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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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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사진 과 후기 스크랩 1박2일 혼자여행 첫째날(봉화 청량산)
노동자 추천 0 조회 184 13.08.29 08:58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삼천포에서 제주 직항로 여객선이 생기고 난 후 걸핏하면 제주여행을 다녀왔었다. 제주 올레길 전체 구간을 다 돌아 보았고 그 중 경치가 좋고 마음에 드는 올레코스는 2-3번씩 다녀왔었다. 그러다 보니 당분간 제주여행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러든 차 6월 29일 토요일 부터 7월 1일 까지 3일 연휴가 생겼다. 7월1일은 월요일이지만 공단 창립기념일이라 하루 휴무였기 때문이다. 3일간 주어진 연휴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냥 시시하게 보낼려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리 저리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중부내륙순환열차"가 눈에 확 들어 온다.

 

몇년전 강릉바우길 여행 때 정동진역에서 강릉역까지 짧은 구간의 기차여행 이후에는  기차를 타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리 저리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니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확 당긴다. 그럼 뭐 볼거 없지 이번에는 내륙지방으로 가야지 하고 결정하고 구체적으로 여행계획은 짜면서 첫째날에는 경북 봉화의 청량산 등산을 하고 봉화의 어디 깊고 조용한 꼴짜기에서 야영한 후 충북 제천으로 올라가 원점으로 회귀하는 중부내륙순환열차(O 트레인)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가장 경치 좋은 구간에서 백두대간협곡열차(V 트레인)으로 갈아타서 다시 O 트레인으로 갈아타  원점으로 돌아오는 열차여행 일정을 세웠다.

 

제주 여행 때에는 오로지 맨몸에 배낭하나 매고 다녔는데 그럴려면 사전에 세심하게 준비물을 챙겨야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애마(갤로퍼)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여행준비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뭐 가다가 빠지거나 모자란게 있으면 차타고 가서 현지에서 구하면되지 하는 편리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집떠나면 고생이고 아무리 차량을 가지고 가는 여행일지라도 사전에 세세히 여행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절실 히 깨달았다.

 

2013.06.30일 일요일 오전 8시 혼자서 애마를 몰고 경북 봉화의 청량산으로 달렸다. 애마의 나이가 15세, 다른 말 같으면 이미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인데 주인을 잘못 만난 나의 애마는 무려 36만킬로가 넘게 달리고 달렸고 오늘도 역시나 아무런 문제 없이 가혹하게 요구하는 주인을 잘 모시고 오전 10시 30분 쯤 난생처음 청량산에 나를 데려다 준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청량폭포를 둘러보고 작은 가게에서 어중간한 시간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고 11시 30분 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청량산

 

 

                                                                                              청량폭포

 

                                                                              장인봉 오르는 등산로

 

후덥지겁한 날씨에 혼자서 등산로에 들어서니 처음에는 차량이 다닐수 있는 콘크리트 임도가 나오더니만 이내 끝나고 작은 개울을 따라 가파른 등산로가 시작되면서 정상인 장인봉에 도착하기까지 거의 40-50 도 정도의 급경사 계단길이 계속 이어진다. 중간 중간에 하산하는 등산객을 만나기도하고, 설마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 ? 할만한 산 중턱에 집과 산중사람도 만나면서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근래에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한데 약 2킬로 정도 이어진 급경사를 오르니 영 죽을 맛이다. 1시간 정도 숨을 헐떡이고 고개마루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그나마 힘겹게 올라 달아오른 몸을 식혀준다. 장인봉 이정표를 따라 왼쪽길로 들어서 또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고 언덕길에 들어서니 드디어 청량산 정산인 장인봉이다. 

