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회에서
전라도사투리가 세계어원임을 주장하는
강상원박사를 중심으로 행사가 열렸는데
전주에서 진료시간에 올라왔다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 열정과 애국심에 감동하여 기억하는데
오늘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만난글에
공감이가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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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엽의 진료실 일기]
몸에도 세대갈등이 있다
나는 어릴 적에 서서학동에 살았다.
오래된 기와집과 ‘뻐꺼지 산’이라고 부르던
‘민둥산’ 과 그 산 기슭과 중턱의 초가집과 판잣집이 생각난다.
집 앞에는 비포장 도로에 마차가 다녔다.
그 시절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가끔 이야기하면 ‘뻥’좀 그만하라고 한다.
자기들과 같은 시대에 살았는데 전주에 말이 직접 끄는 마차가 있던 곳이 어디 있었냐고 묻지만 사실이다.
가끔 “야 이 문등이 새끼야!” 하는 아주머니의 고함소리와 함께 몽둥이에 쫒기며 앞집 형님이 꾀를 홀딱 벗고 좁은 골목으로 쫒겨 나오는 것을 보는 것도 경이스러운 일이었다.
동시에 슬펐다. 왜냐면 검은 교복에 검은 운동화를 신은 그 형은 내 우상이었다.
그 무렵 나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처럼 운동화는 아니더라도
흰 고무신으로 바꾸어 주기 전에는
절대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데모’도 했다.
집안에는 ‘작두새암’ 이 있었는데
그것을 길어 올려 아버지께서 여름이면
‘등목’을 시켜주시고 늦가을이면
어머니를 도와 ‘무’를 씻고 ‘단무지’를
또 얼마나 만들었던지.
‘다꾸앙’이라고 불렸던 단무지는
그 시절 콩자반과 함께 우리 집 단골 메뉴였다.
‘삼립빵집 아들’이라는 별칭을 가진
초등학교적 내 짝꿍은 점심시간이면
큰 도시락 한 가득 ‘계란말이'를 싸가지고 와서 내 콩자반이랑 바꿔먹었다.
몇해 전 동창회에서 그 친구를 찾아
그 때 눈물겹게 먹었던 ‘계란말이’를
꽤 넉넉한 술값으로 변재 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것들이 집안 내에서도
충돌을 일으키곤 한다.
가령 그 시절에는 요즘 세대처럼
아이들 위주로 ‘현장학습’이네 하며
놀러 다녀 본 기억도 별로 없을 뿐더러,
어쩌다 아버지 따라 기차를 타고
결혼식에 갈 때 완행기차 안에서
역무원 아저씨가 밀고 다녔던 카트에 담긴
삶은 달걀과 음료수를 사먹고 싶었지만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시장’보다 훨씬 비싼
오징어 구이를 사먹는 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내는 오히려 어릴적에 장인어른이 사줬던
오징어의 달콤한 추억때문에 휴게실 마다
‘부전부리’를 한아름 사는데 말이다.
“아이들에게 근검 절약을 가르쳐야지.
차라리 이런 오징어를 먹으려면 집에서 음료수랑 미리 좀 싸오면 되지 않소.
이것은 허영이고 낭비요.
나 어렸을 때는 …..
” 그 뿐만이 아니다. 애들이 싫증나서 먹다 버리는 피자조각, 살점이 한아름 여전히 달려있는 닭다리, 밥맛이 없다며 밥상을 물리는 아이들. 아내는 아이들을 대변하여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제발 '나 어렸을 때는......'
하는 이야기는 좀 그만하세요” 한다.
새로운 시대가 와서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리라.
내 어린 시절과는 사뭇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산업화, 문명화가 되면서 세상을 보는 가치관도 많이 달라져 세대간의 '가치관 충돌’,
다른 '문화 간의 충돌’도 많이 생긴다고 한다.
'새대간의 충돌' 과 그로 인한
‘문화간의 충돌’ 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길 수 있고
가정의 ‘이혼’이나 ‘사회의 극심한 혼란’ 이나
국가간의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어떤 분들은 현 대한민국의 통탄할 사태의
근본 원인을 세대 갈등이 초래한 결과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말하자면, 구새대에 의한 과거에 대한 향수가 불러일으킨 난치병이었다는 것이다.
구새대들이 선출한 대통령이 60년대나 통할, 가치관과 정책을 2000년대에도 그대로 하려다보니 대한민국이라는 지구와 행성 충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몸'은 그나마 ‘가치관(생각)’ 보다 더 느리다.
‘가치관’은 빨리 변하지만 우리 몸은 변화가
아주 더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양식이나 음식습관도 서구화되면서 우리 몸도 변화가 많이 생겼다.
좌식등 서구형 생활습관의 변화로 요통의 발생빈도도 늘어났다.
또한 예전에 비해 결핵이나 전염성 질환은 줄었고 암이 사망원인 1위가 되었으며 사망에 이르지는 않지만 가장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질병은 생활습관병(당뇨병)이 되었다.
또한 암에서도 1위는 위암으로 변화가 없지만 서구형으로 식습관이 많이 변하면서 대장암이 급격히 늘었고 전립선암, 췌장암, 유방암이 현저히 늘었다. 모두 무섭도록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적응하여 더딘 몸이 쫒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어쩌면 현재 대한민국 전역에서 겪는 무시 무시한 진통 또한 이러한 부적응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오늘 문득 스쳐간다.
다만 대부분의 변화가 서구형이기 때문에 비록 양의사이긴 하지만 동의보감에 나오는 ‘신토불이(身土不二)’ 라는 말의 의미를 더욱 간절하게 반추해 본다.
/전주 우리병원 원장
첫댓글 공감이 가네요.
감사드립니다
잘 보고갑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