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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남궁운령, 그리고 사마와의 조우
1
"그 만년금구를 만난다면 혹 십 육 대 선조님의 유적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얻을지도 모른다."
용해린은 지금 바다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요지선녀 금유란과의 뜨거웠던 치료 후, 금적하는 그를 손녀 사위로 못박고 용해린을 놔두지 않으려고 했다.
그가 곤륜의 독응곡으로 꼭 찾아가겠다고 약속하고서야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담대우와 양문룡도 창랑포구로 돌아갔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금유란을 뒤로하고 용해린은 홀로 바다에 나온 것이다.
그가 급히 다시 바다로 나온 것은 만년금구 때문이었다.
그는 선조들의 전기(傳記)에서 십 육 대 선조가 만년금구를 타고 남해 바다를 몇 번인가 건넜다는 것을 읽은 기억을 해낸 것이다.
때문에 만류하는 금적하 등을 뿌리치며 이곳에 남은 것이었다.
"일단 오늘밤은 주변의 아무 섬에 내려서 내공을 어느 정도 회복한 다음 내일 아침 만년금구를 찾자."
그는 배를 천천히 몰았다. 멀지 않은 곳에 하나의 무인도가 나타났다.
"오늘은 저 섬에서 보내야겠군."
그때였다.
"으응, 저것은……?"
용해린의 눈이 번쩍였다.
그의 전면에서 무수한 시신들이 해류를 타고 흘러가고 있었다.
"시신들……?"
시신들은 하나같이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이었다.
그는 배를 몰아 시신들 곁으로 향했다.
시신들의 상처에 전혀 일관성이 없었다.
검(劍), 도(刀), 장세(掌勢) 등, 제각기 모두 다른 상처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용해린은 그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혼전(混戰)을 벌이다가 죽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용해린은 시신들이 흘러온 방향으로 배를 몰아갔다.
원인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이 근방에서 보물이 났다는 얘기를 며칠 전 듣긴 했는데, 혹 그것 때문인가?"
그가 천년자패를 얻으려고 황금해의 중앙 심해를 뒤지고 있을 즈음 그곳에서 오십여 리 떨어진 곳에서 보물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소문을 듣긴 했었다.
"흠, 조금은 늦은 듯 하지만…… 한 번 가볼까……?"
용해린은 해류를 따라 배를 몰아갔다.
2
한 여인이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얼굴은 온통 눈물로 얼룩져 있었고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피로 물든 백의경장의 여인, 하남일미 남궁운령이었다.
'살아야 해! 어떻게 해서든 살아서…… 네놈들에게 반드시 지옥을 보여주고 말겠어.'
그러나 마음 뿐, 가빠 오는 숨은 그녀의 발목을 자꾸만 붙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피잉―!
"아악!"
한 줄기 혈선이 대기를 가르고 남궁운령의 왼쪽 종아리를 그대로 관통했다.
"크크크! 아비의 목숨을 빌리고도 겨우 여기까지밖에 도망치지 못한 건가?"
괴소(怪笑)와 함께 나타난 인물.
한 구의 시신을 보는 듯 싸늘한 안색을 지닌 중년인이었다.
눈 같은 백발과 얼음장 같은 안광은 금방이라도 눈보라를 쏟아낼 듯했다.
"헉! 하…… 한령빙마(寒靈氷魔)―!"
순간 그녀의 가슴은 아득한 천 길 낭떠러지에 던져진 느낌이었다.
한 줄기 싸늘한 전율이 그녀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나타난 자는 십대고수 중의 한 명인 한령빙마 냉고(冷孤)였다.
일 갑자 가까이 천하에 군림해 온 열 명의 절대고수자들을 천하십대고수라 불렀다. 그 중 사마(四魔)로 불리는 자들이 있었다.
패천마종(覇天魔宗).
구천광마(九天狂魔).
한령빙마(寒靈氷魔).
혈성추혼마(血星追魂魔).
이렇게 사 인이 사마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한령빙마 냉고.
