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갖는 의미는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이른바 민족 고유의 전통 명절로서 조상과 가족과 고향의 의미를 되새기는 때인가 하면, 넉넉한 연휴 기간을 여행으로 보낼 수도 있고, 결심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며 마음을 다잡는, 제2의 새해맞이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각자의 처지와 생각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설 연휴지만 독서하는 설 연휴야말로 누구에게나 알찬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 학생(고교 및 대학생), 직장인, 성인 등을 대상으로 ‘연휴 때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해 본다. 실용과 학습과 지식과 교양 등 책의 성격을 안배했다. 소개하는 모든 책은 추천자가 직접 읽어본 것이다.
직·장·인
①‘60초 혁명’(청년정신)
“한꺼번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하려 하지 말라” 충고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하던가. 그만큼 고치기 힘들다는 뜻이고 바꿔 말하면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면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고쳐봐야지 하면서도 못 고치는 습관으로 늘 일을 뒤로 미루는 습관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60초 혁명:항상 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들을 위한’에서 저자 제프 데이비슨은 한꺼번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 환상에 빠지면 자신에게 편안하고, 친숙하고, 쉬운 일은 잘 처리하겠지만 자신에게 거북하고, 어색하고, 복잡한 일은 뒤로 미루게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도 미루면 곤란하다. 전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내가 군인으로서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수집 가능한 데이터의 60% 이상이 확보되면 확실한 정보를 더 기다리기보다는 데이터, 경험, 직관을 총체적으로 판단하여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데이터가 많은 게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밖에 잠을 충분히 자고 제대로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일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충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②‘성공하는 사람들의 다이어리 활용법’(황금부엉이)
하루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
새해 새 결심으로 장만한 다이어리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니시무라 아키라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다이어리 활용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니시무라는 경제평론가이자 컨설턴트로 방송 출연을 비롯해 연간 300회 이상의 강연회 활동을 하면서 1년에 10권 이상의 책을 집필한다. 그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져 있는 하루 24시간을 두세 배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비결이 바로 다이어리에 있다고 한다. 그런 니시무라는 포스트잇과 다이어리를 연계시켜 활용한다.
다이어리 오른쪽 면에 해야 할 일이나 아이디어를 메모한 포스트잇을 붙여놓는데 오늘 해야 할 일, 이번 주에 마쳐야 할 일 등으로 구분하여 붙여놓고, 즉시 해야할 급한 일은 왼쪽 면의 주간 계획표 부분에 붙여둔다. 포스트잇 하나에 업무 하나씩인 셈이며, 끝낸 일을 적은 포스트잇은 떼어버리고, 더 보완해야 하거나 일정이 바뀐 일,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 놓는 일 등을 적은 포스 트잇은 적당한 다른 곳에 옮겨 붙여놓는다.
③‘공주를 키워주는 회사는 없다’(황금가지)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을 위한 실용서
한편 직장 여성의 주목을 끌 만한 책으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박성희씨가 쓴 ‘공주를 키워주는 회사는 없다’가 있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저자는 철저한 현실주의적 태도를 강조한다. 수많은 여성이 신데렐라를 꿈꾸지만 신데렐라는커녕 남성보다 두세 배 일해도 살아남을까말까 하는 것이 조직의 세계라면서 실력있는 내가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회를 주는 것은 내가 아닌 남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98%의 실력보다 2%의 서비스 정신이 승패를 가르며 아부도 일종의 실력이라고 한다.
저자의 충고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렇다. 선배를 대접하고, 험담이나 불평에 동조하지 말 것이며, 상처를 숨기고 아프다고 징징거리지 말라. 사소한 일에 인색하게 굴지 말고 시야를 넓게 가지며 자료를 공유하라. 시간을 엄수하고 회식에는 반드시 참석하며 애정이건 우정이건 풍부하게 표시하고 외모를 관리하라. 무슨 일에서든 책임의 반은 내 몫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말 것이며, 폭넓은 독서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라. 이쯤되면 ‘공주 ’가 아닌 ‘왕자’, 요컨대 남성 직장인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충고가 아닐까 싶다.
