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362) - 아름다움에 대하여
며칠 전 생의 마지막 17년을 천혜경로원에서 보낸 고연순 할아버지가 88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전직 경찰관으로 국가유공자이기도한 그분은 가족들과는 연락이 끊긴 외로운 처지였지만 건장한 체격과 당당한 자세로 경로원이 정성으로 모시는 여러 혜택과 편익을 고스란히 누린 셈, 이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그의 경로원 생활은 화려하였다고 평하였다. 이를 입증하듯 마지막 길 운구차도 리무진이었다. 덕분에 가족 대신 영정을 안고 리무진에 동승하는 호사(?)를 누렸다. 어제(3월 23일)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가 92세로 타계하였다. 서울 크기의 도시국가를 우뚝 일으켜 세운 거인을 전 세계가 애도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29일에 거행되는 국장에 참석한다고. 거인의 삶도 범부의 삶도 나름의 몫이 있으렸다.
시리즈로 올리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1997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bella)>에서 따온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영화는 두 줄거리로 구성돼 있다. 전반부는 남녀주인공 귀도(로베르트 베니니)와 도라(니콜레타 브레스키)가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까지의 로맨스, 후반부는 귀도•도라 부부와 다섯 살 된 아들 조슈아(조르지오 칸타리니)가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참혹한 상황에서 치르는 아슬아슬한 시련이 큰 줄기를 이룬다. 극한상황에서도 어린 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아버지의 유머와 상상력이 고달픈 삶에 기쁨을 안겨주는 메시지가 아름답다고 할까? 1998년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등을 받은 이 영화를 접한 것은 2002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탐방하는 여행길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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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있은 노인건강타운의 시니어 감성인문학 두 번째 강좌는 '고전에 보이는 미인'이었다. 관심이 가는 주제라 수강중인 강좌를 제쳐놓고 강연장으로 향하였다. 강사(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김창규 교수)는 중국의 고전을 통하여 아름다움(美)의 의미와 영역을 살피고 아름다운 사람(美人)의 용모와 품성 및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조건과 경험을 통하여 생성된 미인의 척도 등을 흥미 있게 설명한다.
강의 요지.
‘설문해자에 따르면 미(美)는 갑골문 ’羊大曰美‘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제사에서 드리는 양이 큰 것을 뜻한다. 큼직한 양을 보고 느끼는 감정, 곧 삶의 풍성함과 푼푼한 마음이 곧 아름다움이다. 역사가 흐르면서 그 의미는 확대되고 다양해졌다. 맛있다‘ ’보기 좋다‘ ’뛰어나다’ ‘성숙하다’ ‘귀하다’ ‘훌륭한 사람이나 사물’ ‘큰 업적’ ‘좋은 소리’ ‘덕스러운 말’ ‘품위 있는 행동’ 등.
미인은 용모가 아름다운 사람, 덕성과 품위를 갖춘 사람이다. 여인만이 아니라 임금을 지칭하기도, 선량하고 신의가 있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정철의 사미인곡과 맹자의 충실함을 미라 한 것이 그 예다. 용모가 아름다운 여인을 일컫는 말에 가인, 미희, 절색, 요화, 천녀 등이 있고 연두색 저고리에 다홍치마(綠衣紅裳), 붉은 입술에 하얀 이(丹脣皓齒), 눈 같은 피부와 꽃 같은 얼굴(雪膚花容), 제비처럼 날씬하고 버들가지처럼 가냘픈 허리, 요염한 눈빛과 풍만한 가슴 등을 꼽기도 한다.
미인은 외모 못지않게 훌륭한 지혜와 품성을 갖추어야 한다. 복사꽃과 오얏은 아름다움을 뽐내지 않으나 자연스럽게 좁은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
주민센터에서 빌린 책, 김우창의 ‘깊은 마음의 생태학’에서 사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를 살폈다.
느끼고 말할 것은 사물들의 놀라운 아름다움-지구, 돌, 물, 짐승, 남자와 여자, 해, 달, 그리고 별-
인간성의 피어린 아름다움, 그 생각들, 광증과 정열,
그리고 인간이 아닌 자연의 한없이 높은 실재성-
사람은 반쪽은 꿈이니, 아니면 사람은 꿈꾸는 자연.
그러나 바위와 물과 하늘은 변함없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크게 느끼고, 크게 알고, 크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시의 할 일이다.
나머지는 잡동사니일 뿐......
- 미국시인 로빈스 제퍼스, '사물의 아름다움' 중에서
나는 잠언의 현숙한 여인과 찬송가의 참 아름다워라를 아름다운 사람과 자연의 전형으로 여긴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 값은 진주보다 더하니라.... 그는 간곤한 자에게 손을 펴며 궁핍한 자를 위하여 손을 내밀며 그 남편은 그 땅의 장로로 더불어 성문에 앉으며 사람의 아는 바가 되며 능력과 존귀로 옷을 삼고 후일을 웃으며 입을 열어 지혜를 베풀며 그 혀로 인애의 법을 말하며 그 집안일을 보살피고 게을리 얻은 양식을 먹지 아니하나니 그 자식들은 일어나 사례하며 그 남편은 칭찬하기를 덕행 있는 여자가 많으나 그대는 여러 여자보다 뛰어난다 하느니라.’(잠언 31장 11절~31절)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 소리 저 아침 해와 저녁놀 밤하늘 빛난 별
망망한 바다와 늘 푸른 봉우리 저 산에 부는 바람과 잔잔한 시냇물---‘
춘분 지나고 온 누리에 봄기운이 넘친다. 노란 개나리 활짝 핀 도심을 굽어보는 무등산의 정기가 청량하다. 자연과 사람 모두 아름답고 따뜻하기를.
* 주제를 다루면서 알게 된 것
1. 미국의 어느 학자가 동양 최대의 미인으로 알려진 양귀비의 체형을 여러 자료에 의거 추정한 결과 키 163cm, 체중 79kg으로 밝혔다고 한다. 개미허리에 말라깽이 모델이 판을 치는 세태와는 사뭇 다른 풍만한 체형인 셈.(앞의 강의에서)
2. 화장(품)을 영어로 코스메틱(cosmetic)이라 하는데 이 말은 희랍어 코스모스(cosmos, 질서와 조화의 표현으로서의 우주)에서 나왔다고 한다. 화장품의 역사는 기원전 수천년으로 거술러 올라간다. 1922년 발굴된 이집트 투탕카멘왕(B.C1352~?의 부장품에서 화장품으로쓰인 여러 개의 병과 향수가 나왔다. 그리스, 로마, 유럽의 시대따라 다채로운 화장품이 등장한다.(정기문 지음, '역사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다'에서)
3. 요즘은 성형이 큰 유행이다. 이를 빗댄 유머 한 토막.
불치병에 시달리던 환자가 간절한 기도로 치유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성형외과에 들러 얼굴을 다듬고 집에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였다. 하나님께 항변, 살려주신다더니 이렇게 데려옵니까? 너냐, 얼굴이 바뀌어서 몰라보았다.(아내의 유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