외양은 사십 대로 보이는 그는 실상 팔십이 넘은 노마두였다.
그는 음한무공(陰寒武功)의 대가로 한 번 손을 휘둘러 사람을 한줌 얼음물로 만드는 가공할 무공의 소유자였다.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남궁운령은 털썩 주저앉고만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이 가슴에 박혀 있는 지금 그녀는 비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순간 그녀의 뇌리 속에 백여 장만 더 가면 바다가 있고 한령빙마의 손에 걸리는 것보다는 그쪽이 생존할 확률이 더 많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마지막 남은 폭우발(暴雨髮)을 발사한 후 찰나의 틈을 빌어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악다문 입술에 필사의 결의가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손에 들린 무언가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바닥 안에는 무수하게 많은 가는 침이 든 죽통(竹筒) 하나가 들려 있었다.
'기회는 단 한 번 뿐이야!'
"타앗!"
한 소리 기합성과 함께 남궁운령의 손이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슈슈슈슉―!
괴이한 음향과 함께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세침(細針)들이 섬전처럼 한령빙마를 향해 날아갔다.
"이, 이런 발칙한 것이!"
한령빙마의 노한 음성이 터짐과 동시였다.
"타앗!"
그녀의 신형이 폭발하듯 튕겨졌다. 찰나의 틈을 타 남궁운령은 바다 쪽으로 신형을 날린 것이다.
"후후, 꽤 머리를 굴렸군. 하나!"
한령빙마의 손이 가볍게 휘저어졌다.
스스슷― 쾅!
기이한 음향과 함께 그의 우수에서 은빛 섬광이 흰 서리를 뿜어대며 바다로 향하는 남궁운령의 등에 작렬했다.
쾅!
"아악!"
남궁운령은 한 덩이 선혈을 토해내며 그대로 모래사장에 곤두박질쳤다.
'으윽…… 이렇게 허무하게…….'
동시에 한령빙마는 서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때였다.
"이것 참! 어째 요즘은 만나는 여인들마다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건지……."
맑은 음성과 함께 남궁운령은 자신의 몸이 누군가의 팔에 안겨 드는 것을 느꼈다.
그 느낌을 끝으로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남궁운령을 안아 든 이는 한 명의 청년이었다.
우수에 창룡노를 든 용해린이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용해린을 본 한령빙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냉갈했다.
"놈! 노부의 일을 방해하다니, 네놈은 누구냐?"
"이름은 알아서 무엇 하려오."
"뭣이라고?"
노화가 일어나면서도 일견 어이가 없었다. 팔십 평생 그의 앞에서 이렇게 당당한 놈은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타난 이 어린놈이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서려 하는 것이다.
한령빙마의 얼굴에 살기를 동반한 싸늘한 미소가 어렸다.
"크크크, 담대함이 마음에 들긴 하나 죽어 줘야겠다!"
한편 용해린은 말은 그렇게 했으나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사마 중 한령빙마라…… 과연 절대자라 불릴 만하다. 그건 그렇고 지금 내 몸의 상태로 저 자를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지금 용해린은 천년자패를 얻느라 내공을 거의 탈진한 상태가 아닌가?
그의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한 순간 한령빙마의 쌍장이 소리 없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츠으으으……!
동시에 음유함과 한기를 담은 공세가 대해라도 얼려 버릴 듯한 기세로 용해린을 향해 쏟아졌다.
콰콰쾅!
모래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사방으로 모래 파편들이 비산했다.
'아니?'
한령빙마의 얼굴이 굳어졌다. 응당 들려야 할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모래 먼지가 가라앉았지만 용해린의 모습은 없었다.
"그 새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는 황급히 사방을 둘러봤으나 어디에도 용해린의 모습은 없었다.
그때였다.
"하하하! 안녕히 계시오."
바다 쪽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고개를 돌린 한령빙마의 눈에 저 멀리 바다 위에 작은 배를 타고 있는 용해린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눈빛에서 한광이 폭사되었다.
"크크크, 감히 내 손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다니."
