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삼천동 아침햇살(장미희) 완료

[서성원]

삼천동이 주는 자연의 선물.hwp

<삼천동 아침 햇살>

삼천동이 주는 자연의 선물

‘엄마, 나는 낙엽 밟는 느낌이 좋아’

‘응, 소리도 좋고, 밟는 느낌도 좋지!’

지난날의 뜨겁던 삶을 제 몸을 흔들어 모두 떨구어 내는 나무를 보면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글이 떠오르기도 한다.

갓 볶아 낸 커피 냄새나 잘 익은 개암냄새 등이 난다고 하던 낙엽 타는 냄새에서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한다는 구절은 중학교때부터 늘 떠나지 않는다.

삼천동에는 멀리 나가지 않아도 울긋불긋 단풍든 나무들과 낙엽을 가진 길이 있다. 낙엽을 모아 태울 수는 없어도 낙엽만큼은 여한 없이 밟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삼천하이츠 아파트와 신일강변 아파트 사이길이다.

봄과 여름에는 짙은 초록들이 햇빛사이로 바람결 따라 나풀거리다가 가을에는 노랑이 빨강이로 옷을 갈아입고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젖은 옷을 길에 모두 벗어버린다.

우리는 그 옷을 낙엽이라고 하며, 낙엽이 쌓인 골목길을 딸과 나는 신나게 즐긴다.

늦은 저녁 하교 길을 마중하면서 이 길을 딸과 나는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다.

‘엄마, 나 키 많이 컸지? 이제 어깨동무해도 불편하지가 않네’

‘벌써 이렇게 커버렸다잉 엄마보다 더 크겄어’

골목 끄트머리에서 붕어빵과 어묵을 사먹기도 하며 우리는 낙엽길을 친구의 길이라 부른다.

두 모녀는 낙엽을 밟다가 ‘휘리릭 쏵~!’하고 폭신폭신 바삭거리는 낙엽을 힘차게 하늘위로 날려 버리며 신나게 깔깔 거린다.

낙엽은 이것만으로 즐겁고 신나는 일을 선물을 준다.

굳이 낙엽을 치우지 않아도 쌓여있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길이다.

그 길 위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삼천 천변으로 나가는 길이 보인다.

길 끝에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남부시장까지 향하는 길이고, 왼쪽으로는 모악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른 봄에는 달래, 냉이, 쑥 등을 선물을 주고, 여름에는 바람과 햇빛을 담은 짙푸른 초록과 반딧불이를 선사하며 가을에는 형형색색 코스모스와 코스모스도 아닌 것이 해바라기도 아닌 것이 그들과 비슷한 노오란 돼지감자들이 키 자랑을 하며, 오고가는 이들에게 안부를 전하다.

얼마전 나는 이사를 했다.

여러 곳을 찾아 다녀봤지만 내가 살던 삼천변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남편은 늘 집을 고르는 기준이 모악산이 보이는 곳이 명당이라고 하여 이 근처를 떠날 수 가 없었다.

결국 근처로 이사를 했다. 아침이면 모악산이 훤히 보이는 곳이다.

삼천변의 지금.

부드럽고 윤기가 나는 은색깃털을 바람결에 온 몸을 맡기며 춤추는 억새들의 축제의 장을 마련해준다.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있는가?

올 가을 자전거를 타고 남부시장 쪽으로 모악산 쪽으로 싱싱 신나게 달려봐야겠다.

장미희(교육공간 이룸 대표)

삼천3동 호반리젠시빌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