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치료를 아예 거부해서 받을 수 없는 장애인들은 전신마취가 필수인데,
중증장애인 전신마취 후기는 많이 본 적 없고, 또 검사나 수술 절차를 미리 알고 연습하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써봅니다. 벌써 치과에 갔다온지 3주나 지났네요.
대부분 전신마취 치과 치료에 있어서 걱정하시는 부분은 이럴 것 같습니다.
1. 마취에 필요한 사전 검사도 하기 어려움
2. 마취 후 회복 문제, 진통제 복용 등 문제
3. 마취에 들어갈 때 마취주사를 못 맞는 문제
4. 전신마취의 위험성
5. 수술 전 금식 문제
6. 장애인 진료 치과에서 전신마취를 하려면 대기 기간이 길다는 점
저희 동생은 시각 자폐 지적장애가 있는 30살이고 먹는 약(정신과 약), 뇌전증, 뇌출혈 과거력 때문에 걱정하긴 했는데 이번에 무사히 전신마취하고 치과 치료 끝났습니다.
단국대 죽전치과(장애인 구강진료센터)에서 전신마취하려면 가장 빠른게 1년 뒤라 해서 원래 내년 3월에 예정이었는데,
중간에 취소하신 분이 나와서 급하게 검사하고 치과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 치과 치료 전 진료 과정
치과 진료는 협조가 안되어 한번 실패하고 두번째에 눈으로만 10초 보고 치료 하기로 결정했고,
당연히 치아 엑스레이는 찍을 수 없는 정도였습니다. (이건 전신마취 들어가고 엑스레이 찍고 치료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우선 전신마취는 위험하기 때문에, 취소된 자리라도 사전에 검사도 다 하고 상담도 하고, 결과에 문제 없고 최종적으로 수술에 동의하면 들어가게 됩니다.
- 전신마취 일정 예약
저희는 취소된 자리 들어갈건지 연락 받음 > 바로 상담 날짜 받아서 방문 > 치과에서 각종 검사 및 추가 검사(동생 지병 때문에), 집 근처에서 따로 심전도 검사 > 수술날 9시까지 도착하여 바로 마취 들어감 > 4시간만에 나왔습니다.
- 전신마취 전 사전 검사
1. 눈으로 구강 검진(몇 달 전에 봤으니 더 썩은 게 있는지 확인)
2. 혈액검사(이건 최근에 혈액검사를 해서 건강검진 결과서 갖고 갔는데 동생이 예전에 갑상선 수치가 안좋았던 적이 있어 상세 혈액검사에 갑상선 검사까지 하느라 두 번 뽑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혈액검사 1회는 기본입니다)
3. 흉부 엑스레이
이렇게 3종류를 했고 전신마취 전 혈액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심전도는 필수인거 같습니다.
엑스레이는 괜찮은데 구강검진과 혈액검사는 할 줄 모르고 간지라 연습한지 좀 되어서 까닥하면 못 할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끝났습니다.
병원과 비슷한 환경에서 계속 연습하고 병원 갈 때는 최대한 친하고 안심할 수 있는 가족들이 많이 동행해서 주로 먹을 것을 보상을 준다고 해서 겨우겨우 해냈네요.
혈액검사 같은 경우도 눈이 안보이다 보니 귀이개나 다치지 않을만한 것으로 찌르는 척 하며 오래 버티는 연습을 했었고
구강검진은 치과에서 쓰는 거울 달린 걸 진료하듯이 입에 넣고 보면서 연습했는데
눈이 보이는 경우에는 그림카드라던가 현장방문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으니 익숙해져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심전도는 다른 내과에 가서 진행했는데, 눈이 안 보이니까 촉감만 비슷한 거 찾으려고 집에서 저주파 마사지기 붙여놓고 연습했는데 실제로 검사를 해보니 붙일 때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검사 자체는 얼마 안 걸려서 무사히 끝냈고요.
- 전신마취 상담
마취과 의사마다 다르지만 저희가 상담한 의사는
1. 뇌전증은 마취중일 때는 경기가 일어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가사 상태이기 때문에)
2. 전신마취에 쓰는 약이 경기를 가라앉히는 약이다
3. 문제가 있다면 마취에서 깰 때 경기를 하는 경우
라고 했었고, 아침에 뇌전증약을 먹는 부분도 상담해서 결정했습니다(수술 전엔 물까지 마시지 않는 금식이 원칙입니다)
동생의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경기한 지 몇 년 되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뇌출혈이 있었던 부분 때문에 이러이러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라고 들었고,
전신마취에 있어서 가장 주의해야 되는 부분은
1. 심장질환
2. 호흡기 문제(감기 기운이 있으면 전신마취 불가)
등이라고 들었네요.
