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즌 최대의 적은 상대 팀이 아니라 무더위다. 더위로 인해 선수 컨디션 관리가 어렵고, 이는 경기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라면 여름 시즌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ONSIDE'가 더위를 이기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대동초 최광원 감독.
강도는 그대로, 간격은 촘촘히
선수들은 대략적으로 팀 훈련을 1시간 30분 내외로 한다. 조깅이나 간단한 패스를 통해 워밍업을 하고, 본격적인 팀 전술 훈련을 시행한 뒤 정리 운동으로 마무리하는 패턴이다. 팀이 추구하는 철학이나 플레잉 스타일에 따라 훈련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따른 항목별 훈련이 진행된다.
2018년 경희중 사령탑으로 부임한 황선일 감독에게 여름철 훈련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물어봤다. 황 감독은 “훈련량이나 강도를 줄인다기보다는 훈련 중간에 휴식 시간을 자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때는 2시간 운동에 한두 번 정도 물 먹는 시간을 준다면 여름에는 다섯 번 정도 준다. 또한 항목별 훈련도 긴 시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짧게 끊어서 간다. 그러면 훈련에 대한 집중력도 살릴 수 있고, 휴식시간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택진위FC U-18 팀을 고등부 정상권에 올려놓은 고재효 감독은 ‘짧고 굵은 훈련’을 시행한다. 고 감독은 “보통 1시간 50분 정도 팀 훈련을 하는데 여름에는 1시간을 조금 넘기는 정도다. 물 먹는 시간도 충분히 주고 있다”고 답했다. 여름 대회에 대비해 꼭 필요한 전술 훈련만 집중적으로 하고, 나머지 훈련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체력을 아끼는 것이다.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어린 선수들을 가르쳐온 최광원 대동초 감독도 여름에 훈련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동기부여를 한다. 최 감독은 “훈련은 오후 5시 이후 저녁 시간에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한다. 훈련량을 줄이지는 않는다”면서 “초등학생들은 반복적인 훈련에 쉽게 싫증을 낸다. 그래서 놀이처럼 할 수 있는 훈련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요약해보면 훈련량이나 강도는 거의 그대로 유지하되 최대한 휴식시간을 보장하면서 훈련의 집중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고재효 감독의 경우에 훈련 시간을 30분 가량 줄이긴 했지만 대신 짧은 시간 동안 고강도 훈련을 실시한다고 했다.
경희중 황선일 감독.
영양 보충이 중요하다
훈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영양 섭취다. 더위로 지친 몸에 원기를 회복시키는 음식도 필요하고, 여름철에 일어나기 쉬운 식중독이나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한 영양제 섭취도 소홀히 하면 안된다. 그래야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대의 경기력을 낼 수 있다.
최광원 대동초 감독은 오래 전부터 매실 엑기스를 선수들에게 먹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학부모들께서 매년 5~6월에 나오는 매실을 사다가 엑기스로 만들어 준다. 그해 담근 매실 엑기스는 다음 해에 먹는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배탈이나 두통에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여름대회 때는 하루 세끼 끼니 때마다 매실을 먹도록 한다. 대회 직전에는 아무래도 긴장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 배탈이 나는 아이들이 많은데 매실처럼 좋은 게 없다”고 했다.
