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의 믿음 공능
4.출가동인(出家動因)으로서의 믿음
제27 「묘장엄왕본사품」에는 믿음으로 출가를 하는 정장(淨藏)‧정안(淨眼)을 다루고 있다. 이 품이 중요한 것은 종래의 신앙을 버리고 지극한 불자가 되어 전법에 크게 전력하였다는 점이며, 한 가정에 있어서 신앙문제를 다루는 점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제27 「묘장엄왕본사품」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운뢰음수왕화지불(雲雷音宿王華智佛)시대에 바라문교를 믿는 묘장엄왕이 있었다. 그는 정덕부인과 정장‧정안의 두 아들이 있었는데 부인과 아들은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두 아들은 보살도를 닦아 큰 신통과 지혜를 구족하고 있어서 아버지를 부처님께 귀의시키고자 아버지께 신통력을 보여주었다. 묘장엄왕은 운뢰음수왕화지불의 법을 듣고 법열를 느꼈고, 운뢰음수왕화지불로부터 수기를 받는다. 묘장엄왕은 나라를 아우에 넘기고 출가하여 『묘법연화경』을 닦고 익혀 일체정공덕장엄삼매를 얻었다. 묘장엄왕은 지금의 화덕보살이고 정덕부인은 광조장엄상보살이며, 두 아들은 약왕보살과 약상보살이다. 제27 「묘장엄왕본사품」에서 정장‧정안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이 두 아들은 큰 신통력과 복덕과 지혜를 겸비하고 있었으니, 오래도록 보살이 행하는 도인 선바라밀…반야바라밀, 방편바라밀과 자비희사, 37조도품 등을 닦아 명료하게 통달하였느니라. 또한 보살의 정삼매 … 이러한 삼매들을 막힘없이 명료하게 통달하였느니라.
위에서 두 아들은 이미 보살의 정삼매 이외의 삼매들을 명료히 통달했으며, 육바라밀과 방편바라밀을 실천하는 것으로 보아 신심견고자(信心堅固者)인 보살이다. 수행을 두루 갖추어 정덕부인에게 출가를 허락받는 것이 설시된다. "원하오니 어머니께서는 저희들이 부처님 처소로 출가해 수행하는 것을 받아주십시오." 한 가정에서 출가는 작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출가 이전의 믿음 생활을 하고 부모님께 정식으로 출가하는 본보기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묘장엄왕도 부처님께 귀의하고 운뢰음수왕화지불 법을 보이고[示] 가르쳐[敎] 이롭고[利] 즐겁게(喜)하니 법열을 느껴 출가하게 된다. 왕위를 버리고 출가한 묘장엄왕도 법을 믿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초기경전에도 믿음으로 출가한 예가 나온다. 『맛지마 니까야』의 「두려움과 공포의 경(Bhayabherava Sutta)」을 살펴보면 바라문 자눗소니가 세존께 '믿음으로 출가'한 사람들이 고따마 존자님을 본보기로 삼는지 묻자 세존께서 다음과 같이 설시한다.
바라문이여, 이들 좋은 가문의 아들[善男子]들은 나를 의지하여 믿음으로 집을 나와 출가했습니다. 나는 그들의 지도자이시고, 나는 그들을 돕는 자이며 나는 그들의 인도자입니다. 이 사람들은 나을 본보기로 삼습니다.
여기서 선남자는 부처님을 의지하여 믿음으로 집을 나와 출가한다고 말한다. 부처님은 출가자들을 인도하는 사람이며, 출가자는 부처님을 본보기로 삼는다고 언급한다. 결국 믿음으로 출가해서 부처님을 본보기로 수행하는 사람이 출가자인 것이다.
<법화경의 신행과 심신치유 사례 분석 연구/ 김청진(청진)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