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클럽내의 고수분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밥만 먹기 뻘쭘해서 이거 저거 궁금한거 물어 보기도 하고 많은 조언들도 들습니다.
"선배님께선 지금 쓰고 계신 라켓이나 스트링에 대해 불만이 없으신가요?"
"있지...근데 되돌아(약20년 치셨다네요) 보면 다 거기서 거기야. 세월이 약이지."
테니스... 정말 끊임 없는 여행같아요.
처음 시작할땐 폼이나 자세에 대한 상상속에서 몇달을 보냈네요.
본격적으로 렛슨을 받고,
이렇게 하면 볼이 더 쎄지겠지..... 요렇게 하면 볼이 안정적이겠지....
온갖 테니스 관련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 했습니다. 물론 테니스 관련 서적들도
보기 시작 했구요.
멋모르는 사람들은 거울 보는 횟수가 늘었다면서 바람난거 아니냐는둥의
농담을 하더군요(ㅋㅋㅋ...)
어느 순간 공이 넷트를 넘어 가더군요. 가끔 겜하다 우쭐 하기도 하구요.
그러던중 라켓병이란게 찾아 오더군요. 남의 떡이 커보이기 시작하고...
머리속은 각종 메이커의 잘나간다는 라켓들로 가득차 테니스가 주업이 되고
하던일이 레크레이션 수준으로 전락 하데요.
이 라켓은 스트록은 빡센데 발리가 좀...이건 스핀은 탁월한데 힘이 없다는둥...
멋모르는 사람들은 또 그러더군요.
바람난 상대가 동대문 운동장 근처에서 일하는것 같다고...(ㅋㅋㅋ...)
돈 많이 들더군요. 지갑엔 카드전표하고 천원짜리 몇장만 있더라구여.
덕분에 지인들에겐 짠돌이로 소문났습니다 ㅜ.ㅡ
(펑펑쓰는 스탈은 아니지만 짠돌이란 얘긴 안들었는데)
근데 놀라운게 저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공넘기는게 돈쓰는거랑 정비례 하더군요.(농담^^)
이거다 싶어 한동안 이라켓 저라켓 질렀습니다.
라켓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선수들과 같은 옷과 신발을 입고 신으면 잘칠수 있을까 싶어
백화점이나 상설 매장 스포츠 코너 가는게 무척 즐겁더군요.
쇼핑의 참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지름신이 강림한거죠 ㅜ.ㅜ
어느날 보니 테니스가방이 해외 장기 출장 갈때나 쓰는 가방 보다 크더군요.
실력은 하수인데 하고 다니는 폼은 투어 선수급^^.
멋모르는 사람들은 또 그러더군요.
바람 나서 언제 집에서 쫒겨 날지 몰라 늘 저렇게 준비 하고 다닌다고...(ㅋㅋㅋ...)
차츰 이기는 경기도 생기고 그 토록 높아만 보이던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게임을 하게되는
경우도 생기고.....
짧은 테니스 인생의 끝이 없어 보이던 길이 끝나나 싶어
하늘 높은줄 모르고 기고 만장하게 되었더랍니다.
그러던중 쓴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수 잘 배워습니다." 입으로는 분명 이렇게 얘기했는데 속마음은 이미 내 능력과 실력이 아닌
장비탓으로 책임을 돌리더군요. (사람은 역시 지 잘나는 맛에 사나 봅니다.)
라켓도 잘나가는 선수가 쓰는거고 옷과 신발도 잘나가는 선수가 쓰는건데...
역시나 몇 일 전부터 맘에 안들던 스트링이 문제 였나 봅니다. (ㅋㅋㅋ...)
또다시 인터넷 시타기와 동대문 운동장을 뒤집니다.
이건 파워가 없네... 이건 스핀이 안걸리네... 이건...땟갈이 맘에 안드네...
멋모르는 사람들은 또 그러더군요.
이제 아주 동대문에 바람난 여자랑 살림집을 차렸다구요...(ㅋㅋㅋ...)
역시나 돈이 좋은거 같습니다.
스트링 하나씩 해먹을때 마다 안되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집니다.
주위에서도 예전에는 "이렇게 하면 안돼" 안돼....하던것 보다 많이 좋아 졌다는
칭찬을 더 자주 하더군요. 어떨땐 이제막 테니스를 시작했는지 스트록 요령을 물어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맘이 우쭐해 지더군요.
정말 있는 정성 없는 정성,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다 동원해서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고맙다고 이온음료라도 하나 얻어 마시면 정말 천국과 극락이 따로 없습니다.
테니스 코트가 천국이고 극락입니다.
하지만 천국은 오래 가지 않더군요. 테니스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린다는
앨보 이 왠수 같은 넘이 저와 친구가 되더군요. 병원 가도 뾰쪽한 치료 방법이 없답니다.
그저 "좀 쉬세요." 암 잘못없는 의사 선생님이 괜히 밉더군요.
하루가 멀다말고 한의원가서 침맞고 정형외과 문턱이 닳도록 다녔습니다.
또 멋모르는 사람들은 그러더군요.
저 인간 천성이 바람둥이라 이번엔 간호사랑 눈맞었다고요...(ㅋㅋㅋ...)
테이핑하고 아대 차고 쉬엄 쉬엄 텐션 낮춰서 하다 보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좋아 지더군요.
물론 완벽하게 나은거 같지는 않구요.
근데 요즘은 스트링 텐션이 맘에 들지 않아서 또다시 여행 중입니다.
얼마전 지인에게서 좋은 스트링을 선물 받았는데 텐션이 맞질않아 돈값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넘나도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습니다.
세월이 약이랍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무지 길어졌네요. 짧은 테니스 인생은 아니었다고 위로해 봅니다.
눈이 많이 왔네요. 다들 저녁먹고 코트장 가서 한 삽씩만이라도 눈 치우는데 보탭시다^^.
추운날씨에 부상당하지 말고 즐테니스 하세요~~~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