싸늘한 조소와 함께 그의 신형이 흠칫하는 순간 용해린을 향해 폭사되어 갔다.
그가 두어 번 정도 한 발로 바닷물을 찍어 재차 몸을 날리자 순식간에 오십여 장까지 거리를 좁혔다.
"후훗! 저 양반은 이 바다를 너무 모르는 것 같군."
용해린의 말대로 한령빙마는 바다에 대해서 너무 몰랐고 냉철하기에는 그의 방심이 너무나 컸다.
그는 황금해의 무서움을 몰랐다.
한령빙마가 오고 있는 바다 위에는 거친 파도가 격탕 치고 있었고 곳곳에는 소용돌이까지 몰아치고 있었다.
"놈! 기다려라!"
한 발로 바닷물을 찍으며 허공을 솟아오른 한령빙마의 쌍장이 교차되었다.
콰우우우―!
살가죽을 벗겨 버릴 듯한 장력이 삽시간에 용해린의 배로 쇄도해 들며 배를 박살낼 기세였다.
"후후, 어딜!"
용해린이 가볍게 발을 한 번 구르자 배는 기쾌하게 뒤로 빠져나갔다. 이런 때를 들어 전광석화라 하리라.
그와 동시였다.
"헛! 이…… 이런!"
장력을 발출하고 내려서던 한령빙마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휘류류륭……!
그가 내려서려던 바다에는 거대한 회오리가 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황급히 신형을 옆으로 틀었다. 그러나 그곳에도 소용돌이는 있었다.
"헉! 또……."
다시금 그는 신형을 틀었다. 그러나 그의 주위 삽십여 장이 온통 소용돌이 천지였다.
그사이 용해린은 유유히 손까지 흔들며 멀어져 갔고 한령빙마는 그러기를 일 각 동안 하고 난 뒤에야 간신히 작은 암초 위에 올라 설 수 있었다.
"으으으, 네놈을 잡아 뼈를 갈아 마시겠다!"
이어 그는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하늘로 던졌다.
번쩍!
하늘에서 불꽃이 터졌다. 신호용 폭죽이었다.
3
"음, 몇 군데의 외상과 내공이 탈진돼 손상된 심맥(心脈)이 대여섯 개 정도네……."
용해린은 한령빙마에게서 빠져 나와 암석군이 형성된 곳에 남궁운령을 누이고 상세를 살피고 있었다.
말은 가벼웠으나 그녀의 상세는 가볍지 않았다.
특히 한령빙마의 장력에 맞는 바람에 그녀의 몸은 점점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후후, 운 좋은 여인이군."
용해린은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작은 목갑 하나를 꺼내 들었다.
목갑을 열자 청아한 향을 풍기는 오동통한 검은 뿌리 하나가 드러났다.
곤륜일옹이 보답하는 뜻에서 쥐어 주었던 천년하수오였다.
삼갑자의 내공증진을 가져다주는 천년하수오.
하나 용해린은 인삼 뿌리 다루듯 거리낌 없이 손으로 쥐어짜 그녀의 입에 한 방울씩 흘려 넣어 주는 것이었다.
통통했던 천녀하수오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어 그는 그녀의 명문혈에 장심을 대고 진기를 주입시켜 천년하수오의 약효를 전신에 퍼지게 했다.
그렇게 일 각이 지나자 점점 그녀는 화색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초췌했을 때는 몰랐는데 완연하게 화색이 도는 그녀의 자태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홍균이나 황아, 요지선녀 등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한동안 그렇게 남궁운령의 미색에 취해 있던 용해린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
"한령빙마 같은 거마가 왜 이 여인을 쫓았을까?"
이어 그는 무언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한쪽 품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삐져 나온 하나의 물건이 있었다.
손바닥 크기의 납작한 금갑(金匣)이었다.
"이거였군."
그는 금갑을 열어 보았다.
번쩍!
순간 금갑 안에는 기이한 열기를 띤 황금색 금환(金環)이 들어 있었다.
