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는 여전히 저평가 되어 있어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고 연일 미국 의회와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하는 가운데 IMF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신 세계 경제 예측 자료에서 실질구매력 평가(PPP)를 기준으로 환산한 2016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8조 9757억 달러로 18조 8076억 달러의 미국을 처음으로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중국 경제가 18%로 17.7%의 미국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전문가의 견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20세기 후반 소련의 붕괴이후 유일한 슈퍼파워의 위치를 지켜온 미국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국가로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작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따른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미7함대의 조지 워싱턴호가 중국 스스로 내해(內海)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의 서해에 진입하여 군사적 긴장을 조성한 이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이때 중국의 경제적 성장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을 중심으로 달러와 금본위제와 관련된 금융세력들의 음모를 다루었던 쑹훙빙 교수의 『화폐전쟁』에 이어 세계경제를 역사와 데이터를 근거로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있다는 칼럼리스트 왕양(王暘)의 『환율전쟁』역시 세계경제 패권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시기에 읽어 봐야할 책이 아닌가 싶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제학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차근차근 기본 용어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이론이 생성된 배경이나 전개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좀 더 심층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로 박스를 만들어 놓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는 ‘화폐의 과거와 현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치 경제학 강의를 하는 것처럼 ‘화폐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인플레이션(inflation)과 디플레이션(deflation)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신뢰’뿐이라고 강조하고 미국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달러가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경제정책이라 하더라도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인용하며 외환시장이나 환율에 대해 보다 용이하게 접근하도록 이끌어나간다. 각 국가들이 환율을 다룰 때 환율안정,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독립적인 화폐정책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므로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두 가지의 목표가 최대치가 되도록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기본적인 경제학에 대한 이해과정을 마친 후 환율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도록 고대와 근대 환율의 역사를 실증적인 자료를 근거로 서술해 나간다. ‘지폐는 마치 술과 같다’ 는 비유로 시작한 역사이야기는 술은 적게 마시면 좋지만 많이 마시면 통제가 되지 않아 결국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나를 마시는 지경에 이르는 것과 같이 지폐발행도 적당한 도를 넘어서 남발하게 되면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한다는 교훈인데 중국 금나라의 경우가 그러하다. 국고에 돈이 없으면 지폐를 발행해 전쟁비용으로 충당한 금나라는 지나치게 많은 화폐가 유통되어 화폐가치가 대폭 절하되어 안정적인 화폐정책을 펼치던 남송으로 국부가 유출되어 결국에는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유럽의 스페인의 경우도 역시 비슷한 사례인데 남미정복전쟁으로 획득한 금은을 활용하여 상업을 영위하고 상품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대신 예산의 고려 없이 낭비만을 일삼다 유럽의 아웃사이더로 전락한 비극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고 그리스는 21세기에 와서도 유로존(Eurozone)의 안정화에 심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그 비운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금본위제는 붕괴되고 당시 글로벌 통화로서 인정되던 파운드화가 전쟁에 따른 영국의 주요 공업시설의 파괴와 중요 자원의 소모로 전쟁의 참화가 본토를 피해간 미국이 경제 질서를 재건할 국가로 떠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같다. 브레턴우즈체제에 의해 달러를 기축통화로 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이후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국제부흥개발은행을,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를 설립하게 되어 자유무역체계의 기틀을 구축한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불황,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의 파운드화 공격, 환율위기로 인한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몰락과 칠레의 성공 스토리, 우리에게도 뼈아픈 아시아 금융위기의 교훈과 러시아의 경제 붕괴 등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환율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입장을 들어보는 기회를 가지는데 저자가 중국인이라 그런지 미국 정부의 적자는 순전히 자업자득의 결과로 위안화절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분명한 어조로 못을 박는다. 위안화 환율이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을 주었고 한 나라가 어떤 환율 제도를 채택하느냐는 그 나라의 주권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는 외환시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인 금융세력들은 이익을 위해서는 자국의 금융시장도 공격하는 무자비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들도 역시 치밀한 전략과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을 수행하지 않으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코스피지수를 연일 경신하며 기록을 세우고 있는 우리 주식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자못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저자는 현재의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대안으로 다시 금본위제로 회귀할 것인지 아니면 달러를 대체할 세계화폐(世界貨幣)가 탄생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데, 단일한 세계정부가 없다면 글로벌 범위에서 유통되는 세계화폐를 설립하기는 힘들 것이라 말하고 현재의 환율체제가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진단한다. 바야흐로 21세기는 유한한 자원을 둘러싸고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자원전쟁(資源戰爭)’인 동시에 세계경제 패권을 향한 ‘환율전쟁(換率戰爭)’의 시대임은 분명해 보인다. 소리 없는 세계의 부(富) 쟁탈전을 직접 목격하고자 하는 분들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