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항공촬영 시험 샷으로 우리 집과 마을을 찍어 봤다. 지리산에서 일곱 번째 빌려 사는 누옥이지만 참으로 정겨웠다. 생각보다 화질이 너무나 좋았다. 아직 동영상은 찍어보지 않았지만 세계 최고급의 화질이라 하니, 벌써부터 섬진강의 유장한 물굽이가 펼쳐졌다.
살다 보니 내 집 한 채, 송곳을 꽂을 땅 한 평 없는 것을 빼놓고는 다 가졌다. 모터사이클, 카메라, 노트북, 그리고 새의 눈인 드론까지! 욕심은 끝이 없겠지만, 이미 내 생의 너무 많은 선물들이 다가왔다. 팬텀3 프로페셔널은 짐벌에 아주 작은 소니 카메라가 장착돼 있는데 동영상은 차세대급 4k, 사진은 1,200만 화소를 자랑한다. 1,200만 화소의 스틸 컷이 조금 아쉽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찍어 보니 사진의 크기도 충분한 편이다. 동영상은 디지털영화 상영 수준이며, 아직은 텔레비전으로 송출이 안 되는 차세대급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 드론 비행을 너무 쉽게 보았다. 뼈아픈 두 번의 추락이 있었다. 비행연습을 하는 도중에 화개장터 다리 아래, 분명히 전깃줄도 나무도 없는 다리 아래 수면 위를 통과하는데 순식간에 드론이 솟구치며 휘돌더니 강 건너편 풀밭으로 추락한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역시 중국산인가? 이렇게 한방에 끝나는구나 하며 부랴부랴 다리를 건너 뛰어가 보니 프로펠러에 낚싯줄이 감겨 있었다. 누군가 다리 위에서 낚시를 하다가 끊어진 낚싯줄을 방치했던 것이다. 50m 정도의 거리에서 낚싯줄이 보이겠는가. 다행히도 프로펠러가 풀잎과 나뭇가지를 스치는 상처를 입었을 뿐, 다시 버튼을 누르고 왼쪽 상승 레버를 올리니 시원하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한순간 물거품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마나 다행이었다.
집에 돌아와 드론 비행에 대해 밤새 공부했다. 비행교관이 없는 시골에 살다 보니 전부 독학이다. 비행도, 촬영도 모두 감각과 매뉴얼과 인터넷을 뒤지며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겁도 없이 덤벼들었으니 결과는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결국 또 한 번의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버드 아이즈 뷰’로 찍으려면 상승 하강하면서 동서좌우로 회전하며 새처럼 날아야 한다. 그래야 역동감이 생기는 동영상으로 섬진강 위를 유유히 날아가는 새들의 등 위에서 찍을 수 있으려니 시계방향, 반시계방향 자유로운 비행을 연습해야 했다.
문제는 거기에서 비롯됐다. 바람이 좀 불기는 했지만 처음의 의도대로 순조로운 비행이 이어졌다. 시계방향으로 돌며 상승과 하강, 그리고 동서남북의 비행도 의외로 잘 되는 듯했다. 그런데 시계방향으로 돌며 전진하던 드론에 스틱 두 개를 동시에 조정하며 반시계방향의 후진을 빠르게 조정했더니, 네 개의 프로펠러를 단 드론이 공중에서 세로로 서더니 순식간에 추락하는 것이었다. 제어불능! 정말 한순간의 일이었다. 배터리는 빠져나오고, 카메라 짐벌과 렌즈 앞부분이 파손되고 말았다.
인정해야만 했다. 우선은 나의 실력이 문제였고, 그 다음은 내가 드론을 너무 믿은 것이었고, 아직은 드론이 새처럼 자유로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새처럼 날고 싶고, 새의 눈으로 세상을 평평하게 보고 싶은 꿈을 일단 접어야만 했다.
일단 큰 상처를 입은 드론을 수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참담했지만 누구를 탓할 것인가. 아직 정식으로 열지 않은 한국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대로 택배로 보내라고 했다. 받아보고 중국으로 보내 수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참담한 심정으로 박스로 포장해 택배로 보내고 돌아서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선 시연용으로 쓰던 중고 드론을 먼저 보내겠다”는 것이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 추락 이틀 만에 다시 드론을 받았다. 내 마음도 상승과 추락을 거듭하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