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월드컵 경기에서 파란(波瀾)과 이변(異變)을 일으킨 주인공은 단연 크로아티아 팀이었다. 결승전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팀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졌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FIFA 랭킹 1위에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독일도 그 중 하나다. 한국을 가볍게 물리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으로 침몰해 16강 진출마저 좌절됐다.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스페인전에서 해트트릭으로 그 가치를 입증했다. 그러나 월드컵은 잔인했다. 호날두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은 우루과이에 2-1로 무너졌다.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또 한 사람-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아이슬란드에 1-1로 비기고, 나이지리아에 2-1로 이겼으나 크로아티아 전에서 3-0으로 패배했다.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일전을 겨루기 전까지 무려 7골이나 터트리는 화려하고 멋진 경기를 펼쳤지만 프랑스전에 4-3으로 패하고 말았다. 프랑스전에서 메시는 그 명성에 걸맞게 기회를 살렸지만 프랑스 젊은 선수들의 역동성에 밀렸다.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는 역습 기회에 `젊은` 음바페를 투입시켜 톡톡히 그 효과를 누렸다. 불과 19세의 음바페는 세계에서 제일 빠르다는 육상선수 볼트의 주파능력에 버금가는 돌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 힘을 바탕으로 적절한 기회에 역습을 성공시켜 세계 축구 팬들을 흥분시켰다. 비록 비공식 통계라고 해도 상대의 수비를 뚫고 축구공을 끼고 달리며 볼트만큼 주파한다는 것은 거의 신의 경지라고 해설자들이 말했다. 축구관계자들은 음바페를 펠레와 마라도나를 대물림한 호날두와 메시에 필적할만한 축구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손꼽았다. 프랑스 팀은 처음에 그렇게 깔끔한 경기를 펼치지는 못했지만 한 팀씩 경기를 치르며 그들의 힘은 점점 응집됐고 결국 승리를 일궈냈다. 그러나 필자에게 더 와 닿는 쪽은 프랑스보다 크로아티아 쪽이다. 인간의 심리 한 구석엔 강자보다 약자에 더 쏠리는 묘한 측면이 있다. 사실 프랑스는 이미 20년 전 우승한 적이 있는데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우승 가능성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반면 크로아티아팀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초반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크로아티아 팀이 아르헨티나를 3-0으로 꺾으며 파란을 예고했다. 결승에 오르기 전 앞선 3경기에서 모두 연장전을 치렀기 때문에 그들은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안은 채 프랑스와 결승전에 들어갔다. 게다가 결승전에는 몇 골 터지지 않는 선례와 달리 이번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경기는 풍성한 골을 선사했다. 크로아티아가 강팀을 맞아 수비에 치중하기보다 정면대결을 택한 결과였다. 때문에 4-2로 패한 크로아티아 팀에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크로아티아는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이루던 공화국이었고, 1991년 6월 25일 독립했다. 내전과 30퍼센트 넘는 실업률에 유럽의 변방의 국가였던 크로아티아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그 이름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켰다. 러시아의 푸틴대통령,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결승전 시상식 무대에 선 크로아티아의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자국의 선수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격려했다. 인구 4백만 남짓한 국가가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켰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는가. 음바페 선수가 19세 미만에게 주어지는 `영 플레이어 상`을 수상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크로아티아의 주장 모드리치 선수가 골든 볼을 받은 게 더 값진 결과였다. 그는 내전에서 할아버지를 잃고, 난민이 됐고, 영양실조에 걸렸어도 주차장에서 공을 차며 연습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배고픔을 참고 압록강 강변을 달렸던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했던 장면과 흡사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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