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천은사 상생의 길 트레킹 후기】
천은사 상생의 길…숨겨놓은 인간 본심을 읽다
샘이 솟는다…아무도 모르게 가슴 속 타오르는
날 짜 | 2023년 4월 2일(일) 2차 |
코 스 | 전남 구례 천은사 상생의길(소나무숲/수변길/무장애탐방로) |
주요경로 | 천은사 주차장→수홍루(청류계곡)→나눔길(소나무숲길)→묵언의길→보듬길(수변길)→누림길(무장애탐방로)→천은사 주차장 |
코스특징 | 천은사 상생의 길은 나눔길, 보듬길, 누림길로 총 3.3km를 걷는다. 나눔길은 천은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숲길로 명상하는 길이다. 보듬길은 천은저수지를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누림길은 함께 누린다는 의미로 무장애 탐방로이다. |
거리/소요시간 | 3.57km / 1시간 11분(사찰탐방 거리·시간 포함) |
주 관 | 천천히 걷는 사람들(‘천사들’) |
천은사(泉隱寺) 주변에는 상생의 길이 있다.
인근의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자는 의미로 2020년 12월에 조성됐다.
상생의 길은 나눔길, 보듬길, 누림길의 세 구간으로 전체 거리는 3.3km이다.
나눔길은 천은사 주위 산길을 한 바퀴 도는 1km 구간이다.
소나무 숲을 거닐며 생명의 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명상의 길이다.
보듬길은 천은저수지 주변 산길을 따라 걷는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1.6km 구간이다.
누림길은 모두 함께 누린다는 의미의 무장애 탐방로이다.
천은저수지 제방 시작점에서 수홍루까지의 700m 구간이다.
천은사는 신라시대 흥덕왕 때 세워진 고찰이다.
인도의 덕운스님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창건했다.
고려시대에 들어와서 절은 더욱 번성했다.
충렬왕 때에는 남방제일선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예전에는 이슬처럼 맑은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어서 절 이름을 감로사(甘露寺)라 했다.
조선시대에 절을 중수하면서 살생을 한 이후로 샘물이 솟아나지 않았다고 한다.
절 이름도 샘이 숨었다는 뜻의 천은사로 바꿨는데 이후 원인 모를 화재가 끊이지 않았다.
지리산 노고단 자락에 자리잡은 천은사.
화엄사의 말사로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의 3대 사찰 중 하나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있어 입구에 연등이 매달려 있다.
천은사 일주문이 22년 12월 28일 보물로 지정됐다는
현수막이 일주문 담벼락에 붙어 있다.
예전에 받던 입장료를 폐지한지 얼마되지 않는데
다시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절로 들어가는 첫번째 문인 일주문을 일심으로 들어선다.
어? 일주문에 걸린 현판이 좀 이상하다.
서체는 잘 모르지만 글씨체가 여느 현판과 다르다.
미숙한 서예가가 썼을 리는 없고 무슨 사연이 있을까.
현판의 글씨는 조선시대 4대 명필가의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가 썼다.
물흐르듯이 수기(水氣 물의 기운)를 불어넣어 쓴 수체이다.
천은사에 원인 모를 화재가 계속되자 당대 대명필가인 원교가
‘지리산 천은사’라는 수체를 써서 현판으로 걸었다.
그 이후부터는 천은사에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기한 얘기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자.
물이 흐르듯이 써내려갔나는 것을 알고나니 보는 눈이 달라진다.
아니다, 마치 흐르는 물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면 오버인가.
어찌됐든 조선의 명필 이광사의 글씨를 감상하며 들어가자.
일주문을 지나 청류계곡을 건너는 아치형 다리를 건너야 사찰로 들어갈 수 있다.
무지개 모양의 아치형 다리는 피안교이다.
송광사사처럼 다리 위에 누각이 있다.
수홍루다. 드리울 수(垂)에 무지개 홍(虹)이라는 이름이다.
저수지를 배경으로 아치와 누각을 담아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본다.
여기서부터는 사찰내로 들어가지 않고 나눔길로 들어선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사찰의 외곽으로 한바퀴 돌고 들어갈 생각이다.
지리산의 이곳저곳을 들려 여기까지 왔을 계곡물이 크게 소리치며 흐른다.
길은 임도처럼 넓은 흙길이다.
옆으로는 수령이 꽤 되어 보이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뤄 울창하다.
띄엄띄엄 피어난 진달래가 산객의 방문을 환영해준다.
적당하게 그늘을 만들어주니 일행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화사하게 단장한 산벚꽃은 분위기 메이커다.
산 전체를 환한 미소로 바꾸어 놓고 있다.
걷기 편하고 쉬운 길이다 .보폭이 넓어진다.
연두색 새싹이 벚꽃의 배경이 되어 세상을 본다.
어린 싹의 재잘거림이 들릴 듯 아기자가하다.
산은 그렇게 서로 다른 모습과 색이지만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특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살라는 가르침을 준다.
연둣빛깔 햇살을 받은 나무가 싱그럽다.
잠에서 덜깬 나무들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 같다.
핑크색 복숭아꽃이 독보적인 색감으로 일행을 위로해준다.
자연의 봄은 그렇게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루를 보낸다.
천은사 경내를 외곽으로 한 바퀴 다 돌아갈 무렵,
수령이 300년이나 되는 소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위풍당당한 모습에, 푸른 기상에, 아름다운 수형을 간직한 채
천은사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길옆에는 ‘묵언의 길’이라는 행지문이 붙어 있다.
침묵하면 세상이 보이고
묵언하면 내가 보인다.
묵언은 말을 하지 않음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는 말을 하지 않음을 뜻한다.
참 나를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쓰여 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 가지가 사찰쪽으로 경배를 한다.
온 몸을 기울여 예를 표하는 것 같다.
빼어난 미모를 갖췄지만 경우도 바르니 내면까지 아름다울 것 같다.
여기에서 사찰 경내로 들어가 반대로 입구로 내려 간다.
사찰은 아담하다. 깨끗하고 고요하다.
노고단 아래 양지바른 곳이라 그런지 아늑함이 느껴진다.
팔상전이 보인다. 부처님의 탄생에서 열반까지를 여덟장으로 그린 팔상도를 모신 곳이다.
팔상전 앞 마당에는 익상스런 조형물이 마당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멧돼지가 바위로 변해 마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복돼지 바위다.
복돼지상을 빙둘러 소원을 가득 적은 금빛 하트 모양이 매달려 있다.
소원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일행의 뒷모습에 간절함이 묻어나온다.
용량이 초과돼 더 이상 올라가지 않습니다.
후기 전체를 보실 분을 위해, 아래에 링크 주소를 놓고 갑니다.
https://blog.naver.com/jokuna21/223065557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