매실은 단순히 식용 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알려진 효능에 따르면 항산화로 인한 체질개선 효과가 있다. 고기나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어 몸이 산성화되면 두통, 어지러움, 불면증, 피로감이 나타나는데 매실을 꾸준히 먹으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타액 분비를 유도해 소화불량을 해소하고, 신진대사 활성을 돕는다. 몸 안에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여 피곤할 때 매실을 마시면 매실에 함유된 구연산 성분이 젖산을 분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황선일 경희중 감독과 고재효 평택진위FCU18 감독은 식염 포도당을 애용하고 있다. 식염 포도당은 염화나트륨과 포도당이 섞여 있어 인체에 전해질과 에너지를 공급한다. 식염 포도당은 심한 운동이나 노동으로 인한 땀의 증발 및 탈수 현상으로 저하된 생체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켜준다. 여름 대회에 출전하면 저녁에 경기를 하더라도 땀이 많이 나는데 포도당 섭취를 해주면 정상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황선일 감독의 경우에는 ‘탄수화물 축적’이라는 방법도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대회 일주일 전에 전지훈련을 겸해 대회가 열리는 장소로 가는데 이때 ‘탄수화물 축적’을 한다. 탄수화물이 우리 몸의 주 에너지원인데 평상시보다 더 많이 먹으면 대회 때 힘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탄수화물은 운동시 에너지를 위한 주 연료로 사용된다. 그리고 우리 몸은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을 간,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한다. 탄수화물 축적은 피로를 지연시키기 위해 간 및 근육의 글리코겐 함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계획된 식이 방법이다. 즉, 글리코겐 저장량을 최대치로 만들기 위해 탄수화물을 풍부하게 먹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기를 앞둔 3~7일간 실시한다. 이때는 운동량을 서서히 줄여야 한다. 또한 체중 1kg당 8~10g 정도 섭취가 권장되며, 전체 섭취 칼로리의 70~80%를 탄수화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라톤, 사이클 등 장시간 지속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선수에게 적합하며 축구, 테니스, 핸드볼처럼 장시간에 걸쳐 운동-휴식이 반복되는 운동선수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평택진위FCU18 고재효 감독.
유연한 경기 운영과 교체
초등부 경기는 현재 8인제가 실시되고 있으며 전,후반 각 15분 혹은 20분 경기를 하고 있다. 또한 경기 중 수시로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덜 하다. 그러나 중등부와 고등부 경기는 성인과 비슷한 경기 시간에다 굉장히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에 감독으로선 효율적인 경기 운영 및 교체를 통한 체력 관리가 최우선 과제다.
황선일 경희중 감독은 여름 대회에서는 리그 경기에 비해 단순한 축구를 강조한다고 했다. 황 감독은 “주말리그는 80분 경기를 하지만 대회는 70분이라 시간이 줄었다. 또한 대회는 지면 바로 떨어진다는 압박감이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리그에 비해 단순한 축구를 하려고 한다. 좌우로 방향을 전환하는 롱패스로 빠르게 측면에 공을 전달해 크로스를 올리거나 중거리슛을 자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는 위험 지역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파울해 경기를 끊으라고 한다. 파울로 끊지 않으면 아무래도 더 많이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에 데미지가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재효 평택진위FCU18 감독은 빠른 템포의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교체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80분 경기를 하는 고등부 대회는 최대 7명까지 선수 교체가 가능한데 고 감독은 이 숫자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그는 “여름이라고 해서 다른 축구를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빠른 축구를 하려면 체력 소모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교체를 통해 체력 안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학년 위주로 선발 명단을 짜되 교체카드 7장을 다 쓰고, 교체로 들어간 저학년 선수들이 25~30분 가량을 소화한다. 저학년 선수들은 올해부터 저학년 경기를 의무 시행함에 따라 고학년부와 저학년부 경기에 모두 출전할 수 있다.
황 감독과 고 감독의 선택은 결이 조금 다르다. 황 감독은 체력 관리를 위해 효율적인 축구를 하는 반면 고 감독은 적극적인 교체카드 활용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다. 황 감독은 “올해 여름 대회부터는 저학년 경기도 의무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교체를 마냥 많이 할 수는 없다. 경기당 한두 명이나 많으면 세 명 정도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경기 운영에 정답은 없다. 지도자가 팀이 처한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그에 맞는 전략과 전술로 내용과 결과를 가져오면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누가 어떤 방식을 택하는지,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유심히 살펴본다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KFA는 여름 대회를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기감독관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공식 경기는 오후 5시 이후 야간 경기로 진행할 것을 권장한다. 쿨링 브레이크는 전,후반 각각 1회씩 기온에 따라 시행될 수 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8월호 'LEADERSHIP'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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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명철
사진 = FAphotos
출 처 대한축구협회 B Y 연세대 송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