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출연한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편당 출연료 2억원이 넘는 귀하신 몸이자 이름 하나로 영화 흥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유일한 여배우다. 하반기 들어서는 류승완 감독, 이혜영 등과 함께 <피도 눈물도 없이>에 전력투구 했다. 청순과 요부를 오갔던 지난 3년간의 이미지를 청산하고 자신에게 새 옷을 입혀줄, 색다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02년 <피도 눈물도 없이>가 그녀의 연기경력에 중요한 전기가 돼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간 휴지기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25. 최완 | 아이엠픽쳐스 대표 - 속사포를 단 오똑이
2001년 지난해 <하면된다>의 실패를 말끔히 씻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틀을 마련했다. 투자 배급한 <엽기적인 그녀>가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려줬기 때문. 이런 상승기운을 타고 투자한 <아프리카>는 촬영을 마치고 1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칸에서 들여온 프랑스 블록버스터 <벨파고>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2년 연초에는 <아프리카>의 배급에 매진한 후 자체 제작하는 작품 1편과 외부 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작품 2편으로 기본적인 배급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외화 배급보다는 한국 영화에 전력을 기울여 한국영화 전문 투자 배급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
26. 박찬욱 | 영화감독 - 달은... 해가 꾸는 꿈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로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봄에 있었던 백상과 대종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외적인 환경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시나리오를 꾸준히 써 '찍고 싶은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신생 영화사 에그 필름에 둥지를 틀었다.
2002년 <복수는 나의 것> 이후의 연출작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오히려 그 다음 작품은 결정되어 있는 상태. 민혁당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그가 오래 전부터 계획해 오던 것이다. 2년 정도 취재 과정을 거쳐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섞을 예정.
27. 김상진 | 영화감독, 감독의 집 대표 - 웃음의 연금술사
2001년 99년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태동한 김상진식 코미디의 비결을 올해 <신라의 달밤>으로 완성해냈다. 할리우드 여름 블록 버스터들 사이에서 전국 430만명을 모으면서 <주유소 습격사건>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더구나 하반기에 이어진 일련의 조폭 코미디가 그의 코미디 스타일을 일정 부분 차용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고동락했던 김미희 대표로부터 독립해 새 영화사 '감독의 집'을 차렸다.
2002년 코미디영화 <광복절 특사>(가제)를 준비중이다. <신라의 달밤> 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이제 아무도 그의 대중적인 코미디 감각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8. 이춘연 | 씨네2000 대표, 영화인회의 이사장 - 충무로의 따거(大兄)
2001년 제작자로서보다는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영화인회의 일로 공사다망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초 대종상을 영화인협회와 공동개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신구 영화계 화합에 견인차 역할을 맡았다. 상대적으로 제작자로서의 영향력은 감소한 상태. <인터뷰> 이후 단 한 편의 영화도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2002년 오랜만에 내놓는 신작 <서프라이즈>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고 KM컬쳐가 투자하는 <중독>(가제)등을 준비 중이다. 상반기에 새로운 스튜디오 아트 서비스의 대표를 겸직하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인회의 등의 대소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29. 석명홍 | 씨네라인 II 대표 - 충무로의 바람 바람 바람
2001년 창립작품으로 제작한 <친구>의 예상밖 대박 흥행으로 올 한 해를 가장 바쁘게, 또 가장 기쁘게 움직인 제작자가 됐다. 때문에 작품 구상 보다는 <친구> 흥행의 뒷마무리를 하며 한 해를 보냈다. 어쩌면 올해 가장 축하주를 많이 산 사람 중 한 명이 석명홍 대표일지도 모른다.
2002년 내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술을 살 수 있게 되는 게 석명홍 대표의 바람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친구>의 경우가 반짝 성공이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준비중인 작품은 신인 정윤철 감독의 <야생화>(가제)가 있고 오기환 감독이 두번째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오로라>(가제)라는 작품도 대기중이다.
