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이킥스포츠에 방문해 이광재 대표와 인터뷰를 하면서 나온 이야기다. 조이킥스포츠에서 'JK-PRO'라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여 앞으로 족구 용품을 프리미엄, 일반, 중저가 제품으로 나누어 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른 종목의 용품들이 선수용, 일반용, 중저가용 등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 족구도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이 중점이었다.
그 시작은 곧 출시를 눈앞에 둔 프리미엄 족구화이고 기존의 족구화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고급 자재들을 사용해 기존 제품들의 가격을 뛰어넘는 고가의 제품으로 출시된다. 정확한 가격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으나 10만 원대 중후반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출시되었던 족구화의 가격이 5~10만 원대였으니 역대 최고가의 제품이 탄생하는 셈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걱정이 되었다. '족구화를 굳이 그렇게 비싸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 '동호인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려는 것인가?'와 같은 불만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족구화는 5~10만 원, 족구공은 3~5만 원이라는 가격이 거의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동호인들의 반응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걱정이 되었다. 이러한 시도가 신선하기는 하지만 사업적으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 즉 우리 동호인들은 높아진 가격에 실착해 보지도 않은 족구화에 선뜻 지갑을 열기 쉽지 않을 것이고, 고가 제품의 품질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 왔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좋은 이미지를 쌓는 것은 어렵지만 힘들게 쌓은 그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조이킥스포츠 입장에서는 단순히 금전적인 손해로 끝나지 않을 큰 모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족구의 발전을 위해 이러한 시도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종목이나 용품의 발전은 기술의 향상을 불러왔고 나아가 그 종목의 발전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고가 제품의 탄생은 우리 족구에서도 언젠가는 누군가 해야 할 시도였다. 그것이 지금이고 조이킥스포츠에서 처음으로 시도할 뿐이다.
용품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
수많은 종목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고 있는 축구용품을 예로 들어 이야기해 보면 최초의 축구화는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 헨리 8세의 명령으로 탄생했다. 무게는 약 500g으로 강하고 두꺼운 가죽으로 제작되어 발목 보호가 가능했지만 빨리 달리기가 어려웠다. 그랬던 축구화는 점점 발전해 지금은 마치 맨발로 뛰는 듯이 가볍고 갑피가 얇아서 공과 발을 최대한 밀착시켜 세밀한 볼 터치와 컨트롤 그리고 강력한 슈팅까지 가능하게 진화했다.
축구공은 처음에는 동물의 방광(오줌보)에 바람을 넣어서 발로 차거나 닭의 털을 뭉쳐서 만들었으나 제대로 바운드가 되지 않았고, 멀리 찰 수도 없었다. 이후 가죽으로 만든 공이 등장하면서 경기 중 더 나은 터치와 회전을 제공하여 선수들에게 더 많은 컨트롤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합성 소재로 만든 축구공이 등장했고 이제는 단순히 경기력 향상뿐이 아닌 스마트 축구공이 개발되어 공에 내장된 센서와 칩을 통해 속도, 회전, 터치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이는 선수들이 자신의 기술을 개선하고 경기 전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까지 하고 있다. 지금도 축구공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선수들의 기술과 경기의 수준을 향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니폼은 초기에는 코튼 소재로 만들어 땀을 흡수하면 경기 중에 무거워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후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 원단이 출현하면서 수분 흡수 기능과 가벼운 착용감으로 유니폼의 성능을 혁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소재는 선수들의 땀을 효과적으로 배출하여 경기 중 건조하고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했고 현대 축구 유니폼은 땀을 신속하게 배출하여 선수들이 격렬한 경기 중에도 몸이 건조하고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선수들의 경기력은 향상되었다.
이렇듯 축구뿐만이 아닌 모든 종목은 용품의 발전으로 많은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이것은 우리 족구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이들이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을지는 모르나 초창기 시절만 해도 단순히 축구공과 배구공 사이의 크기로 딱딱하고 바운드가 잘되지 않았던 공은 발전을 거듭했다. 하계용, 동계용으로 나눈 공들이 출시하게 되었고 족구화 역시 기존의 제품들보다 좀 더 가볍고 질 좋은 자재들을 사용하면서 더욱 강력한 공격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공격을 받아내며 덩달아 수비수들의 기량도 향상되어 기술의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족구화나 족구공에 새로운 기술들이 접목된다면 축구가 그랬듯이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공격들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은 선수들의 기량 발전으로 이어져 기술적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며 결국은 우리 족구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좋은 용품에는 고가의 자재들이 들어간다
족구를 알고 시작한 지 어느덧 20여 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족구 용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대부분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예를 들어 공에 대한 불만사항들을 정리해 보면,
공이 너무 잘 튄다.
