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삶의 현장에서 인식하는 존재와 그 진실 --김하영 시집 『새는 나는 길을 안다』 김 송 배 (시인. 한국현대시론연구회장) ‘삶의 현장’과 존재의 가치 김하영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새는 나는 길을 안다』를 상재한다. 첫 시집 『진흙탕에 핀 연꽃』에서 삶과 존재의 애환을 주제로 펴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삶의 현장에서 목도(目睹)하거나 직접 체험한 현상들이 다양하게 적시하는 그의 시적 발상과 이미지의 창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현대시는 대체로 외적인 사물에서 내적인 관념으로 전환하면서 우리 인간의 삶과 밀접한 상관성을 갖게 되는데 사유(思惟)의 정점에는 인생이라는 존재의 대명제가 동행하는 시적인 발상을 하는 것을 자주 대하게 된다. 김하영 시인도 이러한 정서의 범주(範疇)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그는 우선 ‘내 인생 낙엽처럼 스쳐 가는 인연 / 내 젊었던 삶 / 속절없는 그리움 향수에 젖고 / 낙엽처럼 내 인생도 뒹구네’라고 작품 「낙엽」에서 인생과 삶은 동일 지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하영 시인이 이처럼 삶과의 현장성 소재는 우리 인간들이 모두가 체험하는 평범한 현실적인 생활방식이 자신의 정서에서 얼마만큼 절실함이 투영되었는가 하는 심저(心底)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그의 상상력의 중심축이 발현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창밖 풍경 본다 고층빌딩 유리 벽 몸 기대 긴 로프줄 생명줄 걸어 로프줄 오른쪽 세제 물통 걸레 기구 왼쪽 물 호스 누르면 살수 놓으면 잠긴다 마지막 고무 브러시 민다 이들이 지나간 자리 유리같이 맑다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긴장된 삶의 현장 치열한 저들의 삶 내 안으로 들어 온다 지상에서 본 물체 사람 자동차 바닷게가 기어가는 것 같이 보인다 저들의 가족 가슴 졸이는 하루 오늘도 무사 안녕 그들만이 마천루 삶을 즐긴다. --「삶의 현장」전문 김하영 시인은 창밖 고층빌딩 유리벽에 물청소하는 풍경에서 ‘삶의 현장’을 의미 깊게 시점(視點)을 집중하고 있다. 거기에서 그는 ‘치열한 저들의 삶 내 안으로 들어 온다’는 정감의 이미지를 창출하면서 그들이 ‘긴 로프줄 생명줄’을 실제상황으로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긴장된 삶의 현장’에서 ‘오늘도 무사 안녕’을 갈망하는 시적인 진실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삶의 현장’은 ‘저들의 가족 가슴 졸이는 하루’이지만 상황을 전도(轉倒)시켜서 ‘그들만이 마천루 삶을 즐긴다.’는 어조로 시적인 긴장감을 완화하는 시법(詩法)으로 전환하는 그의 시적 지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삶은 한 치 앞도 가늠 못 하는 세상 일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뚜벅뚜벅 걸어온 발자국 무게만큼 풀어놓고 내 얼굴 책임질 줄 아는 지천명 마지막 한 달 찬 겨울바람 질기게 허욕 쫓는 어리석음 묵묵히 지켜주는 굵은 나무처럼 올해 마지막 지나온 반성문 써본다 --「마지막 12월」중에서 그러나 ‘삶은 한 치 앞도 가늠 못 하는 세상’이라는 그의 내적인 심중(心中)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기적인 심리적 현상이 적시되고 있다. 그의 삶은 ‘일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 뚜벅뚜벅 걸어온 발자국 무게만큼 풀어놓고’ 살아가야 하는 의구심(疑懼心)이 상존(常存)하고 있어서 지금은 ‘올해 마지막 지나온 반성문 써본다’는 성철의 언어로 그의 진실을 토로(吐露)하고 잇는 것이다. 