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기 5주차] 아테나(Athena)를 꿈꾸며
'지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책, 도서관, 두꺼운 안경을 쓰고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 나이 지긋한 철학자 등 진리를 탐구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다. 지혜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솔로몬, 아폴론, 아테나 등 지혜의 상징이 되어버린 인물들도 떠오르는데, 그중 여성(정확히는 여신)이기도 하고 인간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보살폈던 아테나(Athena)의 모습에서 내가 꿈꾸는 '지혜로운 여성, 아내, 엄마'로서의 모습을 꿈꾼다.
지난주 마더와이즈 <지혜>편 훈련이 끝났다. 2년 동안 <지혜> 편이 열리길 기다렸는데 드디어 상반기 때 저녁 <지혜> 모임이 생겨 훈련 받을 수 있었다. 결혼 후 온라인으로 열리는 상반기, 하반기에 1번씩 열리는 '마더와이즈' 훈련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자유>, <회복> 과정을 공부했다. 신혼인데 주말부부로 평일 저녁을 외롭게 지내는 나를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라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고, 매일 묵상집을 작성하며 주기적으로 zoom 모임에 참여하는 동안 마음과 집의 빈 공간을 타지에 있는 여성들과 나누는 유대감으로 채웠다. 이번 <지혜> 편은 유대감 이상의 신앙인으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여성의 삶을 세워나가는 데 꼭 필요한 성경적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총 8주의 훈련 기간 동안 하나님과의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갈지 성경 말씀으로 그 원리를 배우고 삶 속에 적용할 부분들을 적고 매일 톡방에서 나누며 하루하루 말씀으로 하루를 열거나 닫았다. 특별히 이번 <지혜> 과정은 여름이 지나고 주말부부가 끝난 후 매일부부가 되어 아기를 준비하게 될 우리 가정, 그리고 엄마가 되고 싶은 나에게 꼭 필요한 말씀들이 담겨 있었다. 이미 자녀 둘을 양육하고 계신 간사님과 자매님들, 만삭 중에 시작해서 조리원에서도 모임에 참여하고 수유를 하면서도 나눔에 빠지지 않던 자매님의 모습을 보며 '크리스챤 엄마'의 삶에 대한 좋은 본보기를 경험하게 되어 무척 감사했다.
하나님, 나 자신, 남편, 자녀, 세상과의 관계를 키워드별로 묶어 내 삶을 돌아보고 마음에 와 닿은 부분들을 정리해두려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
"힘든 중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네. 너의 노력이 좋은 열매를 맺을거라 믿어. 넌 좋은 엄마가, 교육자가 될거야."
나에게 주는 힐링메세지 3개를 고르고 읽으며 <지혜> 모임에 마음을 열었다. 어릴 때를 돌아보면 엄마가 기도하는 순간이 생생히 다 떠오른다. 어린 자식이 보는 앞에서 기도원에 가서 눈물로 기도하는 엄마를 생각하니, 그 당시 엄마의 삶이 많이 힘들고 고달팠으리라 짐작한다. 비록 엄마는 힘들었을지라도, 그 스토리는 알지 못하나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은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고 그 자체로 자식들에게 본이 되었다.
작고, 어리고 귀여운 존재들이 아닌 다 큰 어른들에 대한 애정이나 신뢰가 없는데, 신뢰하지 못함은 곧 의존하지 못하는 지나친 독립성으로 나타났다. 하나님에 대한 의존, 전적인 내어맡김이 늘 되지 않고 기도하면서도 분주히 내 살 길을 찾았던 재바른 움직임에 제동을 건다. 멈춰서 "신뢰하게 해주세요. 나를 불쌍히 여겨주세요."라며 자존심 다 내려놓은 연약한 기도를 한다. 그 연약한 기도, 가난한 마음이 자식들의 눈엔 강인한 기도의 용사인 엄마, 믿음의 전사 우리 엄마로 보일 것이다.
