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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곳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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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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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곳에(2)
낙동강은 예나 지금이나 유유히 흘러 바다로 간다. 어릴 때 이곳은 꿈의 나래를 펼치던 곳이기도 하다. 간혹 목욕하고 고기 잡고 뛰놀던 곳이다. 한 번은 여름 방학을 마치고 개학하기 전날 동문수학하던 친구와 낙동강에서 놀다가 돌아오는 중에 시골 어느 참외밭 원두막에 올라 주인아저씨로부터 참외를 사서 먹고 참외 값을 지불하여야 하는데 돈이던 지갑을 잃어버려 낭패를 당한 일이 있었다. 주인이 밭에 내려간 사이에 친구에게 아무 말하지 말고 원두막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라고 하고 조금 있다가 주인에게 미안합니다. 한마디 외치고 36계를 놓은 일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태화산 양지바른 곳에 내가 3년 동안 다녔던 학교도 지금도 나 보란 듯 우뚝 서있다 변한 것이라고는 낙동강에 몇 개의 교량(橋梁)이 새로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시가지(市街地) 골목마다 내 발 좌치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걷고 뛰고 또 뛰었다. 장형(長兄)도 이곳에서 풍곡이며, “격산" 과 박 사장도 이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친구였다. 이들과 매일 만나고 놀면서 악동으로 성장하였다. 풍곡과 만나서 옛 어린 시절이 다시금 새로워진다. 중학교 1.2학년을 한 반에서 바로 뒤편 좌측에 자리하였는데 공부는 만화책이 교과서였다. 남례문(南禮門)을 지나 남안동 IC를 지나 중앙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얼마 전에 풍곡은 담석(膽石)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렸다. 가야 할 곳이 가까워 온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나 다정하고 영원한 나의 친구가 아파 병원 신세를 진다는데 가슴이 아렸다는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전화연결로 문병(問病) 가도 되는지를 물었더니 일체 문병은 사절(謝絶)이 병원 방침이란다. 그저 가만히 집에서 기도로 쾌유(快癒) 하기를 빌었다. 하기야 예전 같으면 우리 연배(年輩)는 모두기 서천(西川)에 갔을 것을 생각하니 세상이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였다. 모두 가는 길이라지만 내가 간다는 생각은 어쩐지 아직은 아니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의 상태는 매우 좋다고 한다. 다행 중에 다행이다. 아이들 근황도 궁금하였고 지나온 친구들 잘 있는지 안부도 물으면서 장형이 거주하는 동대구로 종종걸음을 하였다. 날씨는 여행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벌써 “석산”과 박 사장은 대구 장형 내 집에 도착하였으니 빨리 오라는 전화였다.
그들은 서울역에서 6시에 만나 출발한다고 하였는데 벌써 도착하였다니 세상 손바닥 안에 있는 느낌이다. 군위 휴게소에 들려 잠시 소피보고 또 출발하였다. 동대구에서 서 부산으로 그리고 신항으로 가거대교를 이용하여 가는 노선으로 정한 모양이다. 뒷좌석에 동행자는 누웠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하여 마음 졸이기도 하였다. 경부고속도로를 갈아타니 장형 집에 모여 있던 친구들은 벌써 청도 휴게소에서 기다린다는 연락이 왔다. 집에 기다리기가 답답하였던 모습이었다. 청도는 특산물로 감이 유명세를 날리고 있고 특히 이곳은 새마을 발상지로 알려지고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시도지사 회의를 대구에서 개최하면서 새마을 운동을 재창하였던 것이 1970년 4월 22일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으로 농촌 근대화를 외치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5천 년의 묵은 찌꺼기를 벗겨내는 첫 삽을 이곳에서 시작하였다. 농촌에서 도시로 공장으로 모든 나라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국론(國論)을 하나로 결집하는 효과도 함께 거양하였다고 생각된다. 경제개발 5개년의 성공에는 새마을 운동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개발도상국에서는 새마을 운동을 배우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반면교사로 삼아 배우려고 찾는다고 한다. 한국 현대사의 큰 획을 그은 운동이었다. 지역 간의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마을 운동으로 국론이 하나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미는 모든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이 새마을 운동을 폄훼하는 집단들에게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때는 정치적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대한 물결 앞에는 촛불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동대구를 지나 구 부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청도 밀양 방면으로 달렸다.
얼마 전에 내 손자 다니는 학교로 데려다주기 위하여 큰 아들 차를 타고 이 도로를 타고 부산에 있는 한 국영제 학교에 갔다 돌아온 적이 있어 눈에 익은 듯하였다. 길재(吉再) 선생이 지금 계셨다면 무어라 노래하였을까? “산천도 변하였고 인걸도 가고 없구나. 아! 태평성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꿈이런가 하노라"라고 개작(改作) 하여 보았다. 청도 안내판이 시야(視野)에 잡혔다. 속도를 줄이고 휴게소로 진입하였는데 멀리서 보이는 사람이 격산과 박 사장이었다. 우선 마음이 반가웠다. 인사를 하고 안색을 살펴보니 사람은 그 사람인데 작년하고 변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주차장에 있는 장형과 이 여사님이 보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장형은 예나 지금이나 하루의 일과가 운동으로 다진 몸을 바라보니 건강함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이에 질세라 이 여사님도 장형처럼 20년의 세상을 되돌려 놓은듯하다.
