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표정은 냉정하다
이희국
거울에 비친 모습이 왠지 낯설어지는 날
당황한 마음은 뒤를 돌아본다
푸른 하늘에 무채색 꿈을 날리던
봄날의 초롱초롱했던 호기심과
따가운 햇살을 향해 얼굴을 들이대던 젊음의 당당함
땀내 묻은 곳간은 늘 비었어도
마음만은 넉넉하였다
함께 울고 웃던 푸른빛의 사람들도
빛을 잃고 낙엽 되어 하나 둘 떠나더니
어느새 내 얼굴도 그늘이 서려있고
머리털도 남루하다
아직은 멋이 남은 가을
속절없이 저물기 전에 늦가을 냉기에 맞서려한다
벌거벗은 겨울 온 세상 하얗게 덮여도
별 총총 하늘 빛 내리는 날을 기다렸다가
곁에 남은 이들과 모닥불을 피우며
도란도란 둘러앉아 남은 꿈 이야기 나눌 것이다
눈 맑은 겨울 설국열차를 타고 떠날 때
창에 비친 나에게 환한 웃음을 전할 것이다.
첫댓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도 여전히 변함 없는 거울 그저 주변의 모든것들만 하루하루 늙어가네요