④‘3년 후, 당신의 미래’(명진출판)
“인품 못 갖추면 성공 못한다”… ‘인품 사회’ 예견
개인이나 기업, 국가 모두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3년 앞을 내다보면 30년 후가 보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 최고의 부자로 유명한 사이토 히토리다. 그의 사업 파트너이자 수제자 오마타 간타가 집필한 ‘3년 후, 당신의 미래’에 따르면 몸집으로 싸우던 시대는 지났고 특히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공급과잉 시대에는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소비자의 욕구가 다변화하기 때문에 한 가지 히트상품이 한 시즌을 휩쓰는 식의 유행도 드물다.
“예전에는 스키 아니면 인라인 식으로 한 가지 유행이 시대를 휩쓸었지만 앞으로는 개인적 취향을 겨우 면할 정도의 작은 유행만 있을 것이다.” 사이토는 이런 시대를 ‘자력(自力) 승리의 시대’이자 ‘지식 노동 시대’로 규정한다. 기업의 흥망도 경영자 한 사람의 능력에 좌우될 것이며, 자신에게 필요한 일에 흥미를 갖고 그 일에 적극적으로 매진할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전 통적인 학력 사회에서는 낮은 학력이 치명적인 약점이었지만 앞으로는 사람됨이 좋지 않으면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충고한다. 이른바 인품 사회가 도래하여 실력과 인품을 고루 갖추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⑤‘편지’(재인)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충고
한 중견회사의 세일즈맨 에릭은 어느새 삶의 비전과 열정을 잃어버린 중년이다. 결혼은 위기에 봉착하고 직장에서의 위치는 흔들린다. 인생의 최악이라고 느끼는 순간 그는 우체통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한다. 지난 30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고교시절 역사 선생님이 보낸 편지였다. 선생님은 에릭의 현재 사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리처드 웹스터의 ‘편지’의 구성이다. 각별한 충고의 말을 담은 편지 내용이 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회사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세 개의 리스트를 작성해 보게. 자네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 가능한 최악의 결과, 그리고 최상의 결과. 그건 목표를 설정하는 것과도 같다네. 거기에 보상이나 대가가 추가되는 셈이지. 에릭, 이건 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야. 인생의 다른 부분에도 적용할 수 있다네. 그걸 통해 비전이 얼마나 뚜렷해지는지, 아마 깜짝 놀랄 걸세.”
“에릭, 자네의 꿈들, 자네가 하고자 했던 그 멋진 일들을 모두 기억하나? 그것들이 전부 이루어졌길 바라네. 사람들은 대부분 저마다의 꿈을 갖고 있지. 나름대로의 꿈을 갖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야. 에릭, 자넨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나?”
⑥‘21세기 문화 키워드 100’(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사회 흐름 따라잡기’ 조언
오늘날을 지식정보사회라고들 한다. 하지만 자기 업무 분야 외의 지식정보를 습득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하면 자기 분야에만 매몰되어 사회문화의 흐름에 둔감해질 위험마저 없지 않다. 그런 위험을 느끼는 직장인이라면 ‘21세기 문화 키워드 100’이 도움이 될 것이다. 대안교육, 누드, 동거, 로또복권, 매니아, 유비쿼터스, 이혼, 외국인 노동자, 영어 열풍, 삼국지, 아바타, 성형수술, 슬로푸드, 뮤지컬, 매트릭스, 모바일, 꽃미남, 명상 등 우리 시대의 사회문화 지형도를 이루는 다양한 키워드 100개를 설명하고 있다. 딱딱한 사전식 뜻풀이가 아니어서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⑦‘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있다’(랜덤하우스중앙)
⑧‘SERI 전망 2005’(삼성경제연구소)
위에 소개한 책들 외에도 간다 마사노리의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SERI 전망 2005’ 등을 추천하고 싶다. 간다의 책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일종의 역전 노하우를 담고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의 책은 분야별 전문가들이 신뢰할 만한 자료에 바탕을 두고 사회, 산업, 경제, 국제정치 등 여러 분야의 올 한 해 흐름을 전망한다. 물론 여기 소개한 책들뿐이겠는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자세야말로 경쟁력 향상의 지름길일 터이니 각자의 관심 분야에서 어떤 책을 얼마나 읽을 것인지 독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으리라.
