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수만 종의 식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으며,그 사연을 토대로한 식물 이름들이 많다.해를 쫓는다는 햐바라기,달님을 기다리는 달맞이꽃 등 그 예를 든다면 수없이 많다.
언젠가 늦봄 경기도 퇴계원에 간 적이 있었다.전철을 타기 위해 넓고 편한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부러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걸어 퇴계원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많은 아파트들이 즐비한 곳은 개발이 돼 직선의 도로가 개설되어 있으나,구 시가지 길은 여전히 옛 모습이 살아 있다.어떤 길로 가면 막다른 골목이 나오는데 이때는 아무리 마음씨 좋은 사람이라도 속으로 한 소리한다."에~~이 씨~~~이.~~"하고 말이다.햇살이 쨍쨍 찌는 오후는 어떻겠는가.이런 마음이 사그러지는 건 1초 이내이다.세상 사 그러려니 생각하고 좋은 경험했다 생각하면 그만이다.
막다른 골목을 빠져나와 다시 비교적 넓은 길을 걷고 있었다.볼거리가 있나 없나를 유심히 살피며 걷던 나는 어느 가게 앞 화분에서 자라는 노란꽃을 보게 되었다.그냥 이른 시기에 핀 코스모스라 생각하고 3미터 쯤 지나갔다.그러나 잠시 발길을 멈추고 조금 전 봤던 그꽃을 다시 발길을 돌렸다.시간이 촉박하지 않으니 그래도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
노란꽃으로 다가선 나는 눈을 의심했다.잎과 줄기,그리고 꽃봉우리는 코스모스와 같았지만 꽃잎은 지금까지 본 그것과는 사뭇달랐다.코스모스는 한 가지 색 꽃잎이거나 그 색상의 농도에 따른 두 색이다.그러나 내 바로 앞의 꽃은 중심은 붉은색이고 겉은 노란색이다.알고 있는 루드베키아보다는 꽂잎이 작으니 그건 아니고,금계국은 모두 노란 꽃잎이니 이것도 아니다.나의 상식으로는 알 길이 없어 사진속에 집어 넣고 나의 갈 길을 갔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중심부는 붉고 외부는 노란 꽃잎인 그 때 찍은 꽃사진과 인터넷 등재된 그곳과 비교해가며 꽃이름을 찾기 시작했다.'중심은 붉은색이고 외부는 노란 꽃잎을 가진 꽃','중심은 보라색이고 외부는 노란 꽃잎을 가진 꽃','중심은 붉고 가장자리는 오렌지색인 꽃','봄에 피는 노란꽃','초여름에 피는 노란꽃','노란꽃 종류','중심부는 붉고 외부는 오렌지색인 꽃 종류' 등 검색할 수 있는 가능한 수단을 동원했지만,원하는 그꽃과 달은 사진을 발견하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 15분이 지난 상태였다.
무조건 그꽃 이름을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겨 다시 검색을 시작했다.이번에는 한우물만 파가로 했다.구글 포털 사이트만을 이용해 다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검색하기 시작했다.수많은 꽃사진 중 원하는 사진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인터넷 상 꽃사진의 단점은 흔히 볼 수 있는 그것만 수십 개의 사진이 반복해 나온다는 것이다.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꽃이라 너도나도 인터넷에 올렸기 때문이다.이 세상 안 되는 것이나 내 능력 이상의 것은 빨리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나는 될 성 싶다는 일에는 몰입한다.고생 끝에 낙이 있다고.같은 사진 한 장을 발견했지만 꽃사진만 있고 꽃이름은 없었다.꽃사진 검색을 한 지 20여 분이 지나고 있었다.우연 아닌 우연인가.수많은 사진 모퉁이에 내가 원하는 사진 한 장이 또 보였다.자세히 보니 사진과 함께 꽃이름도 써있었다.바로 '기생초'란다.
