.작년 가을, 춘천마라톤대회에서 두 번째 풀을 3시간 11분의 좋은 기록으로 완주한 후, 동아대회에서 서브~3주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때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근력운동 프로그램을 혼자 작성하여 씨름하기 시작했다. 12월 초순부터 1월초까지 2~3일 걸러 근력운동을 계속 실시하면서, 동게훈련 겸해서 언덕많기로 악명높은 거제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하는 등, -거제대회에서는 추위에 녹다운 되어 처음으로 중도 포기하는 쓰라린 마음도 맛보았다- 그렇게 겨우내내 동아대회에서의 서브~3주자를 꿈꾸었다.
달리는 거리를 늘려가는(20kms-25kms-30kms-35kms-46kms-35kms) 훈련 스케쥴의 정점은 1월말, 대덕 일달에서의 46kms 장거리주까지의 훈련과정은 모든 것이 순탄해 보였다.
유난히 추웠던 대덕일달 42kms를 3시간 22분에 달리고도 추가로 4kms를 무리없이 달리면서 거제대회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다시 회복하게 되었고, 일곡의 산악달리기 3회전을 42분대에 동일하게 주파할 수 있게 되자 근력운동의 효과를 느끼기 시작했다. 서브~3의 꿈이 익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2월초 나를 키워주시고 그렇게 아껴주셨던 할머님이 쓰러지셔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구정날 세상을 떠나 가시면서 2주이상 훈련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장례 뒷정리를 하고 다시 훈련을 재개하려고 2월 20일 해남땅끝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였다.
몸상태는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어 하프를 지속주 훈련으로 힘들게 뛰었는데(1시간31분), 골인하자마자 휴대폰소리가 요란하다.
이번엔 어머님이 역시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전대병원 응급실로 다시 서울 삼성병원으로 입원하시는 등 정신없는 날들이 많아져서. 한달간의 마무리 훈련은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주말마다 어머님 병문안차 서울까지 오가느라 스트레스와 피곤이 누적되고 감기도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대회당일 날씨까지 최악이다.2월 한달 달린 거리는 고작 100kms.
서브~3는 어려우니 무리하지 말고 뛰라는 아내가 미리 위로의 말을 전한다. 아내는 알고 있다 내가 서브~3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바빠지는 회사일 때문에 시간이 없자 새벽에, 그리고 밤중에 틈틈히 짬을 내어 연습을 해왔는데 마무리 훈련을 못하자 얼마나 아쉬워햇는지도~! 아내의 파이팀을 뒤로 하고 대회장으로 향하면서 "정말 어려울까? 아니 과연 춘천기록 11분대도 가능할까?하는 의구심도 들기도 했다.
2%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 1분에 골인하는 개꿈도 생각이 나서 신경을 거슬린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큰 대회에서는 줄곧 목표달성을 해왔었는데 이번은 정말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나는 오늘 동아마라톤에서 기어히 서브~3를 달성하겠노라고 각오를 다지며, 2%를 채우고야 말겠노라고 이를 악문다.
전철안에서 2%를 채우기위한 레이스 전략을 짰다.
1.초반에 무리하지 말자.
그래도 나는 초반페이스가 좋은 편이니까 초반에 시간을 조금 벌어놓자.-30kms이후 지점에서는 어짜피 힘든건 마찬가지 아닌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초반에 어느 정도 시간이 벌어지면 여유를 가지고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달리도록 해보자.
2. 1단계 작전에 실패할 경우도 대비하자.
작전대로 안되면 마지막에 죽기살기로 스퍼트를 하는 수밖에~!
그래도 춘천에서 37kms 이후에 4분 페이스로 달려본 경험이 있기에 막판 스퍼트는 내심 자신이 있다.
복장때문에 고민을 엄청하며 거제 타이츠를 입었다가 막판에 아식스 타이즈로 교체 착용하고 워밍업을 하면서 만나는 광달 회원들에게 힘을 외쳐주고, E그룹에 있을 제자들을 찾아나선다. 그룹선두에 서서 몸을 풀고 있는 두 번째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는 정선,정원주 두제자님들을 찾아 파이팅을 외쳐주고 다시 A그룹 출발지점으로 와서 몸을 풀면서 마지막 기도를 한다.
"어머니 힘내세요!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 오늘 어머니를 위해 힘든 여건에서 서브~3에 도전해 성공해 보일테니, 당신도 꼭 재활에 성공하셔야 합니다. 사랑합니다.어머니~!
