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한국적 판타지라...저두 한때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만..
그러니깐 한국적 색이 묻어나야 한다는 것...
하지만 최근엔 그런 것 보단 주제나 세계관..당위성에 더 치중하는 편이
되어서 그런 생각들은 묻어진지 오래여서 밑에 글들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위에 써 놓은 작가의 주제의식만 넘친다면 굳이
한국색깔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뭐 한국적 색깔이 입혀진다면야
더없이 좋을 테지만요.)
한국적 색깔이라..
그 예로 하나비...는 영어식 표기로 hanabi로 만들어 어필을 강하게
했지요. 우리나라 사람이 쓰면 우리나라 정서가 묻어지기 마련아닐까요?
그럼...
.. 보낸이:이영도(jin46) 2001-01-20 15:41 조회:891 1/5
한국적 팬터지에 대한 말씀인 줄 알았는데, 거의 태반이 제 이야기군
요. 제목 선택이 약간 잘못되지 않으셨나 생각해봅니다. 하하. 한국적
팬터지의 공적 이영도를 규탄한다. 정도면 어떠했을까 여겨지는군요.
그것이 어떤 글이든, 세 문단에 불과한 발언으로 제 심리를 분석하려
는 시도는 꽤 난감하게 여겨지는군요. 프로이드라도 - 그 잘난 척하는
천재인 - 그렇게는 못 했을 겁니다. 피험자를 긴의자에 눕혀놓고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수십 개의 꿈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결론을 내렸겠지
요. 인간이라는 것의 복잡성을 그렇게 무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생
각됩니다. 저도 존엄한 인간입니다. 하하. 올리신 글 다시 읽어보시겠
습니까? 마치 게티스버그 연설문만 가지고, 그 중에서도 일부인 '지금
으로부터 80년 전 우리 조상은'이라는 대목만 가지고 링컨을 회고주의
자로 단정내리려는 시도 같지 않습니까?
'장르'와 '코드'를 헷갈려 하시는 부분에 대해선 더 언급하지 않겠습
니다.
'환단고기와 삼국유사'보다 더 많은 책을 쓸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신문에는 원고지 매수제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삼국사기와 고려사라
고 적었으면 사람들이 역사 소설 이야기 하는 줄 알았을 겁니다. 이우
혁씨에 대한 공격? 아니오. 책 2 개만 가지고 팬터지 자료를 이야기하
려 할 때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가 하는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아무래
도 가장 환상적인 책 고르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 구절을 쓰면서
이우혁 님에 대한 생각은 제 뇌리 속에 조금도 없었습니다. 어제 올린
몇몇 게시물에 밝혔듯, 제 모토는 남을 씹을 시간에 나를 개발하자 쪽
에 가까우니까요.
저는 실제로 능력이 없습니다만 제가 가지지 못한 능력의 소유자에게
반감 가져본 적은 없습니다. 그랬다간 독수리처럼 날 수 없어서, 물고
기처럼 헤엄칠 수 없어서 밤에 잠도 못자겠지요.
미국 작가가 어떻게 하이 팬터지를 쓰는가 등의 이야기는, 완전히 거
꾸로 이해하셨습니다. 미국은 유럽을 가져다 쓰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고, 그래서 팬터지를 완성시켰습니다. 팬터지 장르에 대한 상식이
있으시면 아시겠지만, 장르 팬터지를 완성시킨 건 미국입니다. 추리장
르가 에드거 앨런 포우라는 '미국 작가'에 의해 완성되었고 장르 SF가
'미국 잡지' 어메이징 스토리에 의해 완성되었듯.
그렇다면, 훌륭한 역사를 가져 일방적으로 경도될 위험성도 미국보다
더 적은 우리가 왜 남의 것을 가져다쓰는데 그토록 신경질적이어야 될
까요? 하하. 피자 접시가 아닌 알파 센타우리의 외계인 접시를 가져다
밥 담아먹어도 전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밥만 잘 먹으면 그만이지요.
