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을 봤다.
농민들이 쇠파이프를 동원해 경찰을 먼저 때렸다는
이상한 댓글들도 많이 붙었지만
신뢰할 수 없는 댓글같았다.
눈 닦고 봐도 동영상 그 어디에 쇠파이프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시위대가 든 것은 대나무와 돌멩이 뿐!
어떤 댓글엔 또
전경이 잘못했지만 농민도 잘못이란다...
일종의 양비론으로, 양측을 싸잡아 비난함으로써
농민들의 정당성에 경찰을 물타기함으로써
가벼운 헤프닝으로 넘어가려 애를 쓴다.
어이가 없다.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 맞고 죽었을 때는
다들 분노했다...
거대한 민주의 물결 속에 바로 이한열이 있었고
그는 민주의 고귀한 희생자로 추앙되었다.
물론 나도 동감하고 나도 그때 눈물 흘리고 분노했었다.
그런데
이제 여기
한 명의 농민이 있다.
그는 생존권을 위해서 몸부림치고
우리쌀을 지키자고 맞서다
아들뻘 되는 경찰한테 맞아 죽었다.
아~~~
민주 열사에겐 그토록 후한 점수를 주던 사람들도
어인 일인지
우리쌀을 지키고 생존권을 지키려한
이 억울한 죽음엔 반응이 시큰둥한 걸까?
혹자는 국제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쌀개방은 불가피하지 않은가
불가피론을 역설하기도 한다.
맞다...
불가피하다
나도 공감한다.
그런데...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살고싶어서 정당하게 생존권 주장하는 국민들
때려죽이라고 나라가 존재하는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맺고
쌀 개방을 예고한지 20년이 흘렀다.
그 동안 정부는 무얼했는가?
우리 농민들 변변한 실태조사 한번 해본 적 있는가?
국제화 흐름에 맞춰 영농 다각화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변변한 영농교육 한 번 해봤나?
농촌이 고령화되고 농촌 노총각 문제가 심각해도
실효성 있는 농촌 구조 개선이나
캠페인, 농촌 지원을 제대로 해봤나?
그저 농협 창구에서
금고 후하게 열어
영농자금이랍시고 대책 없이 돈 꿔주 제대로 회수도 못한 것 밖에
대체 정부가 무얼 했나?
소파동 돼지파동 마늘파동 배추파동...
파동의 연속선상에서
파동을 진정시켜 줄 알뜰한 사전 정보 한 번 제대로 제공해줬었나?
일기예보같은 영농예보 한 번 발령해본 적 있었나?
돌대가리 정부는 대체 책상머리에 앉아 뭘 했나?
그래놓고
외국놈들과 덥썩 협상은 벌여놓고
느닷없이 농민들에게 일방통고하는 방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한다....
그냥 넘어가기 뭣하니까
농업도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세계화에서 낙오하지 않고
다른 것들을 수출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쌀을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쌀개방만 하면 다른 수출은 무조건 순조롭고
만사형통인 양 호도하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농민들이 느끼기엔 쌀값이 자꾸 떨어지거나
쌀을 내다팔 곳이 마뜩찮기만 한데
정부는 보조금타령만 한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한다고 백날 떠들어도
실제로 농민들 손에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는
없는데도....
정부의 이런 허무맹랑한 구호가
어이없게도
비농민들에겐 그런가보다...
맞나보다...
농민들이 너무 의존적이다...
농민들이 심하다...
이런 느낌이 들도록 먹힌다는데 있다.
그런데
오해이다.
나는 주장한다.
쌀을 개방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국제 흐름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개방하라...
단,
수입쌀은 사료용, 가공용, 주정용으로 용도를 한정하고
수입쌀로 만든 쌀라면같은 것은 역수출하라.
궁리하고 머리를 굴리면 길이 있을 것이다.
단,
개방을 하되
우리쌀을 살리는 방향으로 먼저 가닥을 잡고 개방하라.
우리쌀을 살리는 방법은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농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맡기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운운하는 것은
참 무책임한 태도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라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농업이란 무엇일까?
농업은 필수 자연 조건이 있어야 하고
소출을 내기까지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그 무엇이다.
농업은 제조업처럼 합리적이지도 않고
제조업처럼 명확한 기계적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농업은 일정부분
국가가 개입해야 하고
우리 나라처럼 농지가 좁고
인구가 조밀한 나라일수록
국가 개입은 필수적이다.
쌀에 관한 한 일정부분
사회주의적 요소를 가미하라는 것이다.
우리 쌀은 한국농업의 마지막 보루이다.
개입하고 관리하고 지켜야한다.
수입쌀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일단 국가 관리를 거친 후에
시장에 내놓든 하라는 것이다.
농업은 전적으로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그 무엇을 갖고 있다.
그것이 식량 안보이다.
수입하라.
단 우리 1년 소출량만큼 혹은 그 이하로
쿼터방식을 취하든
암튼 수입해서 국가가 일단 관리해서
가공 역수출을 하든 그것은 국가가 해야 한다.
수입하되
다른 한편 우리쌀도 국가가 추곡수매를 하든
곡식수매를 하든 일정량을 수매하라.
그것을 또 국가가 일정부분 가격을 메겨
시장에 내놓든 암튼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잘 관리하라.
국가 입장에선 일정한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적자를 감수해왔다.
어쩌면 토종쌀도 살리고 수입도 해야 하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국가의 재정 적자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관리와 운용의 묘에 따라
적자폭은 예상보다 적어질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차츰 무리를 주지말고
농업 구조 개선에 착수하라.
물론 구조개선에도 철저히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구조개선이 완료돼
우리 쌀이 국제 경쟁력을 갖췄을 때
그때 비로소 국가 개입을 줄여야 하고
이땐 농민들도 국가의 시책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방임하다
느닷없이 밀어부치는 건
성숙한 정책 집행 방식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국가는 방임하다가
느닷없이 밀어부치고 때리고 조지고 죽이고
그렇게 하라고 국가가 존재하는게 아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면서
일을 하라고 차츰 능숙하게 일을 잘 하라고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다 필요 없다.
정부는 우리 농민들 설득시킬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능력부터 키워라.
첫댓글 쌀개방보다 더 무서운 건....낫살 든 농민 살농정책에 항의하다 쇠방패에 맞아 두개골이 부서져 죽었는데도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단순 충돌로 넘어져 뇌출혈로 죽었다는 당국 발표가 어이 없고....농민이, 농업이 죽든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썰렁한 시민들 반응이 더 무섭군요.
육시럴.......................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