30. 김상일 | 브에나비스타 코리아 대표 - 디즈니랜드의 한국 주인
2001년 여름 블록버스터 <진주만>의 선전으로 일단 5개 직배사들 가운데 정상에 섰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가 저조한 성적을 내는 등 이렇다 할 흥행작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한국영화 강세의 제물이 됐다. 올 봄 <번지 점프를 하다>로 한국영화 배급에도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 적지 않은 재미를 봤지만 이후 <소름>과 <나비> 등으로 톡톡한 수업료를 치렀다.
2002년 연말 개봉할 <몬스터 주식회사>와 내년 봄 미국에서 개봉하는 <피터팬:리턴투 네버랜드> 등으로 디즈니랜드의 아성 재건에 나설 예정. 그러나 디즈니 왕국에 대한 본토와 한국의 양면 협공은 내년에도 여전할 듯.
2001년 '심의필증 배우' 명계남은 올해 출연작이 유난히 적다. 대신 40여개의 영화 관련 특강에 다니며 영화 얘기로 시작해서 '조선일보 반대'로 끝나는 명강의를 진행했다. 또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광역권 로케이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부산필름커미션 박람회를 치르느라 서울과 부산을 오간 마일리지가 10만을 넘었다. 또 2년만에 신작 <오아시스> 제작에 돌입했다.
2002년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부산영상위원회 운영 위원장을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오아시스> 외에 2편을 제작해 트로피말고 돈을 벌 계획이다. 내년에도 얼굴 팔고 이름 팔아 안티조선 운동을 계속할 예정.
32. 이영애 | 영화배우 - 충무로의 산소호흡기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로 충무로 여배우 캐스팅의 새로운 대안이 되는가 싶더니 올초 <선물>에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영화의 흥행 성공을 도왔다. 이후 허진호표 멜로 <봄날은 간다>를 통해 세를 굳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스타 파워를 정점에 오르게 했다. 현재 심은하를 잃은 충무로 영화사들이 가장 '찜'하고 싶어하는 여자 배우 중 한 명.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쏟아지는 CF 제의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고 있다.
2002년 출연할 새 작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핸드폰을 꺼 넣고 여행을 떠나는 습관으로 미루어볼 때 내년 계획은 아마 구상중?
33. 장동건 | 영화배우 - 2009년에도 기억할 친구
2001년 <친구>로 열망하던 연기변신에 성공했고 흥행 배우의 왕좌에도 등극했다. '내가 니 시다바리가'를 마구 유행시키며 관객들의 뇌리에 선명한 인상을 남긴 <친구>는 그에게 배우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게 한 영화였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무사히 마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2002년 해를 넘기고 개봉하는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로 관객들과 만날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던 한 해인 만큼 당분간은 쉬고 싶은 심정이라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갈 계획이었지만 9.11 테러 여파로 만학의 꿈은 잠시 접은 상태.
34. 이준익 | 씨네월드 대표 - 달마도사
2001년 지난해 <공포택시>로 인한 부진을 단숨에 해소했다. 연초 <어둠속의 댄서>를 배급해 조용히 성공을 거뒀으며 여름 들어 <메멘토>로 매운 맛을 보여줬따. 배급력이 날로 성장해 <러시 아워 2>도 흥행가도를 달렸다. 무엇보다 직접 제작, 배급한 <달마야 놀자>가 호평을 받으면서 3백만 관객을 돌파해 한국영화 성장세에 일익을 보탰다. 가장 뿌듯했던 작품으로 <메멘토>를 꼽는다.
2002년 1월 <디 아더스> 배급을 시작으로 <존Q> <블레이드2> <콰이어트 아메리칸> <디아블로> 등 외화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달마야 놀자>의 시나리오를 쓴 박규태 작가의 연출 데뷔작도 제작한다.
35. 곽정환 | 서울극장 회장 - 불로장생 왕회장
2001년 일찌감치 극장의 운영실무를 부인 고은아 씨에게 일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가 올해는 92년부터 맡아온 서울시 극장협회 회장직까지 사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곽정환이라는 이름 석자가 짊어진 역사와 파워는 감히 넘어설 수 없는 것이므로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리스트에 머물 수 밖에 없을 듯.
