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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대에 걸쳐 재상과 장군이 나올 선인무수(仙人舞袖)와 장군대좌의 천하명당을 숨긴 선각산(仙角山·1,141.5m)은 백운의 영산(靈山)이며 신선이 춤추는 형상이다. 신선 뿔로 일컫는 상선각봉(정상)과 중선각봉(헬기장 봉), 장군이 전투를 독려하는 모습의 독전바위(일명 투구봉)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닥종이로 만든 모자를 닮은 갈모봉(하선각봉)에 이르면 세 갈래로 나누어 백운평야를 향해 힘차게 뻗어 내린다.
정상에 서면 사방이 탁 트여 조망도 훌륭하다. 북쪽은 덕태산과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그 너머로 마이산의 두 귀가 쫑긋하다. 동쪽은 금남호남정맥의 오계치, 섬진강 발원샘을 안고 있는 천상데미, 그 너머로 북덕유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연봉들도 하늘금을 그리며 자기 존재를 자랑하려 애쓴다. 남으로 눈을 돌리면 임실 성수산, 팔공산, 서로는 내동산이 지척이고, 백련산, 회문산, 원통산도 아스라하다.
산줄기는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분기된 금남호남정맥이 북서쪽으로 내달리며, 장안산, 팔공산, 천상데미, 오계치를 거쳐 서쪽으로 선각산 줄기를 내려놓고, 덕태산 못미처 시루봉에서 진안 성수산 방향으로 뻗어간다. 물줄기는 남쪽 섬진강 원류인 데미샘물과 북쪽 백운동계곡이 백운천과 오원천을 이루다 섬진강에 살을 섞은 뒤 남해 광양만으로 골인한다. 행정구역은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백암리, 반송리에 걸쳐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이나 행정기관의 지형도가 주민들이 사용하는 이름과 표고가 달라 산꾼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각산도 예외가 아니다. 백운면 출신으로 선각산과 덕태산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선덕산악회 회장 박영근씨는 국토지리정보원에 잘못된 선각산의 높이를 1,141.5m로 바로잡고 정상에 표지석을 세웠다.
새로운 등산로(신암리 은안 마을~순시봉~정상~투구바위~갈모봉~은안)를 조카 김용호씨와 함께 개척하고 벽해암터도 찾아냈다. 또 백운-장수를 잇는 742번 도로개설 때 금남호남정맥의 혈맥인 서구리치를 터널을 뚫지 않고 절개하자 관계당국에 건의해 동물 이동로를 설치하기도 했다.
반송리 유등 마을서 시작
이번 개척산행은 선덕산악회 회원(회장 박영근) 10명의 안내와 만육 선생의 후손인 최영훈(전 교장), 김용호(농부시인), 장훈석(백운약방 대표)의 고증을 받아 최병옥, 장혜경씨와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취재했다. 반송리의 만육 최양선생 유허비와 대전 마을 냇가에 있는 장군바위를 둘러보고 742번 도로를 달리면 유등 마을 버스정류장과 표지석이 반긴다. 고즈넉한 마을 앞 넓은 주차장에 닿으니 개들의 즉석 합창단이 산꾼을 맞고, 북으로 선각산의 세 봉우리, 동으로 순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신주에 리번을 달고 북쪽의 외딴집(양인수씨 댁)에 이르자 산수화가 만발하여 봄소식을 전해 준다. 파란 물통이 있는 임도를 오르면 남쪽에 있는 성수산이 잘 다녀오라 인사한다. 드릅나무 군락을 지나자 박 회장이 북쪽의 선산을 가르키며 자기 아파트(가묘)도 있다고 좌중을 웃겼다. 동행한 친구들이 몇 동 몇 호인지 아파트를 구경하자고 해서 잘 단장된 묘소를 둘러봤다.
동쪽 잣나무 군락의 가파른 임도를 오르니 두번째 파란 물탱크가 마중나오고, 길이 평탄해지며 갈림길이 연이어 나온다. 북쪽 방향의 첫 번째 길은 중선각, 두 번째 길은 묘소와 안부를 통해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인데, 길이 좋지 않다.
박 회장이 김용호씨와 함께 등산로를 개척해 놓은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 동쪽 계류를 건너 벌집바위에 올라서면 전망이 좋다.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이면 숲이 울창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곱게 물들고, 겨울이면 흰눈과 상고대가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는 급경사를 오르면 이마에 땀방울이 솟는다. 뒤돌아보니 유등 마을과 대전(한밭) 마을이 잘 다녀오라 손짓한다.
순시봉을 단숨에 오를 것 같지만 두 개의 작은 봉우리를 거쳐야 전망이 탁 트인 정상에 닿을 수 있다(유등에서 1시간 거리). 일제 때 주민들이 윤번제로 산불예방으로 순찰했다는 그곳엔 예전의 삼각점은 땅바닥에 나둥글고 새로 설치한 삼각점(임실 425)은 북쪽이 아닌 동쪽으로 잘못 설치됐다.