또한 그는 ‘한평생 살아 찾아온 절벽 / 삶도 죽음도 던져야 할 몸 //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아지랑이 / 내 평생 살아온 아지랑이 / 방랑자되어 떠돌아다닌다(「아지랑이」중에서)’ 는 ‘아지랑이’의 이미지를 ‘한평생’이라는 삶과 존재 등이 ‘삶과 죽음’으로 전환하며서 ‘내 평생=아지랑이’라는 대칭의 인생론을 메시지로 적시하고 있어서 우리들의 공감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위기의식이 ‘내 가슴 영원한 느낌표 / 자욱져 있듯이 그대 가슴 / 영원한 느낌표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 친구여!(「영원한 우정」중에서)’ 라는 기원의 어조로 호소하고 있는데 이는 그의 내면에서 발현하는 삶에서 체득(體得)한 현실적인 갈등을 화해하려는 여망이 ‘삶의 현장’의 적나라(赤裸裸)한 모습을 흡인(吸引)함으로써 삶에 대한 애착이 더욱 깊어지는 시적 진실을 이해하게 한다. 김하영 시인은 인간의 존재(곧 삶)는 작품 「길(道)」에서도 현현한 바와 같이 ‘그 길에는 완성이란 없다 / 완성이란 죽음’이라는 결론과 함께 ‘뜬구름 같은 우리들의 삶 / 도전하고 지나갈 뿐 / 길에는 수많은 애환 묻어있고 / 석양 붉은 노을 버리고 / 발자국 남을 뿐’이라는 자성(自省)의 어조로 삶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2. ‘세월의 이정표’에서의 감응 김하영 시인에게서 심도(深度)있게 탐색하는 중요한 시점은 시간성에 집착하고 있음을 간과(看過)할 수 없다. 그는 ‘세월’이라는 흐르는 시간에 대해서 시적인 상황이나 주제의 메시지를 차원 높게 발산함으로써 다변적인 이미지를 재생하고 있다. 어느덧 칠순 접어들면 시간 흐름 급류 탄다 하루가 열흘 같다고 할까 하는 일 없이 친구한테도 전화도 뜸해 시간 흐르면 어느 날 뚝 끊긴다 이럴 때 내가 노인임을 깨닫게 된다 늙어가면서 신선처럼 사는 이도 있다 모든 것 사랑도 미움도 놓아버리고 성냄도 탐욕도 어리석음도 놓아버리고 이제 삶에 걸림이 없다 올라갈 극락도 천당도 없다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다 --「세월의 이정표」전문 김하영 시인이 제시하는 ‘세월의 이정표’는 ‘칠순’과 시간의 급류를 일치시키면서 그 세월이 던져주는 재생의 메시지로 자아를 인식하는 성찰의 주제가 그의 내면에 깊이 잠재해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하루가 열흘 같다’거나 ‘이럴 때 내가 노인임을 깨닫게 된다’는 유수(流水)의 시간, 즉 무정세월약류파(無情歲月若流波)를 실감하고 있는 현실적인 삶에서 자성의 어조를 통해서 그는 인생관의 새로운 경지를 분사(噴射)하고 있다. 그가 ‘성냄도 탐욕도 어리석음도 놓아버’려서 ‘이제 삶에 걸림이 없다’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다’라는 그의 결론적인 진실은 바로 그가 탐색하면서 구현하려는 시적 정황(situation)이 고차원의 주제를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여보게 어찌 세월이 빠른가 내가 너무 세월을 보냈는가 어쩌다 이렇게 많은 시간 보냈나 세월은 의식 없이 흘러가고 뒤도 되돌아보지 않구 마구 달려 어려서 찰떡 동무하며 놀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개구쟁이 발가벗은 옛날 친구가 세월에 얽매여 곁눈질 못 하고 웃음만 든다. 지금은 고희를 맞은 나이 남은 여생 즐겁게 살자 --「친구」전문 그는 이처럼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과 지나온 감회를 ‘친구’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가 마지막 결론으로 제시한 ‘지금은 고희를 맞은 나이 / 남은 여생 즐겁게 살자’는 그의 진솔한 어조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자성의 의미도 있지만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그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어조를 ‘지금까지 살면서 무얼 했어 / 쩌다 이렇게 많은 시간 보냈나는지 / 돌이켜보면 허무감만 든다’는 회상의 심중에는 한생의 다양한 감회와 동시에 ‘어쩌다 이렇게 많은 시간 보냈나’라는 회한(悔恨)의 진실도 엿볼 수가 있다. 