2002년 현재 서울극장 8개관을 13개관으로 증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FILM2.0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서울극장의 증축과 함께 2, 3년 안에 단성사와 피카디리가 멀티플렉스로 다시 개장하면 종로 3가가 명실상부한 영화의 본산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36. 이인규, 최재원 | 무한기술투자 대표, 아이픽쳐스 대표 - 영화계 무한 질주
2001년 <신라의 달밤>과 <무사> 등에 투자했으며 시네마서비스, 싸이더스 등의 자금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9월에는 영상사업 참여를 서두르고 있는 MBC와 손잡고 50억 규모의 MBC 무한영상벤처투자조합 1호와 100억 규모의 MBC 무한영상투자벤처조합 2호를 결성했다.
2002년 시네마서비스가 청어람을 분사시키면서 무한기술투자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시네마서비스 배급, 싸이더스 제작 영화는 무한기술투자에서 투자하고 청어람의 작품 라인업에는 무한기술투자의 영상펀드 실무법인인 아이픽쳐스가 투자하는 것으로 정리된 상태.
37. 이용관 | 중앙대 교수,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 충무로의 이태백
2001년 술과 영화의 영원한 친구 이용관 교수에게는 시련의 한 해였다. 연초에는 지난해 극영화 제작지원 사업의 불똥을 수습하느라 협상의 술잔을 들이켰고 7월 법원이 '조희문 전 부위원장 불신임과 이용관 부위원장 선임 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하자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다. 이후 11개 영화단체의 지지에 힘입어 강력하게 추진한 위원장 불신임도 물 건너 간 형국이라 찹잡한 마음에 또 한잔.
2002년 영진위 임기가 끝나는 6월에는 미국정부기관인 아메리칸 엠버시티의 초청으로 2개월간 연수를 받은 후 8월 학교로 돌아간다. 연임은 절대 안 하며 당분간은 학교 일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게 희망사항이다.
38. 유길촌 |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영화정치판의 허주(虛舟)
2001년 2000년 극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대한 공정성 시비로 자진 사퇴서를 제출했고 연말에는 영화계와 위원회 안팎에서 불신임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떠나지 않았고 영화진흥위원회 출범 이후 가장 오랫동안 위원장 직에 머문 수장이 됐다. 영화진흥사업도 이리저리 꼬이고 미뤄지긴 했으나 다행히 중단되지는 않았다. 한국영화를 해외에 알리는데 주력해 카를로비 바리 등에서 한국영화 특별전 및 회고전이 줄을 이었다.
2002년 서울종합촬영소 내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춘사관이 완공된다. 재임기간이 끝나는 6월 이후에는 직접 설립한 프로덕션에서 좋은 영화 한편을 만들 계획이라고.
39. 이승철 | 20세기 폭스코리아 대표 - 내년엔 다 쓸어 버리Lee
2001년 폭스의 올해 성적은 저조한 편. <물랑루즈>만이 전국 100만의 성적을 올렸을 뿐 기대작이던 <혹성탈출>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빅 히트작은 없었지만 작은 영화들로도 치명적인 손해를 피하면서 살림을 꾸려왔다. 아무래도 지금은 직배사 와신상담의 계절이니까.
2002년 숨죽여 지내던 폭스의 부활이 점쳐진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과 스티븐 스필버그, 톰 크루즈가 만난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여름을 석권할 태세. 가을에는 톰 행크스 주연의 스릴러 <로드 퍼디션>, 연말에는 007 21번째 시리즈가 대기중이니 올해의 흥행 부진을 단박에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
40. 오기민 | 마술피리 대표 - 오! 기민한 고양이 본부장
2001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사 '마술피리'에서 첫 작품 <고양이를 부탁해>를 만들었고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을 궁리하기도 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프로듀서 오기민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수작이라는 중평이 무색하게 흥행에서 쓴 잔을 마셨지만 열혈 관객들의 영화 살리기 운동으로 재개봉하는 특이한 기록을 남겼다.
2002년 2편 정도를 물망에 올려놨다. 변영주 감독의 <내 생애 꼭 한번 뿐인 특별한 날>은 <밀회>로 제목을 바꾸고 3월말 촬영을 시작하고 고딕 공포영화 <장화홍련전>도 제작할 예정이다. 올해 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내년에는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영화를 할 작정이다.
