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발 형제애homihomi-호미숙사립문이 쿨럭,장맛비로 비스듬히 누운 초가깨진 굴뚝의 매캐한 연기가마당 가득 자욱하다그 집엔 노루발 두 형제가 산다형 노루발은 동생보다 수십 곱절 크고 힘이 장사다쇠뭉치 머리에 갈라진 두 개 발가락대못을 쿵쿵 내리치며 박음질로 나무를 잇고 삐뚤어진 못을 두 발가락으로 뽑는다아버지 거친 손에서 역사를 만드는 노루발장도리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동생 노루발은날쌘돌이 달리기 선수다다다다다 두 발가락이 뛰어가면이리저리 찢긴 밥상 보를 짜깁기한다재봉틀 페달에 발끝만 동동이던어머니 손끝에서 웃음 길을 트는 노루발슥삭, 슥삭, 쿵쿵, 드륵 드르륵숨 떨어진 나무 의자가 부활하고널브러진 밥 보자기에 뼈대가 생긴다그 집, 노루발 형제애가 깊어 갈수록빈곤했던 가세를 일으켜 세워지는 것이다 -호미숙의 시집 속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