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로마노전투기행7-오랑주리&퐁피두

[켄신]

파리의 테러소식에 마음속 한구석으로 미루어 두었던 숙제가 생각이 났다.
뭔가를 정리하고 쓰고 하는 것이 하면 하는데 리듬이 끊기면 다시 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
생각난 김에 마음속의 짐을 덜어 보려고 한다.

위의 사진은 내가 묵었던 민박집 바로 앞의 빵집이다.
여행을 가면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이 먹고 자는 일이다. 그래서 숙박을 정하고 그 지역의 맛집을 알아보는데 물어본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는 빵이 맛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디가 맛있냐고 물어보면 아무데나 다 맛있다고 한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아침이나 저녁에는 여기에 갓구운 빵을 사기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나도 같이 서서 갓구운 바게뜨를 사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그전까지 내가 먹은 바게뜨는 바게뜨가 아닌 것이었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사먹은 크로와상과 애플파이도 정말 맛있었다.

오랑주리미술관은 뛸릴리정원안에 있기 때문에 전날 오벨리스크를 보았던 꽁꼬르드광장역으로 다시 갔다.
그 앞에 있는 프랑스의회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여러가지로 대비되는데 런던의 의사당이 매우 크고 화려한 것에 비해 프랑스의 의회는 상당히 작고 소박했다. 대혁명 이후 국가권력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여기는 풍토와 관련이 깊지 않을까 생각한다. 먹거리의 경우도 파리에 비하면 런던은 먹을거 진짜 없다.

오랑주리 앞의 로뎅조각상.
로뎅미술관에는 가지 않았는데 그래도 로뎅의 작품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오랑주리미술관. 원래는 궁전정원의 온실이었는데 개조해서 미술관이 되었다.

이곳 오랑주리에는 그 유명한 모네의 수련연작이 있다.
오랑주리는 말 그대로 수련을 위한 미술관이었다. 다른 곳에서 본 조그만 수련들과는 규모와 느낌이 엄청 달랐다.
그리고 이 큰 그림들은 도저히 외국으로 운반하기도 힘들다. 이곳에 와야만 볼 수 있다.

사람과 비교해 보면 대략 크기가 가늠이 된다.
내가 서서 그림을 본다기 보다는 그림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 옳다.
그리고 천장에서 자연광이 들어와서 상당히 밝고 화사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방이 두개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가운데 의자에 앉아서 멍~ 때리고 있자니 뭔가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예술은 어떤 종교적 명상과 같은 효과를 주는것 같다.
내가 여행중 이런 느낌을 받은 곳이 몇군데 있었는데, 런던에서 마크로스코의 방, 스위스 피르스트에서 아이거북벽을 볼 때, 로마에서 판테온 안에서 였던 것 같다.

수련의 디테일을 소개합니다.

큰 그림의 부분들을 가가이서 보면 이래요

부분 부분도 하나의 작품 같습니다.

오랑주리가 모네의 수련을 위한 미술관이긴 하지만 아래층에 내려가면 그냥 가면 큰일날 작품들이 있다.

블링블링 파스텔톤의 르느와르의 작품들.

세잔의 사과

세잔은 산도 열심히 그렸다지...
세잔이 점점 좋아지는걸 보면 언젠가 추상화ㄱ를 좋아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모딜리아니.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전시회가 있었지.
모딜리아니는 벗기지는 않는데 뭐가 퇴페적인 느낌이 있다.

이외에도 상당히 괜찮은 작품들이 많다.
오랑주리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버릴것이 없는 미술관이다. 마치 달콤하고 달달한 디져트같은 미술관이다.

뛸릴리정원에는 호수(아니 연못인가?)가 있다. 주위의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뭐를 먹기도 하고 그냥 앉아서 쉰다.

뭐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쭉 뻗은 길위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뒤쪽에 보이는 거물이 루브르미술관이다.

