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하게 보자면 '소퀴' 대 '카퀴'의 세싸움으로 볼 수도 있겠고 TV불패의 김태경횽과 으라랏차횽의 설리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 또한 점입가경이다.
이에, 왜국 체육동영상 전문가인 본인이 나서 이 한도 없고 끝도 없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
기억들 하실게다.
울나라에 걸그룹 바람을 일으킨 원조걸그룹을 꼽으라면 그 계보가 물경 은방울자매나 토끼자매 등과 같은 씨족그룹에까지 미칠테지만 남한 사회에 대변혁을 일으킨 87체제이후, 더 엄밀히 말해 군부잔재정권에서 문민으로의 정권이양으로 이 땅에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간 이후, 그로 인해 70년대 일본 로망 포르노보다도 못한 작품성으로 전후맥락 없이 덮어놓고 맨살이나 부뷔던 한국영화계가 표현의 자유와 소재의 다양성을 어느정도 확보하고 여균동의 '세상밖으로'를 필두로 활화산처럼 용솟음치던 분위기와 궤를 같이하여, 울나라 대중문화계가 전반적으로 농경사회를 지나 가내수공업을 거쳐 본격적인 산업화를 이뤄가던 시기 이후 등장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장 시스템 걸그룹의 계보를 놓고 보자면 그 시작은 'SES VS 핑클'임이 마땅할 것이다.(헥헥;;)
살리에르가 없는 모짜르트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사마의가 없는 제갈공명의 존재에 대해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라이벌 구도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는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흥행 필승 구도임을 감안할 때(송대관과 태진아가 '세트'로 돌아 다니면서도 각종 토크쇼등에서 서로 힐난하며 애써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점을 상기하라.) '핑클'없는 'SES', 'SES'없는 '핑클'이란 '아사다 마오'없는 '김연아' 만큼이나 맥 빠진 성적과 기록을 남겼을게다.
그렇게 아이돌걸그룹의 시대를 활짝 열며 두 걸그룹이 시장의 저변을 넓혀놓자 당연하게도 '베복','파파야' 기타등등의 걸그룹들이 그 뒤를 분주히 따르게 된다(베복의 데뷔시기에 대해 논란이 많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논하는 '베복'은 한번 나왔다가 쳐발리고 나서 걸그룹 시장이 본격 형성된 후에 다시 들고 나와 히트한 '베복'을 말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창궐한 걸그룹들을 먹여 살린 팬들의 정체성은 어떠한가.
SES 데뷔가 97년, 핑클데뷔가 98년이다. 이 시기가 시사하는 점이 무엇일까.87체제 이후, 6공의 탄생을 무기력하게 지켜 봐야 했던 정치적 좌절감과 원투펀치처럼 문민정부 말미(97년)에 이 땅에 들이닥친 IMF라는 경제적 공황까지 겹쳐정신적 열패감은 물론이건희;와 사회 경제 시스템의 초토화에 노출된 많은 청소년 및 젊은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구석구석 끝모를 밑바닥까지 그 정서가 침잠하게 된다.
그들은 그저 하나하나의 '찌질이'에 지나지 않았다.SES의 '유진'이, 핑클의 '이효리'와 '성유리'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 하나 갖지 못한 부유하는, 혹은 침잠한 '찌꺼기'요 '안쓰러운 몸짓'이었다.
걸그룹이 그네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들은 걸그룹에게로 달려와 '덕후'가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덕후'가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덕후'가 되고 싶은 심리가 있다(소위 파워블로거들의 면면을 보라. 그들이 어떻게 팔방미인으로 유명세를 떨치는가. 요리면 요리, 밀리터리면 밀리터리, 주식이면 주식, 한우물만 파는 '덕후'들 아니던가.).
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정체성에 이름을 얻고는 SES 바다의 양쪽 눈의 거리를 좁히도록 압력을 넣었고, 핑클 옥소리가 요가로 단련된 늘씬한 몸매를 갖게 할 정도의 정치적 위세를 떨치는데에 까지 성장하였다.
유진과 이효리와 성유리를 조합하여 'S핑S'라는 자신만의 가상 걸그룹을 만들어놓고 좋아라 하며 경배하는 창조적 영역으로까지 치달은 '덕후'들은 자신들의 '여신'과 함께 나이를 먹고는 팀 해체와 취직, 결혼, 육아 등을 거치며 '삼촌'들이 되어 갔다.
그 후, 이 땅에 샤크라, 쥬얼리 등의 고만고만한 올망졸말 걸그룹의 맥이 이어지다가 SM 엔터에서 아이돌 시장의 종주국이라 할 일본의 모닝구무스메를 벤치마킹한 '소녀시대'라는 떼그룹을 들고 나오며 이 땅에 다시 한번 걸그룹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바글바글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곡, '난 알아요'를 기억하는가.
그 곡을 처음 들었을 때, 꼰대들의 컬쳐쇼크는 쇼크 그 자체를 넘어섰다.외워서 따라 부르기는 커녕, 당체 무슨 소리인지 청취가 불가했던 곡 아니던가.