동시에 그의 눈이 커졌다.
"이것은 설마…… 마라천환검?"
그의 놀람은 무리가 아니었다.
금갑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고금십병 중 하나인 마라천환검이었다.
용해린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흠, 한령빙마 같은 거물이 노릴만 하군."
무림인들이 마라천환검 같은 신병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은 통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공의 고하와 상관이 없었다.
신병의 주인이 되면 하수의 경우 그의 무공을 갑절 이상으로 증폭시켜 주게 될 것이고, 고수의 경우라면 그가 지닌 무공을 제대로 펼쳐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무공비급까지라면 얘기는 더욱더 웃고 넘길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어 그는 금환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라천환검의 안쪽 면, 아주 세밀한 선들이 무수하게 나 있었다.
그곳에는 바람의 문양, 구름의 문양, 번개의 문양 등 기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흠, 도합 아홉 가지의 문양…… 이것이 바로 마라천검황의 마라천검구식(魔羅天劍九式)이겠군."
고개를 끄덕이던 용해린은 금갑에서 또 하나의 물건을 볼 수 있었다.
종이만큼이나 얇은 금판(金版) 아홉 장이었다.
금판에는 마라천검구식의 요결이 빼곡히 음각(陰刻)되어 있었다.
"마라천검구식의 도해(圖解)까지 있군."
그가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콰콰콰쾅!
바로 십 장 앞에서 벽력음(霹靂音)이 터지며 무수한 파편들이 용해린을 덮쳐 오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터졌던 신호용 폭죽,
그것은 한령빙마가 수하들을 집결시키는 신호였고, 어느새 쫓아왔는지 그들은 삼십여 장 밖 배 위에서 용해린이 머물고 있는 암석군도를 향해 화탄(火彈)들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콰콰쾅―!
폭탄이 터지는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러다간 뼈도 못 추리겠는 걸."
말과 동시에 용해린은 급히 바닥을 더듬어 몇 개의 암초 조각을 집어 들었다.
휙!
이어 그는 날아오는 화탄을 향해 정확히 암초 조각을 작렬시켰다.
콰콰쾅!
"으아악! 피…… 피해라!"
"파편이 날아온다!"
그러자 화탄은 날아오던 중도에서 터졌고 갑자기 무수한 파편들이 되려 한령빙마의 수하들 쪽으로 날아드는 것이었다.
용해린은 암초 조각들을 던짐과 동시에 장력을 발출하여 파편들이 그들을 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화탄으로 인해 적들의 시야가 가려졌다.
'한령빙마도 곧 오겠군.'
그는 빠르게 마라천환검과 금판을 금갑에 넣고 남궁운령에 가슴에 넣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후후, 잘 하면 한령빙마를 따돌릴 수 있겠군."
이내 그는 금갑을 열어 마라천환검과 도해가 적힌 금판을 꺼내 남궁운령의 품에 넣고 금갑은 자신의 품에 넣었다.
직후 그는 적들이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고 있는 곳으로 신쾌하게 땅을 박차고 그들을 향해 비호처럼 날아들었다.
'길게 끌수록 불리하다.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이어 그는 전신의 내력을 모조리 끌어 올렸다.
허공에서 용해린의 창룡노가 대기를 가르며 아래에서 위로 올려쳐 갔다.
쿠콰콰콰!
동시에 바다에서 수십 줄기의 물기둥이 치솟더니 마치 한 무리의 수룡 떼와 같이 한령빙마의 수하들이 있는 배 위로 내리꽂혔다.
콰콰쾅!
"크아아악!"
"커허억!"
"아니! 저…… 저놈은?"
멀리서 용해린과 수하들이 접전하는 광경을 지켜보던 혈성추혼마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 모습을 본 한령빙마가 물었다.
"육호법, 그를 아는가?"
"조금은……!"
잠시 말을 끊은 그는 내심 생각에 잠겼다.
'해옥랑을 구해 간 놈이란 것을 알려서 득될 것은 없겠지. 나중을 위해서라도 저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저 자는 무적해룡이란 놈이오."