김하영 시인은 이렇게 세월을 통한 시간성의 시적 의미와 시간과 우리 인간과의 상존관계에서 생성하는 많은 이미지들이 창출되고 있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당신의 사랑 안에서 보람된 세월(歲月)을 위해 (「고희」중에서) -억겁 세월 속 비천하는 에밀레종 / 오늘도 해탈의 몸으로 / 천년 세월 속 건재하고 있다(「에밀레 종」중에서) -사람의 왕래 업(業) 따라 / 살아가는 저들의 모습 / 세월은 유수(流水)같이 흘러간다 / 한겨울 햇빛 도 짧다(「반복의 시간」중에서) -중심 잊지 않고 오늘 하루 무탈하게 / 지내는 세월이 되자(「우정」중에서) -경칩이 하루 전 / 개구리는 보이질 않는다 / 하루하루 유폐된 삶 세월엔 장사 없다(「새벽길」중 에서) -새로운 내 모습 / 현재의 내 생활 / 세월은 빛과 함께 흘러간다(「희망의 길」중에서) 그러나 ‘시간=나이’라는 보편적인 개념도 그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인생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습관 불면의 밤 / 이어지는 밤 숙면 청해도 불면 / 나이 먹은 육신 행동도 둔해(「불면의 밤」중에서)’라는 어조로 실제 상황(real life)에서 자의식(自意識-self consciousness)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이 모두가 그가 현재 시간에서 추적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현상들이 우리 인간들과의 상관성에서 탐색하고 나아가서는 구현하려는 어떤 지적(知的)인 기원들이 시로 형상화하거나 주제를 창조하는 그의 인생론이 대체적인 시맥(詩脈)을 이루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3. 시의 사회성과 시적 진실 김하영 시인은 지금까지 자신에서 탐구하는 내적(內的)인 사유에서 자신을 인식하거나 성찰하는 시법으로 창작해왔으나 이제는 그의 시점(視點)을 외곽으로 돌려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투영하면서 시의 목적성에 접근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못한다. 우선 그가 천착(穿鑿)하는 사회적인 문제는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인명을 앗아간 일과 ‘뇌물천국’이라고 현실적인 실상을 고발하는가 하면 ‘광화문 촛불 밝히며’와 ‘독도’문제 그리고 통일문제에 까지도 그의 시선과 감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희망 노란 물결 5월도 저물어 서울광장 세월호 합동분향소 원망과 분노 희망이 바람에 펄럭이고 소망의 종이배 쓸쓸히 광장 지켜 세월호 영혼들 바다 위 떠돌건만 너무 쉽게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영원히 기억해야 서울광장 어둠이 내린다 -- 「너를 잊겠니」전문 우리의 온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했던 세월호 사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분도 있다. 그들의 영혼이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만들어 국민들이 애도의 물결이 출렁였다. 그는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에서 분노와 원망이 넘치지만 실낱같은 희망도 엿보게 한다. 또한 이러한 사건들을 ‘너무 쉽게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거정하고 있어서 우리들의 공감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작품 「너희를 어찌 이대로 보내겠니」에서도 ‘슬픔에 싸인 안산고 / 읽지 못할 글들이 노란 리본에 달아 / 얘들아 미안하구나 // 한사람 세월호 선장 때문에 / 죽음을 맞이해야 되니 / 포기하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라’는 애절한 메시지로 그들의 영혼들을 위로하고 있다.