<학생>
학생이 책을 읽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도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학생이 읽는 책은 학습 참고서, 수험 교재, 대학생이라면 영어 교재와 입사시험 준비 도서가 사실상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생 탓만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책 권하지 않는 사회’ 탓이 더 크지 않겠는가. 그러니 당장 입사 면접 준비가 시급한 대학생에게 요긴한 책부터 소개하기로 하자.
①‘면접 딱풀’(제이앤북)
면접에 ‘딱’ 붙기 위한 시험 요령 망라
제목을 풀어 옮기면 ‘면접에서는 붙을 이유 딱 한 가지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나보다 외모가 나은 것도 아니고 학벌도 그저 그렇고 심지어 영어 실력도 보통인 듯한 저 사람이 왜 합격하고 나는 떨어졌을까.’ 취업 관련 웹사이트 게시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불만 섞인 질문이다. 저자의 답변은 명쾌하다. “당신이 면접에서 붙어야 할 딱 한 가지 이유를 면접관에게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붙을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숙고해 보려면 면접에 임하기 전에 내가 주인공인가? 독특한가? 센가? 이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고 충고한다. 아무리 좋은 광고(면접)라 해도 그것이 제품(나)과의 관련성이 적거나, 차별적인 요소를 갖지 못하거나, 임팩트가 부족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면접에서는 내게 딱 어울리는, 차별적이고 임팩트 있는 요소를 하나라도 지니고 접근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②‘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시공사)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지침서
무엇을 할지 몰라 방황하는 청춘이 많다. 그런 청춘들에게 사사키 나오히코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하고 싶고 왜 그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당당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하고 싶다고 마음만 먹어서는 곤란하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돈을 많이 버는 역량이 아니라 궁극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 경쟁력을 저자는 전문 능력, 자기 표현력, 정보력, 적응력 등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또한 실제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힘을 길러가는 필드 워크. 자기탐구로 미래를 구상하는 힘을 키워가는 컨셉트 워크. 자기표현력을 길러가면서 인간관계를 넓혀가는 네트워크. 이 세 가지 모두의 역량이 합쳐져서 결국은 그 사람의 힘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물어봐야 할 중요한 체크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좀더 나은 곳으로 전직할 수 있는가’ ‘독립할 능력이 있는가’ ‘자신의 능력이 다른 곳에서도 통하는가’ ‘ 자신에게 다른 생활 방편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자답하다 보면 흐릿하게만 느껴졌던 현재의 상황과 미래에 관해 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을 듯하다.
③‘너 외롭구나: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예담)
20대에게 보내는 애정과 질책
물론 더 절실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청춘이 많을 것이다. 예컨대 “솔직히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이런 질문이다. 김형태는 ‘너 외롭구나: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에서 이렇게 가차없이 답한다. “20대들은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확실하게 할 줄 아는 것이 없고, 겁은 많아서 실패는 두려워하고, 옛 사람처럼 자수성가할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하면 편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 돈을 벌 수 있을까만 궁리합니다. 가장 혈기왕성해야 할 20대가 그런 식이니까 사회가 무기력해지고 경제가 침체돼 불경기가 오는 겁니다.”
그렇다고 김형태가 이 책에서 청춘을 꾸짖기만 하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시대 청춘에 대한 애정을 깊이 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세대차이를 말하지만 정작 철저히 소외된 부류는 사상초유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20대입니다. 이들은 직업만 없는 게 아니라 싸가지도 없고 희망도 없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눠줄 어른도 선생님도 없 어 외롭습니다. 외로움은 이런 답답한 현실 속에서 그들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그들이 PC방에서 게임으로 외로움을 낭비하지 않고 외로움을 가장 집요한 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기를 바랄 뿐입니다.”
④‘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청어람미디어)
대학 교양교육의 문제점 비판
⑤‘우리 역사 최전선’(푸른역사)
보수와 진보가 나누는 근현대사 대화록
교양과 지식 함양을 위한 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관해서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와 허동현·박노자의 ‘우리 역사 최전선’을 권하고 싶다. 다치바나의 책은 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교양은 무엇인지, 대학 교양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관해 신랄한 비판과 제안을 아끼지 않는다. 허동현·박노자의 책은 건강한 보수주의자와 전투적 진보주의자가 우리 근현대사의 첨예한 주제들을 놓고 나눈 일종의 대화록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배제시키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⑥‘Who am I? 나는 내가 만든다’(사계절)
고등학생을 위한 ‘자기탐구’ 서적
지금까지 소개한 책이 대략 대학생 이상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면, 고등학생 이상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살펴보자. 먼저 ‘Who am I? 나는 내가 만든다’(정창현 외 지음)이다.