지하철을 타고 마레지구로 갔다. 마눌님 선물로 마리아주프레르에 가서 홍차를 샀다.
대부분의 파리거리는 상당히 더럽다. 그런데 이곳 마레지구는 아주 깨끗한 거리였다.
깨끗한 파리를 원한다면 마레지구에 가면 된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이다.
지나가다 눈에 들어 들어간 식당인데, 사진속의 직원이 한국에서 태어나서 프랑스에 입양된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자 자기도 한국과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다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파리에서 내게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아주 고마웠다. 음식도 괜찮았고 혹시 파리에 가면 들려보아도 좋을듯 싶다.

사실 오랑주리라는 디져트를 맛있게 먹어서 다른 곳은 안가도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홍차를 사러 간 곳에서 퐁피두센터는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여서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잠시 들렸다.

칸딘스키

대부분 그리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마티스를 본 것으로 그 날 퐁피두에 간 것의 본전은 뽑은것 같다.
이 그림 아주 마음에 들었다.

유리에 들어있는 (유명한)변기...

달리. 마치 꿈 속의 기억의 파편같은 그림들.

여기에도 마크로스코가 있었다.
테이트모던의 그림들은 크고 웅장하며 종교적이고 무거웠는데, 퐁피두의 것은 아주 다른 느낌의 감각적인 그림이었다.
런던과 파리의 차이가 그림에서도 느껴졌다.

뒷모습은 좀 덩치가 있어보여도 고등학생 쯤으로 보였다. 유럽에는 미술관이 많고 문턱이 낮다. 누구라도 쉽게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기 쉽다. 사람이 뭔가 고민이 있을 때, 방황의 시간에 미술관에서 머문다면 얼마다 멋질까. 그림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아플때 쉬고 대화할 수 있는 미술관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여기는 하나의 방이 관람객의 낙서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누구라도 들어가서 쓰고 싶은 것을 쓴다. 그것이 하나의 작품이 된다.

저녁 먹고 있다가 유람선을 타러 갔다.
계획에는 없었는데 민박집사장님의 꼬임에 넘어갔다.(민박에서 유람선 티켓을 판매했다)

노을을 보려면 10시 배를 타야 한다. 6월에 파리는 하루해가 정말 길다.

노을과 함께 좌측의 건물이 오르세미술관이다.
결과적으로 유람선은 괜찮았다. 세느강이 한강보다 상당히 적어서 뱃놀이를 하기가 적당했다. 그리고 건물도 강가에서 보기에 적당하고 예쁘게 되어 있어서 그냥 길을 다니는 것보다 배위에서 보는 파리가 훨씬 이뻐 보인다.

파리에서 어디에 가나 보인다는 에벨탑. ㅋㅋ

여기는 민박집 앞의 빵집 맞은편의 카페이다.
파리에는 이런 카페가 거의 골목 코너마다 있다. 여기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신다.
나도 좀 익숙해진 후에는 밤에 나와서 혼자 맥주를 마시곤 했다.

일단 파리는 날씨가 좋고 먹거리가 풍부하고 볼 것이 많다. 살기가 좋다.
그러나 파리사람들은 나같은 동양인 남자에게 그다지 친절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뭔가 좀 시크하면서 개인주의적인 느낌이랄까? 거리에서도 커다란 해드폰(이어폰이 아니다)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다니는 젋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위의 사람에게 그다지 시선을 주지 않는다. 아마도 프랑스는 대혁명 이후 개인의 자유를 중시여기는것이 아닐까 한다. 자기의 감정과 사상에 충실하고 가급적 다른 사람에게 간섭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보인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곳일 것이다. 다만 홀로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왠지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도시였다.

[如如]

감사합니다.^^*

[루시아*]

파리 빵이 어딜가나 맛있는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 빵이 참 맛 없기도 한 것 같아요.

[매화]

잘 보고 갑니다. 다시 이어 써주시니 좋네요.
모네의 수련은 오랑주리가 제일 좋은것 같네요^^

[디아인]

의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지난번 올리실때와는 파리의 상황이달라서 저도 그 마음 같이해서
읽었습니다.

^^

[으리미]

오랑주리 미술관가면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에 온 기분이겠어요~꼭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