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풍속이지만 옛날에는 집을 짓고 나면 기둥에 좋은 글귀를 써서 붙여 놓았는데 이를 주련이라 불렀습니다. 주련(柱聯)이란 기둥(柱)마다
詩句를 잇닿아(聯) 걸었다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내용을 붓글씨로 쓰거나 그 내용을 얇은 나무 판자에 새겨 걸기도
합니다. 아래위로
연꽃잎(荷葉)을 양각(陽刻)하든지 당초무늬를 새겨 윤곽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에 글귀를 씁니다. 글씨의 윤곽만
새기는 기법이 보편적인 방식이나, 글자 모두를 튀어 나오도록 양각(陽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채의 기둥에는 五言이나 七言의 유명한 시나 자작한 작품을 붓글씨 잘 쓰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받아 거는 거는 게 보통입니다. 한 구절씩 네 기둥에 걸면 '오언절구(五言絶句)' 시 한 수가 되지요. 안채에서는 안마당을 향한 기둥에 주련을 거는데, 복덕(福德)을 소원하는 내용이나 덕담(德談)의 글귀가 많습니다. 더러는 아이들의 인격함양을 위한 좌우명이나 수신(修身)하고 제가(齊家)하는 데 참고가 되는 좋은 시를 써서 걸기도 합니다.
기둥글씨(柱聯)는 경치 좋은 곳에 세운 정자(亭子)나 누각(樓閣) 그리고 불교의 법당(法堂) 등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락에서 내려다 보이는 좋은 경개(景慨)를 읊은 시가 주련으로 채택되고, 포교를 위한
부처님의 말씀들이 기둥에 오르지요. 보통 기둥글씨는 바깥쪽으로 향해 있어 안쪽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이는 내부 사람보다는 외부인들이 읽어 주기를 원했던 건 아닐까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
우리나라 궁궐의 기둥글씨(柱聯)
경복궁 근정전(勤政殿) 행각(行閣) 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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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閣*에서 바라 본 근정전
*행각(行閣) : 궁궐이나 사찰 축조시 정당(正堂) 앞이나 좌우 양 옆에 달아 지은 긴 곁채(長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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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련의 배열
기둥마다 주련글씨가 붙어 있는데 이해하기 쉽도록 한 연을 이루는 2구절씩 나누어 올립니다. 원래 한문체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되어 있는 것을 여기에서는 현대의 글쓰기법을 고려하여 순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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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立愛敦親敎民以睦(입애돈친교민이목)
종친간에 사랑이 돈독하여 백성들도 화목하게 하고,
(2)好學樂善爲世所宗(화학락선위세소종)
배움을 좋아하고 선을 즐김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존숭토록 한다.
한 나라의 임금이라면 마땅히 갖추어야 될 덕목입니다. 근정전(勤政殿)이란 부지런히(勤) 정사를 살피라(政)는 뜻으로 일찍이 정도전이 이 궁궐을 축조할 때 태조 이성계에게 지어 올렸다는데 이에 어울리는 기둥글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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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序昭六親殷道隆盛(서소육친은도융성)
질서가 6친*에게 밝으니 은(殷)나라의 道처럼 융성하고,
(4)德推九睦治堯旪龢**(덕추구목치요협화)
덕이 9족*에 미치니 치세가 요(堯)임금 때처럼 화평하도다.
*6친은 부,모,형,제,처,자 *9족은 고조(高祖), 증조, 할아버지, 아버지, 자기, 아들, 손자, 증손(曾孫), 현손(玄孫)
**旪(협)은 協과 같은 글자이고, 龢(화)는 和의 옛 글자
요순(堯舜)시대와 우임금 대(殷)의 태평성대를 지향하고 있네요. 왕실의 화평과 번성을 기원하면서..
(3과 4는 시대순으로 볼 때 자리가 바뀐게 아닌가 사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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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列卿尙書*落花底春酒(열경상서락화저춘주)
고위신료들은 떨어지는 꽃나무 아래서 봄술을 마시고,
(6)王孫公子芳樹下淸歌(왕손공자방수하청가)
왕손과 고관 자제들은 향기로운 나무 아래에서 청아한 노래를 부른다.
*列卿 : 3품이상의 관직을 가진 신하 *尙書 : 고려의 관직명으로 조선시대의 이,호,예,병,형,공조 6조에 해당
왕실과 고관대작들이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에 모여 연회를 즐기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낮은 관직이나 民草들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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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捍禦宗邦維城維翰*(한어종방유성유한)
나라를 지키고 방어하는 것은 城과 중신들이고,
(8)夾介王室之屛之藩*(협개왕실집병지번)
왕실을 감싸 보호하는 것은 주변 제후국들이다
*翰(한)은 幹과 같은 뜻으로 근간이 되는 중신을 이름
*屛(병)은 병풍을 藩(번)은 울타리를 뜻하는 글자로, 옛 周나라의 제후국 같이 왕실을 보호하는 걸 의미함
8번째 글은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과 부합되지는 않지만 유교와 주(周)나라의 예의범절(周禮)를 숭상한 조선의 건국정신을 고려한다면 이해가 가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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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休戚如同忠愛冞篤(휴척여동충애미독)
기쁨과 슬픔을 (백성과) 더불어 함께하면 충성과 사랑이 더욱 두터워지고,
(10)恬嬉是戒文武俱全(염희시계문무구전)
편하게 놀고 즐기는 것을 경계하면 文武가 두루 온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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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天漢殿*高孰不欽敬(천한전고숙불흠경)
천한전*이 드높으니 누가 공경하지 않으며,
(12)春秋門*近地是淸要**(춘추문근지기청요)
춘추문*이 가까우니 청요직**의 자리로다.
*天漢殿(천한전) : 대원군의 주도하에 지어진 동명의 궁궐이 있었으나 여기에서는 그냥 왕권의 상징적인 의미인듯 함
*春秋門(춘추문) : 실재로 있는 문이 아니고 청요직의 관리들이 근무하는 곳을 이미하는듯
**청요직(淸要職) : 사헌부, 홍문관, 예문관 한림 등에 소속된 관직으로 품계는 그리 높지 않으나 고위직을 견제하는 일을 하기에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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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完矣美矣公子*謂善居(완의미의공자위선거)
완전하고 아름다운 공자 형(荊)*의 살림살이를 이름이라.
*이 구절은 논어 '子路' 편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 것으로, 공자(孔子)는 위(衛)나라
공자(公子) 형(荊)이 욕심이 없고 소박한 생활을 지향한 점을 칭찬하여 당시 권문세가들의 탐욕과 사치를 경계하게 하였다.
주련(柱聯)은 말 그대로 2구가 잇닿아(聯) 있어야 하는 데, 이 구와 짝을 이루는 글귀(對偶)가 빠져 있네요. 언제 쓰여진 것인지 그리고 언제 유실 된 건지 기록도 없다고 하니..
-문화재청 발간 「궁궐의 현판과 주련」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