이 책 역시 질문에서 시작한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다분히 철학적이기까지 한 이런 질문을 곱씹어 보지않고 무조건 공부에만 내몰리고 있는 게 우리 청소년의 현실이다. 이 책은 강남구 소재 중동고등학교가 2000년부터 해온 자기탐구 수업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제목이 말해주듯 자기탐구 수업은 나에 관해 말하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글쓰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간관계를 맺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세계관 혹은 미래관을 정립하는 것 등을 목표로 삼는 수업이다. 나의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가 이끌어 갈 수십 년 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 것인지, 이런 질문에 스스로 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질문에 자답해 나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이켜보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⑦‘관용’(서해문집)
역사 속에 나타난 관용의 사례
⑧‘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세계사’(웅진닷컴)
세계사의 주요 사건 이야기 49가지
⑨‘21세기 지식 키워드 100’(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각 분야의 키워드 100개 서술
청소년 역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게 중요하다. 수능, 논술, 면접 등 입시 경향의 전반적인 변화 추세 측면에서라도 그렇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저술가 헨드릭 빌렘 반 룬이 역사 속 관용의 사례들을 인물 중심으로 살펴보는 책 ‘관용’, 만프레트 마이가 세계사의 주요 주제 49가지를 이야기체로 풀어 들려주는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세계사’,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100개 키워드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21세기 지식 키워드’ 등이 요긴할 것이다.
올해에는 청소년 교양서 분야에서 새롭게 진출하는 출판사들이 어느 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출판계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사실상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보려는 시도인 셈이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읽을 만한 책을 찾기 힘들었던 청소년 교양서 분야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 셈이니, 여러 모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인>
①‘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
‘잊기 쉬운 소중한 것들’ 재발견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지내던 것들, 하지만 소중한 것들, 그런 것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잊고 지냈지만 소중한 것을 새삼 돌이켜보게 만드는 책이 바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줘잉 지음)라는 책이다. 은사님 찾아 뵙기, 부모님 발 씻어드리기, 일기와 자서전 쓰기, 영광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기, 악기 하나 배워보기 등, 누구라도 시도해보면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듯한 일들 49가지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②‘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삼인)
그림엽서 곁들여본 일상의 행복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판화가 이철수가 자신의 홈페이지(www. mokpan.com)에 1년 동안 거의 매일 띄운 그림 엽서를 계절에 따라 묶은 책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좋은 시를 위해서, 조용한 영혼을 위해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 나를 조금 덜어주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툼 많은 세상과 저녁마다 작별하고 문을 닫고 들어와 앉습니다. 세상은 따라 들어오지 말라! 해도 문밖에서 쉽사리 떠날 기색이 아닙니다.” “논밭에서 일하고 나면 옷이 흙투성이가 되기도 합니다. 더러워졌다고 빨아 입는 것이 우리 버릇이기는 하지만 흙처럼 깨끗하고 넉넉한 힘도 없지 싶습니다.”
애당초 책으로 묶어내기 위해 쓴 글과 그림이 아니기에, 충북 제천에서 농사 지으며 살아가는 판화가 이철수의 내밀한 사색과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소박한 그림이 그려진 엽서 한 장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지 모른다. 그런 마음을 갈무리해나간다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아름 다운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③‘나눔: 함께 사는 세상의 시작’(해바라기)
체험과 사례로 설명한 ‘나누는 일의 기쁨’
마케팅 전문가 조 비테일이 쓴 ‘나눔: 함께 사는 세상의 시작’은 영혼과 물질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의 기쁨에 관한 책이다. 마케팅 전문가가 왜 나눔의 철학을 강조하는 걸까. 베풀면 그만큼 또는 그 이상의 것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커피전문 체인점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고독한 승자가 되고 싶지 않다. 많은 사람과 환호하며 승리의 결승점에 이르고 싶다.”
