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둥치 : 하느님의 뜻을 실천함
수도원이란 하느님의 뜻을 포착하여 실천하는 것을 생활로 배우는 학원이다.
그 실천적 생활이 비록 가장 어렵고 미묘한 것이어도 실행해야 함을 배우는 곳이다.
이것이 수도자의 삶이며 이는 뿌리로부터 자라난 둥치와 같다.
수도자가 세상을 떠나 수도원에 들어오는 목적은 안일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나
또는 기도만 하기 위해서 수도자가 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친구로서 그 분이 기뻐하시는 것을 어디서나,
무엇이나 하려고 수도자가 된 것이다.
수도자가 다른 일반 신자들이 즐겨 할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하느님께로 향한 마음의 자유를 누리기 위한 것이다.
박으로 만들어진 ‘통기타’라는 악기는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된다.
박의 속을 파내어 몇 개가 현을 팽팽하게 연결한 이 악기에다 헝겊이나 책이나 꽃들을 담는다면
박은 아름다운 제 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다.
통은 비어 있어야 하고 줄은 팽팽해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음을 낸다.
통기타는 수도자의 마음과 같다. 수도자의 마음은 하느님이 아닌 것에 언제나 비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의 음성을 순수한 곡으로 들을 수 없게 된다.
그 마음이 모든 애착에서 이탈될수록 그리고 더욱 청정해 질수록 그 수도자는 더욱 자유로워진다.
모든 애착으로부터의 이탈은 바로 가난 정신이다.
통기타의 팽팽한 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생활의 일상적인 것에서도 하느님을 향해 긴장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긴장 없이 수도자가 일자리로 가서 그의 일을 한다면(강의, 가르침 등등) 그는 늘어져,
활기 없는 가운데에 평범한 일을 하고 있을 뿐, 탄력을 잃은 악기의 줄은 아무런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 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도자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 의식주 일체와 기도함에 긴장으로
대비해 있으면 그 분으로부터 그대가 튕기는 음악의 선율은 매우 아름답고 감화스러운
예술이 될 것이다.
줄 하나가 짧거나, 혹은 더 길거나에 구애됨이 없이 조화적인 조율로
악기는 아름다운 음을 낼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것에서부터
가장 단순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을 향해 언제나 대비해 있어야 한다.
성 분도께서 이르신, 수도자의 삶은 언제나 사순절과 같아야 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을 하느님이 아닌 그 모든 분심으로부터 이탈시키고 더욱 긴장하여 있으면서 성신께서
우리 마음의 악기로써 더 아름답게 부활절을 위해 울려 퍼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우리 자신을 비우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수도자의 생활은 비어 있어야 하는 통기타와
그 긴장된 줄처럼, 하느님을 위해 울리는 악기가 되어,
그 분이 수도자 안에서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을 마음대로 칠 수 있도록
아무 것으로도 방해하지 않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실천하는 데에
이 통기타라는 악기는 좋은 비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