격식을 갖춰 차리고 '한식'이라는 이름을 붙여 밥을 먹는 것도 좋겠지
만, 그건 우리를 만족시킬지언정 세계인에게 기여하는 바가 얼마나 있
을지 잘 모르겠군요. 어쨌든 저는 반상 제도와 칠거지악과 세로쓰기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며 그런 '전통'이 없어졌다는 사
실에 만족합니다. 그렇잖으면 이 글도 세로로 써야 했을지도 모르겠군
요. 하하.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공인 어쩌고 하는, 마치 일부의 소수 엘리트들
이 다른 우매한 민중을 이끈다는 식의 뉘앙스가 풍기는 말은 이제 좀
지양되면 좋겠습니다. 저 수많은 안티사이트들을 보시면 영향력이라는
말은 이제 다르게 해석될 시대가 온 듯합니다. 국회의원이나 대중연예
인들이 저지르는 악덕들은 스포츠 신문을 달구지만, 저는 그 소위 '공
인'이나 '사회 지배층'의 악덕 때문에 제 도덕이 상처받았다고는 생각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견이나마 다른 분들도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안병도 님께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바입니다만,
한국적 팬터지가 뭡니까? 말씀해주시지요. 쓰신 바대로 그걸 생각할
능력도 없고 생각도 없으셔서 다른 것들은 서양 오랑캐 것이라고 비웃
어버리는 재미만을 탐닉하실 생각이십니까? 님께 그걸 생각할 능력도
있고 생각도 그렇게 많으시다면(연작물로 3회째니 그럴 의도는 충분하
시다 판단됩니다.) 이제 제발 좀 써 주십시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는 식은 사실 지겹습니다. 밥이니 한식이니 질그릇이니 하는 모
호한 상징어들로 빙빙 도는 것도 보기 좋지 않고요.
한국적 팬터지가 뭡니까?
즐거운 통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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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38 이영도 jin46 01-21 1013 안병도님. 4.3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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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님의 게시물. 하이텔 go seria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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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도님은 최근에 김경진님과 공통으로 출판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죠.
보낸이:이우혁(hyouk518) 2001-01-24 00:44 조회:296 1/25
저는 게시판 활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몇 자 적는 것은
이 란에서 토론중인 내용이 제게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인데다가 제가
평상시에 이에 대한 견해를 제법 여러곳에 피력한 적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저는 어느 분의 우연한 권유를 메모로 받고 여기 와 본것이며,
아래에 쌓인 수많은 글을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특정인의 견해에
대한 언급이나 반박을 할 수는 없다고 여기며, 다만 제가 읽은 곳 까지의
전체적인 느낌과 그에 대한 견해 정도를 피력하는 것으로 그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 글에 대해 어떤 내용의 글이 올라오건 그에 대한 언급이나
반박등을 이 게시판 상에서 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제가 가진 견해는
저 개인적으로는 이미 아주 오래전 (구체적으로는 7-8년, 개인적으로는
14년 이상) 부터 생각하고 다듬어 온 것이라 제가 앞으로 할 작업이 변할
것도 아니며, 난상토론으로 말려들어 감정적 격화를 겪는 일은 다시 겪고
싶지 않으니 말입니다.
1. 현재 게시판의 상황(분위기) 파악.
현재 상황을 보니 대략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명제가 불거지더군요.
첫번째, 환타지(판타지라고도 쓰십디다만)의 양적 양산으로 인해 질적
저하가 초래되었는가?
두번째, 한국적 환타지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
인가? 등등...
곁가지로 샌 개인적인 견해에 대한 비판이라거나 꼬집어 내기등을 제외하면
큰 내용은 이 두 가지 정도인 것 같습니다만, 저도 나름대로 그에 대한
견해를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섣달 그믐에 새해 인사 쓰려 왔다가
난데 없이 쓰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제 견해는 정리 된 것이기에 저 나름
대로는 밝힐 수 있겠지요.)