1.작전대로 2분을 벌었다.
드디어 출발,
약간 앞쪽에서 출발하여, 무리를 따라 달리다 을지로 4가를 지나며 간간히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선다. 남대문을 지나며 페이스를 살피니 역시 서브~3를 노리는 주자들이라 그런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모두들 추운 날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씩씩하게들 달린다.
주자들이 너무 많아 몇 명 제치고 나가려면 스텝을 여러번 바꾸어야 하는 등 사람이 많다보니 치고 나가는데 어려움이 잇어 치고 나가고 싶은 마음을 자제한다. 5kms지점 동대문운동장을 반환하면서 보니 19분 57초. 4분 페이스 1분을 벌었다.
골인지점까지 회원들 얼굴울 볼수 있는 유일한 구간이 바로 을지로 입구까지의 이 구간이다. 페이스를 약간 낮추고, 회원들을 찾으며 달린다. 서브~3를 노리는 강종원형님,이번 겨울 열심히 연습해 실력이 많이 향상된 나종대형님, 다리힘줄 짜집기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 안남욱선수, 운동을 못해 동아를 포기하겠다던 오근협형님, 나와 레이스하겠다고 먼저 덤벼놓고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그래도 내 걱정을 제일 많이 해준 노병섭형님, 중앙에서 서브~4달성후 이번에 3시간40분 노리는 채상훈형님, 달릴 때 앞만 보고 달려 사람을 못알아보는 윤경화선수 오늘도 역시 불러도 모르고 지나간다. 회원 모두들 무사히 원하는 시간대에 완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을 외쳐주면서 달린다. 종로쪽으로 꺽어 지면서 다시 속도를 올린다. 이제는 홀로 승부를 시작해야한다.
그렇게 복잡하던 종로거리가 차가 없어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 정도로 기분이 좋다.생각만해도 기분좋은 차없는 서울의 거리를 달리니 컨디션이 좋아지는 듯하다.
동대문을 지나며 보니 거리표시가 안보이는데, 급수대를 보니 10km지점인 것 같다. 파워젤을 하나 먹고 달린다. 춘마에서 나타났던 복통을 예방하기 위해 아침식사를 5시에 누릉지를 먹어서인지 복통은 없다. 초반출발은 무난하다.
2.숏다리의 위력을 보여주마.
시민들의 박수와 꽹과리 소리를 들으며 동대문구청 쪽으로 꺽어지면서 메이져대회의 규모를 느낀다. 아니 그런데 30여미터 앞쪽에 괴상한 폼의 외국인이 달리고 있다. 나보다 머리하나는 더 길 것같은 큰 키에 팔은 양쪽으로 벌리고 상체는 숙이고 그야말로 구부정+어벙한 폼에다 껑충껑충 폼으로 달리는데, 저 폼으로는 오래 못 가지 않나 싶다.
근데 이 친구 제법 잘 달린다. 페이스가 쳐지지를 않아 나와의 거리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이럴수가~! 자세히 보니 다리가 길어서이다. 껑충거려도 스피드가 제법 있는 것이 아니가~, 광진교를 건너면서야 나에게 잡히는데, 내리막에서 어깨도 풀고 잠시 숨돌리는 사이에 이친구 다시 앞으로 치고 나와서 옆에서 뛰고 있는 게 아니가.
근데 정말 약오르게 옆에서 보니 다리가 길긴 길다. 나보다 보폭이 30cms는 족히 길다. 옆에서 달리니 나는 키도 그렇거니와 완전히 숏다리 그 자체다. 그 친구 서너 걸음 뛰면 나는 네다섯 걸음을 종종거리며 옮겨야 하는 그야말로 종달새가 황새 쫓아가는 격이다.
허~참~나~원~! 게다가 더 약오르는 것은 시민들이 종종거리는 나보다 신기한 이 외국인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게 아닌가~! 두고보자 오늘 이 숏다리의 위력을 보여주마. 오늘 넌 나의 졸병이 되어 후반에 나를 뒤에서 졸졸 따라오게 만들겠어~! 예상치 않은 이방인 때문에 레이스가 재미있어진다.
하지만 옆에서 뛰다보니 솟다리의 핸디캡 때문에 나의 페이스가 자꾸 흐트러지는 것 같아 일단 먹이를 놓아준다. 5미터정도 먹이를 앞에 두고 뒤를 따라 달리다가 어린이 대공원 앞을 지나 잠실대교 쪽으로 꺽으면서 먹이를 잡아챈다. 이때 순천마라톤 한 분을 만나 서로 격려하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달린다.
