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카페에서 외 1편
려 원
투명하지 않은 모서리는 투명함이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여인들이 왜 진주 목걸이를 좋아하는 몰랐어요
관심을 뚝 끊어버리고
시원하게 아이스라떼나 한잔 마셔요
진주알 굴러가게
통통 튀는 맛 초코케이크도 한입 크게
생크림에 박혀 있는 알전구들이 볼륨을 높여요
한번 뚫린 구멍은 못을 박아도 다시 빠지기 일쑤
내 귀바퀴는 어느 방향으로 모가지를 틀고
기웃거리는 걸까요
모든 조개는 비슷하게 생겨서 재미없어요
숲속 바람을 발랑 까다 보면 이곳은 온통 태풍의 눈
천둥과 번개 치고 지나가니 이제야 알겠어요
진주로 주름진 나이를 감추려 한다는 것을요
진주조개는 야물지게
붉은 입술 진주조개는 바람나고
유언장을 흔드는 스노우볼
스노우볼을 흔드는 중입니다
어쩌지요 스노우볼
흔들어야 살아나는 그녀는 너무나 고운 슬픔의 희생자
눈송이와 그녀의 모습이 조각나 있습니다
스며드는 것은 익숙한 사랑일까요 하염없이 녹아내립니다
어쩌지요 스노우볼
매일매일 당신만 바라보다가 벽 위에 배경이 되었습니다
유언장은 낮달
사방이 설움으로 덮입니다
찢어진 종이는 파릇파릇 우주의 잔여물이 됩니다
스노우볼 이대로 두십시오
유언장을 찢고 찢다가 끄적이던 볼멘소리
떨어지는 빛이 손가락에 걸렸습니다
너무나 가녀린 스노우볼 그녀가 그 안에서 훌쩍입니다
찬란하게 스노우, 눈 내리는 여자입니다
려 원_2015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시집 <꽃들이 꺼지는 순간> <그해 내 몸은 바람꽃을 피웠다> 외. 현 문학 (예술)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