"대해제일인이라는 그 무적해룡 말인가?"
혈성추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음…… 의외로 어린놈이군."
이미 혈마천의 군사 마종사뇌로부터 무적해룡에 대해서 들어 알고 있던 터였다. 상황이 된다면 무조건 죽이라는 명령이 이미 하달되어 있던 터였다.
혈성추혼마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크크, 싹은 자라기 전에 잘라야 하는 법이지요."
"크흐흐흐."
마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나누던 그들은 일제히 신형을 솟구쳤다.
4
'한령빙마의 배도 곧 오겠지.'
어느 새 용해린은 한령빙마의 수하들을 모조리 해치우고 남궁운령이 있는 암초 위에 서 있었다.
한령빙마의 배는 그의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어느 새 용해린의 전면 이십여 장 앞에까지 다다랐다. 암초가 있어 배는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휙! 휙!
암초 위로 두 명의 인물이 내려섰다.
"호오! 본천의 총단 고수 팔십여 명이라면 중원의 웬만한 문파 하나 정도는 반나절 만에 무너뜨릴 수 있는 전력인데. 어린놈이 꽤나 잘 노는 구나."
한령빙마와 혈성추혼마였다.
'혈성추혼마까지……!'
그들을 바라보던 용해린은 예상 밖이었던 혈성추혼마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내심 신음성을 흘렸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지금 저 둘을 모두 상대할 수 없다. 대충 받아넘기고 자리를 피해야겠다.'
용해린은 내심 빠르게 생각을 굴렸다. 그의 생각은 하나였다.
바다 속으로 사라져 한령빙마 등의 추적을 피하는 것이다. 허나 남궁운령을 안고서 소용돌이치는 거친 바다 속을 뚫고 나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무엇보다도 한령빙마 같은 절대고수들의 손을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용해린이 내심 깊은 생각을 할 때 한령빙마와 혈성추혼마가 그에게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었다.
"흐흐, 우린 구면이군."
용해린은 조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런가? 그러나 난 별로 반갑지 않군."
한령빙마가 한발 더 다가섰다.
"애송아! 어서 그 계집을 넘겨라."
그들은 마치 용해린이 손 안에 든 인형이라도 된다는 듯 여유 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방은 온통 거친 소용돌이였고 수하들과의 격전을 지켜 보다 그의 내력이 완전치 못하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하나 용해린의 입가에도 여유 있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후후, 그렇게는 못하겠소이다!"
"그래? 네놈의 운이 그 주둥이만큼이나 대단한지 보겠다."
말과 동시에 먼저 혈성추혼마의 쌍장이 뻗어 나왔다.
쿠콰콰콰아―!
이어 바위섬을 통째로 뒤집어엎을 듯한 혈광이 용해린을 향해 폭사되어 갔다.
그것을 살짝 비켜 피한 용해린은 한령빙마를 향해 창룡노를 힘껏 휘둘렀다.
"해룡풍운―!"
용해린의 창룡노에서 한 마리 용과 같은 백색강기가 뿌려져 입을 쩌억 벌리며 혈성추혼마를 향해 기쾌하게 쏟아져 들었다.
콰콰콰쾅!
두 개의 강기가 부딪치자 요란한 굉음이 터지며 그들 주위로 가공할 경력들이 휘몰아쳤다.
그 바람에 장력의 기세에 딸려들었던 바닷물이 비처럼 흩날리며 시야를 가렸다.
잠시 후, 장내의 상황이 드러났다.
용해린의 앞쪽에는 세 개의 발자국이 나 있었고, 혈성추혼마의 앞에는 두 개의 발자국이 나 있었다.
결과는 확연했다.
'역시 내공이 고갈된 상태에서는 힘들군.'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 혈성추혼마의 두 눈이 더욱 흉폭해졌다.
'일을 낼 놈이다. 정상이 아닌 듯한 몸인 것 같은데 내가 우세를 점하지 못하다니, 군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절대 살려둬서는 안될 놈이다.'
