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위기에 빠진 교실
요즘의 교실은 종종 ‘위기에 빠진 교실’과 같은 수사학적 표현으로 설명한다. 위태로운 교실의 모습을 보도한 많은 기사와 TV 속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불신과 갈등,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의 부적응과 일탈, 해결되지 않은 갈등의 누적으로 인한 또래와의 갈등과 폭력 사건들은 위기에 빠진 교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의 교실 위기는 공통적으로 ‘관계의 위기’로 볼 수 있다.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실은 더 이상 따뜻한 배움의 장이 될 수 없고, 관계를 만들고 고쳐나가며 단단하게 성장하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소외되고 고립된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그중 사회적 관계 형성 활동은 학생들의 성장, 행복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학생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 활동의 참여는 학생들의 사회적 행동, 사회적 유대감, 학업성취를 증진시킨다. 따라서 교실에서 학생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은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차원으로, 교실에서 아이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는 교사의 관심과 노력이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전략: 소외와 단절이 아닌 소통
교실에서 아이들은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일과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관계의 조율을 경험한다. 하지만 관계 형성과 조율의 경험이 부족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교사의 직접적인 개입과 노력이 요구된다. 교사는 학교급별 학생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여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단계별 활동과 내용을 수정하고 재조직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하며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학생들이 사회적 관계 형성의 기본 토대를 형성하고 관계의 조율을 경험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실 전략 중 한 가지는 놀이이다. 놀이는 존중, 공감, 책임 등 회복적 가치를 담을 수 있으며, 구성원들이 의사소통을 통해 함께 문제해결을 위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형태로 설계할 수 있고, 학교급별 상황과 학생들의 수준 및 관심에 따라 변형하여 교실에 적용할 수 있다(차윤정, 이미나, 2023). 이러한 놀이 활동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관계 형성을 목적으로 구조화되며 의사소통을 기본으로 관계 조율을 경험할 수 있는 상호이해, 배려하는 말하기, 존중과 믿음 표현하기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단계별 협업 활동으로 설계할 수 있다.
-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배려하는 말하기의 실천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교실에서 내가 아닌 타인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활동은 관계 형성의 출발점이 된다. 동일한 감정과 내용의 정보라도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하는가에 따라 수용자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학생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면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활동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감정을 이해해 보는 말하기의 실천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반응할 수 있게 하며 대화 속에서 서로 이해받고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의 토대가 된다.
- 존중과 믿음의 언어를 사용한 의사소통의 경험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을 표현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말하기 연습을 통해 상호 간의 관계를 조율하고 차이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공감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경험은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효능감을 형성하며 관계를 회복하고 새롭게 만들어 가는 회복적 관계 형성 역량을 배울 수 있다. 작은 장난감 의자 모형을 쓰러뜨리지 않고 최대한 높이 쌓기와 같은 단순해 보이는 과업 속에서도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의 언어를 사용한다. 존중과 믿음을 표현하는 언어의 사용은 바람직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하여 공동의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협업이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학생들이 상황별로 발생하는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 탐색과 역할 분담을 학습하며 보다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관계의 위기를 성장과 회복의 기회로
학생들은 존중받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교실에서 건강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과 조율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영역의 발달과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문제행동 발생 비율의 감소, 학업 성취도 향상, 학교 적응력 향상과 같은 지표로 증명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학생들이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하고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한다.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소통하며 교실에서 함께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사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의 관계 형성을 돕고 지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 특히, 사회적 관계성이 취약한 학생들을 위한 교사의 관심과 노력이 동반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교사들의 이런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 협업 시스템의 마련과 연관된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 필자 : 현명주
- 소속 : 우만초등학교 교사
- 출처 : 교육정책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