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리 들어봤으면 |
파르라니 깎은 헤어스타일은 그만을 위해 특별 개발한 듯 썩 어울렸다. 편안하게 걸친 니트 위론 근육의 양감이 적당히 드러났다.
'막내 동생' 분위기 속에 '맨(MAN)' 냄새가 은근슬쩍 섞였다. 여중생 뿐 아니라 중년여인네 마음까지 사정없이 헝클어놓는 마력이 이것일 거다.
대한민국 여자들론 성에 안 차 아시아 '언니'들까지 마구 흔들어대고 있는 원빈. 소녀처럼 수줍게 웃으면서도 조목조목 할 말 다하는 차분한 그를 만났다.
"미소년 이미지 탈피 동생역할 이젠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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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형'은 개봉 한달이 넘도록 선전하고 있다. 다 '원빈의 힘'이다. <권영한 기자 champano@> |
외모와 경력으로 보면 전국을 뒤집어놓을 스캔들 몇 건은 터트리고도 남음이 있을 텐데, 결코 없다. 스케줄 없는 날은 방에 콕 박혀 지내기 때문. 비디오 보다, 게임 하다, 잠자다, 라면 끓여먹는 그 시간이 보약같다. 바깥에서 힘들게 지낸 후 혼자서 머리를 텅 비운 채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단다.
술을 못마셔 '밤생활'도 무미건조하다. 한 잔만 마셔도 온몸이 빨개지는 스타일. 예전 '킬러들의 수다'를 찍을 때 친해진 선배들과 술자리를 갖고 싶어 혼자 술마시는 연습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심장이 벌렁대고 숨이 콱콱 막히는 통에 포기했단다.
담배는 촬영 땐 한 갑, 혼자 있을 땐 안 피운다.
▶자연미가 최고
영화 '우리형'에는 원빈의 다양한 트레이닝 패션이 등장한다. 집에 있을 때는 무릎 튀어나온 파랑색 츄리닝을, 외출할 땐 검정에 빨강줄 들어간 날렵한 츄리닝으로 멋을 낸다.
원빈과 '우리형' 프로모션을 함께 다녔던 진인사 필름의 한 홍보녀는 "목늘어진 티셔츠에 낡은 츄리닝이 원빈씨 교복"이라고 했다.
"대체 그 돈을 다 어디에 쓰느냐"는 질문에 원빈은 "외모 꾸미는 덴 관심없다"고 웃었다. 하긴 더 꾸밀 외모가 어디 있을까. 그러면서 "외모로 평가받는 세상은 지났다. 내면이 꽉 차있어야 얼굴도 멋져 보이는 것"이라고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귀 두꺼운 O형
연애할 때 여자 약올리는 B형 남자일까 했더니, 둥글둥글한 O형이란다. 단 이래라 저래라 간섭 받는 건 딱 질색.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하는 스타일.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물론 네명의 형, 누나들이 원빈의 일엔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우리형' 촬영 때도 "카메라 앞에서 마음대로 놀라"며 원빈을 독려한 감독 덕에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동생역은 이제 그만
줄곧 '동생' 역할만 해왔다. 실제로도 2남3녀 중 막내. 요즘도 시나리오 들어오는 게 미소년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생역할이 많다. 20대 중반이라는 어중간한 나이 탓도 있지만 이젠 이미지를 깰 수 있는 역을 할 때가 됐다. 마음이 움직이는 작품을 선택할 생각.
▶한류의 새바람
일본팬들이 많다 보니, 자주 배용준과 비교된다. 연기생활 하면서 배용준과는 단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사이. 솔직히 해외쪽 일하기가 쉽지 않다. 언어 문제도 있고, 든든한 해외매니지먼트도 없어 힘들다.
체코, 일본, 한국을 돌며 촬영한 화보집을 내년 1월 일본에서 낼 계획. 사진만으로 채워진 화보집이 아닌 원빈 평소 생각들을 에세이식으로 삽입한 색다른 작품이 될 것 같다. < 김소라 기자 so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