#나 자신과의 관계
표현하고 몰입하고 싶은 욕구, 용납되기 원하는 욕구, 함께할 때의 깊은 일치감과 기쁨을 경험하고 싶어 여러 배움에 뛰어들었다. 매년 교사연수를 가장 많이 듣는 교사, 사교육을 좋아하고 사교육에 돈을 많이 투자하는 공교육 교사가 된 내 선택의 결과는 '시간, 마음, 재정'을 많이 소진한 번아웃으로 이어졌다. 확 몰입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 손을 놓고 나태해지고 싶은 그 마음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계 없이, 균형 없이 열심히 산 댓가였다. 십계명 중 9계명, 10계명을 마음에 새긴다. 자족하라 !
#남편과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를 나누며 zoom 화면 앞에서 각자의 남편들에게 편지를 썼다. 갈빗대가 심장을 보호하듯, 남편의 갈빗대로 지어진 나는 가장 소중한 심장 같은 남편을 보호할 힘을 받았다. 남편이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흠이라 여기기보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허물을 덮어주고 기도하고 싶다. 남편이 잘 때 남편의 한 쪽 귀에 손을 올리고 기도하며 남편의 몸, 마음, 영혼을 주님 날개 아래 덮어 보호해달라고 기도한다. 그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고 다음날 잔잔한 음악을 bgm으로 틀고 편지를 읽었더니, (예상하기로 T인 것 같은) 남편은 고맙다며 잔잔히 웃어주었다. 그 미소가 내가 받는 선물이다.
#자녀와의 관계
하나님이 주신 자녀를 육체적, 정서적, 영적, 지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내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적어보았다. 먼저, 육체적 영역은 아이들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도록 장을 마련하고 건강한 식단으로 영양을 챙겨주고 싶다. 정서적 영역은 사랑과 감사의 표현을 매일 하고, 함께 음악을 배우고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 영적 영역은 주일 성수는 꼭 지키며, 가정에서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고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지적 영역은 집 근처 도서관에 자주 가서 각자 고른 책을 읽고, 읽은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다.
'진자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며' 잘못을 따끔하게 훈육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도록,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마음 그릇을 빚어가고 싶다.
#세상과의 관계
결혼해서도 성실히 일하고 직장을 다니며 보람을 느끼기를 원하는 남편을 만났다. 일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면서도, 요즘처럼 직장생활이 힘들 땐 휴직하거나 전업주부로 일하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일을 하든 안 하든, 내 우선순위는 하나님 다음에 가정으로 두고 '우리 가정을 한 사람 한 사람이 환영 받는 공간이 되도록 꾸려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가족들의 필요를 먼저 돌보고, 가정을 돌볼 영적, 지적, 육체적, 정서적 달란트를 이미 넘치게 주셨음에 감사한다.
8주를 마무리하며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떠오른 키워드가 '아테나'였다. 아테나는 (그리스어: Αθην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다. 같은 전쟁의 신인 아레스와는 달리 총명하고, 이성적이고, 순결하여 사람들에게 은혜를 많이 베풀며 영웅들을 수호한다. 아테나의 신전으로는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아테네의 수호 여신이며 ‘아테네’라는 명칭의 어원이다(위키백과).
늘 바라고 추구하는 이상향인 총명하고, 이성적이며 은혜를 베풀며 수호하는 존재로서의 삶이 아테네의 모습을 수식한다.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이며 가정을 돌보고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성경 속 여인들이 그러하였듯, 그런 삶을 꿈꾸며 건강관리, 식단관리를 하고 있다.
글을 마치며 사진을 하나 첨부한다. 학생들이 도자기 선생님과 도자기 수업을 할 때 난 맨 뒤에 앉아 아이들의 작품에 피드백을 하거나 가만히 앉아 묵상을 했다. 마침 이 날 수업에서 '엄마로서의 나, 자녀와의 관계'를 묵상하고 있었는데, 한 여자 아이가 선물이라며 귀여운 작품을 만들어왔다. 쌍둥이를 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의 현존을 느꼈다. 우스갯소리로 자주 "쌍둥이 낳고 싶어, 아니면 난 둘 이상은 꼭 낳을거야"라며 결혼 한 언니들이 뒷목을 잡는 소망을 얘기했었는데,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는 것 같았다. 그분의 음성이 들린다. "다 듣고 있다.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