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개시한 PS3용 철권 5 DR. 한국 아케이드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시리즈인데다 아직도 아케이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최신작의 이식 타이틀이니만큼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이나 북미에서는 몇 달 전에 다운로드 서비스를 개시한 타이틀이지만 한국에서는 PS3라는 기기 자체가 발매되지 않은 터라 다운로드 포인트 결제 수단의 어려움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타이틀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PS3가 한국에서 지난 6월 16일 발매가 되었고 포인트 결제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어서 한국 PS3 유저들도 철권 5 DR 온라인을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모드 패치를 적용한 타이틀 화면.
오프닝은 PSP용 영상이 아니라 아케이드와 같은 영상.
이식작이라고는 해도 단순히 아케이드 버전을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1080p 해상도로 출력해주기 때문에 아케이드 버전보다 훨씬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1080p 해상도에 맞는 고해상도 텍스쳐나 폴리곤 모델링의 대폭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나름 셀프 셰도우 효과도 집어넣어서 은근히 아케이드와는 다른 느낌을 주며, 480p 해상도에 반쪽짜리 와이드 화면을 보여주던 PS2 버전 철권 5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화면이 깨끗해졌고 와이드 지원도 완벽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게임 데이터를 전부 하드 디스크에 설치해서 실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로딩은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로딩이 짧습니다.
하지만 처음 일본/북미에서 철권 5 DR 다운로드 서비스가 개시되었을 때 많은 유저로부터 버그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샀던 특정 스테이지의 흐려지는 현상은 온라인 패치 이후에도 별 개선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해당 효과가 스테이지의 분위기에 맞게 흐릿하고 부연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긴 해도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그다지 평이 좋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이번 온라인 패치에서도 별 개선점은 보이지 않고 동일한 현사을 보여줍니다. 아케이드 버전과 차별점도 줄 수 있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줄 수도 있는 이러한 연출은 그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물은 유저들이 바라던 것과는 많이 떨어진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처음 PS3로 철권 5 DR이 발매되었을 때는 말 그대로 아케이브 버전을 단순히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비주얼적인 부분은 1080p 해상도 지원으로 겉보기 등급이 크게 올라갔지만 그 외의 시스템/모드 등의 추가 요소는 거의 없어서 가정용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프랙티스 모드나 커스터마이즈 메뉴를 따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온라인 패치를 통해 프랙티스 모드를 추가하고 서바이벌 모드도 추가하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가정용 게임의 구색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PSP 버전에 있었던 철권 도장 모드나 스토리 모드는 없는데, 철권 도장 모드가 애초에 가상의 온라인 대전이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실시간 순위가 발표되고 수많은 유저와 대전할 수 있는 온라인 모드가 따로 있는 PS3 용 철권 5 DR에는 굳이 넣을 필요가 없었을 거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단순 아케이드 게임의 이식 버전인 측면도 있지만 오리지널 철권 5 버전과 철권 5 DR 버전의 스테이지와 음악을 모두 집어넣었기 때문에 PS2 버전이나 PSP 버전에 비해 원작 재현도가 높은 편이며 최종 보스인 진파치 역시 대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다만 진파치는 캐릭터 성격상 온라인 대전 모드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케이드용 철권 5 DR에 있는 것은 전부 집어넣고 추가로 이런저런 요소를 집어넣은 형식이기 때문에 급수를 올리기 위한 랭킹 매치나 포인트를 모으기 위한 룰렛 등도 건재하며, 다양한 모드를 통해 돈을 모으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적은 편입니다.
아쉽게도 커스터마이즈 모드는 PSP용 철권 DR에서 사용된 단독 메뉴가 아니라 아케이드 버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즈 작업을 하기 때문에 PS2/PSP 버전에 익숙한 유저들에겐 조금 불편한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패치를 통해 아이템 장착 모습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고 사용법 또한 편한 PSP용 방식을 새롭게 도입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기존과 동일한 아케이드 방식의 커스터마이즈 메뉴를 사용해야 합니다(물론 커스터마이즈 작업을 거친 캐릭터는 온라인 대전 모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갤러리 모드의 종류도 증가해서 모은 돈을 이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모을 수 있는데 이러한 데이터들은 다운로드 패키지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해당 데이터만 따로 온라인을 통해 다운로드 받는 방식입니다.