소녀시대의 등장도 이에 못지 않은 문화적 충격을 담보하고 있었다.노래는 둘째치고, 저 많은 소녀들의 이름을 외울 수나 있을까. 아니, 이름은 고사하고 얼굴이나 익힐 수 있을까. 이름은 둘째치고 얼굴이라도 알아야 숭배를 하던 경배를 하던 할 거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그 때까지 소시는 그 머릿수의 당혹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원걸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소시가 우리 앞에 나서서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달라며 팔이나 휘젖고 뀨잉거릴 때 원걸은 그 특유의 끈적함으로 삼촌들의 귀뒷머리살을 어르고 있었다. 군장병들이야 원래가 그 정체성의 특성상 걸그룹 덕후 최일선을 담당하니 제외되어마땅하지만 고딩들 뿐 아니라 남녀노소, 심지어 공안당국인 경찰공무원들까지 나서서 양 어깨를 들썩이며 '퉤퉤퉤퉤퉤 퉬뮈'를 외쳐대지 않았는가 말이다.
'충남 서산 여왕벌 다방 3년차 오봉순이 김양' 댄스, 혹은 '김양아 손님 받아라' 댄스라 명명할 수 있는 어깨춤 하나로 이 땅을 다시 한번 걸그룹의 열기로 뒤덮은 것은 누가 뭐래도 원걸이요, 박진영 표 댄스, 그 끈적함의 힘이다.
대한민국 걸그룹이 어깨와 골반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아니 사용했더니 장사가 더 잘되더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 원걸과 박진영의 '혁명적 과업'은 그 후, 브아걸의 '시건방춤'이나 카라의 '엉덩이춤'으로 이어지며 뭇 삼촌들의 낭심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기왕지사 '낭심'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하자.
제2차 걸그룹 전성기 초기 시절, 몇몇 진보언론에선 '소녀들을 열망하는 삼촌'들에 관한 고찰이 논쟁거리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유일민족정론 딴지일보에서도 이러한 시선이 도마에 오르며 게시판을 달군 적이 있다. (파토와 신짱의 격렬한 논쟁 참조.)
관련기사 1 : [딴지스 초이스] 파토의 소녀시대
관련기사 2 : [반론] 파토는 가증스런 그 입을 다물라! - 소시 유리일원론 공리 확립을 위하여
나는 개인적으로 이 점을 무척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국대 응원팀인 '붉은악마'에 딴지를 걸며 '하얀천사'를 등치시키는 그 '천사 콤플렉스'에 대한 역겨움이 있다. 이 사회를 뒤덮고 있는 엄숙주의, 레드콤플렉스, 도덕적 교조주의 등등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 빌어먹을노무 현상과 숨막힘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한치도 앞으로 진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당당히 호명치 못하는가.왜 소희 궁디를 만지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고 제시카 발꾸락을 핥고 싶다고 외치지 못하는가!
소희 궁디...
카라가 우리 눈앞에서 궁디를 살랑일 때, 브아걸이 5천만 앞에서 대놓고 골반을 뒤틀 때 그저 헛헛한 웃음으로 눈 밑 홍조를 허둥지둥 감추며 입맛만 다시는 것은 변태적 자학이요, 그러한 태도를 강요하는 사회의 경직성은 단체적 가학에 다름 아니다.
이 개인적 마조히즘과 단체적 새디즘을 오가는 극단의 저속함이 욕망을 욕망하는 자연의 진리를 몸소 구현하는 태도에 비해 어찌 우월성을 담보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내가 걸그룹 기획사 사장이었다면 난 발빠르게 유한킴벌리 같은 제지회사와 제휴를 맺고 앨범 발매에 맞춰 새 두루마리 화장지를 출시하던가, 또는 앨범 한장 구매할 때 6개들이 두루마리 화장지 한 세트를 부록으로 한정판매 하겠다. 진정한 원소스멀티유즈 아니냐.
상상해 보라. 구하라 얼굴이 인쇄된 두루마리 휴지. 설리의 미소가 담겨진 두루마리 휴지. 하루에 두번 쓸 거, 네번 쓰지 않겠냐. 말해 봐. 아니냐. 괜찮아. 아무도 보는 사람 없어. 낭심에 손을 얹고 우리, 고해의 시간을 갖자구. 내 말 맞지?
글이 길어졌다. 어차피 '걸그룹 논란의 종지부'라는 대한민국 현 시점의 가장 거대하고도치열한 담론을 논함에 있어서 어찌 꼴랑 글 한편으로 그 모든 것을 담아 낼 수 있으랴.
1부에서는 걸그룹과그를 따르는 덕후들의역사와 사회적 맥락,걸그룹을 대하는 덕후의 바른 자세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다. 2부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하고 숭배해야 할 유일무이의 절대강자. 그 '최종병기 그녀'가 누구이며 왜 그러할 수 밖에 없는지 치열히 논증 하겠다. 그럼 이만. 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