페이스는 무난한 듯 한데, 거리 표지판이 안보여 시간이 궁금하다. 20kms 지점에서 확인을 해봐야지.
드디어 잠실대교 입구를 들어서며 시간을 보니 1시간 21분대이다. 1~2분정도 페이스 챠트보다 여유가 있다. 자원봉사자가 눈에 띄어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하고 맨소래담을 종아리와 무릎 허리에 골고루 듬뿍 바른다. 한참 여기저기 바르고 있는데 3시간 페메가 옆을 지나간다. 어~약간 차이가 나는줄 알았더니, 벌써 왔네~!
나도 다시 출발한다. 하지만 춘마때처럼 페메에게 추월당했다는, 초조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차분하다.
앞을 보니 중앙에서 3시간 1분에 골인해 서브~3에 실패했던 오늘 그 한을 풀려는 인간 기관차 강권수님이 페메 오른쪽에 붙어 달리는게 보인다. 거제마라톤에서 25kms언덕에서 힘들어 할 때 그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다가가 팔짱을 끼며 무언의 응원을 보낸다. 강권수님이 반기며 빨리 가라고 손짓을 한다. 후반을 위해 초반이 좋은 나보고 힘있을 때 앞서가라는 말로 알아듣고 힘을 외쳐주고 앞서나간다. 강권수님은 후반이 워낙 좋으니 30kms가 넘으면 날 따라 잡을 것이다. 다시 달린다. 쉬면서 1분 정도 까먹었으니 또 열심히 달려보자 롱다리 황새는 얼마나 갔는지 안 보인다. 거 참 잘달리네~! 역시 A그룹 선수들이라 잠시 방심하면 거리가 꽤 멀어지기도 하고, 모두들 꾸준한 페이스로 잘들 달린다. 하지만 25kms가 지나면 그때부터 대열이 무너진다는 걸 춘천에서의 보았기에 조급함은 없다. 어차피 진짜 승부는 30kms이후 부터이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급수대가 나오면 시간확인을 한번 해봐야지.
잠실대교 위는 역시 바람이 제법 불어댄다. 그래도 거제에서 뛸 때보다는 낫다. 대덕 일달때보다도 낫다를 중얼거리며 마인드 콘트롤한다. 잠실롯데 앞에서 좌회전을 하면서 보니 전봇대에 거리표시 "23kms" 깃발이 걸려 있는게 보인다. 에고 난 아직도 초보이구먼. 저걸 모르고 지금가지 달리며 페이스를 궁금해 했는데~! 랩타임을 지금 찍지 말고 25kms에서 점검해보자. 25kms지점 통과시간이 1시간 43분 43초 - 20kms 랩타임 1시간 23분 59초.
손목에 써놓은 페이스 챠트보다 역시 1~2분 정도가 빨라 마음이 한결 여유가 있어진다.
레이스가 지루해질 27kms지점쯤에서 그 롱다리가 100미터 앞에 다시 보인다. 쫓아간다. 롱다리도 다른 주자들도 이제는 서서히 페이스가 흔들리는걸 느낀다. 나에게 잡히는 주자들 숫자들이 늘어난다. 롱다리와의 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그래 오늘 넌 내 숏다리 뒤에서 달리게 된다니까 그러네~, 28Kms 기어히 다시 잡아낸다. 이제는 더 이상 내 앞으로 오기 힘들거야 난 아직 힘이 남아 있으니까~!" 혼자 중얼거리며 이 롱다리를 뒤에 세우고 나니 숏다리가 신이 난다. 발에 힘이 들어가는 걸 참는다. 그래도 일단은 30kms를 넘긴후 힘을 쓰자. 아직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페이스조절을 해야 한다.
어이 롱다리~! 보았느냐 숏다리의 위력을~! 그래도 잘 달려서 골인지점에서 보자구~!