 

                                                                                             장인봉

                  

 

                                                    장인봉 옆 전망대에서 바라본 태백산맥을 가르는 낙동강

 

 

                                                                       고랭지 채소밭 . 척박한 태백산맥을 일구어 만든 농꾼들의 피땀이 녹아 있으리라

 

장인봉에서 잠시 쉬다가 절벽끝에 만들어지 전망대를 되돌아 하늘다리로 향한다. 등산 안내도를 볼 때에는 청량산이 그냥 만만하게 보였었는데 막상 산에 오르고 보니 능선의 굴곡이 심하고 각각의 봉우리들은 마치 암반위에 커다란 말뚝을 박아 놓은 것 처럼 직벽으로 솟아 있어 산행하기가 수월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다리 , 그리고 주변의 풍경들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는지라 하늘다리를 지나면서 가능하면 저 멀러 건너편 봉우리만 보고 가는데 아뿔싸 다리 한가운데 바닥 일부가 투명아크릴로 만들어져있었다. 되돌아 갈 수는 없고 그냥 눈 딱 감고 먼산만 쳐다보고 종종걸음으로 건너와서 되돌아 보니 계곡의 깊이가 1백미터는 넘어 보인다. 어휴 인제 살았네....

하늘다리를 건너서 청량사로 향하는 길도 역시 변화무쌍하다 수직에 가까운 철제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해발 842미터 연적봉에 올라 조망을 즐기면서 잠시 쉬었다. 말이 봉이지 꼭대기의 면적은 불과 3-4평 정도이고 주변이 온통 직각의 절벽이라 사진찍다가 발 한번 잘못 디디는 순간 이 세상과는 바로 이별이다. 애고 졸장부가 여기서도 오금이 저린다.

 

 

 

 

 

                                               연적봉에 올라 둘러본 주변 풍경, 솟아 오른 뒷 봉우리가 자소봉, 앞봉우리가 탁필봉이다.

 

연적봉을 내려와 탁필봉을 지나서 마치 송곳처럼 솟아 오른 자소봉에 오른다. 자소봉은 너무 험해 꼭대기에는 오를 수가 없고 중간까지만 오를 수 있도록 철제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자소봉에서 둘러본 경치

 

자소봉을 내려서서 주능선길을 포기하고 청량사 이정표를 따라 하산길에 접어든다. 중간에 김생굴과 김생폭포에 들렀으나 폭포는 장마때나 강수량이 많을 때에만 흘러내린단다. 그래도 직벽에서 약간의 물방울이 떨어져 잠시 쉬면서 얼굴도 씻고 머리도 식힐 수 있었다.

 

                                                             김생굴.  바로 옆의 김생 폭포는 수량이 적어 말라있었다.

 

 

                                            내려다 보이는 청량사. 청량산의 바위봉우리가 마치 청량사를 호위하고있는 듯하다.

 

 

김생굴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숲속의 온갖 생명들이 노래를 부른다. 산새소리 풀벌레소리가 마치 재래시장마냥 왁자지끌 정신없이 자신만의 악기로 연주하고 그 연주는 커다란 합창으로 어울려진다. 아하 겨울 내내 조용하던 풀벌레나 산새들은 봄부터 여름까지 자신만의 고유한 소리로 자신을 알리고 제 짝을 찾아 사랑을 나누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더니 지금 들리는 이 합창이 바로 그 생명의 소리구나.... 그럼 그럼 지금 이 곳이 뭐 사람으로 치자면 여기가 바로 집단맞선장인가 ???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가파른 길을 내려서니 바로 눈 앞에 청량사가 보인다. 청량사는 규모가 커지 않지만 아주 정갈하고 깔끔하게 잘 정돈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청량사

 

약 5시간 정도의 청량산 산행을 마치고 출발지로 돌아와 애마를 타고 고선계곡으로 향했다. 봉화군청에 부탁해 받은 관광자료에 확인해 보니 태백산맥에서 가장  가장 깊은 약 40킬로의 골짜기로 혼자서 조용하게 야영을 할 수 있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 저리 네비에 의지해 해발 500미터 이상의 도로를 운전하다 드디어 고산계곡 입구에 들어섯다. 입구에서 보면 대체 그냥 평범하고 좁은 골짜기인데 어떻게 40킬로나 이어지는 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막상 직접 그 계곡에 들어가 보니 야 !! 정말 오지 중의 오지이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산계곡 가는 길에 만난 레프팅 장면. 지금 내차에 고무 카약이 있는데 나도 당장 강위로 내려서고 싶지만 되돌아 올 일이 난감해서 포기했다. 