41. 남궁진 | 문화관광부 장관 - 칼가는 장관
2001년 지난 9월에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14, 5대 의원 역임. 충남 논산 출신으로 고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85년 동교동계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영화와 관련해서는 업무 파악 및 인맥 파악에 주력한 시기. 취임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구체적인 업무는 별로 추진된 것이 없다.
2002년 제한상영관 설치를 골자로 하는 새 영화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시행령을 제정하는 등 제도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들의 임기만료에 따라 새 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42. 허진호 | 영화감독 - 한국평단의 아이돌
2001년 3년만의 신작 <봄날은 간다>로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부산영화평론가 협회상과 한국영화평론가 협회상을 휩쓸었고 동경영화제 최우수 예술공헌상까지 수상했다. 사람과 사랑에 관해 묘사하는 탁월한 솜씨를 인정받은 셈. 공동제작을 한 싸이더스와 홍콩 어플로즈 픽처스 사, 일본 쇼치쿠사, 그리고 관객의 기대에 부응해 '허진호 월드'를 완벽하게 구축했으니 이젠 누구도 그를 간섭할 수 없다.
2002년 <봄날은 간다>가 3월 일본 개봉하며 로테르담 영화제에도 진출한다. 유바리 영화제 심사위원으로도 초청받았다. 휴지기 없이 곧바로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고.
43. 임권택 | 영화감독 - 한국형 스크린의 재단사
2001년 6월초 프랑스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임권택 감독 회고전'을 마련할 만큼 명실공히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목. 98번째 영화 <취화선>을 촬영하며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날이 가도 사그라들 줄 모르는 창작욕은 판소리를 스크린에 접목했던 <춘향뎐> 이후 더 불타오르고 있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조선 말 천재 화가 장승업의 작가 정신을 구현하면서 감독 자신의 생애와 접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2002년 봄 개봉에 맞추기 위한 파란만장한 편집 작업이 남아 있다. 동양화(특히 한국화)와 스크린의 만남, 어떻게 보여질지 그것이 문제로다.
44. 한석규 | 영화배우 - 폭발을 기다리는 휴화산
2001년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그의 위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99년 <텔미썸딩> 이후 근2년째 작품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작년 한 때 막둥이 시나리오 공모에서 수상한 <11월의 비>(가제)에 출연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 작품은 그의 형 한선규 씨가 차린 힘영화사에서 제작하기로 했었는데, 지금은 접어둔 채로 다른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02년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차기작 선정의 부담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러나 그가 지니고 있는 관객동원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의 형과 함께 하는 건 분명하다.
45. 최민식 | 영화배우 - 대한민국 대표급 페이소스 2001년 <파이란>으로 삼류 건달의 깊은 슬픔을 전해주었던 최민식의 연기 세계는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었다. <취화선>에서 조선말 천재화가 장승업 역을 맡아 신들린 붓놀림을 재현하기 위해 특별 지도를 받는 등 한번 손대면 끝을 보는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것이 법이다>에 카메오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월간지 '프리미어'가 뽑은 최고의 배우에 등극하는 등 올 한 해 연기자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
2002년 역시 <취화선>의 개봉이 관건. 시대극은 처음이지만 <취화선>이 성공한다면 그의 입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46. 이병헌 | 영화배우 - 흥행 점프를 한 사나이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번지 점프를 하다>로 연타석 장타를 날렸다. 2년전까지만 해도 영화배우로서 운이 닿지 않았던 그의 배우 이력이 2001년을 기점으로 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시나리오를 고르는 선구안과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이제 명실공히 충무로 캐스팅 0순위로 부상하고 있다.
2002년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지금까지 후속작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장현수 감독의 다음 영화 <나비>에 출연한다는 풍문이 나돌았으나 근거없는 소문으로 밝혀졌다. 침묵이 길었던 만큼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파워 인물을 선정하는 기준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제작, 배급, 투자, 극장, 언론, 마케팅, 매니지먼트, 감독, 배우,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따. 독특한 점은 한 인물에 대해서도 직군별로 반응이 서로 다르다는 것. 물론 상위 빅10에 오른 한국 영화계 거물들은 대체로 고른 추천을 받았다. 약간의 편차를 보인 이는 곽경택 감독과 강제규 대표. 곽감독은 매니지먼트 쪽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투자 부문에서는 파워 인물로 꼽히지 못했다. 강제규 대표는 언론과 정책의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감독이나 배우의 추천을 받지 못한 경우다.