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여 물안개 가물가물 천지가 요동 뼈아픈 6.25 전쟁 65년의 이산의 아픔 철조망 사이 두고 남과 북 총부리 겨눠 하늘 날으는 새 철조망 넘나들어 자유 느끼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냉전인가 백두산 천지 물안개 휘감겨 계절별로 꽃도 만발하는데 남북한 사람 손잡고 통일의 그날까지 기도하고 기다려 보자 -- 「백두산 천지」전문 그렇다. 김하영 시인은 우리의 최대 소원인 통일을 위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시적 상황과 소재로 활용하고 있어서 국민적 염원이 바로 시적 이미지로 현현하는 작품을 많이 대할 수 있다. 그는 백두산에 등정(登頂)하여 ‘뼈아픈 6.25 전쟁 65년의 이산의 아픔’을 회상하고 ‘ 철조망 사이 두고 남과 북 총부리 겨’누고 ‘냉전’을 게속하는 민족적인 고뇌를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은 「광복 70년」「독도」「장백폭포」「어느 유월」등에서 그가 평소에 간직한 국가관이 명징하게 발현되고 있어서 다시 한번 통일을 기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변하고 있다 직계(直系)만 있고 방계(傍系)가 없었지고 있다 이모 삼촌 사촌도 없어지고 있다 자녀(子女)도 나 홀로 된다 거기에는 배려나 협조라는 개념도 자라지 않는다 애국심만으로 자녀를 더 낳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사람이 늘어난다 공동(共同) 사회가 아니라 공동(空洞) 사회로 변한다 -- 「세상은 거꾸로 간다」중에서 김하영 시인은 이처럼 사회적인 의식은 우리들 내면에서 곪아가는 도덕성을 지탄하고 있다. 실제로 가족개념이나 족보(族譜)가 흐려지고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하고 있어서 식자(識者)들의 염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다시 작품 「2015년 청양의 해」에서 ‘세속 풍속도 잃고 산다 / 예절도 모르고 망나니같이 / 이웃 간 배려도 사라졌다 // 모든 거 잊고 사니 풍습도 예절도 잊어간다’는 어조로 개인주의, 이기주의, 물질주의를 한탄하고 있어서 국가적인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밖에도 작품 「구의역 19살 청년의 죽음」에서 생활전선에 뛰어던 첫 직장의 청년에게 보내는 애도의 메시지와「아라뱃길」에서 국가의 국책사업으로 조성된 뱃길이 무용지물이 된 아쉬운 ‘침묵’의 강물과「들꽃의 눈물」에서도 수해로 쓰려간 버스에서 목숨을 앗긴 비극에 대해서 ‘인간생명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 존재 잊지 말아야 한다’는 어조로 생명 경시(輕視)의 풍조를 경계하는 시적 진실을 감도(感度) 높게 비판하고 있다. 현대시는 어차피 인간과 사회가 동질의 가치 추구를 위해서 동행하게 되는데 어떤 형태로든지 서로 교류하면서 사회를 형성한다. 시는 순수하게 생활과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인 위기감이나 부조리, 불합리 등의 행태를 비평하면서 거기를 탈출하려는 속성이 있는 것이다. 4. 만유(萬有)의 자연과 통섭의 의미 김하영 시인은 정적의 자연을 유영하는 서정시인이다. 그가 만유의 자연과 통섭하면서 거기에 내재된 의미의 깊이를 통찰(洞察)하고 있다. 그것이 자연 사랑이며 자연 서정의 원류이다. 하늘에 갈 길이 있다는 새들은 안다 하늘 날던 새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높이 날지 않을 만큼 밤하늘 별들이 가는 길을 안다 하늘 날으는 비행기 항로 따라 안전하고 지정된 길로 날아간다 궤도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도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될 분별심 있어야 한다 --「새는 나는 길을 안다」전문 김하영 시인은 이 작품에서 하늘과 새, 별과 인간의 대칭적인 시의 구도를 설정하고 ‘길’이라는 대명제를 탐색하고 있다. 