2. 우선 첫번째, 환타지의 양적 양산으로 인해 질적 저하가 나타났다는
의견.
제 견해를 밝히자면 불행하게도 그런 내용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중세 서양 양식을 따른 환타지의 양산이 질적 조하를 초래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동감을 표시합니다. 그러나 저는, 중세 서양 양식의 환타지
는 환타지가 아니라거나, 우리나라에서 그런 양식을 빌린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중세 서양의
모티브는 환타지의 세계에서 매우 재미있고 값진 소재이며, 그런 내용을 우리
나라에서 다룬다는 것이 잘못이라고도 여기지 않습니다. 아울러 한국 사람이
그런 내용을 쓰면 한국 작품이 '될 수도' 있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제가 중세서양식 환타지가 환타지의 질적 저하를 나타냈다고 믿는 까닭
은 그 소재가 '환타지의 한 부문'으로서가 아니라 교조적인 존재, 즉 '그것만이
환타지이며, 다른 것은 달리 할 길이 없다' 라는 생각을 많은 작가 들에게 암암
리에 주었다는데에 있습니다. 제 생각보다 '환타지'란 것은 폭 넓은 상상문학
으로서가 아니라, 중세서양의 내용을 그린 종류의 장르라는 굳어진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환타지 장르란 것이
나오고, 그 장르를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환타지는 단순히 중세서양의 한 장르(물론 그것도 좋은 환타지입니다만)
만을 다루는 것으로 편협되게 인식되었을까요?
저도 잘 모릅니다. 아마도 그 이전부터 많이 들어와 있던 게임이나 만화 등등
의 영향이 그러한 제한적인 부분만을 환타지로 부르도록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혹자는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그래도 재미 있으면 그만이지,
왜 그것을 놓고 질적 저하라고 부르는가 하고 말이지요. 저는 질적저하라고
말할 겁니다. 물론 그 부류의 작품들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환타지 라는 이름을 붙인 장르를 다룬다면 그 근본적 토대가 된 상상력의
세계가 제한된 소재만을 가리키게 되었을 때... 그것을 질적 저하라밖에는 달리
부를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어느 분야에서나 최초의 두각을 나타낸 장르의 선구적 작품이 나온다면
다른 작품들은 그에 준하거나 여양을 받은 작품이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러한 (작가의 의도나 순수성과는 상관없이) 영향을 받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 되겠죠. 사실 따지고 든다면
모든 연애소설은 남-여의 사랑을 다룬 것이니 베르테르의 아류가 아니냐는
식의 막무가내식 비판이 나올 수도 (물론 옳은 것은 아니지만) 있는 겁니다.
그러니 더 중요한 것은 물론 소재 한가지가 아니라 내용면일 것입니다.
허나! 환타지 라는 것은 분명 자유로운 상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나타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질 중 하나입니다. 중세 서양 배경 환타지라
해도 거의 예외없이 실제 존재하지 않은 마법사나 용, 엘프나 드워프
등등이 등장하는 법이죠. 그리고 그러환 환상적인 세계가 머리속에서 재
창조되고 나타나는 과정은 (환타지를 좋아하는)독자들을 환타지를 버릴
수 없게 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과정에 있습니다.
단언하건대, 현재 우리나라의 수많은 환타지는 대부분 중세서양의 환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숫자에 있어서 거의 압도적입니다. 물론 무협이나
SF식을 내세운 것도 있지만 그 대부분은 그러한 중세 서양의 잘 짜여진
세계관에 덧칠을 한 것이 대부분이라 봅니다. 물론 작가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하였을 것이고, 나름대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중요한
변화요소들, 즉 기존의 것과는 다른, 자기만의 상상력을 넣은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과연 독자들은 그것에 만족할 까요?
