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보다 문득 섬이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섬도 나를 보면서 바라보는 내가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늘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언제든 그리워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변함이 없다는 것.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다. 타인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천 년을 같은 자리에서 우직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동화되어 닮으며 산다. 당신이 변하는 것보다 내가 변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같은 자리에 그대로 멈춰 지긋이 바라보는 것이다. 삶을.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2024.03.04 김포신문 기고
(최종월프로필)
강원 태백, 중앙대 문창과, 청록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나무는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