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구나.
금요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너를 만나고 너를 안아볼 수 있는 그 때가.
올해 중학생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아빠를 찾고, 바라고, 아빠에게 안기는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지방 근무로 월요일 새벽에 나와 목요일 밤에 들어갈 때까지, 너와 떨어져 있는 동안 아빠는 네가 참으로 그립고, 보고싶구나.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가지만, 아빠는 아직도 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미국에서의 나날을 매일같이 추억하며 살고 있단다. 그전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껏 곁에 있어주지 못했는데, 아빠를 그토록 원하고, 함께 하고 싶어했던 네게 퍽이나 미안해서 그랬는지, 그 때 아빠는 너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려 애썼단다. 아침에 너를 깨워 아침밥을 챙겨주고,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너를 배웅해주며, 하교 후에는 함께 드넓은 공원에 나가 공놀이 하며 뛰어놀다 돗자리에 엎드려 책을 보곤 했었지. 휴일에는 아빠표 욕망 햄버거를 도시락 삼아 하이킹을 하러 가고, 장엄한 국립공원 풍경에 감탄하고 다니며 야생동물을 만나 한참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 모든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르는구나. 준명이 네게 물어보면, 넌 역시나 테마파크에 갔던 때가 최고였다고 말하겠지?
잠시였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훌륭하게 학교생활을 해준 네가 엄마, 아빠는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단다. 영어유치원에 다닌적도 없던 네가 의사소통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학교 적응에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해 주변에 기도 부탁도 많이 했었단다. 등교 첫날 기억나니?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달래주고자 전날 학교에 가서 주변을 둘러봤었지. 등교 첫날에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 긴장하고 있는 너를 들려 보낸 후 하교 때까지 마음 졸이며 너를 기다렸는데, 학교에서 활짝 웃으며 나오는 네 모습을 보자마자 엄마, 아빠는 그제서야 마음을 쓸어내릴 수 있었단다. 그렇게 등교 첫날부터 학교를 너무 좋아하고, 현지인들과도 끊임없이 잘 어울리며, 서슴없이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했던 네가 엄마, 아빠는 참으로 자랑스러웠단다.
그래 이제 올해, 중등 생활을 시작했는데, 지내보니 어떠니? 아직은 많이 어렵고 힘들지? 어렸을 때부터 어휘, 독해 등으로 실력을 다진 애들과 비교도 많이 될테고. 아직 여러가지 시행착오 중이기에 많이 혼란스러울거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집중하고 싶어도 잘 안 되고, 공부할 분량은 많아졌는데 정작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을 구별하기도 힘들고, 외우는 것 자체도 훈련이 안 되어 있고, 계속 눈에 들어오는 영상컨텐츠, 게임물, 미디어의 유혹을 이기기가 어렵고.
준명아, 아빠도 그때는 너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어려워한단다. 어렵지만, 조금씩, 꾸준히, 규칙을 세워 하나씩 해나가다보면, 어느새 성장해있는 네 자신을 마주하게 된단다. 잠깐을 책상 앞에 앉아있더라도 시작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으로 해보면 어떠니. 하나님께서 기도로 지혜를 구하면, 꼭 주신다고 약속하셨거든. 둘째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시간순으로 세워봤으면 좋겠다. 먼저 네가 이 시간 무엇을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나열해보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 순서대로 할 일을 정해보는거야. 셋째는 세운 계획을 바로 실천하되, 집중해보자. 자세를 바르게 하고, 온 몸의 감각을 한데 모아 집중해보는거다. 넷째는 점검해보는거야. 계획한 것을 얼마나 잘 해냈는지 체크해보는거지. 그래야 다음 계획을 보다 실행 가능하게 세울 수 있단다.
사랑하는 준명아. 가장 중요한 건 왜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지 깨닫는 것이란다. 그건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준명이를 보내주신 이유를 알게되는 것과 같아. 하나님께서는 준명이 너를 참으로 사랑하시고, 준명이를 통해 영광을 받으시길 원하신단다. 네 존재로 인해, 네 삶으로 인해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게 되고, 많은 이들이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양하게 되며,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을 받게 되길 원하고 계셔. 준명이가 공부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단다. 예수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덩어리로 장정 5,000명을 먹이신 사건 알고 있지? 때로는 5,000명이 먹을 것을 혼자 쌓아두고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힘으로 주변의 5,000명 이상을 먹이며 산단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고, 높임을 받는 삶을 사는 것이란다. 내가 지금 공부하는 이유가, 나를 통해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살리고, 내가 속한 사회를 선하게 변화시키기 위함이지. 그런 삶을 살 수만 있다면, 어때 너무 멋지지 않니? 하나님께서도 그런 모습을 보시면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상상이 되니? 근데 말이야. 예수님께서 5,000명을 먹이신 그 사건에서 보리떡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다주었던 어린 아이 기억나지? 그 어린아이가 가진 것 전부를 예수님께 아낌 없이 드림으로써 그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예수님께서 영광과 높임을 받으셨지만, 그 일의 시작이 되었던 그 어린아이의 헌신 또한 2천년 이상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 속에 기억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게 되었단다. 준명아, 준명이의 헌신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와 같이 영광을 받으시면, 준명이 또한 하나님의 영광을 누리는 기쁨의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된단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이겨내며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단다.
준명아, 너가 지금은 뜻대로 잘 안 되어서 힘들어하지만, 아빠는 정말로 네가 잘 해내리라 굳게 믿고 있어. 그저 최선을 다해보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면 되는거야. 지혜와 능력을 주시는 하나님께서 널 통해 이루고, 행하실 것이기에, 같이 믿음으로 기도하며 나아가보자.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목사님, 선생님 등 항상 널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준명아 사랑하고 축복한다. 중등 생활 시작 화이팅!
2024. 4. 29. 부산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