그는 더욱 내공을 끌어올리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용해린은 기혈이 들끓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혈성추혼마와 한령빙마를 주시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음, 이 여인을 안고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아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나 그 편이 빠져나갈 확률이 더 높았다.
그때 눈앞의 한령빙마와 혈성추혼마가 끝장을 보려는지 동시에 합공을 하려고 쌍장을 가슴께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은광과 혈광이 피어오르기 시작할 때 용해린의 몸이 동시에 뒤로 날아갔다. 그곳은 소용돌이가 거칠고 일고 있었다.
"저…… 저런 미친 놈……!"
한령빙마와 혈성추혼마는 일시에 쌍장을 내밀었다. 아니 내밀려 할 때였다.
갑자기 용해린이 남궁운령은 안은 채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 바다 속으로 몸을 날린 것이다.
한령빙마는 용해린이 미처 바다로 뛰어들 줄은 몰랐기에 질겁하고 말았다. 하나 곧 그들은 뒤따라 급히 신형을 날려 용해린을 잡으려 했다.
"이거나 받으시오!"
그때 동시에 용해린은 바다 쪽으로 신형을 날리며 그들을 향해 무언가를 집어던졌다.
번쩍! 쏴아아아―!
황금빛 섬광이 번쩍임과 동시에 대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들렸다.
뒤이어 막 용해린을 향해 신형을 날리려던 한령빙마의 면상 쪽으로 번쩍거리는 물체 하나가 날아들었다.
"ㅇ!"
너무나 빨랐고 의외의 행동이었기에 한령빙마는 손으로 쳐내거나 하지 못하고 급히 고개를 숙여 피했다. 하나 그 꼴이 십대고수가 할 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하나 그것보다는 다급함이 더했다.
용해린이 날린 것은 마라천환검이 든 금갑이었기 때문이다.
"육호법, 금갑을 잡으시오!"
"알겠소!"
혈성추혼마가 신형을 날려 금갑을 잡아갔다.
그것을 확인한 한령빙마가 고개를 돌렸을 때 용해린은 이미 바다 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춘 후였다.
"이…… 이 미꾸라지 같은 놈!"
한령빙마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져 용해린이 자취를 감춘 바닷물에 대고 장력을 휘갈겼다.
퍼펑!
그러나 수공에 능한 자라 해도 거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곳에서 살아남기란 힘들었다.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한령빙마를 어느새 다가온 혈성추혼마가 위로했다.
"고정하시오. 아마도 그 놈은 죽었을 것이오. 저런 소용돌이에 빠진 이상 살아날 수 없지 않겠소?"
"으으, 내 생전 이런 치욕은 처음이다."
콰우우우……콰르르릉……!
혈성추혼마의 말에 한령빙마는 용해린이 사라진 소용돌이를 바라보았다.
과연 그 안에서 생명체가 살아난다는 것은 진정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게다가 이 마라천환검을 얻었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 아니겠소."
혈성추혼마의 손에는 어느새 잡아들었는지 용해린이 던졌던 금갑이 들려 있었다.
"그렇군."
혈성추혼마에게 마라천환검이 든 금갑을 받아 든 한령빙마는 그래도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금갑을 열어 보았다.
그의 얼굴이 흑색으로 변했다.
"이……이런 개 같은 놈!"
쾅!
그는 금갑을 내동댕이쳤다. 내동댕이쳐진 금갑 안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용해린은 금갑 안에 들어 있던 내용물은 꺼내고 금갑만 내던진 것이었다.
당연히 한령빙마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십대고수의 사마 중 두 명의 인물이 한 어린 애송이에게 보기 좋게 당한 것이다. 누가 이런 사실을 믿겠는가?
"이제 본천에 돌아가 뭐라 이 사실을 설명한단 말인가?"
혈성추혼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탄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본 천의 계획대로 상당히 많은 무림인들을 상잔케 했으니 헛수고는 아니오. 어느 정도 목적 달성은 한 것 아니겠소?"