모든 사람들의 반면교사로 모셔야 할 진인(眞人)이다. 아직도 노령에도 두 내외분 모두가 일선에서 젊은 사람들과 경쟁을 한다니 놀랄 일이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시는 분이다. 자식들 모두 성사시켜 두 내외분이 오순도순 살아간다니 부럽기 짝이 없구나. 격산 어른은 작년도 마님 칠순 기념 여행을 거제도 거제 한화콘도(벨 버티어)에서 기념하였으니 두 번째로 오는 것이 된다. 매일 소일(消日) 하는 일은 손주들과 기쁨과 즐거움과 씨름으로 늘그막에 손주들의 성장하는 모습에 큰 제미를 붙였다고 하니 축복받은 일이 아니겠는가. 작년보다는 조금 수척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 사장님은 요사이 새로운 분야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산행을 잠시 멈추고 희귀한 선인장 농장에서 키우고 가꾸며 교회를 찾아 기도하면서 세월을 낚는다고 하였다.
집안에 여러 어려운 점도 잘 극복하면서 자신의 영역(領域)을 넓혀 가는 중이란다. 특히 영식(令息) 군의 신고(身苦)를 가족들이 잘 보살펴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니 다행 중에 다행이다. 차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밀양과 울산을 옆으로 하고 김해 평야를 지나 대동 IC를 빠져나와 부산 신 항으로 줄곧 달렸다. 푸 른 바닷물은 파도에 실려 출렁이고 신 항 부두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산처럼 쌓였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크레인은 그 위용을 자랑하면서 화물선 접안을 기다리고 있다. 가득한 상품을 운반하고자 굴지의 선박들이 내 항뿐만 아니고 외항에도 대기 정박 중이다. 수중 터널을 지나 가거 대교는 볼수록 아름답다. 거제도는 두 번째로 방문하는 곳이지만 세월 따라 기억에서 멀어져 새롭기만 하구나 깊은 바닷속 암반을 굴착하고 주 기둥을 새웠다.
기둥과 기둥을 로프로 연결하는 공법은 잘은 모르지만 우리의 건설 수준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자동차는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데로 잘도 찾아간다. 왜 아니겠는가. 인공위성 항법 장치로 안내하는데 착오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안심이 되었다. 사람들이야 자주 잘못을 안내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만든 기계는 정확하기를 정평이 나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가는 것이 아니고 자동차가 목적지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입력된 정보가 지시하는 데로 가는 것이다. 나는 그냥 덤으로 얹혀 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장형 차를 따라가다 보니 넓은 도로 양편에 이륜차가 가득하였다 마치 베트남에 온 느낌이었다. 주변을 바라보니 대우 조선소에 근로자들이 출퇴근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소를 바라보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회장이신 고 김우중 회장의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다"라는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된다. 어느 때인지는 아리송하지만 햇볕 정책으로 공중분해된 대우그룹이라고 들은 바가 있다. 이것이 우리의 정치적 한계인가 보다.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또 거제도에는 세계 최대의 삼성조선소가 있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못하였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조선분야는 세계 제1위라는 소식을 들을 때는 한국이라는 자긍심에 살맛 나게 하고 있다. 기업은 1위로 달리고 있는데 정치는 어디 갔는지 찾을 길이 막연하다고 한다. 어디 이것뿐이 아니라는데 하늘을 날고 십은 심정이다. 돌고 돌아 장승포 여객터미널 주변에 있는 어느 호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이동하였다. 해변가에 즐비한 식당가에 어느 방송사에서 취재 홍보하였다는 박정민 식당을 찾았다.
이곳에서 갑각류(甲殼類)로 요리한 오찬(午餐)을 풍성하게 하였다. 한 가지 나오면 뒤를 이어 또 한 가지씩 맛을 보라는 것이었다. 이런 오찬은 여기에서 난생처음 먹어보았다. 속을 채우고 나니 포만감에 세상이 온통 내 것처럼 느끼기도 하였다. 시간도 오후라 숙소인 거제시 장목면 해안가에 있는 한화리조트로 이동하자는데 동의하고 길을 나섰다. 해안가를 돌고 돌아 방을 배정받아 입실을 완료하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상한 점은 이곳은 우리처럼 늙은이는 눈을 닦고 찾아보아도 없다는데 있다. 모두가 30대 전후로 어린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것을 생각하니 반갑고 좋은 면도 있지만 왠지 늙었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세상이다. 만찬(晩餐)은 인근에 있는 홍도 횟집으로 이동하여 남해안의 싱싱한 자연산 횟감으로 순대를 가득 채웠다. 돌아와 2부 행사에 들고 나서 단꿈을 꾸었다.
2021년 6월 23일 목요일 오전에
夢室에서 法珉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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