드디어 30kms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2시간 5분 04초.(5kms 랩타임 21분 07초)
예상시간과 거의 비슷하지만 1분정도가 빠르다. 두 번째 파워젤을 먹는다. 달리면서 몸상태를 점검해보니 대체로 양호하다. 다리가 약간 피로한 듯 하지만 힘도 남아있다. 1분을 남겨놓으면 54분에 12kms를 달린다. 현재 상태로는 무리가 없다. 마지막 힘들 때를 대비해서 조금은 시간을 벌어 놔야겠다 싶은 욕심이 든다. 조금씩 속도를 올려본다. 롱다리를 제낀 후 10여미터 앞에 보이며 새로운 레이스타킷이 된 뉴발란스 유니폼의 젊은 친구 참 잘 달린다. 그리고 수원달리기의 한 분도 계속 씩씩하게 나를 앞서 달리며 좀체로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셋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다보니 다른 주자들이 계속 뒤로 밀려난다. 남은 시간을 입에 단내가 나던 일곡의 산악달리기 3회전째라고 생각하고 달려보자. 그때보다는 좋은 상황 아닌가? 위로를 하고 달린다.
올림픽 공원을 지날 때도 씩씩하게 잘 달리고 있는 나 자신이 참 대견스럽다.
35kms지점을 2시간26분 12초에 통과한다.(랩타임 21분 08초) 거의 계산된 시간에 통과를 하고 있다. 이제는 확실한 자신감이 생기는 듯 하다. 남은 시간 33분에- 염주 1회전 7kms를 달리면 59분대에 들어갈 수 있다. 최고 28분대에 달리던 곳이니 32분대에 달리면 여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만약 안되면, 마지막에 죽기 살기 한판 스퍼트를 하면 된다는 생각에 자유롭게 즐기며 달린다.
나중에 보니 거의 동일한 랩타임인데 뒤로 처지는 주자들과 쥐가 나서 걷기 시작한 주자들도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빨리 달리는 걸로 착각한 것 같다. 나는 기분상으로는 상당히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3.어머님, 힘내세요~! 당신의 아들도 사력을 다해 달려 보렵니다.
그러나 역시 마의 35kms 지점을 지나면서 나도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간간히 나타나는 언덕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아~! 여기가 나의 한계일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달리던 주자들과 페이스를 맞추는 것이 힘이 들어진다. 뒤에 있던 뉴발란스가 다시 앞서가고 수원마라톤의 그분도 앞으로 보낸다. 수서IC를 지나며 어깨를 풀어본다. 하지만 대열에서 처지지 않으려고 끙끙대며 달려야만 한다. 37kms쯤에서 왼편에 삼성병원이 눈에 들어온다. 어머님이 계시는 곳이다. 2월20일 쓰러지신 이후 아직 말도 못하시고 오른쪽 반신이 마비인 상태에서 재활프로그램을 시작하신 어머니가 계시는 곳이다. 어릴적 철이 바뀌면 꼭 새옷을 사주시며, "나중에 네가 어른되면 엄마도 옷 자주 사줘야 한다" 하며 빙긋이 웃으시던 곱디 고왔던 사랑하는 어머니가,이제 나이가 들어 병이 들어 저곳에 계신다. 요즘들어, 병원과 어머님 생각을 하면 콧등이 시끈해지곤 하는 일이 잦다.
그곳에서 나는 맘을 먹고 달리기를 멈추어 섰다. 허리를 굽혔다 다시 펴며 병원을 바라보며 어머님에게 응원을 보낸다.
"사랑하는 어머니, 힘내세요. 당신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아들도 이 시간 당신의 회복을 기원하며 사력을 다해 달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서브~3의 꿈을 이루어 볼테니, 당신도 꼭 다시 일어 나셔서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들과 손잡고 꽃이 만발한 들판을 함께 거닐어야 봐야 하지 안겠습니까?" 여행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어머니가 일어나시면 그동안 자주 함께 못햇던 여행을 아들이 손잡고 떠나겠읍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찬바람이 들어오나 코등이 시끈하다. 그렇게 어머니에게 응원을 하며 몸을 풀고 다시 달린다. 언덕을 다시 넘어 이제 잠실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아무래도 페이스가 처진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이제는 정말 이를 물고 뛰어야 할때다. 춘천에서 효험을 보았던 구령을 다시 소리내어 붙여 달린다. 하나,둘,셋,~열~! 그리고 다시 하나,둘,셋~열.다행이 대열에서 처지지 않고 달리기 시작한다.서서히 페이스가 살아난다. 다시 주자를 하나 둘 뒤로 보내기도 한다.
4.이렇게 즐겁게 달려본 적이 없었던 듯 하다.