그는 이 시집 전체의 방향을 적시하는 자연과의 친화적인 서정의 개념이 시법으로 정리되고 있다. 그는 ‘하늘에 갈 길이 있다는 / 새들은 안다’는 점과 ‘인간도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될 / 분별심 있어야 한다’는 결론은 바로 동화(同化)된 인간과 자연의 친밀한 교감의 정점에 착목(着目)하고 있어서 그가 감응하거나 관조(觀照)하는 외연(外延)은 그에게 많은 정감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김하영 시인은 사계절의 변화에서 추출하는 이미지가 다채롭게 발현되고 있는데 몇 부류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변별(辨別)할 수 있을 것이다. -(봄)「봄날의 행복」꽃샘바람 찾아든 / 화창한 월드컵 공원 / 그냥 발길 멈춰 라일락 향 취해 / 좋 은 봄날 계절 만끽하고 // 들과 산엔 연초록 향연 / 한강 물 은물결 / 강바람 나무 그늘 / 잠 시 쉬어간다 -(여름)「잣나무 숲」하늘 향해 곧게 뻗은 잣나무 / 그늘진 나무 사이 / 햇빛 비춘다 // 높이 뻗은 울창한 숲 / 계곡물 찾아온 피서객 / 넓고 깊은 숲 내음 피톤치드 / 가슴속 스며들어 / 잣나무 숲 사이로 / 새의 맑은 소리 / 8월 땡볕도 시원한 바람 / 살갗으로 들어온다 -(가을)「가을편지」늦가을 뒷동산 올라 / 떨어지는 나뭇잎 / 더 깊이 사랑할수록 / 아름다운 것이라고 노래하며 // 떨어지는 나뭇잎 춤추며 / 사라지는 한편 무의(舞衣) 마지막 / 공연 보듯이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 떨어진 나뭇잎 바라본다 / 바닥에 수복이 쌓여있는 잎 밟아보며 / 바스락 소리 // 나의 시간 지켜보듯이 / 깊어가는 가을 바라본다 -(겨울)「겨울 나목(裸木)」어느덧 봄 여름 가을 긴 터널 지나 / 앙상한 가지만 / 검은 상복 입은 채 / 매서운 한파 아랑곳하지 않고 // 긴 여행 끝내고 봄을 맞을 준비 / 온 산천 흰 옷으로 갈아입어 / 눈 덮인 포근한 대지 어머니 품속 같다 / 긴 잠 깨어 몸의 새싹이 돋아난다 이처럼 그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깊은 서정성으로 그 계절에 적절한 이미지를 재생하는 시법이 더욱 명징한 공감으로 흡인시키고 있다. 그는 ‘들과 산엔 연초록 향연(봄)’에서 생명의 발현을, ‘8월 땡볕도 시원 바람(여름)’에서 생명의 약동성을, ‘나의 시간 지켜보듯이 / 깊어가는 가을 바라본다(가을)’에서 한 인생의 우수(憂愁)를 그리고 ‘눈 덮인 포근한 대지 어머니의 품속 같다(겨울)’는 한해의 안온한 마무리의 이미지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김하영 시인의 서정은 그의 감정이입(感情移入-fintuhlung : 인간이 대상에게 자기의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함으로써 미(美)가 성립되고 예술이 예술로 된다는 입장<독일의 심리학자 립스 포르게르트>)이 진솔하게 적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의 설정은 꽃, 산, 파도, 바람, 달팽이 등등 그의 시점에서 모두가 하나의 이미지로 발현하여 좋은 작품으로 창조되는 특성을 읽을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다시 그의 시정(詩情)으로 그리움이나 만남 그리고 연정(戀情) 등의 주제로 형상화하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김하영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 『새는 나는 길을 안다』는 그가 보편적으로 구상하고 느낀 바, 만유의 자연 사물이나 내적인 관념이 승화하는 시법이 곧 자아를 인식하고 성찰하는 다단계의 심적 모색이 적나라하게 현현되고 있어서 많은 공감을 유발하게 한다. 그러나 시의 마력적인 의미를 안다면 아름다운 인생을 알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을 뜻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하는데 열정을 숙명적으로 쏟아나가야함을 명심해야 한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