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외 1편
진평주
겨울나무에서 봄나무 여름나무로
옷을 갈아입던 시절
그대는 물오른 처녀다
혼자가 아닌 연인과 더불어
살아 더 생기 있던 그대도
가을의 그리움처럼
옷을 벗는구나!
한마디 불평도 없이
겹겹의 옷을
다
벗고 알몸으로
한겨울 삭풍에도
땅 속의 뿌리에
뿌리에 의지하며
사무치는 신열을 태울 그대여
한겨울 겹겹의 옷을 입고
추위에 떠는 나는
그대 앞에만 서면
겉옷을 벗고
그리하여 잘 익은
은행의 똥냄새처럼
나는 알몸으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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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진평주
사람과 사람 사이는
섬
사람 사이에
서로 무수한 길을 놓고
또 무한한 섬을 만든다
연장은 말이다
사람들은 말로
서로 상처를 주며 받으며
후회를 양식처럼 간직한다
언제 나는 함께 나누며
하늘로 날아가는 갈매기처럼
무욕을 깨쳐
지친 이웃들과 한바탕
신명난 춤을 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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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사물 1 벼
천수답에 뿌리박고 선
낮밤, 봄가을 사이
살 비비며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벌레소리
나무의 흔들림,
햇살 푸른 공기 별빛이 지상의 모든
장엄한 생명과 더불어
초록 황금의 한 철을 살며
우주의 축복에 감사의 마 음 새기며
고개 숙인 그대여
난, 거금도 천수답 길가에 서서
그대의 보시하는 마음에
하늘을 행해 감사드리며
머리 숙여 합장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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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진평주 시인
1962년 전남 고흥 거금도 출생
1990~1995년 풀밭창작동인 활동
1996~2010년 도서출판 예감 대표
현재 문학과행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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