북쪽엔 선인무수의 주봉인 상선각봉과 중선각봉이 천하를 호령하는 장군의 모습처럼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남쪽은 금남호남정맥 팔공산에서 뻗어나온 산줄기와 성수산이 흰 구름 아래 하늘금을 그린다.
북쪽으로 다리품을 팔면 동으로 한국전쟁 때 치안특공대와 빨치산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했던 원신암 마을과 금남호남정맥의 천상데미와 섬진강 발원지 상초막이(데미샘)가 눈에 들어온다.
선각산을 향해 힘겨운 발품을 팔면 발밑에서 수북이 쌓인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즉석 연주회를 한다. 산죽길을 지나 암벽이 있는 8부 능선의 서쪽 0.5km 지점엔 옛날 벽해(碧海) 스님이 수도하며 축지법을 써서 밤마다 성수산 상이암까지 왕래했다는 전설을 가진 벽해암터가 있다(순시봉에서 50분 거리).
석축으로 쌓아올린 넓은 암자터엔 시누대와 잡목이 우거지고, 200년쯤 됐을 배나무가 빈객을 맞았다. 암벽 아래 굴속에는 5~6명이 기거할 수 있는 공간과 석간수가 있다. 예전에 김용호씨도 이곳에서 기거하며 공부했단다.
8부 능선으로 돌아와 북쪽으로 오르면 전망대바위에 닿는다. 거친 숨을 고르며 즐기는 조망이 일품이고, 천상데미와 원신암, 팔공산, 성수산이 한눈에 잡힌다. 힘겨운 오름길과 씨름하다보면 어느덧 주능선 삼거리다. 동쪽 50m에 있는 선각산 정상에는 한국전쟁 당시 방어진지 흔적과 표지석이 있다. 조망이 천하일품이다(유등에서 2시간30분 거리).
정상에서 서쪽 능선을 10분쯤 내려가면 헬기장이 있는 중선각봉이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 군번 없는 마을사람들로 구성된 방위군이 야영하다 빨치산에게 피살되고 1명만 겨우 목숨을 건졌던 애환이 서린 곳이다.
양지바른 곳에서 1시간동안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미끄러져 내리듯 비탈길을 내려오면 남쪽 대전 마을(1시간), 북쪽 백운동계곡(30분)을 잇는 임도를 만난다. 서릉을 힘들게 오르면 투구 모습, 또는 장군이 병사들을 향해 전투를 독려하는 형상의 독전바위에 닿는다(정상에서 40분 거리). 산양바위라고 리본에 써놓은 산악회도 있다. 보는 방향과 사람의 느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나 보다.
박 회장이 남쪽 대전 마을 뒤 능선은 장군대좌 명당, 반송 마을 뒤로 힘차게 뻗어내린 능선은 지네 명당, 우리가 하산해야할 가운데 능선은 신선이 춤추며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형상이라고 했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도 훌륭한 독전바위에서 은안리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박영근 회장이 이틀에 걸쳐 개척하면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서쪽에 우뚝 솟은 내동산과 리본을 따라 잡목숲을 내려가다 전망바위에 서서 뒤돌아보니 독전바위가 마치 사람 얼굴 형상이다.
키를 넘는 산죽 길을 한참 헤치고나니 철쭉과 진달래 군락이 연이어진다. 북쪽 백운동계곡과 덕태산, 남쪽은 성수산, 동쪽 팔공산과 선각산이 한눈에 잡히는 서릉을 걷다보면 어느덧 지형도에 소덕태산으로 잘못 표기된 갈모봉에 닿는다(정상에서 1시간25분 거리).
소덕태산은 북쪽의 덕태산 옆에 있다. 진달래 군락을 지나면 방향이 잘못 된 이름 없는 삼각점이 땅에 묻혀 있다. 바위가 있는 작은 투구봉(?) 부근에서 남쪽 반송리 방향으로 산줄기 하나를 나누고, 15분쯤 서쪽으로 직진하면 산줄기가 또다시 북쪽(은안리 뒷산) 과 서쪽(은안리 앞산)으로 두 갈래를 친다.
서쪽으로 직진하면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는 662m봉이 마중나온다(정상에서 1시간50분 소요). 은안리 저수지가 보이고, 노란 솔가루가 뿌려진 소나무 능선이 시작된다. 양쪽 능선이 용트림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맛도 산행을 즐겁게 한다. 곧 끝날 것 같은 능선이 계속되다가 북쪽으로 은안 마을과 파란 지붕의 축사가 지척이고, 벌목해 놓은 산기슭에 임도가 있다.
직진해서 묘 2기와 잣나무가 있는 길을 내려가면 시멘트 임도에 닿는다. 북쪽 낙엽송 군락을 지나면 인삼밭과 냇가를 지나 은안저수지 위 은안 마을이다(정상에서 3시간30분 소요).