그밖에도 록펠러, 카네기, 빌 게이츠 등 세상의 많은 거부가 부자가 되기 전에 나눔의 철학을 실천했고 이를 통해 오늘의 위치에 올랐다는 것을 실제 체험담과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④‘방외지사: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정신세계원출판국)
‘나만의 행복’을 찾은 사람들
사회가 정해놓은 삶의 궤도에 맞추어 살아가느라 버거운 대부분의 우리에게, 이런 삶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 있다. 조용헌이 글을 쓰고 김홍희가 사진을 맡은 ‘방외지사: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전 2권)이다. 산중무예 기천문 2대 문주 박사규,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며 공무원 생활 20년을 접고 고향집에 돌아온 박태후,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전국을 떠도는 시인 이원규, 염라대왕의 대외비문을 훔쳐본다는 역술가 박청화, 스승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내과의사 이동호, 두 발로 전국 땅을 밟고 있는 신정일 등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삶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 아내와 두 딸을 둔 ‘백수의 제왕’ 강기욱이 인상적이다. 그는 백수지만 전라도 광주 너브실이 마을에서 3500여평 대저택에 살고 있다. 수입은 집을 관리해주는 대가와 답사 안내비뿐이고, 네 식구 한 달 생활비는 불과 50만원이다. “눈먼 새도 공중에 날아다니면 입에 들어오는 것이 있게 마련”이라는 그가 주로 하는 일은 노는 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가 그런 방외지 사의 삶을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각자의 삶을 깊이 돌이켜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⑤‘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학고재)
서양화 감상의 기초 알려주는 교양물
⑥‘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시공사)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
위에 소개한 책들이 삶에 관한 것이라면 지식과 교양에 관한 책도 빼놓을 수 없다. 미술이라면 이주헌의 ‘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전 2권)를 통해 서양화 감상의 기초를 닦을 수 있고, 음악이라면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듣는 귀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박종호씨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면서 고교 시절부터 매료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을 주체할 길이 없었던 나머지 돈 되지 않는 클래식 음반 전문점을 낸 별종이다.
⑦‘덩샤오핑 평전’(황금가지)
중국 개혁개방의 선도자 덩샤오핑의 삶
⑧‘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책과 함께)
한눈으로 보는 미국사
21세기에도 상당기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그런 미국에 도전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르는 중국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그런 필요에 부응하는 책으로 중국 개혁개방의 선도자이자 삶 자체가 중국 현대사의 축도라고 할 수 있는 덩샤오핑의 삶을 담은 ‘덩샤오핑 평전’(벤저민 양 지음), 그리고 미국의 역사를 백과사전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케네스 데이비스 지음) 등이 있다.
⑨‘답사여행의 길잡이 15: 서울’(돌베개)
찬찬히 살펴보는 ‘서울의 모든 것’
연휴철이 다가올 때마다 두려워지곤 한다. 집에만 있자니 작년 그리고 재작년 연휴 때도 봤던 TV 특집 영화를 또 보게 될 것 같지만 여행 떠나자니 막히는 길도 붐비는 인파도 싫다. 이럴 때 택해봄 직한 타협책이 도시 탐험이다. ‘답사여행의 길잡이 15: 서울’(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이 길잡이가 될 수 있다. 한강 유역과 백제, 서울 도성과 궁궐, 북한산, 근대 건축, 이렇게 4개 주제로 나누어 각 지역마다 대중교통 노선은 물론 입장료나 관련 전화번호도 정리해놓았다.
이 가운데 서울의 근대 건축 부분에는 정동교회, 구 러시아 공사관, 성공회성당, 약현성당, 명동성당, 한국은행 본관(현 화폐금융박물관), 서울역사, 천도교 중앙대교당, 대한의원, 용산신학교와 원효로 성당 등이 소개되어 있다. 서울에 살거나 서울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라도 한 번쯤 보았을 건물들이다.