와~~,그 꽃을 화분에 심어놓은 주인이 그 이름을 적어 놓았다면 이런 시간 낭비와 육체적 고통(^^)을 할 필요가 없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자치단체는 도심 공원 내에 있는 꽃 앞에 그 이름을 적은 푯말을 세워 놓았다.그러나 대부분의 소규모 공원과 개인 정원 등에는 꽃만 보이지 그 이름은 없다.이 꽃 이름만 알았다면 20여 분의 시간 동안 뭔가 다른 일을 했을텐데.^^'기생초'가 무슨 꽃이길래 나를 그토록 고생시켰을까?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지로 관상식물인 기생초는 1년~2년 생으로 종자로 번식한다. 30~90cm 정도로 자라고 줄기엔 털이 없다. 꽃은 6~9월에 피며 겉은 황색이고 중심부분은 적색 또는 자주색이다. 관상용으로 심고 ‘사목국’이라 부르며 약용식물이다.
기생초란 이름에서 기생은 한자 기생 기자와 날 생을 조합한 말이다. 꽃 모양이 마치 조선 말, 기생들이 외출할 때 쓰던 전모(조선 시대,여자 하인이나 아이들이 맨머리에 쓰던 갓.사극을 보면 기생이 외출 시에 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음.또는 옛 기생 그림에서도 보임.)와 닮았다 해 '기생초'라 불렀다 한다.일명 '춘차국','황금빈대꽃'이라고도 한단다.
기생초 꽃말은 ‘다정다감한 그대 마음’, ‘추억’, ‘간절한 기쁨’이다.기생꽃 이름과는 달리 꽃말은 참 정감이 간다.기생이 쓰던 갓과 비슷해 꽃이름을 가졌지만 이 꽃 내면은 순수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요염한 자태는 가히 기생의 아름다움과 같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친구를 만나거나 가족끼리 모이면 즐거웠던 지난 날을 술 안주로 삼는다.오늘은 내일의 어제로 과거속에 묻힌다.그게 바로 우리 뇌에는 추억으로 기억된다.그래서인지 많은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오늘?현재?지금을 충실히 살라고 조언한다.오늘이 바로 과거의 토대로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 날이여서다.
기생하면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든다.바로 현대의 술집종사자와 기생을 동일 시 해서다.오늘날 기생 즉 유흥업종사자는 단지 남성의 비위만 맞추면 그만이다.어느 정도 그들만의 예절은 있지만 이건 형식적이다.그러나 조선시대나 근대 기생은 비록 남성을 상대하는 건 같지만 그 품격에서는 차이가 난다.이들은 고매한 인격을 갖추고 시(노래)?서?화에 정통해야 한다.물론 그 시대 기생이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다.세상엔 언제나 예외가 있으니까.명기 황진이와 서경덕의 사랑을 알고 있을 것이다.비록 신분 차이는 있지만 이를 초월한 둘의 사랑,바로 둘에게는 고매한 품격이 있어서 가능했뎐 사랑이다.이런 의미에서 '다정다감한 그대 마음'이란 꽃말이 이해된다.
겉은 화려하고 요염하게 보이지만,그 내면에는 고상한 품격이 있는 기생초.나의 휴대폰 메모리에 잠들어 있던 그 꽃을 오늘 다시 환생시켰다.오늘 간절한 기쁨으로 다정다감한 누구를 떠올리며,나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건 어떨까?
문뜩 머릿속에 떠오른다.
가수 금잔디의 <오라버니>노래로 전문을 옮겨본다.
날 사랑하신다 하니 정말 그러시다니
구름 타고 빛나는 하늘 훨훨 날아갑니다
날 사랑하신다 하니 정말 행복하여서
설레이다 떠는 가슴은 아픈 줄도 모른답니다
오라버니 어깨에 기대어 볼래요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지금 이대로 죽어도 여한 없어요
나는 정말 여자라서 행복해요
오라버니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정신을 못 차릴거야 오라버니 목소리에
울고 웃어요
내겐 영원한 오라버니
오라버니 어깨에 기대어 볼래요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지금 이대로 죽어도 여한 없어요
나는 정말 여자라서 행복해요
오라버니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정신을 못 차릴거야 오라버니 목소리에
울고 웃어요
내겐 영원한 오라버니
오라버니~~,저는 기생이 아니와요.
날 사랑한다면 이쁜 꽃으로 봐 주세요.^^
참고)
■기생초의 일반적 특성,기생초 꽃말,가수 금잔디의 <오라버니>는 인터넷 '기생초','기생초 꽃말',''오라버니 가사'참고.
■기생초 사진은 경기도 퇴계원읍 일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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