대부분의 경우, 작가의 입장은 이런 면모를 띄기 쉽습니다.
'나는 기존의 서양가치관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이런이런 부분은 내 독창적인
부분이다. 기존 가치관은 이런이런 유대를 지니는데 나는 여차여차하다.
이것만 하더라도 나는 엄청난 생각을 해야했고 이제야 만족할만한 연관을
지어냈다. 그러니 충분하다' 라고 말이죠...
그러나 그것은 '분명'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름 아닌 독자의
입장으로 볼 때 말이죠, 얼굴에 약간 화장을 한다고 한 배우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며, 아무리 인기 있는 배우라도 너무 많이 비슷한 역할로
출연하면 얼굴에 식상을 느끼는 것 같은 현상이라고나 할까요?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환타지 토양의 상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상상력의 본질을 이끌어낸다는 환타지 본래의 이름을 붙이기에
적합할런지, 저는 아무래도 동감할 수가 없습니다.
작가는 글을 쓸 때, 독자를 충분히(가급적 최대한)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 사실 의도는 어찌어찌 했는데..' 라고 나중에 변명을
늘어 놓아야만 납득이 될 것이라면 아예 출판계획을 변경해서라도 퇴고를
전면적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도 여깁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새로운 환타지'
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온 서적중 많은 것들이 화장만 살짝 다시 입힌 옛 얼굴
들인것에 저는 감히 질적 저하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으며, 그런 말이 나오는
것에도 동감합니다.
그러나 이것의 책임이 누구 한사람 에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책임을 따진다면, 우리 현역들이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라온 수많은
일본 만화와 다른 대안 없이 재미를 위해 접해야만 했던 수많은 외국 게임들
그리고 솔직히, 누구보다도 완벽한 체계의 밑거름을 만듦으로써 수많은 후인
들이 그 길을 답습하게끔 만들어버린 고 톨킨 할아버지 등등 모두가 책임이
있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저도 나름대로 수많은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사실 저도 남에게 글을 써 보여서 사는 사람이 되어 버린 이상
, 그래서 자의건 타의건 그것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이상, 나름대로는 최선
의 글을 생각하고 빚어서 보이는 것이 의무라고 여깁니다.
사실 그래서 제가 쓴 것이 '왜란종결자' 였으며 저는 그 글에 '한국적 환타지의
한가지 시도'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많은 분들이 퇴마록을 언급하시는데,
정말로 솔직히 말하면 퇴마록은 환타지가 될수는 있을 지언정, 환타지라는
생각이나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이 정녕 아닙니다. 그런데 글들을 읽다보니
퇴마록이 이미 환타지의 한 정형을 이룬 것처럼들 말씀들 하시는데, 그건
개인적으로 조금 섭섭하더군요. ^^;;; 퇴마록의 세계관이 나중에는 왜란~
의 세계관과 일부 합치는 될 지언정, 저는 그것을 환타지로 분류하고 싶지
는 않습니다. 솔직히 퇴마록은 저 자신도 분류를 포기한 글이니까요. 분류를
의식한 적도 없고....
2. 한국적환타지에 대해.