 

고산계곡에 들어설 때 부터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계곡에 들어 서자 거세게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애마의 와이퍼를 최대속도로 올리고 아주 천천히 운전해가는데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은 중앙차선이 없고 겨우 차 한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임도이다. 집 한 두채가 모여사는 마을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고 정면으로 바라보면 저쯤에서 계곡길이 끝이 날 것 같았지만 이리 저리 방향을 틀어 가면서 가도 가도 끝이 없이 이어진다. 그러다  반대방향에서 진행하는 차량을 만나면 둘 중 한대가  겨우 비킬만한 공터까지 후진한 후  사러 비켜 가는 길이다. 역시 봉화는 오지중의 오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무섭게 퍼붓던 소나기가 서서히 그치고 혼자서 계속 산 속으로 운전해 가다가 도저히 끝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작은 마을에서 내려 어른께 여쭈어 보니 계곡 끝은 아직 한참 남았단다. 올라오면서 봐두었던, 누군가가 먼저 평평하게 다듬어 놓은  계곡 옆 야영지에서 숙박하기로 마음먹고 차를 되돌려 내려와 잠자리를 마련하고 나니 오후 6시쯤이다.

 

 

                                                                                  계곡가에 마련한 잠자리

 

                                                                       혼자서 홀라당 벗고 목욕한 곳

 

깊은 산중이지만 아직 해는 넘어가지 않았고 아무도 없는 깊은 계곡에서 뭐 꺼릴것 없이 홀라당 옷을 벗고 목욕도하고 빨래도 한 후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빨래줄에 걸어 놓고 잠옷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는 혼자서 멍청하게 계곡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계곡물은 각각의 소리로 나를 부른다. 큰 물줄기가 흐르는 소리는 높낮이의 변화도 없고 끊어짐도 없이 그저 묵묵하게 "쏴아"하면서 쉼 없이 제 소리를 낸다. 그리고 또 한 소리는 물이 튀어나온 바위에 부딪혀 휘돌면서 "과아아"하는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는 순간적으로 이어?다 끊어지기도 하고 여러 군데에서 약간씩 다른 소리로 마치 각각의 바위 저마다 나에게 말을 걸어 오는 것처럼 들린다.

 

멍청하게 오랫동안 계곡물만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정신을 챙겨 저녁식사를 준비할려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스버너에 불을 피울 라이터가 없다. 애고 애고 바보같이... 이 깊은 골짜기에서 다시 가게까지 나갔다 오기도 쉽지 않은데....아무리 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지만 최소한 출발전에 필요한 물건들을 체크해야하는데 게으르고 만사태평인  나 자신을 원망할 수 밖에.  그래도 다행히 청량산 등산로 입구 가게에서 사두었던 건빵이 한봉지 남아있어 건빵으로 저녁을 때웠더니 그래도 대충 견딜만은 하다. 

 

이제는 건빵으로 배도 대충 채웠고 어두워지기 전 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았는데 뭘로 시간을 때울까하고 생각하면서 계곡을 어슬렁거리다가 앞서서 야영한 사람들이 피우던 모닥불자리가 눈에 들어 온다. 그래 나도 모닥불을 피워보면 낭만적이고 멋질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 불씨를 구할지하고 궁리를 하다 보니 그래 애마의 시가잭으로 불을 피워보면 될거 같다는 내가 생가가해도 기가찬 생각이 떠올랐다.

 

화장지를 작게 뜯어 사가잭을 벌겋게 뎁혀 불씨를 피우는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겨우 연기가 피어오르다가 결국은 활활 타지 않고 시들시들 꺼져버리기 일수쑤다. 아예 장기전으로 작정을 하고 30여분 동안 수차레 시도하다가 겨우 불이 붙었는데 이 불이 모닥불 나무에 옮겨 붙지를 않는다. 아마도 오후에 쏟아진 소나기 때문에 땔감용 나무들이 온통 젖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모닥불 피우기는 포기하고 저녁 8시 쯤 어둠이 밀려온 시간 혼자서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혼자서 제주도 여행 다닐 때 사용했던 텐트는 가벼운 1-2인용 두랄루민 폴대였지만 이번에는 차를 타고 여행을 나서다 보니 4-5인용 무거운 텐트를 준비해 와서 보니 텐트 안에서 혼자서 뒹굴어도 몇바퀴 굴릴 수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시끄러운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난생처음 발을 디딘 봉화골짜기에서 홀로나선 나그네가 긴긴 밤 몇 번을 뒤척이다 겨우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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