아무튼 과거력이 있는 부분을 모두 말했고, 건강 문제 있었을 때 의료기록을 복사해놔서 들고갔기에 의료진이 그걸 보고 판단했습니다. 과거력이 있는 부분은 말로만 하는 것보다 타병원에서 의료기록 떼가는게 도움될 거 같아요. 전신마취를 처음 하는 경우 중엔 전신마취제에 근육이 녹는 희귀병이 있는데 몰랐던 경우도 아주 극소수 있어서 전신마취 한 적이 있는지도 꼭 얘기하셔야 합니다. (의료진들이 다 확인합니다)
전신마취의 경우 마취과 의사가 따로 들어가서 인공호흡을 계속 잡고 있기 때문에 전신마취의 위험성도 있긴 하지만 전문의가 따로 들어가는 점에서 안심하고 진행했습니다.
- 전신마취 수술 당일
전날 금식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약만 먹고 차 타고 가서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혈압도 쟀던 것 같긴 한데 검사 때인지 수술날인지 모르겠네요)
침대에 누워서 마취주사가 정맥으로 들어갔는데 전신마취 중엔 체온 조절도 안되기 때문에 몸 곳곳에 열이 나는 패드로 감싸줍니다. 마취 주사 놓으면서 이것저것 하고 있어서 누운 상태에서 일어날 뻔했지만 일단 무사히 진행했고,
주사가 협조가 안되는 경우 마취 가스 나오는 마스크부터 씌운다고 합니다. (이건 빠르게 잠이 들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장애인 전문 치과다 보니, 병원 입구부터 못 들어오는게 아니라면 병원에선 다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취 들어가고 20분 정도 후에 엑스레이 찍은 후 어떤 부분 치료할 것인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동생 같은 경우 어릴 때 치과 진료 받고 거의 10년만에 처음 하는 거라서
충치 치료, 신경치료(이건 엑스레이 검사 후 안해도 된다고 함), 사랑니 발치, 스케일링, 불소 도포 등 할 수 있는 걸 모두 다 하기로 해서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 전신마취 후 회복
가족들이 걱정한 건 마취 후 회복이었는데 비장애인들이나 인지가 어느 정도 되는 장애인들은 자가 심호흡을 하면서 호흡 기능을 회복하지만, 저희 동생같은 경우엔 그게 불가능해서 회복실에서 의료진들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나머지는 보호자들에게 요런 일회용 마스크를 주고 등을 두들기게 하더라구요. (등을 두들겨서 찌그러진 폐포를 펴준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수술 후에 "전신마취 회복중인거지 환자가 아니니 되도록 눕지 말 것" "가만히 있을 땐 앉아있는게 제일 좋고 호흡 회복하려면 걸어다니는게 제일 좋다"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니 의사 판단을 따르면 될 것 같습니다.
사랑니 발치 후 보통 솜을 꽉 물고 있으라고 하는데 동생은 그런 협조가 전혀 되지 않고, 그래서 그런지 지혈하는건 의료진들이 따로 뭘 하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당일날 피가 조금씩 나오다가 24시간 이후부터는 거의 안 나오더라구요.
회복실에서 설명 듣고 좀 회복하다가 나왔고(30분~1시간? 사람마다 다릅니다), 대부분 당일 퇴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신마취 후엔 방귀를 껴야 소화 기능이 돌아온 거란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 병원에서 그 부분은 말해주지 않았고 먹는건 차차 순서대로 먹여서 괜찮은지 보면서 밥 먹을 때까지 하면 된다, 딱딱한 거나 어떤 건 며칠동안 먹으면 안된다 등을 알려주었고,
회복실에 들어가자마자 동생이 방귀를 뀌어 먹는 건 집에 와서부터 바로 먹었습니다. 물 약간 > 유동식 > 국에 만 밥 순서로 먹었습니다.
사랑니 발치의 경우도 당일날은 피가 좀 났는데 하루 정도 지나니 피가 멈췄고 발치한 곳에 녹는 실로 꿰매 놓은 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없어졌더라구요.
하루 이틀 정도는 기운이 없고 밤에 자다가 입에서 피가 나와서 묻은 걸 보고 기겁한 일도 있지만 어쨌든 동생은 무사히 회복했습니다다. 여태 치과 진료 꿈도 못 꾸다가 이제서야 장애인 구강검진센터를 통해서 받게 되어 다행이기도 하고 너무 오래 치과를 못 갔던게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사람마다 장애의 유형, 성격, 진료 협조 정도가 다르긴 하겠지만 모쪼록 도움이 되기 바라겠습니다.
첫댓글 저세한 설명감사드립니다.
장애인 구강센터가 있어 너무 좋은거같아요.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성의껏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자세한 설명도 감사하고 ...
연습하며 준비하신 대목에서
동생 사랑이 팍팍 느껴져 찌이잉 했습니다
저희 아들도 님의 동생과 비슷한 과정으로
진료 받았습니다
두번째부터는 좀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마취시킨김에 풀리기 직전
여드름도 짜주고 있답니다ㅋ
암튼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자세한 정보 유익하네요.
동생의 성향을 잘 알고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찡하네요.
우리 아들도 연습을 계속해봐야겠어요.
너무좋은정보감사합니다
글 지우지말아주세요
저희아이도 11살인데 6월에 전북대에서 이렇게 했네요 덕분에 기억이 새록새록..
아이사랑니발치예약했는데 잘읽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