제가 한국적 환타지라는 말을 쓰고 꺼낸 것은 바로 앞의 문제와 연관된 선상에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언급하건대, 저는 한국적 환타지 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환타지의 전부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이므로 한국적 환타지를 만들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도
절대 배제해야 될 위험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한국적 환타지 라는 이름을 지닌 것을 쓴 것은,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환타지의 교조주의에 저항하기 위해서가 첫번째 목적이었고,
두번째 이유는 그것이 '베끼는 것을 빼고는' 가장 쓰기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컴퓨터라는 것이 처음 나왓을 때부터 온갖 RPG는 다 해본 사람이며,
환타지라는 이름이 붙은 만화나 영화등은 이미 국민학교시절부터 밤을 새우며
외우고 다녔던 사람입니다. D&D, AD&D 룰 같은 것도 소시적부터 그 어려운 영어 번
역
해가면서 달달 외우려고 애를 썼었으며, 그런 모든 것은 제가 글이라는 것을 쓰기
최소 십여년 전부터 제 뇌리에는 깊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지나치게 잘 짜인, (당연합니다. 수천, 수만이 넘는 사람들이
그 체계에 열광하고 다듬어 왔으니까요.) 그 체계라는 것이 오히려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제가 즐기는 입장에서는 좋아합니다. 아직도 비교적 정통
룰을 따른 발더스를 스타크 같은 것보다 훨씬 즐기고 밤새워 플레이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만드는 입장, 즉 남을 즐기게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이용하여
내 작품이라고 이름 붙여 내는 일이 창피하고, 그 완벽한 룰을 변경할 자신도
없으며, 또 그것이 그다지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AD&D나 더 최근의 것은 고사하고 D&D만 해도 그 룰을 제대로 익히고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왠만한 전공과목 공부 이상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위저드' 와 '소서러'의 구분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공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바스터드 소드' 와 '롱소드'가 어떻게 다른지, '나이트'와 '팰러딘'
왜 다른 것인지 즉각적인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그것이 잘 짜인 것이라 해도, 그리고 뛰어나다고는 해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이라 해도, 그들도 충분히 환타지를 즐길 권리도 있으며, 그들을 위해서도
누군가는 작품활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고대사나 신화, 전설등은 분류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절대 켈트계나 북구 계의 전설에 뒤지지 않습니다.
톨킨 할아버지 께서 활동하셨을 때에도 그 쪽 상황은 그리 잘 정리 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지요. 톨킨은 그런 상황에서 전설과 자신의 상상력을 적절히 섞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였으며 , 그 세계의 매력이 지금 전세계를 휘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분의 세상은 우리와는 너무 멀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나름대로의 환타지가 출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봅니다.
좀 옆길로 새는지도 모르지만, 무협의 세상은 제가보기에는 충분한 나름대로의
환타지 세상입니다. 그 무협에 도취되는 사람이 많은 것이 바로 한국적 환타지
의 출현을 사람들이 기다린다는 신호라고 나는 여겼습니다.
한국 사람이기에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국수주의가 아니라,
제 생각에는 정말 할만한 여건(독자, 자료, 정당성 등등)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제 생각이며, 저는 나름대로 생각하여 왜란종결자를 시작으로 한
종결자 시리즈를 앞으로도 한국적 환타지 라는 이름으로 붙여 낼 것입니다만
이상으로 볼 때 여러분들은 편협한 주제를 가지고 더 다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중세서양 환타지의 양산과 지나친 밀어붙임성 홍보가 환타지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만, 어느 누가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나은 환타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우리들 모두의 책임이며, 통탄은
할 수 있을 지언정 누구를 비난한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또한, 중세 서양
환타지라고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 남이 답습한 길을 걷지 말고
자신만의 것을 만드는 것이 환타지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유일의
길인양 믿고 부족한 지식으로 남에게까지 외쳐대는 것이야말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중세서양 배경의 환타지도 분명히 '잘쓰면
좋은' 소재임에 분명합니다. 저 자신도 조금 더 연구가 끝나면 일부 그 시스
템을 도입해서 글을 써 볼 용의가 있으니까요.
한국적 환타지는 대단히 좋은 것이라 여깁니다. 우리가 그런 시스템을 못
만들면 할 수 없지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한국적'이라는 색깔을 붙여야만 된다는 국수주의 또한 대단히
위험한 것이겠지요. 한마디로, 환타지는 폭 넓은 것이며 한국적 환타지
도 환타지의 한 갈래임에 불과합니다. 한국적 환타지를 만들어 독창적
가치관을 만들었다고 해도 환타지의 주류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중세서양이 환타지의 정형이 아닌 것 처럼, 한국형환타지도 환타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