투자와 정책, 극장 쪽 파워 인물들은 대개 같은 직종이나 비교적 많은 영향을 주고 받는 업종의 종사자들이 지지를 보냈다. 곽정환 서울극장 대표는 언론이나 매니지먼트, 투자 분야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지만 극장과 배급, 마케팅 종사자들의 추천을 받았다. 문성근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이사장은 정책 쪽의 대대적인 추천을 받은 반면, 배급, 매니지먼트, 투자, 제작 쪽의 눈길은 끌지 못했다. 백기웅 KTB 네트워크 대표, 박무승 KM 컬쳐 대표, 박병무 로커스홀딩스 대표 등 투자 전문가들은 언론과 제작사의 추천을 많이 받은 경우다.
이런 경향은 제작 쪽도 마찬가지다.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와 김미희 좋은 영화 대표는 다른 어떤 직종보다 제작자나 프로듀서들의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김정상 신마서비스 대표와 이춘연 씨네2000 대표도 제작과 마케팅 종사자들이 집중적으로 추천한 일물. 이은 명필름 이사는 활동 분야가 넓은 만큼 동료 감독과 제작사, 정책 쪽의 고른 지지를 얻었다.
언론 분야 응답자는 투자와 제작, 배급 쪽에 대부분 표를 몰아줬다. 반면 제작자나 프로듀서들은 배우를 파워 인물로 꼽은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은 장동건과 송강호. 극장이나 배급쪽의 주목을 받지 못한 반면 마케터와 프로듀서들의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선희 기자
충무로 파워사단
제작비의 거대화, 배급의 대규모화가 이뤄지면서 충무로의 지형이 대대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제작, 투자, 배급, 매니지먼트, 극장을 중심으로 이합 집산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는 몇 개의 그룹을 살펴 보았다.
시네마서비스 사단
충무로 토착 자본을 대표하는 시네마서비스 강우석 감독을 중심을 뭉친 제작자와 감독들. 김미희, 김상진, 이춘연, 구본한, 장윤현, 정태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강우석 감독 특유의 사람 관리와 막강한 배급력, 코스닥 상장 기업인 로커스홀딩스를 배경으로 한 투자력이 바탕을 이루고 있어 이들의 결집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내년엔 싸이더스의 전작품을 배급하게 돼 더욱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를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최용배 배급 이사가 배급사 '청어람'을 차려 독립하지만 시네마 서비스의 영향권 내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여 내년엔 올해보다 더욱 많은 영화가 시네마 서비스를 거치게 될 듯하다.
CJ사단
드림웍스라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CGV를 지니고 있는 CJ 엔터테인먼트도 지난 10월 튜브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음으로써 이전부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던 명필름과 더불어 새로운 군단을 꾸리게 됐다. 재작년부터 한국영화 배급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그 세력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데 이로써 CJ는 튜브와 명필름으로부터 좋은 작품들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CJ는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에 진입해 성공하는 본격적이 사례를 남겨 여타 대기업들의 영화계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
싸이더스 사단
영화, 음반, 매니지먼트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 싸이더스는 그 자신만으로도 막강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정우성, 김혜수, 전도연, 전지현, 설경구, 차태현 등의 배우 군단을 거느리고 있어 캐스팅 문제에서 다소 수월한 동시에 배급에 있어서는 시네마서비스, 투자에 있어서는 무한기술투자 영상펀드 실무법인인 아이픽쳐스로부터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강제규 사단
영화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강제규 필름은 매니지먼트사인 싸이클론을 만들어 이정재, 이병헌, 김윤진, 장진영 등과 변정수를 비롯한 40여명의 모델을 거느리고 있다. 또한 극장 주공공이와 내년 중순경에 개관하는 주공공이 평촌점을 임대형식으로 관리한다. 내년엔 <오버 더 레인보우>를 비롯한 약6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중소규모의 제작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배급에도 힘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