백운주유소 앞 화산 마을 표지석 부근에서 선각산의 세 봉우리가 앵글에 잡혔다. 산행 후 삼신옥에서 박 회장의 죽마고우인 최영훈 교장선생이 정성껏 담아온 가용주와 곁들인 삽겹살 파티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두 번째 코스는 이렇다. 백운동 주차장에서 10여 분 오르면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하얀 물줄기를 내품는 점전폭포를 만난 뒤 S자로 휘도는 임도를 한참 오르면 점전바위가 마중나온다. 아기를 못 낳는 아낙네가 나뭇가지를 꺾어서 바위 가운데에 꽂아서 꼭 맞으면 아들을 낳는 전설이 전해오는 넓은 바위다.
20여 분 다리품을 팔면 좌측으로 화장실이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임도를 직진하면 장자골을 거쳐서 덕태산으로 가는 코스고, 선각산은 우측 망태골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야 한다. 가파른 임도를 오르면 좌우에 고로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또 다시 임도를 50분쯤 오르면 남으로 임실 성수산이 마주보이는 고개에 닿는다. 임도는 서쪽에 있는 독전바위(투구봉) 남쪽을 돌아 대전 마을과 742번 도로로 연결된다.
정상은 남동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절개지 북쪽으로 리본이 보이는 잡목지대로 올라 남동쪽 능선의 진달래 군락을 20여 분 헤치고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고 헬기장이 있는 중선각봉이다. 동쪽으로 정상인 상선각봉이 삼각추처럼 눈앞에 다가온다. 정상을 바라보며 급경사 억새 군락을 내려서면 잡목지대이고, 오르막을 가면 남쪽의 유등에서 오는 삼거리를 지나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조망을 즐긴 뒤 하산은 동릉을 따른다. 20여 분 가면 열두골로 내려서는 지능선이고, 30분쯤이면 두 개의 계곡이 서로 만나는 합수점이다. 10분쯤 내려가다 개울을 건너면 오솔길이다. 고뢰쇠나무와 산죽 군락이 이어지는 오솔길을 10분쯤 내려가면 계곡이 서로 만나고 20분쯤이면 점전폭포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한다.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사랑회 회장
#산행안내
제1코스(개척코스) 유등~벌집바위~(3km)~순시봉~(2.2km)~백해암터~암릉~(1km)~정상~중선각봉~(3km)~독전바위(하선각봉)~(2.3km)~갈모봉~662m봉~서릉~(5.5km)~은안리 <17km, 6시간30분(중식 포함) 소요>
제2코스 백운동 주차장~백운동계곡~망태골 임도~능선~헬기장~정상~동릉~삼거리~지능선~열두골~백운동계곡~주차장 <9km, 3시간30분 소요>
제3코스 원신암~임도~(2.5km)~데미샘~(3.5km)~오계치~금남호남정맥 분기점~(2km)~갓거리봉~(1.5km)~정상~중선각봉~임도~(3km)~독전바위~(0.5km)~임도~(3km)~백운동계곡 <13km, 5시간30분 소요>
#교통(이하 지역번호 063)
드라이브 코스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전주 동부우회도로~(17번 국도)~관촌~(49번 지방도)~성수~백운(742번 지방도)~반송리~신암리 유등 마을, 또는 화산리 은안 마을 주차장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무주 나들목~(30번 국도)~적상~안천~진안~마령~백운~유등, 또는 은안 / 88고속도로 남원 나들목~(17번 국도)~오수~임실 삼거리~(30번 국도)~백운~유등 또는 은안.
전주→백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2회(07:20, 15:20) 운행.
백운→전주 1일 2회(10:10, 15:20) 운행.
전주→진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직행 수시 운행.
전주→관촌 시내버스가 수시 운행(관촌 버스정류소 642-0177).
관촌→백운 군내버스가 1일 13회 운행(백운 버스정류소 432-4513).
백운→진안 군내버스가 1일 13회 운행(진안 시외버스터미널 433-2508).
유등이나 은안 마을은 백운면의 개인택시(432-5209 또는 덕태상회(432-4735) 이용.
#숙식
삼산옥(432-4568·대표 권삼순) 백운면 소재지에 있는 이 식당은 푸짐한 시골인심과 갓 잡은 싱싱한 진안 흙돼지고기를 사거나 삼겹살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피크 때는 하루에 7마리를 소비할 정도고, 큰 소주병은 항상 공짜고 작은 병만 2천원씩 받는다. 고기 판매는 600g에 삼겹살 8,000원, 찌개거리 5,000원, 갈비 6,000원, 먹는 데는 1그릇(1kg) 15,000원이다.
청산가든(김재민 432-0140) 백운에서 임실 방향으로 가면 30번 국도에서 742번 도로가 갈리는 동창리 삼거리에 있다. 한우등심 18,000원, 돼지 삼겹살 7,000원, 버섯전골 10,000원, 오리와 토종닭을 30,000원에 맛볼 수 있다.
덕태산장(432-5003) 덕태산과 선각산의 사이의 백운동계곡에 위치한 이 산장은 토종닭과 오리 주물럭 1마리 30,000원, 송어 1kg(4인 기준) 25,000원에 맛볼 수 있다. 민박은 여름철 100,000원(10인 기준), 비수기 50,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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