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만의 안동나들이이다.
터미널인줄 알고 내린 경북도청 버스정류장이 그냥 박스 하나 달랑있는 간이 정류장일줄이야.
어쨌든 부족한 잠을 편안한 버스에서 보충하고 블랙님 허정님과 하회마을로 향했다.
나즈막한 담장이 정겨운데
그 높이가 걸어가는 사람에겐 안보이고 말 탄 사람에겐 집 내부가 훤히 보이는 높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린 자전거 페달 높이 만큼 더 보이는 특권이...
서애 류성룡의 호가 유래된 부용대를 배경으로..
류성룡 선생의 생가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실은 선생을 흠모하는 후손들이 지었다는 충효당.
충효당이라는 편액을 보면
충 자의 제일 위 동그라미가 임금님이고
사대부가 옹위하고 있는 형상을 그린거란다.
효 자는 노인을 받들어 모시는 자손을 그리고..
이를 합하여 충효당이 되었다는.
류씨 가문의 후손으로 보이는 분이 간략하게 몇 가지 충효당에 대한 내력과 사연을 들려주신다.
교목이 아닌 관목처럼 보이는 소나무, "만지송"이다.
가지가 여러갈래로 갈라져 나온 특징을 보이는데
이는 자손들이 여러방면으로 다 잘되는 걸 의미한다는 그 분의 해설이..
이제 하회마을을 떠나 학가산으로 향하는데 길가의 남여석상의 미소가 정겹다.
휴작 중인 밭의 한 가운데 있는 소나무..
밑둥이 올라가면서 양갈래로 갈라진 모습이 특이하다.
나름 원앙송이라 이름을 붙여본다.
사과꽃 만발한 산촌의 마을길을 꺼이꺼이 올라가니
산성마을 고갯마루에서 학가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보기 드물게 잘 정돈된 학가산 임도.
황사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말끔한 임도길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상 부근 임도에 자전거를 쉬게 해주고
1.5키로 정도의 등산을 이어가는데 그 표고차가 250미터.. 만만치 않은 산행길이다.
하지만 헉헉대며 오르면 이리도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학가산 정상의 조망은 주변 나무에 가려 보이는게 없지만
일단은 정점은 찍고 조망은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늘의 새가 학이 되길 갈망하여 이 곳에 학으로 내려앉아 학가산이 되었나???
노르웨이 "트롤의 혀"
갑자기 왜 이 사진이 나오냐구요???
이 정도면 "트롤의 혀" 까지는 아니지만 "학의 혀" 정도는 되지 않을까..ㅎㅎ
사진을 잘만 찍으면 대단한 포토스팟이 될만한 곳이다.
라이딩 끝나고 올려다 본 학가산.
품안에 옹기종기 마을을 품고 사과밭 과수원이 계곡을 따라 펼쳐진 정겨움을 지닌 산이었다.
경북도청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하여
하회마을과 학가산을 둘러보고
안동역에서 청량리역까지 KTX로 휘리릭 날아 온 오늘의 라이딩.
학처럼 시원하게 날고 깔끔하게 정리된 하루였다.
첫댓글 지난번 춘천처럼 항상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시는 하이웰님 덕분에 새로운 횡재 길을 알게되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지도 상의 길을 실제로 찾아가는 여정은 항상 즐겁죠.
거기에 든든한 동반자 있다면 더욱 뿌듯하구요.
이번에도 블랙님과 함게 하여 그 즐거움이 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어릴적(?) 첫 근무지 예천
수시로 학가산 옆을 다닌...
제 기억으로는 고도가 2890피트였는데 더 낮아졌나요? ㅋㅋ
2890피트면 880.87미터네요.
지도 상엔 882미터로 표기되어 있고 어제 표지판은 869.6미터.
어제 제 GPS는 881이었죠.
옛날엔 학수고대 하는라 목이 길어져 더 높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척추가 내려앉아 낮아졌나 봅니다.
그냥 너무 따지지 말아 주세요..~~ㅎㅎㅎ
사진과 더불어 글솜씨가 일품입니다
덕분에 등산까지 하였더니 사지가 쑤시지만 그만큼 알찬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잔차 근육하고 등산근육은 다르더라구요.
사지에서 느끼는 통증 만큼이나 마음은 뿌듯하겠지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 잘보고 갑니다.
그러나 사진을 보는 그 자체도 너무나 행복하였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으로 느끼는 대리만족은 한계가 있지요.
다음 기회는 같이 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