40kms지점 마지막 급수대가 앞에 보인다. 그냥 지나갈 것인가? 물을 한 모금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시계를 보니 2시간 50분 17초가 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서자. 계산해보니 4분 20초대만 달려도 59분대에는 들어갈 수 있다. 확신이 선다. 드디어 해냈구나. 이제 마지막 스퍼트를 4분짜리로 하면 된다. 서서 물 한 모금 마신 후 허리를 한번 굽혔다 펴고 나서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를 낸다. 마지막에 힘들어하고 있는 주자들을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꽃잎처럼 뒤로 날리며 무섭게 스퍼트를 하기 시작한다. 4분 페이스인 듯하다.(나중에 보니 3분 53초 페이스였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로 운동장이 보이고 입구로 들어서고 골인하기까지 그렇게 즐겁고 여유 있게 달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골인지점을 앞두고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동대문운동장 5kms반환점을 돌아오며 멋있게 달리던 여자 흑인선수가 걷고 있는 게 보인다. ‘저런 일류선수도 걷는구나. 나도 일류선수 한 명은 젖히고 골인할 수 있구나. 하하하~!’ 웃음이 절로 난다. 싱글거리며 그 여자선수 옆으로 서서히 지나가는데, 광달의 고수, 나의 훈련사부님 김성익 선수가 전광판과 나를 번갈아 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형님~! 빨리 뛰어~!“를 목청껏 외친다. 그 옆에 이동식고수 역시 손을 흔들며 응원을 보낸다. 두 고수들은 일찍 들어와 또다른 서브~3 탄생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참에 내가 나타났던 모양이다. 펄쩍펄쩍 뛰며 나보다 더 좋아한다.
드디어 골인~!
2시간 57분 53초(공식기록 2시간 57분51초)에서 내 시계를 스톱시킨다.
85kgs의 뚱뚱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68kgs의 날씬한 모습으로 변모했는가 싶더니, 첫 풀코스를 완주한지 9개월 만에 세 번째 도전에서 드디어 또 하나의 강을 건너 "서브~3"의 꿈을 이루고서 ,그렇게 당당하게 잠실운동장에 내가 서 있었다.
어머님이 꼭 회복 하실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중에 알고 보니 초보가이드님이 줄곧 내 뒤를 쫓아 오셨더군요.초보가이드님도 서브~3 달성 축하해요.
그동안 끌어주고 격려해 준 "광주달리기 동호회"의 김기흥 회장님과 노병섭 형님, 채상훈 형님, 강종원 형님등 많은 선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 함께 달리며 나의 주치의를 자청하며 컨디션 회복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준 정선 제자님께 동아대회에서의 40분에 가까운 놀라운 기록단축 축하와 함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후배님들에게, 선배님들이 제게 주셨던 따뜻한 가르침을 나누어 주기위해 노력하는, 잘 달리는 달리미보다 즐겁게 달리는 달리미가 되도록 노력하는 후배가 되겠습니다.
첫댓글 어머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축하해요. 저는 다음달에 첫 줄전을 합니다. 겁없이 하프를 신청해 놓았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고 그냥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 정도인데 완주할수 있을런지...
축하합니다. 어머님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축하합니다. 정말 장하십니다.그렇게 폼나게 달리고 써브쓰리를 이룩하신 님이 부럽습니다. 다 열심히 노력하신 결과라고 봅니다.....앞으로 후배들을 잘 지도해 주시고 멋진 마라토너가 되십시오.
세분모두 감사합니다.그리고 새벽누리님,자신감을 가지고 달리세요.그리고 몸에 이상이 잇을때는 멈출수 잇는 용기도 필요합니다.오래오래 달리기 위해서는~!힘~!
신은석님........ 은제 한번 겨루던가.. 동반주를 해두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광주달리기 동호회 고수님들이 계속 늘어만 갑니다..~! 홧팅~!! 왕축하요 ^^
그러게 말이야.담엔 한번 같이달려보자구요.진짜 재미있거 멋진 레이스가 ㄷㅚㄹ것같은 예감.초보가이드님, 힘~!
단기간에 썹3를 이루셨군요. 스마일님의 의지와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스마일님의 대한 효심이 다시 어머니건강을 되찾게 해드릴겁니다. 스마일 신은석님 힘!!!
감동적인 글 잘읽었습니다. 제가 서브3한것마냥 기쁘네요...장하심니다. 축하드리고요...어머님의 병환도 스마일신은석님의 효성에 빠른시일내로 완쾌하시길 기원합니다.
다시한번 축하 합니다.음......이제 스마일님을 따라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겠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