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시대 교육과 돌봄
최근 우리나라는 초저출생 현상이 지속되어 인구 감소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인구 감소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인구 감소는 노동생산성 저하, 국가경제 성장 둔화 등 경제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사회 규모가 줄어드는 측면을 넘어선다. 이는 정부가 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출생률을 높이려는 정책을 다각적으로 시도하는 이유이다.
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출생률을 높이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가 수행했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생률에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상당 기간 인구 감소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는 인구 팽창 시대와 다른 교육적 과제가 제기되고 이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구 증가 시대에는 교육 경쟁의 과열로 인한 입시 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지만, 인구 감소 시대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소규모 학교, 기초학력 저하 등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 유지가 좀 더 시급한 과제로 부각된다. 이는 교육을 출생률 증가를 위한 수단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영향에 대비하여 학교 운영과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함의한다.
인구 감소로 학교교육이 축소되는 시기에는 모든 학생을 유능한 인재로 길러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많은 초등학생이 방과 후 시간을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건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통계청이 2022년 조사한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5.2%에 이르고 있다(통계청, 2023). 사교육은 대학입시와 같은 교육 경쟁과 관련이 많지만, 초등학생의 경우 학부모의 경제활동 참여에 따른 돌봄 서비스의 필요와도 관련되어 있다. 초등돌봄교실이 확대되어 어느 정도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돌봄 대기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고학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불가피하게 사교육을 돌봄 서비스의 대체재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건강한 인재로 성장해 나갈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곳이다.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교육은 돌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잘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적 측면에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아 위기에 처한 아이는 우선 누군가 보호하고 성장 여건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돌봄이 누구의 역할인가를 따지느라 아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학교는 돌봄을 제공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교육과 결합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한 명의 아이라도 책임 있게 키워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교육과 돌봄을 분리하여 생각하기보다는 교육을 통한 돌봄, 더 나아가 교육을 위한 돌봄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늘봄학교의 추진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하여 학생들의 성장·발달을 위해 제공하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을 말한다(교육부, 2024: 1).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하여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방과후 프로그램(교과연계, 특기적성 등 교육)과 돌봄(휴식, 놀이, 간식 등)을 통합하여 제공하는 교육‧돌봄 통합 서비스로 초등학생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방과 후 돌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교육활동, 놀이, 휴식 등의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교육부, 2023).
늘봄학교는 2023년 1학기부터 시범적으로 도입‧운영되었다. 1학기에는 인천, 대전, 경기, 전남, 경북 등 5개 교육청 214개 초등학교가 시범 운영에 참여하였고, 2학기에는 부산, 충북, 충남 등 3개 교육청이 추가로 참여하여 모두 8개 교육청 459개 초등학교가 늘봄학교를 운영하였다. 도입 초기, 업무 혼선, 인력과 공간 부족 등 시행 과정상의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하였으나 돌봄 대기 수요자가 줄고 학부모의 만족도와 요구가 높게 나타나는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시범 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에는 늘봄학교를 본격 도입하여 17개 시도교육청에서 2,741개 학교가 참여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늘봄학교의 주요 프로그램은 2024년을 기준으로 초1~2 맞춤형 프로그램과 늘봄과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초1~2 맞춤형 프로그램은 희망하는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에게 학교적응, 놀이 중심의 예체능, 사회정서 등의 활동을 맞춤형으로 매일 2시간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늘봄과정 프로그램은 기존의 방과후학교(학습)와 돌봄교실 프로그램으로서 체육, 문화〮예술, AI〮디지털, 사회〮정서, 기초학습, 진로체험 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늘봄학교는 현재 공급자 중심의 방과후학교‧돌봄의 이중 체제를 수요자 중심의 늘봄학교 단일 통합체계로 전환‧개선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출처: 교육부(2024). 2024 늘봄학교 추진방안. p.6.
늘봄학교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제언
늘봄학교 운영은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운영 과정에서 교육과 돌봄의 융합이 필요하다. 교육과 돌봄은 다르다는 인식이 많고, 실제 별개의 활동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학교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돌봄에 전혀 무관심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돌봄 부재로 인하여 정서 문제를 겪는 학생들이 한두 명만 있어도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 학교도 돌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어느 정도 교육과 돌봄을 융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늘봄학교의 성공적 정착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는 늘봄학교 운영이 단지 학부모의 보육을 분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본연의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늘봄학교 업무 경감을 위한 효율적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한 돌봄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국가의 책무성 강화의 흐름은 누구도 쉽게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학교에서 돌봄을 강화하다가 학교 본연의 교육기능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걱정도 소홀히 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늘봄학교 운영이 교원 업무 가중으로 이어지고 학교의 본질적 기능인 교육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는 학교 현장의 의견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육활동에 전념해야 할 교원에게 업무가 전가되거나 증가되지 않도록 학교 안과 학교 밖의 지원체계가 함께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전문성을 갖춘 인력의 충분한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교육부는 늘봄학교 업무 수행을 위해 기간제 교사와 행정지원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력 지원은 업무 경감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제한점이 존재한다. 우선 채용 업무가 학교에 맡겨질 경우 그 자체가 업무가 되고 인력풀이 충분치 않아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늘봄학교는 단순히 공문서 작성과 행정업무 처리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학생들의 수요에 맞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기획‧개발하고 외부 우수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연계해야 하는 일이라 상당한 교육적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스스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늘봄학교의 효과가 충분히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늘봄학교 담당 인력의 양성, 배치, 재교육 등 일련의 전문성 제고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늘봄학교와 관련하여 가정과 지역의 역할과 참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돌봄과 보호는 전통적으로 가정과 지역이 주로 담당해 왔다. 늘봄학교는 돌봄과 보호에 대한 기존 기구들의 기능 약화에 대응하여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고 국가적 책임을 완성하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따라서 우선 가정과 지역의 돌봄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늘봄학교의 운영은 지역 연계를 통한 지역 맞춤형 운영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여러 학교가 함께 지역기관을 활용하여 거점형 돌봄센터를 운영하거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 기업 등 우수한 자원과 프로그램을 보유한 기관들이 늘봄학교의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가며
늘봄학교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학교에 돌봄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이 보장되지 않아 학교생활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함으로써 학생들의 교육적 성장이라는 학교 본연의 역할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방과 후 시간이 학생들에게 고립되고 소외되는 시간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늘봄학교가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사회계층에 따른 사교육과 교육격차를 완화하며, 학생들이 더욱 안전하게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 초등학교가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는 책임교육을 실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김성식
- 소속 :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 출처 : 교육정책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