누군가 나에게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서울 살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직접 가보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다음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서울의 주요 문화 유적 및 유물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http://sca.visitseoul.net/ 여기에 ‘서울 600년사’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더욱 좋다. http://seoul600.visitseoul.net/
독서도 습관이고 책을 구입하는 것도 습관이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습관적으로 서점을 방문해서 책을 구입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세월이 갈수록 커지게 마련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같은 정도로 책을 읽었다면 다른 사람과 같게 되고 말았을 것’이라는 영국 사상가 토머스 홉스의 말을 떠올려본다. 올 설 연휴는 그 어느 해보다 길다. 이 긴 연휴 기간에 한 번이라도 서점엘 들러보자. 그리고 한 권의 책이라도 구입해보자. 예기치 않은 발견의 기쁨을 반드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최근 어린이 도서 시장의 큰 특징은 학습 만화류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아시아 시장에서는 학습 만화류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늘 수입초과인 우리 저작권 시장이지만 학습 만화에 관해서는 중국, 대만, 동남아 시장에서 출판 분야 한류(韓流)의 첨병 구실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학부모 입장에서는 대략 자녀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갑자기 어려워지는 교과내용에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다양하게 나와 있는 학습 만화들은 그런 당혹감을 줄이기 위한 지름길 구실도 할 수 있다.
①‘만화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휴머니스트)
학습효과 극대화시킨 ‘좋은 만화책’
역사 분야라면 전국역사교사모임 원작의 ‘만화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전 3권)를 추천하고 싶다. 많은 역사만화가 역사를 이야기체로 풀어나가는 것에 그치는 데 비해 이 책은 ‘교과서’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사진을 포함한 120여컷의 사진과 지도, 도표, 정보 면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학습 효과를 증대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주인공 한솔이와 그 친구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겪은 사건을 따라가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초등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다.
②‘서바이벌 만화 과학 상식’ 시리즈(아이세움)
재미있게 설명하는 과학 이야기
과학 분야에서는 아이세움에서 펴내고 있는 ‘서바이벌 만화 과학 상식’ 시리즈를 눈여겨볼 만하다. 동굴, 산, 빙하, 아마존, 사막, 화산, 초원, 바다, 시베리아, 무인도, 지진 등 다양한 배경과 상황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과학상식을 통해 재미있게 설명하는 내용의 시리즈다. 어린이 독자 입장에서는 손에 땀을 쥐는 모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집중력 높은 독서가 가능하며 어른이 읽어도 ‘아하! 그렇구나’ 무릎을 치게 만드는 대목이 많다. 가장 최근에 나온 ‘지진에서 살아남기’를 예로 들면 지진의 발생 원인과 징후, 지진의 종류와 규모 및 지진계의 원리 등은 물론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집 안팎에서 지켜야 할 안전 수칙들과 대처 방법, 지진해일 쓰나미에 대한 설명과 주의 사항을 담고 있다.
③‘만화 과학은 흐른다’(청년사)
과학의 발달과정 흥미롭게 전개
과학 분야에서는 정혜용이 글을 맡고 신영희가 그림을 맡은 ‘만화 과학은 흐른다’(전 3권)도 추천할 만하다. 이 책은 석기 시대부터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 이슬람, 서양 중세 및 르네상스에 이르는 과학의 발달 과정을 담고 있다.
④‘느낌 있는 그림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명화 감상’(보리)
어린이용 미술사
그밖에 ‘느낌 있는 그림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명화 감상’도 믿을 만한 책이다. 미술사의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내는 데 독보적인 이주헌씨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으로 그림을 소재별, 시기별, 장르별로 나누어 한 작품을 크게 보여준 뒤 부분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구성이다.
⑤‘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명작동화’(예림당)
만화로 꾸민 주옥 같은 동화들
어린이 도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인 동화의 경우 한국명작동화선정위원회가 엮은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명작동화’(전 2권)도 갖추어 놓을 만하다. 소파 방정환의 ‘만년 샤쓰’, 마해송의 ‘바위나리와 아기별’, 이원수의 ‘밤 전차의 소녀’, 정채봉의 ‘노을’, 강소천의 ‘꿈을 찍는 사진관’ 등 주옥 같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두 권의 책이 1923년부터 1991년까지 포괄하며 각 30편씩 모두 60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가만히 미소짓게 되는 명작 동화가 많다.
⑥‘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동쪽나라)
정서에 도움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⑦‘잔소리 없는 날’(보물창고)
‘부모님의 잔소리=사랑’ 일깨워 줘
이 책 외에도 알퐁소 도데의 ‘별’, O.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마지막 잎새’,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황순원의 ‘소나기’ 등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뽑아 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전병준 외 그림), 그리고 당돌한 꼬마 푸셀이 엄마 아빠의 잔소리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안네마리 노르덴의 성장 동화 ‘잔소리 없는 날’을 추천하고 싶다.
표정훈 출판평론가(medi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