이번 온라인 패치의 가장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온라인 모드의 완성도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할만하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온라인 대전이니만큼 싱글 플레이 정도의 시원시원한 진행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한국인끼리의 대전이나 연결 상태가 좋은 유저와는 전혀 무리 없이 그냥 오락실에서 대전 붙는 느낌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인끼리의 대전이라 하더라도 핑이 안 좋으면 키가 늦게 눌려서 랙권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무료 대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좋게 봐줄 만합니다. 하지만 회선 상태에 따라 평소에는 맞지도 않을 10단 콤보(...)를 눈 뻔히 뜨고도 알뜰살뜰하게 다 맞아주기도 하는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전법과 전혀 다른 감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것은 쾌적한 대전을 원하는 게이머에겐 조금은 꺼려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대전 모드의 방식은 2인~8인까지 들어갈 수 있는 방을 만들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대전을 하는 아주 기본적인 방식입니다. 이긴 사람은 계속 플레이할 수 있지만 패배한 유저는 해당 방에서 가장 뒷순위로 밀려서 다른 플레이어들끼리 대전하는 모습을 라이브 중계를 통해 구경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오락실에서 동전 올려놓고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구경하며 기다리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방식입니다. 일본판과 한국 정식발매판과의 상호 라이브 대전은 가능하지만 이전에 일본판을 미리 다운받았다고 하더라도 일본판과 정식발매판과의 세이브 파일은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아쉽지만 일본판으로 키워왔던 캐릭터는 사용할 수 없어서 캐릭터를 처음부터 키워야 하고 돈도 새롭게 모아야 합니다.
회원 정보에는 승리와 패배 기록 이외에 디스 기록도 남으며, 순위는 역시 획득한 배틀 포인트로 결정됩니다. 무조건 이긴다고 동일한 배틀 포인트를 받는 게 아니라 대전 상대의 레벨을 고려해서 획득할 수 있는 배틀 포인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레벨이 낮은 상대를 학살해봤자 순위 상승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PS3의 기본 메뉴인 XMB의 친구 상태를 보면 무슨 게임을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같이 플레이하자는 쪽지를 보낼 수도 있으며 게임상에서 프랜드 매치를 통해 원하는 사람하고만 대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인과의 대전은 랙이 심해지기 때문에 보통 강퇴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장이 한국인만 남기고 외국인을 내보내는 것이 대부분인 듯합니다(자기 차례만 줄곧 기다리던 외국인을 시합 직전 내보내는 걸 보니 자르려면 일찌감치 자르는 게 차라리 예의일 듯).
아무래도 한국에서 꾸준히 팔려왔고 지지도 또한 높았던 시리즈의 최신작이니만큼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한글화 작업을 했으며, 번역은 PS2 버전이 아니라 PSP 버전 베이스로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이니만큼 한글화의 필요성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 스토리 모드가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에 한글화의 중요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는 만큼 결제가 일본판보다 쉽다는 것에 의의를 가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다만 한글화를 했음에도 칭호는 한글이 아닌 영문으로 표시되며 커맨드 리스트도 영어로 표시되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버전은 당초 PS3 정식발매 당시 바로 다운로드 서비스를 할 예정이었지만 온라인 버전의 발표로 인해 발매일이 밀렸으며,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되는 해외 버전과 달리 처음부터 온라인 버전만을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본에서 지난 8월 1일로 온라인 버전의 다운로드 서비스 날짜가 확정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언제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유저들의 불만이 높았지만 결국 열흘 정도의 터울로 한국에서도 다운로드 서비스가 개시되었고 PS3 유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발매 이전부터 과연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온라인 대전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불안함이 컸던 타이틀이지만 그 결과물은 썩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다 좋은 것은 아니라서 온라인 대전 모드에 대해 짜증나는 버튼랙이 발생한다거나 회선 상태가 이상하게 잡힌다는 등 이런저런 불만점도 나오고 있지만 남코에서 처음 시도한 온라인 대전인데다 차후 소울 칼리버 4나 철권 6의 온라인 모드에서 더욱 나은 완성도를 이루게 해줄 주춧돌이라고 생각하면 큰 의의를 두어도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출처 : 루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