"그렇기는 하지만……."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했소. 다른 문제들은 본 천에 돌아가서 생각하도록 합시다."
여기 서서 이를 갈고 있다고 돌릴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기로 하세."
한령빙마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들은 신형을 날렸다.
5
"이런 곳이 다 있었다니……."
용해린의 두 눈이 더없이 커졌다.
그가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를 맞은 것은 놀랍게도 만년금구였다. 그 놈은 줄곧 용해린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던 것이고 용해린이 바다로 뛰어들자 지체없이 그를 등에 태우고 심해로 들어갔다.
만년금구가 용해린을 인도한 곳은 심해 깊은 곳에 바위들이 뒤엉켜 교묘히 숨어 있는 동굴이었다.
주위를 살피던 용해린은 부지중 감탄을 금치 못했다.
번쩍― 번쩍―!
사방의 벽에는 갖가지 색의 수정들이 박혀 있어 눈이 부실 정도로 동굴을 밝히고 있었다.
용해린은 금구의 등에서 남궁운령을 안아 평평한 바위 위에 내려놓았다.
"이제 나도 운공을 해야겠다."
문득 약간의 현기증을 느낀 용해린은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약 한 시진 정도가 지난 후, 그는 운공을 끝내고 이내 눈을 떴다.
문득 그의 시선이 쓰러진 남궁운령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여인도 나의 도화살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한동안 생각에 잠긴 용해린은 요 근래의 상황이 점점 더 창해약선의 말과 맞아떨어지자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후후, 무적해룡 용해린이 운명 따위를 다 믿게 되는군."
그리고 이내 시선을 돌려 동굴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곳에도 사람의 흔적이 있다니……?"
동굴 안쪽을 살피던 그의 시선에 인공이 가미된 계단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이 들어왔던 것이다.
"이런 곳에 만약 사람이 살고 있다면 필시 기인임이 분명할 것이다."
이어 용해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라갔다.
이백여 개의 계단을 지나자 용해린은 사방 일 장정도 크기를 지닌 하나의 석문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용해린은 혹시나 하고 문 근처를 뒤져 보았으나 아무리 둘러 봐도 문을 열만한 기관장치는 없었다.
그런 그의 눈에 사방 한 자 크기의 작은 철판 하나가 들어왔다.
동시에 용해린의 눈이 커졌다.
"아니…… 이것은?"
작은 철판은 바로 지극묵강철이었고 그곳에는 사람의 손자국 하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의 가문의 조사전에 있는 천황패력공의 성취를 알아보는 그 철벽처럼.
그리고 그 수인은 정확히 아홉 치 두께의 홈을 이루고 있었다.
"혹시?"
만년금구는 십 육 대 선조의 친구였다고 했고 그 만년금구의 인도를 받아 온 이곳에서 보게 된 철판의 수인.
어쩌면 이곳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십 육 대 선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해린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사전에서처럼 그 철판에 천황패력공을 시전했다.
쾅!
"맞구나!"
아이나 다를까, 그러자 석문은 굉음을 일으키며 서서히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그그긍―!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가볍게 석문이 열렸다.
석문 안은 하나의 커다란 광장이었다.
"저것은?"
문득 광장 안을 둘러보던 용해린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광장 끝 쪽에 하나의 석대가 있었고 그 위에는 두 명의 인물이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좌측의 인물은 흑의(黑衣)에 흑염(黑髥)이 멋들어지게 난 거구의 노인이었고 우측의 인물은 백의의 청수한 초로의 인물이었다.
'생기가 전혀 없다. 오래 전에 좌화(坐化)한 사람들이군.'
이내 그는 좌화한 두 노인을 향해 정중히 절을 올렸다.
"미처 선인의 거처임을 모르고 난입함을 용서하십시오."
고개를 드는 용해린의 눈에 흑의노인 앞에 놓여진 양피(羊皮) 서책 한 권이 보였다.
그리고 그 책이 놓인 바로 아래에는 지인(指印)으로 파여진 글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아니!"
