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쌀 고구마 축제’ 탐방기. 쌀! 쌀! 할 때는 여주 고구마가 최고! 너른 땅·남한강·황토의 자식들 한데 모여](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90%2F1758690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그대가 지금 이곳에 오자마자 (使君旣下車)
저녁연기가 풍성하게 나오고 있네 (豊穰煙火夕)
좌우에 죽도 있고 밥도 있고 (左右殖又粥)
농요와 회적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네 (村謳雜農笛) - 서거정, '여강팔경'의 '연촌(煙村)' 중
그저 반가움에 대접하는 인심이 굴뚝 연기처럼 풍성한 곳, 노을 진 산세처럼 구수하게 꺾이는 우리 가락 흐르는 곳. 서거정의 어깨 너머로 옛 시골의 모습이 펼쳐진다. 참 그리운 냄새이기도 하다. 이 향수를 지난 11월 중순 여주에서 달랠 수 있었다. 여강(남한강) 너머로 연기가 흩날리고, 흥겨운 노래가 흘렀다. 흙과 함께 사는 농민도 마주할 수 있었다. 미처 가보지 못한 그대를 위해 여주에서 열린 잔치를 소개하고자 한다.
왕실에서 벼를 재배하던 곳
여주가 경기도 내에선 대표적인 평야라고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그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여주평야가 유명한 이유는 조선 왕실에서 직영으로 벼를 재배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리라. '성호사설'에 따르면 '조선 후기 남한강 유역의 가장 중요한 산물은 쌀이었으며 특히 여주와 이천 일대의 조생종 벼는 일찍 시장에 출하할 수 있어 이 지역 농민들이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고 전한다.
여주대교 부근 남한강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이 소작농으로 몰락했다. 광복 후 농지개혁으로 지주와 소작농은 사라지고 많은 농민이 자기 땅을 가질 수 있게 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농업은 낙후되고 농촌은 침체됐다. 새마을운동으로 농민에게 많은 지원이 이뤄졌지만, 소득에서의 근본적인 해결법은 되지 못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흙과 함께 살았던 여주 농민의 마음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축제가 열렸다. 이름하여 '여주 쌀 고구마 축제'로, 신륵사 국민관광지 일대에서 지난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진행됐다.
살기 좋은 강촌의 축제
[왼쪽/오른쪽]축제 입구 / 판매관에서는 고구마와 쌀을 비롯해 버섯, 홍삼 등이 부스별로 나눠져 판매됐다
농민이 직접 축제장에 나왔다.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축제의 구성원이다.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잔치랄까. 다양한 농산물이 선보이지만 그들을 대표하는 얼굴에는 쌀과 고구마가 꼽혔다. 여주의 쌀이 유명하기로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여주의 고구마는 국내 고구마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 또 이곳의 고구마와 쌀은 품질이 좋으므로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그래서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여주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축제장에 많은 사람의 발길이 모였다. 그렇다면 여주 농산물이 좋은 이유를 짚어보자.
[왼쪽/오른쪽]고구마 / 버섯
여주 농산물에 관한 전시관도 열렸다
여주는 가뭄과 홍수가 드문 풍년의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외곽은 산이 거친 편이지만 내부는 산이 드물고 평지가 완만히 펼쳐져 있다. 그 중심을 남한강이 관통한다. 가려지는 곳 없이 햇살이 두루두루 내리는, 깨끗한 남한강이 농업용수로 쓰이는 평야가 곧 여주이다. 땅도 비옥한 황토지대로써 충분한 양분을 공급해준다. 이런 좋은 조건이 비단 벼농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니 여주의 농산물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
영월루
이런 여주는 택리지에서 평양, 춘천과 더불어 살기 좋은 강촌으로 꼽힌 바 있다. 축제장에서 남한강 건너편으로 산세에 놓인 누정이 눈에 띈다. 다리를 건너 야트막한 동산에 오르니 '영월루'라는 건물이 남한강을 배경으로 서 있다. 가까운 남한강에서 멀리 치악산까지 가슴 탁 트이는 강촌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축제장에서 약간 벗어나 남한강변을 걷고 영월루까지 거쳤더니 슬슬 허기가 져, 다시 축제장으로 배를 채우러 갔다.
노라디 노란 추억의 맛
고구마 굽기는 셀프
축제장 중심에는 대형 군고구마 통이 마련되어 있었다. 고구마를 넣어두면 속이 노릇노릇한 군고구마가 된다. 겨울이면 정류장 근처 눈에 띄던 군고구마 장수도 점점 줄어드는데, 추억의 맛까지 담긴 듯 찰지다. 여주 고구마는 '밤'과 '꿀'이 붙어 '꿀밤고구마'라고 불리는데, 왠지 거창하다 싶지만 맛을 보면 납득이 간다.
고구마는 일종의 애피타이저. 축제장 한편에 식사할 수 있는 자리로 옮겼다. 가마솥 여러 개가 줄지어 장작불에 달궈지고 있었다. 한 가마솥에는 비빔밥에 들어갈 콩나물이 듬뿍 담겨 삶을 준비를 마쳤다. 자리를 잡고 국밥 한 수저 넘기는 데, 11월 중순의 쌀쌀함이 맛을 더한다.
[왼쪽/오른쪽]가마솥으로 삶는 콩나물 / 색밥 만들기에 들어가는 고구마
[왼쪽/오른쪽]고구마 찐빵 / 한기를 싹 몰아냈던 인삼 튀김
한 끼 든든하게 먹었으나 침 고이게 만드는 것들이 자꾸 눈에 띈다. 여주 쌀과 고구마로 만든 찐빵, 겉은 씹을수록 달달하고 속의 앙금은 꿀처럼 달다. 이외에도 고구마묵, 고구마크로켓, 버섯어묵, 등 시중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맛에 지갑은 점점 얇아져만 가고… 디저트까지 먹은 꼴이 됐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흙과 함께 하는 농민이 축제장에서 판매를 하려니 영 어색했을 것이다. 하지만 농산물을 가리키며 물어보는 방문객에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마치 어머니의 자식자랑 같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여주,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한번쯤은 지나치게 되는 여주. 겨울에 어울리는 고구마 사러 여주에 들려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신륵사 국민관광지]
영동고속도로 여주톨게이트 → 우회전(37번국도이용) → 4㎞직진후 터미널사거리에서 우회전 → 1.5㎞ 직진후 여주대교 → 여주대교 건너서 곧바로 우회전 → 신륵사 국민관광지
2.맛집
샘터 : 쌀밥, 등심, 031-885-3336
여주쌀밥집 : 쌀밥정식, 등심, 031-885-9544
오송가든 : 여주쌀밥정식, 한우생등심, 031-885-5289
교리여주쌀밥 : 돌솥쌀밥한정식, 031-886-8255
3.숙소
엠투엠모텔 : 여주읍 연양리, 031-885-1818
하이텔모텔 : 여주읍 오학리, 031-884-3677
발리모텔 : 여주읍 홍문리, 031-885-7075
코리아나모텔 : 여주읍 연양리, 031-882-2671
<출처: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