공이 너무 안 튄다.
공을 받을 때 머리와 발이 아프다.
추운 날에는 바운드가 잘되지 않는다.
이 정도다. 그럼 이러한 불만 사항을 모두 보완한 공이라고 한다면 '잘 튀어야 하는데 너무 잘 튀면 안 되고, 공을 터치할 때 머리와 발이 아프지 않고 부드러워야 하며 겨울에도 일정한 바운드가 유지되는 공'이 될 것이다. 간단히만 정리해도 정말 까다로운 요건이다. 사실 족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바운드가 생명이고 맨땅, 인조잔디, 체육관 등 경기장의 조건에 따라 바운드가 달라서 이러한 요건들을 모두 채운 공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상당히 많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현재 족구 공의 가격은 택배비를 포함해 대략 4만 원 정도, 그런데 내가 20여 년 전 족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당시 가격이 약 35,000원이었다. 20여 년 동안 공의 품질은 틀림없이 더 나아졌지만 가격은 사실상 그대로다. 소비자들 입장에서야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하지만 질 좋은 제품의 생산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족구공의 가격이 오르면 된다. 가격이 오르면 더욱 질 좋은 제품의 생산은 당연하다.
지난해 벌어진 세계 족구대회에서 사용된 공은 우리가 잘 아는 스타 제품의 공이었다. 가격은 약 4만 원, 그런데 만약 월드컵 축구 경기 공식 사용구가 4만 원이라면 어떨까? 아마 월드컵이라는 대제전의 이름값이 많이 떨어질 것이고 나아가 경기 수준 자체도 상당히 떨어질 것이다. 나는 족구공의 가격이 4만 원에 머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품질만 좋아진다면 그 이상의 가격으로 책정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공을 생산할 수 있는 족구 용품 업체가 있는가?'라고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축구 공식 사용구가 바로 '스타' 제품이었다. 또한 2002년 부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축구 공식 사용구도 '스타' 제품이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그리고 테니스까지 총 5개 종목의 공식 사용구가 '스타' 제품이었다. 아시안게임의 공식 사용구를 만들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족구공 역시 동호인들이 원하는 제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을 지금까지 만들고 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제품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에 판매량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동호인들도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바로 '질 좋은 제품의 족구 용품을 사용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라는 인식 말이다. 나도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어서 가끔 단체로 유니폼이나 바람막이 등을 맞추다 보면 이렇게 묻는 회원들이 있다. '혹시 양말이라도 서비스가 없나?'라는 식의 질문 말이다. 서비스야 받으면 좋은 것이지만 그것은 절대 소비자들 즉 동호인들의 권리도 아니며 족구 용품 업체들의 의무도 아니다.
족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족구 용품 업체도 발전해야 한다
사실 족구 용품 업체에서도 이러한 고가 제품 출시 시도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족구 용품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스포츠와 낫소는 매출의 대부분을 족구가 아닌 타 종목이 차지하고 있고, 조이킥스포츠 역시 사업을 유지하는데 족구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타 종목으로의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시도를 주저해서도 안 된다. 족구를 지금처럼 생활 체육 정도로만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엘리트 종목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족구 용품 역시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금보다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여기에는 고가의 제품에 맞게 동호인들을 비롯한 선수들이 만족할 만한 품질이 따라와야 한다. 품질이 받쳐주지 못하는데 가격만 올라간다면 이는 업체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고 업체들에 대한 신뢰감도 많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조이킥스포츠에서 새롭게 나올 신상 족구화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 제품의 사업적인 성패에 따라 앞으로 용품 업체들의 신제품 개발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통해서 동호인들에게 무조건 고가의 제품을 사용하라고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족구 용품 업체들이 돈벌이를 위해서 고가의 제품을 생산한다'라는 오해 정도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족구 용품도 이제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있어야 한다. 족구화가 5~10만 원, 족구공이 3~5만 원이라는 가격에 머물 필요는 없다. 물론 사용 여부는 동호인들 본인의 선택이다. 고가의 제품 사용은 원한다면 사용하면 되는 것이고 원치 않는다면 기존의 제품을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우리 족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족구 용품 업체들도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당장 우리 동호인들이 족구를 하기 위해서는 족구 용품이 필요하고 질 좋은 제품들이 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사업적으로 라이벌이지만 서로의 제품을 연구 분석하며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건전한 경쟁은 결국 질 좋은 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결국은 우리 족구가 발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물론 동호인들 역시 '더 좋은 제품의 사용을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라는 인식의 변화가 함께 따라와야 우리 족구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