〈분명 그대는 만년금구의 인도를 받아 이곳에 올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필시 천패의 후예이리라.〉
글을 읽어 내려가던 용해린의 눈빛이 번쩍였다.
"혹시……?"
그렇다.
용해린의 뇌리 속에 지금 이곳에 좌화된 노인이 그가 찾던 바로 십 육 대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섬전같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
그는 의문에 싸인 채 계속해서 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노부는 천뢰권황(天雷拳皇)이라 한다.〉
"아! 천뢰권황―!"
용해린은 부지중 탄성을 발했다. 흑의노인은 무림의 전설적 절대자였기 때문이다.
오백 년 전, 오직 맨 주먹 하나로 천하제일인으로 오른 인물이 바로 그였다. 태산이라도 부
술 듯한 가공할 권공(拳功)으로 무적을 구가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남해의 오지에서 좌화하고 있던 것이다.
용해린은 계속해서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 당시 천하에는 노부의 적수가 없었다. 적적해 하던 노부는 말년에 이르러 남해에서 우연히 한 인물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천문서생이며 고금제일패 천패문의 십 육 대 문주라 했다. 만나자마자 우리는 서로 의기투합하였고 일주야에 걸친 비무(比武)를 벌였다.
비무 후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서로의 무공에 대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아! 이럴 수가……!"
용해린의 눈은 더할 수 없이 커졌다.
자신의 짐작대로 흑의노인 옆에 좌화한 백의노인은 그토록 찾아 해맸던 자신의 십 육 대 선조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그를 짓눌러 왔던 그 문제.
칠성에서 멈추어 버린 천황패력공의 성취를 그 이상 끌어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가슴 속에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환호성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글을 읽어 내려가던 그의 눈은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그에게는 한 가지 근심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가문 무공인 천황패력공이 칠 성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랬다.
용해린은 이미 이 년 전에 천황패력공의 칠 성에 이르렀으나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성취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억지로 펼친다면 그 이상을 펼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한꺼번에 모든 공력이 폭발해 며칠을 무공을 사용할 수 없는 폐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 후 십 년 동안 우리는 이 동굴 안에서 함께 지내며 수많은 비무와 토론을 가졌고 그 결과 노부는 성명절기인 천뢰통천삼권을 완성시킨 한편 멸절(滅絶)이라는 새로운 초식을 창안하게 되었다.
천문서생은 그 동안 자신의 무공에 없는 연환(連環)의 묘(妙)와 힘의 분배를 깨닫고 천황패력공에 그 구결을 가미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결국 팔 성에 달하는 천황패력공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그 무공은 고금을 통틀어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었다.
본래의 가공할 패력 속에 유(柔)함이 담겨 있었고 그의 출수는 물 흐르는 듯했다.
그 전에 그의 천황패력공이 마치 장대하게 내리꽂히는 폭포의 힘을 연상케 했다면 이제 팔 성에 달한 그의 천황패력공은 언제 터질지 모를 잔잔한 대해를 느끼게 했다.
천문서생과 더불어 이곳에서 말년을 보낸 노부는 결코 아쉬움이 없다. 오히려 이곳의 십 년이 노부의 평생보다 더 행복했다 할 수 있다. 그간의 세월을 모두 털어 노부의 심득을 하나의 책으로 남겼다. 비록 그대 가문의 무공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나 눈요기만으로라도 보아 주길 바란다.
작은 부탁이나마 노부의 무공을 후세에 전해 준다면 저승에서라도 그대에게 감사하리라.
천뢰권황(天雷拳皇) 종자도(鐘自道) 절필.〉
글은 거기에서 끝나 있었다.
용해린은 천뢰권황의 좌화한 시신에 대해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서책을 집어 들었다.
〈천뢰권급(天雷拳 ).〉
바로 천뢰권황의 모든 것이 담긴 비급이었다.
"선배님의 무학은 반드시 후세에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이어 그는 우측에 있는 노인, 그의 십 육 대 선조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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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